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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크리스마스) 러브 픽션 어드벤처 - ???

모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4 20:00:46
조회 354 추천 18 댓글 3
														

러브 픽션 어드벤처 ???


이전화 (6화)

외전 (EX)


"어서오세요."


커피향이 가득한 실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음이 얕게 깔린 그곳에서 오렌지빛 머리의 여자가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릴리. 삼촌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는 스물 셋의 여성으로 출중한 외모 덕에 뭇 남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존재였다.


"안녕하세요, 릴리."


"레이어, 또 오셨군요."


그녀는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 인사했다. 레이어는 최근 카페에 자주 방문하는 손님이자,


"기다렸어요."


그녀의 마음을 빼앗아간 인물이었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 레이어를 릴리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은 멍하니 창 밖을 내다봤지만 릴리에게 시선을 줄 때도 있었다. 지금처럼. 자신과 마주치는 고동색 눈동자를 릴리는 피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넘쳐 흐르는 고독 때문에.


'왜 레이어는 이곳에 오는 걸까.'


릴리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마치 구조 요청이라도 바라는 것처럼 상처 입은 눈을 한 그. 혹시 레이어는 제게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릴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혹시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좋아해요."


레이어가 말했다. 릴리는 너무 놀라서 스스로 큰소리를 내기 전에 제 입을 막았다. 그것은 언젠가 그의 입으로 듣고 싶은 말이었지만 그게 지금 이렇게는 아니었다. 내게 줄 마음도 없으면서. 릴리는 그에게서 뒷걸음질쳤다.



******



"좋아해요."


레이어가 말했다. 저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잘도 말한 것이다. 무슨 사랑의 대용품처럼.


"좋아해요."


또.


릴리는 귀를 막았다.


"사랑해요..."


그녀의 손이 귓가에서 흘러내렸다. 이건 레이어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잘 잤어요?"


그녀는 레이어와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없었으며,


"걱정했잖아요."


걱정 받을 일을 벌린 적도 없었다. 릴리의 귀에 닿는 목소리는 낮았지만 이것은 분명히 남자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나는 릴리처럼은 못 될 거예요."


바보 같은 사람.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나처럼 행복하게 해주고 싶으니까."


웃으면서, 그녀는 말했다. 눈앞에 그녀가 없으니까 본 건 아니다. 릴리는 '기억'한 것이다. 자신을 사랑해준 누군가를. 그녀는 그만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미안해요, 그렇게 사랑했는데 잊어버려서 미안해요. 혼자 두어서 미안해요. 당신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미안해요...


릴리는 눈을 떴다.



******



눈물로 엉망이 된 릴리의 얼굴에 한기가 스쳤다.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공간은 어떻게 봐도 제가 있던 집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닌 공간에서 그녀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작은 침대와 일인용 소파, 철 모르는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모든 게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똑같은 집안에 인기척은 없었다. 현관에 자신이 기억하는 하얀 운동화가 없는 것을 보고 릴리는 잠자코 그녀를 기다리기로 했다.


삑, 삑, 삑, 삑


철컥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는 울렸다. 릴리는 현관 앞에 섰다.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그리고 똑같은 얼굴을 한 그 사람이 릴리의 앞에 있었다.


와르르. 성대한 소리를 내며 그녀가 안고 있던 책들이 쏟아졌다. 릴리도 한두 번 본 적이 있는 전공과목의 교재들 사이에서 안드로이드 어쩌구의 표지가 보였다. 이제 그만둬달라고 말했는데.


"릴리..."


기억과 똑같은 목소리가 릴리를 불렀다.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과 갈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릴리가 잠깐이라도 호감을 가졌던 그 남자처럼.


"레...이어?"


그래서 릴리는 그 이름을 말했다.


"네... 그것도 나지만."


"여기 있는 제 이름은 백수진이에요. 수진이라 부르면 돼요."


대답하는 수진의 눈은 젖어 있었다.



******



"왜 빨리 말 안 했어요."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릴리가 보기 드물게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는 지금 손수건으로 수진의 눈가를 두드리는 중이었다. 설마설마 자신이 수진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또 그 사실 때문에 수진이 '릴리가 저와의 기억을 모두 잊었다' 고 착각할 줄이야.


"수진이 우는 건 처음 봤어요."


릴리가 눈가가 빨개진 수진을 보며 말했다. 수진은 잠깐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평소대로 돌아왔다.


"저는 실컷 봤어요."


"그런데도 또 보고 싶었어요?"


릴리가 물었다. 그녀가 이곳에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수진이 다시 한번 릴리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기억까지 되찾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수진의 두 팔이 릴리의 허리를 감았다. 혹여 그녀가 사라질세라 꼬옥 힘을 준 팔이 주는 기분 좋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릴리는 가만히 제 체중을 맡겼다.


"릴리, 피곤해요?"


약간은 눈치 없는 수진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닿았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갈색 눈동자를 릴리는 최고로 사랑했다.



******



"지난번을 생각하면 한 6개월의 여유는 있겠지만..."


"네."


"역시 헤어지긴 싫은 걸요."


"저, 저도요."


후후. 릴리가 웃었다. 수진은 오랜만에 붉어지는 얼굴이 민망한듯 볼을 살짝 긁었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끼고 마주앉아 있었는데 그것은 릴리의 강제 송환(?)을 막기 위한 대책회의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수진은 단순한 플레이어다 보니 세계 이동을 경험했던 릴리의 의견에 힘이 모아지게 되었다. 릴리는 자신이 이렇게 세계를 이동할 수 있는 것은 게임과 현실이 링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진도 동의했다. 제 눈앞에 떡하니 릴리가 있으니까.


"두 번이나 우연이 겹칠 리가 없잖아요?"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다는 건가. 수진이 제 생각에 실없이 웃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없으면서, 게임과 현실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하나 밖에 없어요."


릴리는 꼭 탐정 만화의 주인공처럼 말했다. 릴리가 척하니 뻗은 손가락 끝을 수진이 눈으로 따라갔다.


"내 휴대폰..."


"저걸 없애버리는 거예요. 제가 이곳에 있을 때."


어쩐지 수진의 머릿속에선 다리를 잇고 있는 밧줄을 제 손으로 끊어내는 릴리가 떠올랐다. 다리는 끊어버리면 다시는 건너갈 수 없는 것이다. 서로 고립될테니까. 릴리에게 제 휴대폰은 다리 그 자체였다. 자칫 잘못되면 이제 그녀가 사라져도 더이상 부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 지도 몰랐다.


"괜찮아요."


릴리의 위로를 듣고 수진은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전 좋은데요? 제게도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게."


진심이에요. 릴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껏 수 많은 취사선택을 해왔던 자신과 그러지 못한 릴리. 애초에 이곳으로 다시 그녀를 끌어들인 것도 수진의 선택이었다.


"실패해도 현상 유지 밖에 더 되겠어요?"


사느냐, 돌아가느냐. 처음 만나는 삶의 기로에서 릴리는 씩씩하게 말했다. 수진은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저는 행운아네요."


릴리는 드물게 얼굴을 붉혔다.


"그런 얘긴 성공하고 나면 해요."



-
진짜 끝. 크리스마스에 커플을 찢을 순 없었다... ???는 AND 정도 되지 않을까
애들 행복한 거 보고 싶어서 뭔가 더 써보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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