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노란색 종이 튤립같았다. 진짜 꽃처럼 아름답고, 어렴풋이 모양새도 갖추었지만, 이내 그것은 생기는커녕 수많은 나비와 풀벌레들을 끌어들이는 조금의 향기와 매력마저 없는 그저 말라 비틀어진 종이 꾸러미. 나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가볍게 붙잡는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우수수, 하며 그녀가 바스라졌다. 나만의 작은 종이 튤립이 얼마 남지도 않은 샛노란 꽃잎을 허망하게 떨어트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공허 속으로 떨어지지 않게, 눈을 질끈 감고 안아주는 것 이외에는.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을 적막만이 선배와 나의 주위를 유령처럼 감돌았다.
말라붙은 공기 속에서 치사토 선배가 흘린 눈물이 내 뺨을 타고 서서히 흘러내렸다. 미친 듯이 떨리는 가녀린 몸을 겨우 부여잡으며 선배는 계속해서 조용히 흐느꼈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는 듯이. 제대로 된 말조차도 하지 못하며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웅얼거리는 시라사기 치사토 선배의 눈물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선배를 안아주었다. 말라붙은 종이 튤립의 관절부에선 찐득찐득하고 기분 나쁜 진액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잔혹하고 미련한 방식으로 살아있는 노란 꽃잎을 뽑아내어, 다시 조잡하게 만든 종이 꽃잎을 쑤셔박은 그 곳의 가장 깊은 상처에서.
타에야
너만은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줘
선배의 조용한 절규 속에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나는 선배를 더욱 깊숙히 껴안았다. 나의 가장 깊은 곳, 질척질척하고 뒤틀린, 그렇기에 가장 순수한 내 마음 속을 선배가 들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마음 속으로 소리쳤다. 오늘이 선배와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기에. 불빛 하나 켜지지 않은 우리 둘만의 작은 미궁 속에서 우린 서로 절규했다. 한 때의 교향곡이 귀를 찢는 불협화음이 되는 모든 과정을 나와 치사토 선배 모두 칠흑의 극장 속에서 감상하고 있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고드름같은 심장이 선배의 그것에 박혔다. 우리는 차가웠고, 그렇기에 꼭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말했다.
선배야말로, 부디 저에게서 달아나지 말아주세요.
-#-
나에게 있어 '시라사기 치사토'를 과연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를 곰곰히 생각해 본 적 있었다. 그도 그럴게, 연인이니까. 나는 선배에게 고백을 했고, 선배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수락해주셨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조용히 토끼풀을 뜯고 있던 토끼가 우연히 나풀거리다 자기 콧잔등에 앉은 나비를 따라가보니, 머리 위로 내리쬐는 태양보다도 화사하고, 저 멀리 뻗어있는 바다 너머보다 시원한 꽃들의 잔치를 발견했다 한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그냥 '꽃밭'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고(아리사나 란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수도 있겠다), 그보다 더 슬프다고나 해야 할까, 토마토 주스와 자몽 에이드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놓은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갈매기 떼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그렇게 내가 도서관에서 '꽃밭', '꽃놀이', '토마토 주스', '갈매기' 따위를 적고 있었던 참에, 어느새 선배는 나의 곁에 와 있었다.
"선배?"
"쉿. 도서관에선 조용히 해야지."
"아 맞아.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그냥. 뭔진 모르겠지만 타에가 하는 일이 귀엽다 싶어서."
"에헤헤."
"그래서, 복습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어디 보자, '토끼', '꽃밭', '토끼풀', '석양'... '토마토 주스'와 '자몽 에이드'는 뭐니...?"
"선배."
"어...응?"
"치사토 선배요. 선배를 표현할 만한 좋은 표현을 찾고 있었는데, 그게 영 마땅치 않아서요"
"아하하... 하... 풋. 우후훗."
"...선배?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야, 아직도 타에 너를 모두 이해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오히려 그래서, 뭐랄까... 이런 점이 귀여워서 말이지. 특히나 이것도, 날 위해 타에 네가 나름대로 노력해 주는 게 아니겠니."
"..."
"이런, 도서관에서 너무 떠든 것 같네... 나도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럼 방과 후에 보자. 연구 열심히 해 주렴, 타에야. 그리고,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가버린 선배를 나는 저만치서 바라보았고, 방금까지 앉아있었던 의자를 천천히 빼서, 선배가 방금까지 앉아있었던 바로 옆 의자에 가서 앉았다. 추운 바람을 뚫고 비치는 봄 햇살같은 냄새가 내 주위를 감쌌다. 치사토 선배는 유명인이니까 좋은 향수를 써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아리사가 그렇게 말했던, 단순한 콩깍지?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간에, 나는 선배가 머물렀던 그 자리를 쉽사리 떠날 수 없었다. 시라사기 치사토라는 마법의 덩굴뿌리에, 잠시 동안 속박되어 있었던 것만 같았다. 결국 내가 사랑하고, 내가 이렇게 원하고, 내가 하염없이 쫓아가고 싶었던 선배를 표현할 수 있는 마땅한 말은 찾아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글씨가 아무렇게나 적혀있는 종이를 뒤로 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하나만 빼고, 모든 것이 완벽한 한 때였다.
-#-
"어제 고백을 받았어. 카논한테."
싱그러운 봄 내음이 장마에 모두 씻겨나갈 때쯤 선배가 나에게 말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선배."
"오해하지는 말아줘. 내 쪽에서 확실하게 거절했으니까."
"하지만 카논 선배도, 제가 치사토 선배와 사귄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요."
"알면서도 할 만큼, 카논은 용기를 냈던 거야."
"..."
"눈물로 얼굴과 옷소매가 범벅이 되어가면서도 끝까지 내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어. 카논과 내가 깊은 친구 관계인 것도 알고, 타에와 나의 관계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어. 아무리 카논이라지만, 내가 단호하게 거절할 걸 각오하고..."
"그런 이야기를 왜 하는 건가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연인 관계잖니. 많이 힘들겠지만, 적어도 사랑하니까, 우리 사이에는 서로 숨기는 게 없었으면 했어. 아무리 말하기 힘든 것이라 해도."
"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요?"
"...타에야?"
"...죄송해요. 추워서 그런가. 머리가 좀 띵하네요."
"어... 알겠어."
"조심히 들어가세요."
"타에야."
"네. 선배."
"감기, 조심하렴. 내일 다시 보자"
상냥하면서도 무거운 작별 인사를 끝으로 선배는 자욱한 물안개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비가 내렸다. 나는 우산을 가져온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채, 터벅 터벅, 빗속을 향해 걸어갔다. 집으로 가는 길이 맞는지조차 모르던 나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상점가와 도로를 유령처럼 배회할 뿐이었다. 얼마 전 맡았던 선배의 따뜻하고 화사한 내음이 잔인한 빗물에 모두 씻겨 내려갔다. 선배는 우리가 '사랑하기에' 서로간에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서로 사랑하기 전에, 믿는 관계니까. 하지만 내가 그 날 느꼈던 그 감각은, 그 감정은, 그 속에 이해타산적이고 차가운 전제 따윈 깔리지 않았다. 땅 속에서 저절로 싹을 틔워 피어난 조그맣고 예쁜 꽃. 거기에 무엇을 더 필요로 해야 할까. 그 예쁜 꽃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선배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행동이 선배에게 민폐를 끼치는지, 선배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바꿔야만 하는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계속 고민해왔다. 혹여나 선배에게 들키지나 않을까 계속 마음을 졸여왔다. 그래도 행복했다. 치사토 선배의 화사한 미소를 볼 때면.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했던 고민들은 전부 다 어떻게 되는 거냐고.
잔혹한 빗줄기 속에서 나는 소리쳤다. 아무도 나의 절규를 듣지 않았다. 치사토 선배마저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배는 이미 저 너머로 사라지고 없었다. 내일 다시 보자고? 그럼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 나는 선배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데. 나는 선배밖에 없는데, 선배는 나 말고도 '믿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주변에 깔린 거야? 그럼 나는, 언젠가는, '버려지는' 거야? 귀엽지 않고 돈만 든다고 길거리에 버려진 토끼가 되어버리는 거냐고. 얼어 죽기 전에 외로워 죽어버리는 거냐고. 모르겠어. 모르겠어. 모르겠어모르겠어하나도.
그렇게 얼마나 빗속을 걸었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우리 집 현관문의 문고리를 부여잡은 채 겨우 몸을 가누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화단의 꽃들조차 거센 바람에 형형색색의 꽃잎이 뜯겨져 나가고 있었다. 남은 힘을 짜내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의 바닥은 빗물이 흘러 축축하게 젖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몸을 씻어야만 했다. 문득 거울을 보았다. 못생긴 토끼 한 마리가 눈에 띄였다. 해진, 상처투성이의, 아무도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아아. 헛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니, 선배가 나를 사랑해주는 이유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선배를 사랑하는 이유 또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떠나가고 말 것이다. 언젠가는, 분명히. 봄이 지나 여름이 오고 가을마저 지나 나에게 추운 겨울만을 남긴 채. 내가 간직한 선배의 마지막 추억마저 얼려버리고 말겠지. 그러나 거울 속의 토끼는 말했다.
적어도 외로워서 죽고 싶지는 않다고.
-#-
"..."
"왜 그러세요, 선배."
"..."
"무섭게시리."
"타에야."
"네."
"정말 미안해."
"괜찮아요."
"...무슨 내용인지 듣지도 않았잖니."
"'선배'가 하는 말이니까, 그래도 괜찮은 거에요."
"고마워. 하지만,"
"..."
"...이제 이런 관계, 그만 두자."
"이런 관계라면, 무슨 관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무슨 관계냐니, 그야 우리 사이의 사귀ㄴ..."
"좋아요."
"뭐라고..."
"존중해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것도 선배의 의사니까요."
"고마워.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는 건 좋네."
"그런데,"
"응...?"
"이유는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서로 깨끗하게, 앞으로도 '믿을 수 있는' 관계로 남을 때 좋지 않을까요?"
"..."
"왜 그래요. 간단하게 이유만 물은 것 뿐인ㄷ"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카논, 아야, 마야, 카오루마저. 최근에 만난 적"
"있어요."
"..."
"그야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그렇게 다들 각자의 이유로 등교 거부를 할 줄은. 아무도 자세한 진상은 말해주지 않았지만요. 그래도 많이 섭하네요."
"...하나조노 타에."
"서로 '믿을 수 있는' 치사토 선배한테는,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줄 알았거든요. 스토커라던지, 협박이라던지, 치사토 선배는 어느 정도 대처법을 알고 있잖아요. 그렇죠?"
"그렇지. 잘 알고 있어. 스토커라던지, 협박이라던지, 그런 거에 당해서 저렇게 된 줄은 몰랐지만. 나의 실책이야."
"..."
"...그리고 그 범인이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
"당장 이번 일을 수습해. 다 들었어. 카논, 아야, 마야, 카오루, 모두 하나같이 네 이름을 내 앞에서 부르고 있었어. 네가 무슨 일을 어떻게 저질렀는지는 나도 몰라. 나 혼자 손쓰기엔 엄청 늦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타에 너가,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하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너에게 느끼는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모든 걸 원래대로 돌려 놔."
"...하하."
"돌려놓으라니까!!!"
"...선배, 책임은 없는 거에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치만 선배, 상냥하다구요? 상냥하고 상냥하고, 너무나도 상냥해서, 더 이상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 특히나 소중한 사람들 앞에선 더더욱. 선배와 지내온 시간 동안, 계속 느껴왔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연기하고 싶지 않아, 감추고 싶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줘... 하지만 남들이 자신을 믿게 하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모든 걸 내놓을 필요가 있어요. 그러기 위해 열심해 노력해온 시라사기 치사토가 있어요. 알아요. 혼자서, 외로웠겠죠. 토끼처럼."
그런데
왜 '사랑하는' 저한테는 거짓말을 한 거에요?
가장 사랑한댔으면서 가장 상처를 줬어.
가장 믿는다면서 가장 늦게 말을 해줬어.
가장 중요하게 대한다면서 나에 대한 건 맨 뒷전이야.
가장 가까운 사이라면서 나보다 더 가까운 존재들이 있어.
가장 잘 이해한다면서 날 버리고 갔어.
날 버리고 갔어
나를
"...타에?"
"선배, 걱정 마요. '선배'니까, 그나마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거니까. 태양보다 화사하고, 바다보다 넓고, 꽃보다 향기롭고, 석양처럼 슬픈. 시라사기 치사토."
"다가오지...마...히익...왜..."
"그리고 미안해요. 나도 선배한테 거짓말을 많이 했어."
"으윽...!"
"안 아프다고. 다 괜찮다고. 선배는 아무 잘못 없다고. 그래도 선배,"
'사랑해요'라는 한 마디는, 한 번도 거짓말한 적 없어요.
-#-
내 눈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노란색 종이 튤립같았다. 진짜 꽃처럼 아름답고, 어렴풋이 모양새도 갖추었지만, 이내 그것은 생기는커녕 수많은 나비와 풀벌레들을 끌어들이는 조금의 향기와 매력마저 없는 그저 말라 비틀어진 종이 꾸러미. 나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가볍게 붙잡는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우수수, 하며 그녀가 바스라졌다. 나만의 작은 종이 튤립이 얼마 남지도 않은 샛노란 꽃잎을 허망하게 떨어트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공허 속으로 떨어지지 않게, 눈을 질끈 감고 안아주는 것 이외에는.
우리를 버린 자들의 적막이 선배와 나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말라붙은 공기 속에서 치사토 선배가 흘린 눈물이 내 뺨을 타고 서서히 흘러내렸다. 미친 듯이 떨리는 가녀린 몸을 겨우 부여잡으며 선배는 계속해서 조용히 흐느꼈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는 듯이. 제대로 된 말조차도 하지 못하며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웅얼거리는 시라사기 치사토 선배의 눈물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선배를 안아주었다. 말라붙은 종이 튤립의 관절부에선 찐득찐득하고 기분 나쁜 진액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잔혹하고 미련한 방식으로 살아있는 노란 꽃잎을 뽑아내어, 다시 조잡하게 만든 종이 꽃잎을 쑤셔박은 그 곳의 가장 깊은 상처에서.
타에야
너만은
내 잘못을 바라봐 줘
선배의 조용한 절규 속에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나는 선배를 더욱 깊숙히 껴안았다. 나의 가장 깊은 곳, 질척질척하고 뒤틀린, 그렇기에 가장 순수한 내 마음 속을 선배가 들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마음 속으로 소리쳤다. 오늘이 선배와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기에. 불빛 하나 켜지지 않은 우리 둘만의 작은 미궁 속에서 우린 서로 절규했다. 한 때의 교향곡이 귀를 찢는 불협화음이 되는 모든 과정을 나와 치사토 선배 모두 칠흑의 극장 속에서 감상하고 있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고드름같은 심장이 선배의 그것에 박혔다. 우리는 차가웠고, 그렇기에 꼭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말했다.
선배
전 선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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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약이고 나발이고 넌 이미 들이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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