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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빌드업중인... 여왕님 소설 -14

ㅇㅇ(119.200) 2019.12.26 23:32:24
조회 415 추천 1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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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아는 양 손목을 문질렀다. 지난밤 올라온 새빨간 자국은 다행스럽게도 옅어졌다. 대신, 양 팔과 허리가 감전된 듯 저려왔다. 데리아는 침대에 앉은 채로 이마를 짚었다.

 

바닥에는 침대 시트와 수도복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고, 데리아는 지금 몸에 걸친 것 하나 없었다. 마르타는 젖은 침대 시트는 그대로 놔두었으면서도 줄과 눈가리개는 잘도 숨긴 다음 새벽 예배에 나섰다. 눈에 띄지 않는 게 차라리 다행일지도 몰랐다. 그것들이 있으면 지난밤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날 테니까.

 

침대에서는, 마르타에게서 낫던 것과 비슷한 쓴 향기가 났다. 데리아는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왕국, 세금, 지도, 귀족에 대한 것으로 생각을 옮겼지만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데리아는 결국 다시 침대에 누웠다.

 

불과 몇 주 전, 왕궁에서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갑자기 리시테아가 들이닥쳤었다. 데리아는 두 손을 꽉 쥐고 지난밤의 과거가 계속해서 흘러내리려 하는 걸 막았다.

 

이윽고 아침 예배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제서야 데리아는 지금 방에서 나서는 모습을 들키는 게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데리아는 한숨을 쉬고, 바닥에 늘어진 수도복을 주섬주섬 주워입었다.

 

데리아가 밖에 나가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마르타는 데리아와 눈이 마주치자 잠시 굳었다가 재빨리 뒤로 돌아 손짓했다.

 

, 실례지만 두 분은 돌아가 주시지요.”

 

마르타의 일행은 그 말을 듣고는, 사무적으로 물었다. 들어본 적이 있는 무녀의 목소리였다.

 

시트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시트라뇨?”

 

마르타와 대화하는 무녀는 짧게 킥킥댔다.

 

밤중에 젖은 침대 시트를 그대로 세탁 당번들에게 넘길 생각이신가요?”

 

대화를 듣는 데리아는 괜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결국, 마르타는 시트를 당겨 문 밖으로 넘겼다. 문 밖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마르타는 빵과 고기를 들은 쟁반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고기는 진짜 쇠고기에, 버터 향과 소금간도 제대로 베어 있었다. 왕궁에서 먹곤 하던 진짜 후추와 마늘을 넣어 간하고 레어로 구워낸 것보다는 못하지만, 구운 버섯과 아스파라거스 또한 빠짐없이 들어 있었다. 그 나름대로 호사스러운 식사였다.

 

데리아는 그 고기를 씹어 삼켰다. 그리고 먼저 일을 열었다.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비밀을 지키는 대가로 받은 거에요. 웃기죠.”

 

마르타는 그렇게 말했지만 웃고 있지는 않았다. 데리아가 표정을 찌푸리자 마르타는 아스파라거스를 삼키고 말을 시작했다.

 

…… 록산느라고 했던가? 그 사람 수행원이 수완이 좋아요. 수완이래, .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아무나 꼬시고 다니더라고요.”

 

꼬시고 다닌다는 건……”

 

데리아는 말꼬리를 흐렸다. 마르타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부연설명을 했다.

 

이것도 원래는 그 여자한테 주려고 몰래 준비한 걸, 살살 이야기했더니 나눠 준 거에요. 그리고 내가 보기엔 그렇게 넘어간 게 한둘도 아니고. , 그 시트도 그거에요. 자기들끼리 하다가 엉망이 되면 들키니까…… 그럼 세탁 당번도 한패란 건데?”

 

정확히 어디까지 가담했는지는 모르고요? 록산느가 이 곳에 온 지……”

 

“1주 정도 되었죠.”

 

데리아는 이런 종류의 행동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숙련된 공작원이 1주일 사이에 사람들과 얼마나 친해지고,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당장 드러난 것만으로도 식재료 구매 담당과 요리 담당, 세탁 당번 무녀들은 그 수행원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데리아가 마르타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아침 식사 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어쩔 수 없이 마르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명목상으로는, 각 지역 귀족의 후원을 얻어내는 건 각 지방 무녀의 역할이었다. 데리아에게 서한을 부탁한 무녀들은 각자 자신의 후원자가 보낸 가신들을 만나야 했다. 데리아는 이미 그 가신들에게 여왕이 케언 신전에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설득하는 것도, 판단하는 것도 당장은 데리아의 손 밖의 일이었다. 당장은.

 

무녀가 실패한다면 데리아가 직접 수를 써야 한다. 손 밖의 일이라 해도 잠시 시간이 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데리아에게는 그 잠깐 동안의 시간은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데리아는 고위 무녀들이 회의하는 공회장으로 들어가는 대신, 신전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난 며칠 간 공회장에 앉아 있었지만, 그 사이 록산느의 수행원이 수작을 부리는 것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어떤 일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해야 했다.

 

빨래 당번 무녀를 찾아볼 생각이었지만, 빨랫감 창고에는 견습 무녀 하나만 수속을 빨랫감을 장부에 적기 위해 남아 있고, 다른 이들은 모두 빨래터로 갔다고 했다. 데리아는 무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케언 신전 역시 그 뒤편을 보면 단순한 건물일 뿐이었다. 사람이 한 곳 한 곳 정성들여 쓸고 닦아내야 하는 곳. 무녀들에게는 삶이 계속되는 공간이었다. 복도를 걷고 있으면 무녀들이 잡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요, 언니?”

 

예뻐. 정말로.”

 

개중에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말소리도 있었다. 데리아는 고개를 돌려 그 대화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희미한 기름 냄새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쪽방에서, 무녀들이 새빨간 분을 서로의 입술에 발라주며 밀회하고 있었다.

 

붉은 분은, 몇 번이고 말하지만, 결코 싼 물건이 아니었다. 게다가 데리아가 확인한 바로는 품귀현상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 출처 역시 케언 신전에 슬금슬금 일어나고 있는 자금유출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리아는 조용히 쪽방 옆에 서,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술이 볼에 닿는 소리, 쪽 하고 뺨에 입술자국을 남기는 소리가 들렸다. 소곤대는 말소리도.

 

여왕님 같은 모습이야.”

 

데리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여왕님은 목덜미셨어요.”

 

데리아는 조심스럽게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어떤 일은 그 일이 끝난 순간 잊히지만, 어떤 일은 끈질기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데리아는 어떨까, 결코, 리시테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데리아는 리시테아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쪽방 안에 있는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했다. 리시테아와, 그 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보다는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는 게 나았다.

 

그럼 목덜미로 할까?”

 

정말, 지금은 안 돼요. 밤에.”

 

그리고 쪽방에서는 수다와 웃음소리가 울렸다. 데리아로서도, 두 사람이 더 깊게 파고드는 것까지 볼 생각은 없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윽고 옷을 챙겨 입는 소리가 들리자 데리아는 한 발짝 움직이려 했다.

 

데리아가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 예의 수행원이 있었다.

 

하르나가 여왕 전하를 뵙습니다.”

 

수행원은 속세의 인간다운 태도로 데리아의 앞에 무릎꿇고 인사를 올렸다. 데리아는 고개를 까닥여 응대했다.

 

고개를 들라.”

 

하르나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수행원은 데리아가 허락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르나가 일어나자, 그 뒤로 어린 무녀들이 모여들었다. 쪽방에서 밀회하던 무녀들도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데리아와 하르나를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데리아는 먼저 입을 열었다.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무녀 분들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하르나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말이 끝나자 무녀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데리아에게 말했다.

 

하르나 씨는 잘못한 거 없어요. 여왕님.”

 

덧붙여 말하자면, 아직 하르나를 책망하는 말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먼저 잘못한 게 없다고 감싸는 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실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데리아는 그 무녀와, 주변에 모여든 무녀들의 면면을 살폈다.

 

대화하는 게 잘못은 아니죠. 무녀님 말이 맞아요.”

 

데리아는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 다른 것보다도, 하르나를 감싸는 무녀들의 눈빛 때문이었다.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일을 계속하는 처연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하시잖아요.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데리아 쪽에서도 무녀 하나가 나서서 데리아를 변호했다. 이전에 데리아의 방으로 찾아온 무녀, 이름은 칼레아라고 했던가.

 

하르나는 제빨리 그 말에 동조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송구하옵니다만, 주인님께서 지난밤에 방으로 찾아가셨지만 자리에 계시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언제 뵐 수 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오늘 저녁식사 후에 시간이 빈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하르나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하르나가 물러나자, 둘 사이를 둘러싼 무녀들도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하르나를 따라갔다. 데리아는 문득, 그 무녀들이 자신이 리시테아에게 당한 일을 어떤 방식으로든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이 하르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도.

 

칼레아는 그 모습을 쭈뼛쭈뼛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데리아에게 말했다.

 

혹시 이야기가 잘 안 되시면, 오늘 밤에, , 다시 이 방으로 와 주세요.”

 

칼레아 역시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데리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칼레아도 하르나를 따르는 무리에 합류했다.



야한 거 없는 화를 올릴 땐 불안해... 다음화는 꼭 야한 거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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