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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만두겠습니다앱에서 작성

무명(nona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5 20:47:47
조회 1539 추천 33 댓글 24
														

[아야는 진짜 바보임ㅋㅋㅋ 거리에서 봤는데 바보인 거 컨셉 아니야ㅋㅋㅋ]


그래...


난... 바보야......


"몇 번이나 실패하는 건 무사의 수치에요! 그렇지만 그걸로 포기한다면 무사 실격! 다시 도전하시는 아야 씨는 대단하신 거에요!"


실패는 수치...?


그래, 수치... 프로로서는 어쩔 수 없을 정도의 수치......


"아하하... 아야 씨... 그건 좀 무리가 아닐까 싶슴다만......"


무리......


맞아, 이런 나한테는... 이런 내가 있는 파스파레라면...... 무리일지도 몰라.


"아야 짱은 왜 그렇게나 실수하고도 다시 노력하는 거야? 실수하는 것도, 노력하는 것도, 정말 신기해!"


내가 신기하구나......


그래, 나같은 바보가 굳이 해내려고 달려드는 건... 신기하겠지...


"아야 짱, 이 부분은 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니...?"


미안해...


몇 번이나 말해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인가봐.






난 바보야.


난 정말 멍청해.


난 아무런 재능이 없어.


난 평범 이하의 허접한 여고생에 불과해.


난 노력 조금 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심한 사람이야.



사람......?



이런 내가...?


"하하...... 내가 무슨 사람이라고......"


나는 쓰레기인데...


재활용할 방법조차 보이지 않는 쓰레기인데......



나는...




나는......!!





"......울고 싶어."


쏟아지는 비가, 내 눈물을 흘려보내줄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내 눈물을 감춰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건... 되겠지......?


"아하하...... 차가워...... 엄청 차가워......"


비를 맞는 건...... 비를 맞으면 이렇게나 차갑구나......


그런데 왜......


"하아... 하아... 아야 짱...!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잖니!"


우산 아래에서도...... 이 차가운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걸까.


"......미안해, 치사토 짱."


가방을 뒤적여보면, 대충 우산 하나가 잡혔다.


"아, 아야... 짱...?"

"...내일 봐."


우산을 펼치고 당황하는 치사토 짱에게 인사를 건낸 뒤,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마루야마 아야는, 천재가 아니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라고 하면, 냉정하게 둘 중 하나로 판단하라고 하면, 고민할 것도 없는 후자였다.


가진 재능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든 해내려고 노력하며, 웃으려고 하는 소녀.


그게 마루야마 아야였다.


"......웃으려고 하는."


그래, 이젠... 그렇지 않다.


첫 번째의 '재능이 없는 것'도 여전하고, 두 번째의 '노력하는 것'도 여전했다.


그렇지만 세 번째는 점점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사람이 누구나 변해가듯이... 모든 것이 끝을 향해 나아가듯이......


'아이돌 마루야마 아야'의 이야기도, 점점 끝을 향해 변하는 것이겠지.


무척이나 허무하고, 무척이나 한심하게.




- 바보라니 너무하시네요! 저는 바보 아니라구요~!


가짜.


- 오늘도 라이브, 힘내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가짜.


- 헤헤... 오늘은 라이브에서 실수 안 했어요! 그래서 엄청 기뻐요!


저것도.


- 둥근 산을 화려하게!


저것도...


- 파스파레의 푹신푹신 핑크 담당, 마루야마 아야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것도...!


"전부... 전부 가짜야......!!"


저런 웃음들이... 진짜가 아니게 되었음을 알아차린 건... 이미 꽤나 오래된 일이었다.


"내가 바보라고...? 그래... 그건 맞지... 그렇지만, 그런 바보같은 광대 하나 정도는 필요로 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어차피 전부 이 세상에서 썩어가는 건 똑같은데, 보고 비웃을 광대 정도는 누구나 필요로 하는 거 아니었냐고!!


"그래서 난 광대가 됐잖아! 난 내가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줄 모르고 이러는 줄 알아!?"


전부 알아!! 전부 알고도 이렇게 지내온 거야!! 평범하게 풋풋한 여고생 정도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나서는 이것밖에는 없었으니까......!!


무슨 욕을 듣는 것도 각오했다고 생각했어......


다 꿈을 이루기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어......


나를 생각해주니까 하는 말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고...!!


"하아...... 이젠 전부 지쳤어......"


이젠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고,


아무런 꿈도 꾸고 싶지 않아.


꿈을 준다니...


내 꿈부터가 이미   산     산     조     각   났는데 그런 내가?


"이젠 웃기지도 않아......"


......더 이상은 못하겠어.






"이번 라이브가 끝나면... 아니, 현 시점에 정해져있는 일정이 모두 끝나면...... 저는 아이돌 일을 그만두겠습니다."

""네!?""

"아야 짱...? 지금 뭐라고 했니...?"


......못 들은 게 아니잖아. 이해하지 못한 것도 아니잖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세 사람의 반응에, 불평하듯 말했다.


"저는, 은퇴하겠습니다."

"아야 짱, 단어를 바꿔서 다시 말하라는 게 아니야...! 아야 짱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ㅎ,"

"내가 바보라서... 생각하는 것도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말의 의미는... 내가 제일 잘 알아.


"아, 아야 씨! 이렇게 그만두시는 건 아야 씨답지 않아요!"

"나답지 않다니, 그럼 나다운 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거야? 남들이 원하는 대로 바보같은 행동이나 하고, 광대처럼 웃음거리가 되고, 그게 나다운 거라는 거야?"

"아, 아야 씨, 진정해주세요... 이브 씨는 그런 의미로 말하신 게 아님다!"

"나다운 게... 나를...... 나, 마루야마 아야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만 무조건 맞춰야 한다는 게 아니면... 뭔데? 혹시 내가 고작 한 순간의 감정으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런 것도 아님다! 그저...... 여태까지 쌓인 짐들을, 저도 같이 짊어지고 싶슴다."

"어차피 내 감정이고, 내 일이야... 같이 짊어지고 말고 할 건 없어."


이브 짱과 마야 짱을 지나친 나에게, 치사토 짱이 말을 걸었다.


"아야 짱...... 꿈을 주는 아이돌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니...?"

"남들에게 전해주기엔...... 내 꿈조차 남지 않았어."

"그렇지만,"

"치사토 짱은 어른스럽지. 부러워."

"뭐...?"

"어른스러우니까, 경험이 많으니까, 이것저것 지시하거나 지적해도 대체로 그게 맞게 돼. 그래서 치사토 짱에게 지적받은 것들에... 이미 나는 꺾여버렸어."

"아야 짱...?"

"미안해. 잠시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다가 올게."


치사토 짱까지 지나쳤다. 그리고 그렇게 세 사람을 지나치는 동안, 히나 짱은 계속 가만히 서있었다.


"히나 짱, 아야 짱한테 무슨 말이라ㄷ,"

"...아야 짱의 선택인걸."

"그렇지만...!"

"아야 짱은 바보도 아니고, 아이도 아니야. 만약 아야 짱의 선택에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야 짱을 두 번이나 잘못 단정지은 나겠지."

"히나 짱은... 나를 막지 않아주는 거네. 고마워."

"고마워하지 마, 내가 잘못한 일이니까."


천재라서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을 모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역시나 바보인 내가 틀렸네.


"...그렇게 말한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히나 짱."

"...잘 다녀와, 아야 짱. 나갔다가 돌아올 거지?"

"오늘은 돌아오겠지. 오늘은......"


내 대답의 의미를 알았다는듯이, 히나 짱은 조금 고개를 숙였다.


"...나같은 사람 때문에 고개숙이지 마. 히나 짱은 그렇게 쉽게 고개숙일 정도의 사람이 아니잖아? 히나 짱은 대단하니까... 고개를 들어줘."

"아야 짱......"

"대단한 사람은 히나 짱만이 아니야. 파스파레의 일에, 모델 일에, 무사도를 위한 수행까지 힘내는 이브 짱도 대단한걸. 그러니까 이브 짱도... 고작 나같은 사람에게 그러지 말아줘."

"아야 씨... 고작이라니요......"

"...내가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지 않을래?"


내 말에 이브 짱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야 짱. 마야 짱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야. 그렇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도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스스로 상처입히지 말고, 스스로를 둔한 사람으로 치부하지 말고, 조금 더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아껴주길 바래."

"......아야 씨의 얘기를 끊어서는 안 되겠죠."

"...고마워, 마야 짱."


역시 친절하네.


그렇게 생각하고는 마지막 사람에게 향했다.


누구보다도 내가 동경했던,


누구보다도 내게 조언을 해준,


누구보다도 내게 영향을 줬던,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낸 사람.


"치사토 짱,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


얘기할 수 있는 만큼... 얘기해주자.


그렇게 각오하고 말을 걸었건만, 치사토 짱은 바로 나를 당황하게 했다.


"아야 짱... 부탁이야...... 제발... 파스파레에, 우리 곁에 있어주지 않겠니...?"

"왜...? 그러지 마...... 고작 나같은 사람에게... 고작 나같은 사람때문에 무릎꿇지 마......"


치사토 짱은 대단한 사람이잖아... 쉽게 무릎꿇고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그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데 왜 이런 나때문에......


"제발... 제발 일어나... 치사토 짱은 고작 나같은 사람때문에,"

"아야 짱은... 대단한 사람이야...!!"

"하......하하...... 재미있는 농담을 하네, 치사토 짱... 나같이 무능한 사람이 뭐가 대단해...? 뭘 하든 계속 실패하고, 뭘 해도 한 번에 성공하는 일이 없고, 뭘 어떻게 성공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리 대단하게 성공하는 일이 없는데...... 그런 내가 대체 어떻게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니...?"

"무슨 얘기를 하는 거니...!! 아야 짱은 당장 해내지 못해도 꾸준히 노력해서 해냈어...! 어떤 일도 훌륭하게 해냈어! 그리고... 언제나 우리를 이끌어줬잖아...?"


내가...? 이끌어...?


"난 그런 적 없어! 모두가 스스로 나아간 결과였겠지!! 난 누군가를 이끌어줄 정도로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아니야!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지 마!!"

"이게 나야! 치사토 짱이 정한 나는 내가 아니야!! 누구나 타인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마련이잖아? 치사토 짱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어? 아니잖아! 무엇보다도 치사토 짱은 남들이 실제보다 더욱 크게 바라봐주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잘 알잖아!!"

"......내 잘못이구나. 내가 계속 아야 짱의 자존심을 깎고 있었던 거지...?"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원래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었을 뿐이야."

"그렇지만......! 후우......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지 마......


왜 미안하다는 거야......


제발... 차라리 날 비난해......


나를 비난하는 게......


이젠 그게 더 편해......


"치사토 짱... 관객은 말이지, 광대에게 사과같은 거 하지 않아......"

"그게 무슨 뜻이니......?"

"광대한테 사과하는 관객은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 사과하지 마."

"아야 짱! 지금 아야 짱이 광대라는 거니...!?"

"광대가 맞지."


왜 그렇게 당황하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었어?


"언제든지 바보처럼 행동하고! 실패하고! 비웃어지고! 그런 주제에 뭐가 좋은지 실실 웃기나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광대잖아? 광대가 아니면 대체 뭐야? 그것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어!?"

"아야 짱!!"


치사토 짱...?


무릎을 꿇고 있던 치사토 짱이 순식간에 일어나며 나를 껴안았다.


왜...... 대체 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제발... 제발...... 날 좀 쉬게 해줘!!"


이상한 일이다.


치사토 짱을 좋아했고, 그런 만큼 바라온 일이었는데...


정작 치사토 짱이 나를 안아주니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고, 숨이 막히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


당장이라도 그녀를 밀어내고 싶을 정도로.


"꺄악!"


그럼에도 그녀를 푹신한 소파가 있는 방향으로 밀어낸 건, 그녀를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저 남을 다치게 하는 게 무서웠던 거였어.



"......"


여전히 네 사람을 좋아하지만...... 개인적인 두려움으로 네 사람을 피하려고 하고 있어.


멤버... 실격이야.


"미안해. 난...... 나갈게."


앞으로도 이 네 사람과 함께하기에는... 난 너무 부족해.


"오늘 돌아온다는 말은 못 지킬 것 같아... 미안해, 혼자 있고 싶어..."

""아야 짱......""

""아야 씨......""


...마지막 라이브는 잘 해야된다는 건 알고 있어.


"내일부터 열심히 할게... 그럼, 안녕......"

"아, 아야 짱...!"

"...치사토 짱은 학교에서 만날 것 같네. 그럼 내일 학교에서 봐. 가능하다면 연습실에서 만나는 게 처음이길 바라지만......"


학교에서 만나면...... 그 때는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지 모르겠거든......


"아야... 짱..."

"......내일 봐."


그 내일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 슈와, 슈와~


"시끄러."


틱, 하고 알람을 꺼버렸다.


"......이 알람을 아직도 안 바꾸고 있었네."


꿈꿨던 아이돌로서의 첫 노래. 첫 사고도, 첫 실패도, 첫 성공도 함께했던......


어쩌면 특별했을지도 모를 노래.


"...아, 아."


가볍게 목을 풀고, 작게... 아주 작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슈와... 슈와..."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구나... 사람은 이렇게나 변했는데.


"어쩌면, 진짜 만에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나도... 조금은 변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까......?


"......여보세요."

- 여보세요? 아야 선배?


......정말로 받아버렸네. 솔직히 안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아침이네, 카스미 짱."

- 네! 좋은 아침이죠, 아야 선배!

"카스미 짱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 같아."

- 네? 그런가요? 변하지 않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앗!?

"응...?"

- 아야 선배, 목소리가 조금 낮은 것 같아요! 혹시 감기? 아니면 다른 문제라도 있나요? 당장 병문안이라도,

"......후후."


이런저런 변화는 있지만, 여전히 착하고 순수한 아이네.


- 아야 선배...?

"미안, 걱정시킨 것 같네."

- 아니에요! 아야 선배가 감기라도 걸리시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걱정할 거에요! 저두 아야 선배의 팬인걸요!

"...그래, 감기."


며칠 푹 쉬고 푹 자면 충분히 나을 감기.


"그거일지도 모르겠네."


푹 쉬고... 그러다보면 나을 마음의 감기.


- 혹시 약은 드셨어요!? 죽은? 아! 집이 지금 춥지는 않나요? 이불밖으로 나오시면 안 돼요! 이불 속에서 계~속! 계속 쉬세요!

"후후... 아니야, 감기 안 걸렸어. 걱정해줘서 진짜 고마워, 카스미 짱."

- 아니라면 다행인데......

"목소리는 아침이라 목이 덜 풀려서 그런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 무슨 일... 있으세요...?


날카로운 감인 걸까, 아니면 순수한 의문인 걸까.


의외로 알기 어려운 사람이네, 카스미 짱은.


"으응... 그냥 어쩌다가 평소보다 일찍 깨서 잠이 덜 깬 채로 있다가 실수로 전화를 카스미 짱에게 걸었던 거야."

- 실수로 저한테요...? 어어... 카... 카... 아! 그럼 카논 선배한테 전화하시려던 거였군요! 제가 방해가 됐다면 죄송해요!

"카논 짱...?"


아... 내 연락처에서 '카'로 시작하는 이름을 생각했던 거구나.


"아니야, 그냥 버튼을 잘못 누른 것 뿐인걸. 나야말로 카스미 짱을 방해해버린 것 같아서 미안해."

- 아니에요! 아침부터 아야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니 평소보다 스페셜한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까지 드는걸요!

"그래? 고마워."

- ......혹시 점심시간에 약속이라도 있으신가요?

"응? 약속이라니...?"

- 혹시 점심을 누구와 드시나 해서요!

"평소에는 치사... 치사토 짱과 카논 짱하고 먹어."


무심코 말이 끊겨버렸어...


그렇구나...


오늘은...... 같이 못 먹겠네.


- ......그렇군요.

"응..."


조금 낮아진 목소리가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더니, 카스미 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들과 같이 드실래요...?

"응...?"

- 아! 그, 그냥 얘기해본 건데 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좋고, 어어...... 그러니까......


......눈치챘구나, 카스미 짱.


"착한 아이네."

- 네...?

"어떻게 눈치챈 건지...... 아, 혹시 아까 내 말에서 눈치챈 거야?"

- 므, 무슨 말이신지~

"카스미 짱, 거짓말 진짜 못한다~ 하하..."


진짜...... 착하고 순수하고... 그러면서도 그게 전부가 아닌 후배네.


"고마워."

- ......

"난 이런 후배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 아야 선배......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나를 배려해주고, 그런 후배가 있어서 정말 기뻐."


물론 이브 짱도 착하고 좋은 후배지만, 이브 짱은 후배인 동시에 동료니까...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네. 카스미 짱에게 전화를 걸어보려고 했던 건...


"제안해줬는데 미안해, 오늘은 역시 치사토 짱과... 아,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브 짱도 불러서 같이 먹고 싶네."

- 네! 그럼 이브 짱한테도 얘기해볼게요! 아, 그리고......


잠시 주저하는 것 같더니, 카스미 짱이 말을 이었다.


- 아야 선배는... 스타가 꿈이라고 하셨잖아요?

"응... 그랬지."

- 그렇지만... 아야 선배가 소중하게 생각하시고, 아야 선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야 선배는 그 자체로 밝고 아름다운 별이에요.

"......"


그렇지만, 그런 나는......


- 노력하지 않으셔도, 조금 쉬셔도, 그 모든 선택이 아야 선배에요. 평소... 아니, 여태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이셔도... 아야 선배는 아야 선배에요. 아야 선배가 아닌 다른 어느 누구도 아야 선배를 정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나에 대해... '마루야마 아야'에 대해... 그 개념을 흔들고있는 건 바로 나였어......


"그렇네... 알 것 같아..."


치사토 짱이 저번에 말해줬지...


마루야마 아야로 있어달라고......


그 말은 어쩌면...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는 걸 주저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내가 생각하는 내가 나라는 것'을 확신하라는 의미였을지도 몰라.


...그 의미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후후...


- 그럼, 학교에서 뵈요. 아야 선배.

"응, 학교에서 만나자. 카스미 짱."


그리고......


"정말 고마워."


덕분에...... 이젠 진짜 내 마음을 알 것 같아.




학교로 가자마자 찾아간 교실에는, 당연하다는듯이 치사토 짱이 있었다.


"...치사토 짱."

"아, 아야 짱......?"


치사토 짱에게 다가가 양팔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미안해...... 내가 괜히 이상한 얘기를 해서......"

"아니, 내가... 내가 미안해......"


치사토 짱......


안 돼...


울지 마......


"울지 마아...... 내가 미안해애... 치사토 짜앙......"

"우, 울지는 않아...... 그렇지만...... 흑...... 아야 짱이야말로...... 울고 있잖니..."

"흐아앙......"


서로를 껴안고 함께 울었다. 내 감정이 조금이나마 진정될 때까지...


"치사토 짱...... 나 말이야, 그만둘 거야..."

"뭐......!?"


당황하며 다시 나를 막으려 할 것 같은 치사토 짱의 입을 입으로 막고는 치사토 짱이 당황하는 사이에 말했다.


"나는... 나, 마루야마 아야는... '여태까지의 마루야마 아야'를 그만두고, 벗어날 거야."

"그럼 그만둔다는 건......"

"지금까지의 쉽게 웃거나 울기만 하는 바보를 벗어날 거야. 조금 더 깊이있고 다양한 나를...... 치사토 짱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

"아야 짱......"

"나... 아이돌을 그만두겠다는 말, 철회해도 괜찮을까...?"

"그건..."

"꺄앗!?"


갑작스럽게 나를 끌어당긴 치사토 짱이, 내게 매달리듯 안기며 말했다.


"당연히...... 적어도 나한테는 당연히 괜찮아..."

"으으...... 치사토 짱...... 나... 또 울어버릴 것 같아......"

"울어, 실컷 울어... 함께 울자, 아야 짱......"


다시 한 번, 아까처럼 치사토 짱을 껴안고... 계속, 계속 울었다.


나는 나의 사과를, 그녀는 그녀의 사과를 반복하며.




점심시간에는 이브 짱의 교실로 찾아갔다.


"아야 씨...! 연락해주셔서 기뻤어요!"

"이브 짜아앙......"


이브 짱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에 그녀에게 안기며 말했다.


"이기적으로 말해서 미안해! 못된 말만 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새로운 '마루야마 아야'를, 새로운 '마루야마 아야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그러니까...... 계속, 계속 함께해도 괜찮을까...?"

"물론이에요! 앞으로의 아야 씨를, 새로운 아야 씨다움을...... 저도 계속 보고 싶어요...!"


안 되는데... 이렇게 안긴 채로 울어버리면 이브 짱의 교복을 눈물로 적실 테니까 울면 안 되는데...


"흐으...... 흐아앙.......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브 짱!!"

"저도,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요, 아야 씨......!"


이브 짱에게 안겨 교복이 눈물로 축축해질 때까지 울고난 다음에, 치사토 짱까지 불러 셋이서 점심식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평소에 함께 하던 치사토 짱, 그리고 이브 짱까지 함께 한 점심식사는, 무척이나 새롭고도 즐거워서...... 계속...... 계속...... 이 사람들과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후에는 바로 연습실로 달려갔다.


교복조차 갈아입지 않고 곧장 달려서, 가장 먼저 연습실에 들어가서 불을 켜고, 연습 때의 옷으로 갈아입고, 그리고......


"마야 짱, 미안해!"

"아, 아야 씨...!?"

"나 있지, 내가 대체 뭔지 계속 알 수가 없어서...... 혼자 고민하다가 심한 말을 해버리고 말았어...!! 이런 나라도... 뻔뻔한 말이지만, 받아들여줄래...? 내 고민을... 함께 고민해줄래...?"

"바라던 일임다...... 아야 씨도, 제 고민을 들어주셨잖슴까... 저도, 그러고 싶슴다."


마야 짱에 대한 고마움을 억누를 수 없어서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마야 짱......"

"저도... 여태까지 감사했고, 지금도 감사함다...... 아야 씨."


으으...... 또 울어버릴 것 같아......


"아야 씨......"

"응......?"

"저, 울어도 괜찮슴까...?"

"나도...... 나도 울고 싶어...... 같이 울지 않을래......?"

"아야 씨......"

"마야 짱......"


어째서였는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눈물이 쏟아졌다.


"미안해, 마야 짜앙......"

"아야 씨, 죄송함다아......"


겉으로 드러나는지 아닌지의 차이는 있어도, 나나 마야 짱이나... 내면에는 연약한 부분을 가진 사람이었다.


물론 대부분 내면에는 그런 면모를 가지기 마련이지만, 자존심이 꽤나 약하다는 점에서는 꽤 닮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공통점 덕분인지, 동시에 울고 동시에 사과하며, 동시에 눈물이 멈출 때까지 서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멈출 수 있었다.




"......얘기하는 거, 전부 들어버렸어."

"히, 히나 씨!?"

"히나 짱......?"


당장... 지금 당장이라도 사과를......


"나한테는 그런 거 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니, 하지 말아줘. 아야 짱."

"그렇지만... 아야야얏......"


아파! 아파, 히나 짱...!


말로 내보내지도 못하는 비명을 삼키는 사이, 내 볼을 놓아주지 않는 히나 짱이 말했다.


"사과하지 말고 벌을 받아. 사과 안 받아줄 거야."

"미아내... 아야야야!"

"안 받아줄 거라구."


아파! 진짜 아파! 히나 짜아앙!!


"흥...... 아야 짱은...... 언제나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었어. 아야 짱은... 아니었어...?"

"......"


그건......


"믈론...... 소증해..."

"난 말이지, 아야 짱이 엄~청 소중하니까...... 사과받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아야 짱도 내가 사과 안 해도 좀 봐줘."

"응......"

"자, 그럼......"


아얏!


순식간에 손을 볼에서 떼고 크게 박수를 친 히나 짱이 소리쳤다.


"오늘부터는 또 새로운 시작이야! 아야 짱은 나를 룽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구! 그러니까...... 아야 짱이 생각하는 아야 짱의 이미지로....... 아야 짱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나를 두근거리게 해줘!"

"히나 짱...... 응! 나, 힘낼게!"


히나 짱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하고도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그렇게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여태까지의 아야 짱도, 앞으로의 아야 짱도... 보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무척이나 룽☆하다구?"

"...고마워. 루루룽...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힘내볼게."


히나 짱이 내게 미소지으며 말해줬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고마워."


대화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들어오는 이브 짱과 치사토 짱에게 다시 사과하고 인사를 한 뒤, 평소에 그랬듯이... 그렇지만 조금 다르게 연습을 시작했다.




휴식시간이 되고, 소속사 건물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시던 내게 치사토 짱이 다가왔다.


"아야 짱, 음료수에 당분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지?"

"응, 잘 알지. 내일 간식을 줄일 거야."


태연하게 말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는듯이 웃으며, 치사토 짱이 말했다.


"내일 간식? 내일도 간식을 먹을 생각이었니? 내일은 간식 먹는 거 허락해줄 생각이 없었는데."

"그럼 그 다음 날~"

"후후... 우는 소리를 하지 않네?"

"에~이, 날 그렇게나 울리고 싶었어?"

"아야 짱은 왠지 울리고 싶은데?"

"우으... 너무햇!!"

"후후...... 아야 짱, 새로운 너를 찾았니?"

"으응... 아직. 그렇지만... 언젠가 찾아낼 거야."

"그래, 할 수 있을 거야. 힘내렴."


치사토 짱은, 가볍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을... 붙잡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 붙잡거나, 이런저런 일들을 해서는...... 안 되겠지.



저, 마루야마 아야는... 그만두겠습니다.



"꺄앗!? 아, 아야 짱...!?"


치사토 짱에게 이끌어지기만 하는 것도,


"갑자기 그렇게 잡으면...!?"


이런저런 것들을 참는 것도,


"날 안아주고 싶었던 거니? 아니면 안기고 싶었던 거니?"

"둘 다야. 그러니까 안아줘."


좋아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요구하지 못하는 것도,


"...어리광쟁이네."

"치사토 짱을 친구로서 좋아하니까... 그리고 여자로서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도,


"치사토 짱은... 어때?"


먼저 말하지 못하고 먼저 말해주길 기다리는 것도,


"...사랑해."

"고마워. 정말 사랑해."


가벼운 목소리로 애써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는 것도,


"나 말이야, 그만둘 거야."


전부 그만둘 거에요.


"지금까지의...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마루야마 아야'를?"

"응. 엄청... 많이 변할 거야."


무척 많이 바뀔 거에요.


"그래도... 많이 변한다고 해도 사랑해줄 수 있어?"

"글쎄...... 확답을 해줄 수는 없어."


......그렇다고 해도, 저는 계속 변할 거에요.


"그렇지만, 그 변화에도 반한다면... 그렇다면 오히려 변한 아야 짱을 더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 미소를 사랑하고 있어요.


"치사토 짱."


그 표정을 닮고 싶어요.


"왜 그러니?"


그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요.


"사랑해."


당신을 독차지하고 싶어요.


"나도 그렇단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저와... 사귀어주실래요...?"


받아주지 않으셔도 좋아요,


거절하거나 아예 무시하셔도 좋아요,


그저... 들어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제겐 충분하답니다.


"물론이야."




"치사토 짱,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인데, 긴장되지 않아?"

"이벤트는 익숙하단다?"

"흐음~ 역시 그렇구나. 대단해, 치사토 짱."


내 반응에, 치사토 짱이 능숙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고마워."

"우리가 사귄다는 거... 발표해도 돼?"

"안 돼."

"우우... 너무 단호해..."


치사토 짱이 나를 보고는 슬며시 웃더니 말했다.


"아야 짱, 오늘도... 반짝일 준비는 되어있니?"

"반짝일 생각은 없어. 계속... 계속 빛날 거야!"

"후후... 그래. 열심히 해보자, 아야 짱."

"응, 치사토 짱!"















분명 진지한 아야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아야치사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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