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사,사요 씨!"

"네. 무슨 일이신가요. 하자와 씨."

라이브 하우스 한복판, 로젤리아와 애프터글로우가 한마음 한뜻으로 츠구미를 응원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뛰쳐나가려는 란은 꾹 누르고 있는 모카가 조용히 '츠구 화이팅'이라고 중얼거리는 그 순간이었다.

연습은 언제 하냐며 짜증을 내려던 유키나의 입을 틀어막은 리사가 주먹을 불끈 쥐고 츠구미를 응원하는 순간이었다.

"사, 사, 사, 사, 사,사요 씨!"

"네. 말씀하세요."

얼굴이 빨개진 채 사요에게 말을 거는 츠구미가 사사사사요 씨만 연발하는 동안, 사요는 인내심 좋게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사요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그렇게 심한 게임중독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가시간 전부를 게임으로 보낸다고 오해하는 이도 있었지만

크게 화요일 목요일 그리고 일요일은 한가했다. 이 날은 아코 린코와 함께하는 레이드가 없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요는 적어도 레이드가 없는 날에는

통상 퀘스트 정도만 깨두고 게임을 종료하는 편이었다. 사요는 자기 같이 건전하게 취미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라고 여겼다.

츠구미가 이 사실을 알게된 건, 소식통 모카가 편의점에서 같이 알바를 하는 리사에게 사요의 일정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주며 모카는 '쉬는 날에 데이트를 권유해보라' 며 다시 한 번 츠구미의 등을 떠민 참이었다.

그리고 지금, 츠구미는 사요 앞에서 말을 더듬고 있었다. 모카는 진지하게 사요 정도면 츠구미에게 괜찮은 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었다면 눈 앞에서 10분 동안 말더듬으며 자기 이름만 복창하는 사람한테 집중할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요는 무려 10분 동안 어버버하는 츠구미를 앞에 두고, 눈을 맞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츠구미는 더욱 부담스러워서 말을 떨게 되고,

혹시나 잘못 듣거나 말을 놓칠까봐 사요가 더욱 츠구미에게 집중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참을 더 사사사사사사사요 씨를 반복하던 츠구미는 마침내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되시나요!"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사요는 핸드폰을 꺼내서 뭔갈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있어요. 무슨 일이세요?"

"저! 저랑! 옷 사러! 가, 가주세요!"

"옷을요?"

"네, 넷! 옷이 없어서... 아, 그러니까 아무튼요!"

애프터 글로우 보컬 자리라도 노리려는 듯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치는 츠구미에게 살짝 놀란 사요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럼 오후 3시 쯤에 봐도 될까요? 2시에 NFO 핫타임 이벤트가 있거든요."

"네, 네! 좋아요! 그럼 3시에 상가 입구 앞에서!"

'야이 쓰레.....' 까지 입에 담은 란의 입을 간신히 틀어막은 모카가 발버둥치는 란을 질질끌고가며 츠구미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들었다.

츠구미는 데이트 약속을 받아냈단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헤벌쭉 웃었다. 그 때 였다.

"언-니-!"

히나를 비롯한 파스파레 멤버들이 타이밍 좋게 라이브 하우스에 들어왔다. 히나는 들어오자마자 머리에 쓰고 있던 왕관을

의자 쪽으로 던졌다. 아코는 그 왕관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요가 히나를 바라보자 히나는 바로 사요에게 찰싹 붙어서 칭얼대기 시작했다.

"언니, 오늘 회사에서 무슨 UFO? 인가 NFO인가 하는 게임 홍보 모델 촬영 했거든?"

"NFO 홍보모델?"

아코가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다시 왕관을 쳐다봤다. 분명 다시 보니 그 왕관은 이번에 새로 등장하는 레이드보스

레쥴리아 베카가 쓰는 왕관이었다. 히나는 아직 연습을 하고있지 않는 멤버들이 이상했는 지 한 번 주위를 쓱 보다가 다시 사요에게 매달렸다.

"그래서 이번에 모델비 받은 돈으로 언니 선물 사주려고 했는 데, 모델비로 무슨 게임 아이템? 이름이 뭐였지?"

히나가 마야를 쳐다보자 마야가 말해줬다.

"레쥴리아 크라운인가? 그랬을 검다."

"맞아! 맞아! 레쥴리아 크라운이라고, 기사 전용 아이템 준다고 하던.... 언니?"

히나의 어깨를 사요가 꽉 움켜쥐었다. 사요의 NFO 주캐는 기사였다.

"히나? 다시 말해줄래? 그래서 그거 받았니?"

레쥴리아 크라운은 현 최고 레이드에서 아주 극한의 확률로 드랍되는 물욕 치장템이었다. 기사 중에서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며

레쥴리아 크라운을 끼고 있는 기사는 레이드 숙련자로 인정받아서 파티에서도 프리 패스였다.

"아, 응! 받긴 받았는 데...."

"히나, 넌 어차피 NFO 같은 게임은 안하잖니?"

"응, 그런데...."

"그럼 차라리 NFO를 하고 있는 나나 우다가와 씨, 시로카네 씨에게 주는 게 맞지 않을까?"

"어.... 으... 그럼...."

히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씩 웃더니 사요에게 말했다.

"그럼 일요일 날 나랑 하루 종일 놀아주면 줄게!"

"뭐?"

파스파레를 제외한 라이브 하우스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데이트 약속을 받아서 헤실거리던 츠구미가 얼어붙고

좋은게 좋은거라며 란을 달래던 모카가 얼어붙고, 방금 전까지 NFO 아이템 이야기에 흥분해있던 아코 린코도 얼어붙었다.

"다른..... 날은 안되겠니?"

한참 갈등한 듯, 이를 악물며 꺼낸 사요의 첫마디는 제안이었다. 히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돼! 이번주 일요일 말곤 오프가 없단 말이야!"

"그, 그럼... 다른 오프 날에 놀아줄테니까...."

"너무해! 언니가 화요일 목요일 일요일만 한가한거 알아서 일부러 일요일날로 오프 잡은 거란 말이야!"

"선약이 있는 데...."

"그럼 나도 아이템 안줄거야."

그 말에 움찔, 하고 사요의 어깨가 떨렸다. 그 떨리는 움직임에 츠구미의 어깨도 덩달아 움찔 떨렸다.

사요가 천천히 돌아보고, 츠구미와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하, 하자와 씨. 죄송하지만 약속을 다음 주 화...."

"야 이 쓰레기야!"

그리고 란의 분노가 사요를 덮쳤다.

-------------------------------------------------------------------------------------------------------

겜창 사요와 츠구미는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