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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귀멸/마야클로]탁류와 홍염(11)

do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6 01:56:33
조회 556 추천 13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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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의 바람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려 서로 부딪히는 소리.


깊은 밤, 무거운 침묵 속에 네 명의 검사는 서 있었다.


벌써 몇 분째 이어진 정적은 한 명의 검사가 입을 열며 깨진다.


"이젠 됐어. 가자."

"하지만 후타바 짱. 아직 클로 짱이-"

"클로 녀석은 안 와. 난 알아."


자신이 아는 클로딘은, 타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홀로 싸울 것이다.


"이스루기 씨의 말씀은 잘 알겠지만, 임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이죠 씨를 조금이라도 더 기다리는 편이-"

"날 믿어. 오지도 않을 그 녀석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임무를 속행하는 게 나아."


쥰나의 우려의 목소리를 자르는 후타바의 말엔 확신이 가득 차 있다.


"...진정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난 진정하고 있어."


그런 후타바를 지켜보던 하주霞柱 카구라 히카리가-하루 종일 거의 입을 열지를 않아서 후타바는 그녀의 존재를 잊을 뻔했다-조용히 말한다.

뜬금없이 진정하라는 충고를 받은 후타바는 퉁명스레 받아치지만.


"아냐. 떨고 있어."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 타인에게 관심이 거의 없는 히카리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후타바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호흡 또한 평소보다 확연히 빠르고, 얼굴 또한 상기되어 있었다.


공포 때문이 아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 지레 겁을 먹을 정도로 후타바는 나약하지 않았다.


이것은 분노.

자신의 둘도 없는 친우를.

언제나 함께하던 내 반쪽을.


비록 퉁명스럽고 귀찮은 아가씨였지만, 내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었고, 내게 힘을 북돋아 주던 벚꽃과도 같았던.


나의 카오루코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간.

텐도 마야에 대한 분노.


"후타바 짱. 마음은 알겠지만..."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몸을 떠는 후타바에게 걱정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한 츠유자키 마히루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알고 있어. 그래."


마히루가 하고 싶은 말은 후타바도 알고 있다.

분노에 몸을 맡겨 일을 그르치는 것은 그녀 또한 원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 속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후타바가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한다.

거대한 도끼를 든 손의 떨림이 조금은 줄어든다.


"...그래도 내 의견은 변하지 않아. 클로 녀석이 올 리 없어. 자신의 복수에 동료를 끌어들일 사람이 아냐. 죽더라도 혼자 싸우다 죽겠지."


후타바가 뒤를 돌아 자신의 동료들을 돌아본다.


"그래서 서두르자는 거야. 카오루코의 복수 때문만이 아니라, 클로딘을 위해서라도."


혼자 싸우다 쓰러질 클로딘을 위해서라도, 먼저 우리가 텐도의 목을 벤다.

후타바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가자. 모두들."

"카렌..."

"우리가 끝내자. 히카리 짱. 카오루코 짱을, 클로 짱을 위해서. 우리가 여기서 끝내는 거야."

"카렌 짱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같이..."


아이죠 카렌의 당찬 선언에 마히루가 동참한다.

히카리와 쥰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하죠."

"뭐, 이미 산 중턱까지 올라와 있긴 하지만 말야~"

"아직 텐도 마야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잖습니까."


태평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카렌에게 쥰나가 태클을 건다.

장궁을 든 츠구코의 차가운 목소리에 상처받은 카렌이 우우...하는 정체불명의 신음을 흘리며 마히루의 품에 안긴다.


"카렌. 아이 같아."

"집중해. 아이죠. 카구라. 텐도 마야를 찾기 전까진-"




"찾는 사람이 있나 보군요?"




'-!!'


다섯 명의 귀살대원들이 순식간에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을 텐데요."


그곳에 있는 것은, 갈색 머리칼을 한 혈귀.

머리 위로 쫑긋 솟아 있는 두 개의 갈색 귀와, 등 뒤로 보이는 긴 아홉 개의 여우 꼬리가, 설화에 나오는,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구미호를 떠올리게 한다.


높이 솟은 나무 꼭대기에 서서, 달빛을 등지고 '손님들'을 내려다보는 그 모습은 섬뜩하리만치 아름다웠다.


"텐도 마야...!"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가라앉았던 후타바의 분노가 다시금 불타오른다.

얼굴에 핏줄이 돋을 정도로 분노한 그녀의 뒤에서, 쥰나가 순식간에 혈귀를 향해 화살을 날린다.


쥰나가 스스로 만든 등꽃의 독을 바른 화살이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다음 순간 호시미의 눈에서 텐도 마야의 모습이 사라진다.


'사라졌다?'


아까 전까지 눈앞에 있던 마야가 돌연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쥰나의 움직임이 주춤한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혈귀의 기척을 찾기 위해 오감을 한계까지 끌어올린다.


그리고, 쥰나는 들었다.

반응조차 하지 못할 만큼 찰나의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비웃음이-


"이런, 이런."


푸욱.


"커, 헉-"

"인사도 하지 않고 공격이라니, 예의가 없군요."


피로 얼룩진 그녀의 푸른 일륜도가 쥰나의 배를 꿰뚫어 관통한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피를 토하는 쥰나를 보며 진심으로 안쓰럽다는 듯 마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다른 검사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저 높은 나무에서 내려와 우리의 뒤로 다가올 때까지, 아무도 텐도 마야를 막지 못했다.


차원이 다른 강함.

자신들의 앞에 있는 것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력한 혈귀이다.

그것을 깨달은 검사들의 마음에 공포가 스며든다.


한 명을 제외하고.


"기분 나쁘네. 네 놈 말야."


제 몸집만한 도끼를 비껴잡고 후타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남을 깔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어머, 절 아시나요?"


재미있다는 듯 텐도 마야가 싱긋 웃으며 쥰나의 몸에서 검을 뽑아 칼집에 집어넣는다.

몸에 박혀있던 검이 뽑힌 쥰나는 실이 풀린 인형처럼 풀석 앞으로 고꾸라진다.


"알고 말고. 이 망할 녀석. 기억 못하는 거야?"

"후훗. 글쎄요. 그 기억이란 게 꽤나 흐릿해서 말입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후타바에 비해 마야는 그저 이 상황이 재밌는 듯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조금 언짢아지네요."


언행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야가 이야기한다.


"당신, 저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나요?"


후타바의 말문이 막힌다.


사이가 좋지 않다니.

애초에 너와 나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잖아.


그런데 어째서, 혈귀가 되어버린 후에마저 기억할 정도로 날 싫어했던 거지?

어째서-


"...설마."


돌연, 후타바는 깨닫는다.


"..하, 하핫."


그와 동시에, 실없는 웃음소리가 후타바의 입에서 새어 나간다.


질투다.

클로딘과 친하게 지내던 자신을, 텐도 마야는 질투한 거다.


"뭐냐고, 너. 꽤나 귀여운 녀석이었잖냐..."


비릿한 웃음이 후타바의 입에 걸리고, 이내 깨어진다.


"그런데 어째서, 그리도 소중히 생각했으면서...."


도끼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왜...클로 녀석을 떠나버린 거야."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로 인해 보라색 눈동자에 핏발이 선다.

전집중 호흡으로 끌어올려진 체온이 타오르는 분노로 더욱 올라가 온 몸에서 김이 날 정도이다.


"왜 그 녀석을 배신한 거냐고!"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백에 마야의 미소가 조금 옅어진다.


후타바의 뒤에 있던 동료들도 결의를 되찾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이거 참. 싸움은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아쉽다는 듯 마야가 미간을 찌푸린다.


"뭐, 어쩔 수 없죠. 마침 배가 고프기도 했고."


칼집에서 우아한 동작으로 칼을 뽑아낸 텐도가 마찬가지로 자세를 잡는다.


"기대되는군요."


창백한 마야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그려진다.


"당신들의 피는 어떤 맛일까요?"






1일 1연재 가즈아아아아아아

네? 퇴고요? 그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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