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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눈 오는 날 같이 술 마시는 카스아리 (카스아리)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0 02:40:13
조회 975 추천 43 댓글 22
														

" 후아~ 춥다, 추워~! 아리사, 밖에 눈 엄청 온다? 오면서 눈사람이 되는 줄 알았어! "



" 요 앞 편의점 갔다온 것 뿐인데 왜 이렇게 늦어! "



" 에헤헤, 아리사 걱정했구나? 오면서 조그만 눈사람도 만들고, 사진도 찍고 하느라 늦었어. "



" 걱정 같은 거 안 했으니까, 얼른 겉옷에 눈 묻은 거 털고 들어오기나 하라고. "



이전부터 강아지 같은 녀석이라고는 생각 했었지만, 올해 첫눈을 보고 어지간히도 신이 났나 보다. 푹 젖어서 엉망이 된 겉옷 상태로 봐서는 눈사람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밭에서 한바탕 구르기라도 한 걸까? 헤실헤실 웃는 카스미의 옷 이곳저곳에 묻어 있는 눈을 손으로 털어낸다.



" 아리사, 따뜻해~! 귀여운 사람들은 체온이 높다는 말, 진짜였구나... "



카스미가 내 뺨에 양 손을 가져다 대자 바깥의 냉기가 십분 느껴진다. 왜 이렇게 차가운 거람? 벙어리장갑도 확실히 손에 끼워 보냈는데... 보나마나 눈사람 만든다고 장갑도 벗고 눈덩이를 열심히 주물거렸겠지.



" 으왓, 차가워!! 뭐라는 거야! 그보다 너 손, 완전 얼음장이잖아... 내가 눈 적당히 만지라고 했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손 이리 내. "



" 아, 아니야! 저기 전기담요 안에서 녹일 테니까... "



" 잔말 말고 이리 내. 동상 걸려서 손가락 몇 개 잘라내고 싶으면 맘대로 하시던가? "



" 에엑!? 그, 그건 싫어! 아리사, 어떻게든 해줘!! "



동상 얘기를 꺼내니까 겁을 잔뜩 집어 먹고는 금세 칭얼댄다. 카스미를 다룰 때는 살짝 겁을 주는 편이 좋다는 걸 최근 깨달았다.



차가워진 피부엔 전기담요 보다는 살짝 미지근한 정도의 온도가 가장 좋다고 들은 적이 있으니까, 살짝 붉어진 카스미의 손을 잡고 한동안 어루만져 준다. 손을 녹여주는 동안에도 카스미는 손을 가만히 못 두고 자꾸만 꼼지락댄다. 



" 조금 부끄럽다... 에헤헤. "



" 그냥 손 녹여주는 것 뿐이거든! 자, 됐다. 이제 젖은 옷 갈아 입고, 깨끗하게 샤워하고 거실로 나와. "



" 네에~! "



카스미가 욕실로 달려 간 사이에, 현관에 놓인 검은색 비닐봉투를 확인한다. 맛있는 거 사오겠다더니, 무슨 음료수 병인가...? 



*



" 너, 이거 어디서 난 거야!? "



샤워를 끝마치고 개운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카스미를 붙잡고 다그친다. 카스미가 가지고 온 봉투 안에 들어있던 건, 무려 믿도 끝도 없는 맥주 여러 캔. 




" 에엑!? 술이잖아, 그거! 아리사, 설마 산 거야!? "



" 샀겠냐!! 네가 가지고 온 비닐봉투에 들어 있었다고! "



" 나는 감자칩 몇 봉지랑 음료수밖엔 안 샀는 걸! 여기, 영수증도... "



비닐 봉투를 한참 뒤지던 카스미가 보란 듯이 영수증을 꺼낸다.


 [ ㅇㅇㅇ 맥주 , ㅁㅁ 감자칩 ]



" ...감자칩이 있긴 하네. 너 어떻게 신분증 검사도 안 받고... 사실 나보다 언니였던 거야? "



" 아니야!! 으... 대체 이건, 아! 생각났다! "



"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봐. "



" 아까 편의점에서 마리나 씨를 만나서 잠깐 이야기했거든. 신입 스태프 씨랑 같이 먹을 걸 사러 왔다고... 아마 그 때 봉지가 서로 바뀌었으려나...? "



" 마리나 씨나 너나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닌대!? 난감하네... 지금 와서 봉투를 돌려드리러 갈 수도 없고. "



내 손에 들린 맥주캔을 뚫어져라 보던 카스미가 비밀 이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손을 입에 갖다 대고 소근소근 말소리를 낮춘다.



" 아리사, 그냥 이거... 먹어 버릴까? "



" 뭐!? "



" 한 캔만. 딱 한 캔만 나눠 먹어 보자. 아리사도 궁금하지 않아..? 나는 궁금한 걸! 어쩌면 포피파의 작사에도 도움이 될지 몰라. "



" 그거야, 뭐... 궁금하긴 하지. 아니, 정신 차려 토야마 카스미!! 우리 미성년자라고. 그것도 우리 돈으로 산 것도 아닌 남의 술을 마시자는 거야? "



" 미안해, 아리사... 역시 조금 아니었지..? "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카스미를 보면, 모진 말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카스미 녀석, 가만 보면 그걸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 아, 알았어!! 딱 한 캔, 종이컵에 덜어서 아주 조금씩 마시는 거다? 맛만 살짝 보고 맛 없으면 버릴 거니까! "



*



또르르르. 종이컵에 술이 아주 조금 담긴다. 입에 가까이 가져다 대자 알코올 향이 코끝에 은은하게 맴돈다. 



" 그럼, 아리사 쨘, 하자 쨘! "



" 아, 잔 부딪히는 거 말하는 건가... "



" 응! 영화에서처럼 멋있게 쨘 해보고 싶었어. "



" 종이컵이라서 무드도 뭣도 없지만 말이지. "



카스미와 가볍게 잔을, 아니 종이컵을 부딪히고, 안에 든 액체를 조금 홀짝인다. 으, 써!! 이런 걸 뭐하러 먹는 거야!? 아주 조금 입에 댔다가 바로 혀를 내밀고 얼굴을 찌푸리는 나랑 다르게 카스미의 컵은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 너 그걸 한번에 털어 넣은 거냐...? "



" 으으읏.... 으.... 써.... 아리사, 무울... 얼른.... "



" 내가 그럴 줄 알았지. "



탁자에 쓰러져서는 울상을 짓는 카스미의 컵에 얼른 미리 준비해 놓은 물을 따라 준다.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처음이면서 무리하기는.



"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엄청 달다는 표정으로, 크으~ 하고 마시던데! 이렇게 쓸 줄 몰랐어... "



" 한 번 더 마셔 볼래? 이번엔 조금 천천히 마셔라. "



카스미의 컵에 다시 술을 조금 따라준다. 나한테도 조금. 생각해보면 요 쪼끄만 컵의 반의 반도 안되는 양인데... 괜찮지 않을까? 살짝 호기심이 동한다. 카스미가 했던 것처럼, 컵에 든 술을 입에 한 번에 털어 넣고는 금세 목으로 넘겨 버린다. 입에 머금고 있으면 너무 써서 오히려 못 먹을 것 같으니까 홀짝홀짝 마시는 것보단 차라리 이게 낫다. 



" 아리사도 한 번에 다 마셨구나? "



" 으웩, 이렇게 먹어도 조금 쓰네... "



" 쨔-안! 나도 다 마셨다구? "



카스미가 자랑스럽게 내민 컵도 어느새 하얀 밑바닥이 보인다. 이렇게나 쓴데도 의외로 잘 마시네... 카스미는 술 약할 것 같았는데 말이지. 뭐, 반의 반 캔도 안 마셨으니까 아직은 모르지만.



" 아리사, 조금 얼굴 빨개. "



" 그러냐... 너는 아직 멀쩡하네. 그래서, 기분은 어때? 기대한 대로 작사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거나 해? "



" 음.. 아직은 아무 느낌도 안 들어. 조금 입이 쓰다는 느낌? 달콤한 초콜릿이랑 같이 마시고 싶어... "



" 누가 술을 초콜릿이랑 먹는단 거야. 이 어린애 입맛. "



" 그러는 아리사도 써서 못 마시는 거 아니야~? "



" 누가 못 마신대!! 나는 조절하고 있는 거라고! 니가 취하기라도 하면 뒤처리는 내가 해야할 거 아니야. "



" 그러지 말고 아리사도 한 모금 더 마시자! 의외로 맛있는 것 같기도 해~ "



뭐가 맛있다는 거야!? 그렇지만 카스미도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걸 내가 못 먹는다는 건 왠지 조금 분하고... 카스미가 따라 준 술이 이번엔 반 정도 컵에 차 있다. 이번에도 역시 한 번에 들이킨다.



" 프하...! 이것 봐, 마실 수 있잖냐! 우쭐하지 말란 말이야. "



" 잘했어요, 잘했어~ "



살짝 내려온 내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는 카스미의 손이 차가워서 기분 좋다. 벌써부터 조금 열이 오르는 기분... 너무 빨리 마신 걸까.



" 아리사, 저거 봐. "



카스미가 창 바깥 쪽을 가리킨다.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우리 집 마당에 조그마한 눈사람이 두 개 서 있다. 



" 아까 네가 만든 거야? "



" 응- 아리사랑 나야. 비슷하지? "



" 솔잎 두 개를 트윈테일이라고 끼워 넣은 거냐... 네 눈사람이랑 너랑은 조금 닮았을지도. "



" ...... "



대답이 없다. 카스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까 아예 캔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술을 잘도 들이키는 카스미가 보인다. 



" 얌마!! 얼른 그거 입에서 떼!! "



카스미의 손에 들린 맥주캔을 얼른 채어 가 보지만, 이미 늦었다. 아까보다 확실히 가벼워진 캔에서 아주 조금 남은 술만 찰랑일 뿐이다. 이 캔을 거의 혼자 다 마셨네...



" 아리사아... 너무 써.... "



" 그럼 쓰겠지, 달겠냐? 어휴... "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서는 조그마한 초콜릿을 하나 꺼내서, 계속 입이 쓰다며 칭얼대는 카스미의 입에 넣어준다. 



" 아리사, 이거 달다... 더 먹여줘. "



" 술을 그만 마시면 초콜릿을 안 먹어도 될 텐데 말이야. "



" 으, 어지러워... 아리사, 왜 자꾸 이리저리 움직여? 아리사가 그러니까 더 어지러워! "



" 네가 비틀거리고 있는 거잖냐! 어쩐지 너무 빨리 마신다 싶더라니... "



" 거짓말! 아리사는 심술쟁이, 거짓말만 하고! 자, 이리 올라와 아리사! "



" 뭐, 뭐래!? 네 무릎에 내가 왜 올라가야 하는데! "



" 아리사가 자꾸 움직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



" 야! 얘가 진짜 큰일 나려고, 그만 마셔! "



어느새 다음 캔을 따는 카스미를 뜯어 말리기도 전에, 나한테서 멀찍이 도망가서 혀를 내민다.



" 싫-어! 정말 싫다, 싫어! 아리사는 맨날 하지 말라는 말밖에 안 해! "



말릴 새도 없이 또 캔째로 한 번에 쭈욱 들이킨다. 술이 카스미 목으로 꼴깍 하고 넘어가는 소리와, 음량을 최저로 낮추어서 웅웅대는 텔레비젼 소리만 방 안을 메운다.




" 으, 어지러워... 으앗. "



순간 크게 휘청이는 카스미를 보고 얼른 달려가서 카스미를 부축한다. 



" 아리사, 부드러워... 진짜 부드럽고 작아서 귀엽다, 에헤헤... 우리 집으로 같이 갈래? 아리사가 좋아하는 분재도 키우고, 맛있는 것도 먹여 주고, 맨날맨날 기타도 치고... 좋겠지, 그치~ 으, 어지러... "



" 하아!? 사람을 애완동물 취급하지 마! 너랑 다신 이런 거 마시나 봐라!! "



카스미를 소파에 앉히고 옆에 앉자마자 내 품으로 엄마에게 어리광부리는 어린 아이처럼 안겨 온다. 아까 카스미의 바램이랑은 반대로, 내가 카스미를 마주 보고 안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카스미가 쓰는 샴푸 향과, 카스미랑은 어울리지 않는 술 냄새가 확 끼친다.



평소같았으면 부끄럽다고 당장 밀어낼 일이지만, 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녀석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 



" 아리사. 미안해... "



" 미안하면 얼른 정신 차리라고. "



" 아까 싫다고 해서 미안해! 아리사를 내가 어떻게 싫어해...? 정말... 왜 그랬지? 나도 잘 모르겠어... 나는 아리사가 뭘 하던 좋아! 아리사라면 그냥 좋은 걸...? "



" 쉿!! 조, 조용히 해!! "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게 횡설수설하는 카스미의 입을 손으로 막자, 혀로 내 손바닥을 살짝 핥아 온다. 놀라서 손을 확 떼자, 나를 보고 다시 헤실헤실 웃는다.



" 너, 너 말이야!! 진짜 어디 가서 술 함부로 먹지 마. 무조건 나랑 같이 있을 때나, 아니면 내 허락 받고 마셔! "



" 정말 싫다, 아리사랑 같이가 아니면 안 마실래... "



다시 내 품에 꼭 안겨서는 가슴께에 뺨을 비벼 온다. 너무 가깝다고! 그래도, 부드럽고 따뜻해... 카스미,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더 어리광부리게 되는구나.



카스미가 내 품에 얼굴을 묻은 채로 또 뭐라고 웅얼대기 시작한다.



" 아리사. "



" 또 왜. 자꾸 말하지 말고 그냥 자라 자. "



" 카스아리 눈사람, 내일 햇볕 들면 냉동실에 넣어 주면 안 돼? "



" 카스아리는 또 뭐야... 눈사람까지 넣을 자리는 없다고. "



" 그럼 다 녹아버릴 거야. "



" 눈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



" 그런 거, 싫어... "



카스미가 내 품에 더 꼬옥 안겨온다. 그렇게 꽉 안지 않아도 내가 어디 가버리는 것도 아닐 텐데.



" 있지, 아리사? "



" 응. "



" 아리사는 지난 1년 동안,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 물론 좋은 쪽으로!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 라이브 공연도 아무렇지 않게 해내게 되었고. "



" 아, 뭐... 그렇지. "



" 요즘 그런 아리사를 보고 있으면, ' 정말 다행이야~ '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살짝 불안한 걸. 아리사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구나, 어딘가로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구나 하고. 아리사랑 늘 같이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때마다 내가 모르는 아리사가 점점 늘어가는 기분... "



술기운 때문에 많이 어지러운지 가냘픈 신음을 흘리는 카스미의 등을 살짝 쓸어 준다. 마당에는 여전히 거센 눈발이 내리고, 카스미가 마당에 들여놓은 카스아리 눈사람도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 언젠가는 아리사도 아리사만의 두근거림을, 별의 고동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 때는 아리사를 놓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토야마 카스미가 있어. "



" ...... "



" 그리고 반대로, 아리사를 놓아주고 싶지 않기도 해. 항상 내 곁에 있어 달라고 말 하는 거야, 솔직히 아리사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잖아 하고 늘 마음 속에서 말을 걸어 와... 대학이라던가, 취업이라던가... 곧 다가올 걸 알고는 있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늘 다섯 명 그대로인 지금의 포피파가 너무 좋으니까... 그렇게 이기적인 어리광을 부리는 토야마 카스미도 있어. "




"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는 걸... 눈사람처럼, 시간도... 지금의 행복한 시간도, 인연도, 추억들도 전부 냉동실에 넣어서, 꽁꽁 얼릴 수만 있다면 좋겠어. 계속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흐윽.... 흐, 읏... 가지마, 아리사. 가지마아... "



우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지, 얼굴을 그대로 묻고는 내 품에서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가 났다. 바보같이 그런 걱정을 혼자만 안고 있었다니. 술의 힘을 빌려서 살며시 털어놓아야 할 정도로 꽁꽁 숨겨 놓고 있었으면서, 밝은 척, 천진난만한 척 지내오고 있었다니.



내 품에 감춘 카스미의 얼굴을 억지로 들어 올려서 눈을 마주친다. 술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새빨개진 카스미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 시, 싫어... 아리사, 이쪽 보지 마...! "



" 카스미, 너 진짜 바보냐!? 바보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바보네!!! 바보스미!! "



" 아, 리사...? "



" 당연히 포피파를 계속 할 수는 없겠지! 언젠가는 잠깐 헤어져야 할 일도 있을 거고, 각자의 길을 따라서 나아가야 할 날도 오겠지! "



" 그렇다고, 포피파라는 구실이 없으면 우리 다섯 명은 그대로 끝인 거야? 언제라도 만날 수 있잖아! 만나기 어렵다면 전화라도, 문자라도, 메신저라도 언제든 할 수 있잖냐! 왜 너 답지 않게 그런 걸로 고민하고 있는 거냐고! "



" 그치만, 지금도 이렇게 불안해!! 아리사랑 멀리 떨어지게 되면, 아리사는 얼마나 더 변하게 되는 걸까... 아리사를 잘 모르게 되어버리는 게 무서워.... 아리사를 좋아하니까!! 계속 곁에 있어 달라고, 내가 잘 아는 아리사로 남아 있어 달라고 투정 부리게 되어 버리는 걸!! 그런 건 아리사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



울먹이는 카스미의 어깨를 잡고 잠깐 눈을 맞추자, 눈물이 볼을 타고 그칠 줄 모르고 주르르 흘러 내린다. 급하게 눈물을 닦으려는 카스미의 손을 잡아두고, 엄지 손가락으로 직접 볼을 닦아내어 준다.



" ...그렇게 불안하다면, 네 말대로 언제라도 곁에 있어 줄게. "



" 아리사...? "



" 방 안에 갇혀 있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건 너였으니까, 앞으로도 네가 이끌어주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아.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포피파를 계속 하고 싶다고 억지를 부려도 좋아. 우리 다섯 명은, 적어도 나는 널 언제라도 따라갈 테니까. 네가 모르는 내가 늘어나는 게 싫다면, 언제라도 곁에 있으면 되잖아! 그게 뭐가 어렵냐고!! "



" 저, 정말...? 정말 내 곁에 있어 줄 거야...? "



" 민폐라거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마! 우리들한테는 마음가는 대로 억지 부리고, 고집 부려도 좋다고.  무엇보다... "



" 응...? "



" 나도 네가 없어지는 건 싫어... 네가 없는 길은 걷고 싶지 않으니까, 어디에도 가지 마. 조, 좋아해. 토야마 카스미, 네가 좋아... 활기찬 너도, 겁쟁이인 너도, 고집쟁이인 너도... 전부 좋아해. "



" 으읏... 아리사...! 아리사...! "



펑펑 우는 카스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카스미가 부끄러웠는지 웃기 시작했다. 나도 올라오는 눈물을 꾹 참고서는 눈물로 엉망이 된 카스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서로 쳐다보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 아리사. "



" 왜. 이제 슬슬 졸리면 자라. "



" 아직도 품에서 안 놓아주면서, 그대로 자라고 하는 거야? 아리사, 날 너무 좋아한다~ "



" 뭐, 뭐가!! 내려와서 자라고, 내려와서!! "



" 아리사, 나 겁쟁이인 거 알고 있지..? "



" 알고 있다고 했잖냐. "



" 토야마 카스미는 겁쟁이니까... 말로만 약속 하는 건 불안해. "



" ......그럼, 뭘... "



" 평생 곁에 있어주겠다는 약속, 해 줘. 싫다, 말 뿐인 약속은... "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꾹 참고 카스미를 쳐다본다. 눈을 살짝 감은 카스미의 속눈썹이 길고 예쁘다. 카스미의 허리에 손을 살짝 감고, 조금씩 내 쪽으로 당겨 온다.  

숨을 살짝 들이 쉬고, 이내 서로의 입술을 겹친다. 카스미의 입술의 얕은 떨림과 따스함이 그대로 내 쪽에 전해진다. 아주 가벼운 입맞춤이지만, 카스미와의 첫 키스.



" 에헤헤... 아리사, 약속한 거다? "



" 알았다고!! 절~대 어디에도 안 갈테니까, 이제 그만 말 해! 이 바보! 얀데레! 겁쟁이! "



" 그렇게 부끄럼 타는 아리사도 좋아해~ "



" 아니야!! "



*



자리를 정리하고, 같이 티비를 보다가 카스미 쪽을 슬쩍 보니 어느새 소파에 누워서 잠이 들어있다. 곤히 자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앞머리를 쓸어넘겨 주고, 따뜻한 전기담요를 덮어 주면서 조금은 카스미다운 생각이 들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눈사람은 냉동실에 넣어 두는 편이 좋겠다고.



*



술 마시다 우는 스미. 한 번이지만 술을 마셔봤으니까 서툴지만 이런 묘사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졸리니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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