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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뱅드림 새해특집 / 카스아리] 지금 고백하면!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1 00:00:10
조회 653 추천 26 댓글 11
														

새해를 네 시간도 남겨두지 않은 시간이였다.


집에는 혼자있었다. 할머니는 연말이라 친구분들을 만나러 나가신 다음 일출을 보고 내일 돌아오시겠다고 하셨고 할아버지도 거기에 따라가셨으니 자연스럽게 집에 혼자 남게 되었던 것이다. 나가시면서 두 분이 외롭지 않냐고 물어보기는 했지만 괜찮다고 씩씩하게 대답해주었다. 물론 본심을 말하자면 조금 외롭기는 했지만 어린아이도 아니고 혼자 집 보는것 정도야 뭐...


두 분한테는 그렇게 씩씩하게 말했지만 정작 집에 혼자남게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쓸대없이 넓은 집 안에 혼자 멍하니 서있자니 괜시리 겁이 확 몰려왔던 것이다. 아니, 쫄지말자 이치가야 아리사...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지만 무서운건 무서운 것이였기에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콧노래를 부르면서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물론 본심은 당장이라도 방에 틀어박혀서 내일 두 분이 돌아오실 때 까지 나오지 않는 것이였지만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할머니가 나가면서 해주신 해넘이 국수가 있었다. 양도 넉넉한 것이, 내일까지 먹어도 아마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았다.


혼자서 상을 차리는 과정도 쓸대없이 무섭기만 해서 금방 먹고 금방 치우자는 생각으로 식기에 손을 뻗은 그 순간이였다.


똑, 똑 하고 노크소리가 두 번 들렸다.


왠 노크소리일까? 설마 두 분이 돌아오신걸까?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일찍 돌아오신다면 문자 한 통 넣어주시지 않았을리가 없었다. 그러면 누가 찾아온건 맞는 것 같은데...새해가 네 시간도 남지 않은 이 시간에 도대체 누가?!


설마 유령이 찾아온걸까? 아냐, 내가 잘못들은걸꺼야...괜시리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절대로 귀신이라고 생각하니 무서워져서 그런건 아니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잘못들은게 맞는듯 싶었다. 지금도 보면 노크소리가 전혀 안들리지 않는가!


"아리사아~~안에 있어~~?"


그런 내 현실도피를 가볍게 무시하기라도 해주듯 다시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번에는 아예 도망치지도 못하게 내 이름을 길게 늘여서 부르기 시작했다. 귀신?! 진짜 귀신인거야?! 가벼운 패닉상태에 빠져서 눈물을 글썽거리려는 순간에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는데 성공한 내가 방금 그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는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 익숙한 목소리다. 올 한 해동안 계속해서 내 이름을 줄기차게 불렀던 그 목소리, 자다가도 꿈에서도 듣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목소리...인지하자 어느새인가 내 몸은 자연스럽게 현관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추워~빨리 열어줘어~"


"그래그래, 조금만 기다려."


내 인기척을 느낀걸까, 그 목소리가 조금 재촉하기 시작했기에 내가 화답해주면서 손으로 열심히 잠금을 푼 뒤 곧장 문을 열자 예상대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스미가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헤헤 웃으면서 서있었다.


"열렀다! 아리사~~!"


문이 열린걸 확인하자마자 곧장 제 품에 뛰어드는것이 카스미는 올해도 카스미구나 싶었다. 처음에야 카스미가 끈덕지게 달라붙는게 힘들었지만 이제와서는 완전히 익숙해졌기에 스스럼없이 포옹을 받아든 내가 잠시동안 그녀를 껴안은 채로 있었다. 밖에서 오래 서있어서인지 서늘한 뺨이 내 뺨에 맞닿아서 어딘지 모르게 따뜻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잠시동안 그렇게 있은 다음에 충분히 만족한듯 카스미가 포옹을 풀었다. 만족했어? 내 질문에 그녀가 고양이처럼 고로롱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팔짱을 껴왔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마저도 사랑스러워서 속으로는 미소를 띈 채, 물론 겉으로는 전혀 티내지는 않은 채로 카스미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카스미, 저녁은 먹었어?"


"그러고보니 아리사 보고싶어서 달려오느랴 못먹었네!"


헤헤 웃으면서 혀를 내미는 것이 그녀답다 싶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도 들리는것이 상당히 배가 고파보여서, 피식 웃으면서 내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일단 저녁부터 먹자. 할머니가 해주신 국수가 있어."


"진짜? 사랑해 아리사!"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볼에 맞춰진 입에 내 얼굴도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간신히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뭐, 갑자기 온 카스미 덕분에 무서운 것이 어느정도 가신듯 했고.


아까랑은 다른 의미로 빠르게 뛰는 심장을 달래면서 카스미랑 같이 부엌으로 향했다.


*


왜 온걸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카스미는 자러올 생각으로 온 것 같았다.


둘이서 같이 국수를 먹고, 같이 씻은 다음에 내 잠옷까지 빌려입은 카스미가 곧장 내 침대에 몸을 눕혔다. 요 한 해동안 자주 본 광경이기는 했지만 새해를 앞둔 오늘도 그런 행동을 하는것이 조금 기가막혀서 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얌마 카스미...그 뭐냐, 자고가는거 괜찮겠어? 물론 난 기쁘긴 하지만...아니, 그게 아니라! 새해인데 가족들이랑 같이 보내야 되는게..."


"에헤헤, 새해 첫 날을 아리사랑 같이 맞이하고 싶어서~"


"그냐..."


예상보다도 더 기쁜 대답이 들려와서 부끄러워진 내가 카스미한테 보이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얼굴이 새빨개진 것 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동안 내가 고개를 돌리고있자니 어느새인가 내 옆에 다가온 카스미가 등 뒤에서 날 와락 껴안았다. 


"아~리~사~"


"우왁, 깜짝야!"


일체의 과장없는 사실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뺨에서 바로 느껴지는 카스미의 숨결에 화들짝 놀란것이다. 고개를 돌리면 당장이라도 카스미의 입술이 맞닿을 수 있을 거리였다. 깜짝 놀란 나머지 이제는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새빨개진 얼굴을 양 손으로 가리려고 했다. 심장쪽은 이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고있었다...


"아리사, 고개 돌리지 말고 그대로 들어줘..."


그리고 그런 나를 두고볼 수 없다는 듯 이어서 카스미가 내 귀를 살며시 깨물더니...


"나, 아리사를 사랑해."


한 마디를 속삭였다.


잠시동안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사랑? 누가? 카스미가? 나를?...아니, 조금 침착하자. 카스미 녀석이 사랑한다고 하는 말이야 뻔했다. 방금만 해도 집에 들어오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이지 않았는가! 뻔했다, 사랑이랑 우정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우정에서 나오는 사랑이 틀림없었다. 어떠냐 토야마 카스미, 이게 바로 냉정해졌을 때의 이치가야 아리사의 영민한 추리력이다!


"...그, 친구로서의 좋아랑은 전혀 다르니까, 연인으로써의 사랑해니까."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을 읽은듯 내 추리를 곧장 박살내는 말을 꺼내왔다.


이제 틀렸다, 얼굴이랑 심장이 도저히 수습이 되지 않아서 결국 자그만한 목소리로 왜, 라는 말 밖에 꺼낼 수 없었다. 개미가 기어갈만한 자그만한 소리였음에도 방 안이 원체 조용해서인지 그 말은 제대로 들린 것 같았다. 한층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댄 그녀가 내 뺨을 한 번 핥았다.


"요 일 년 동안 몇 번이고 고백했는걸! 그치만 아리사, 부끄럼쟁이라 맨날맨날 피하기만 하고...그래서 올 해 마지막 날을 노리기로 했어!"


"굳이 오늘을 노린 이유라도 있는거냐..."


"있어!"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빛내면서 곧장 대답했다. 아무래도 진짜로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싶어서 귀를 쫑긋 새운체 카스미의 다음 말을 기다리자 이번에는 역으로 그녀가 개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1년이니까."


"응?"


"지금 고백해서 아리사랑 사귄채로 새해를 맞이하면 사귀고 1년이 지나는거니까!"


될대로 되라는듯 소리치는 카스미의 말에 잠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자신이 지금 제대로 들은게 맞는걸까? 싶었지만 힐끗 옆을 본 카스미의 붉어진 얼굴은 자신이 잘못들은게 아니라는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풋, 하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간헐적으로 터진 웃음은 이윽고 큰 웃음이 되어서, 방금 전 부끄러운 감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왜 웃는거냐는 카스미의 투정어린 말에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하고 그저 웃음을 터트리기 바빴다.


정말로, 정말로 카스미 답다면 카스미다운 이유였다. 물론 솔직하지 못한 제 잘못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이 한 마디를 위해서 1년을 참은 카스미를 생각하니까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귀여울 수 있는걸까 싶을 정도였다...아니, 진짜로. 우리 카스미 양심적으로 너무 귀여운거 아니야?!


너무 웃다못해 눈물까지 찔끔 흘러나오자 카스미가 살짝 삐진듯 양 뺨을 부풀린채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내가 헛기침을 한다음 카스미의 어깨를 꼭 붙잡아주었다.


"카스미...그 뭐냐, 1년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


"응."


"이걸로 대답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그, 잠시 눈좀 감아줄 수 있어?"


지난 1년동안 카스미한테 셀 수 없이 많은걸 받아왔다. 


한바탕 웃고나니까 머리가 어느정도 식어서 조금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랬다, 확실히 자신은 카스미한테 많은걸 받아왔다. 심지어는 부끄럼쟁이인 자신때문에 고백마저도 선수를 빼앗겼으니까 하다못해 대답과 더해서 이것만큼은 자신이 먼저 카스미한테 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에 카스미가 다음에 무엇을 받을지 눈치챈듯 했다. 살며시 눈을 감은 카스미의 귀여운 모습을 본 뒤, 곧장 내가 눈을 감고 입술을 가져다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쪽, 하는 소리가 울렸다.


*


2020년!


다들 새해복 많이받으세요!


이 글은 00시에 정확히 올라가도록 글쓴이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회로 뭐로 할지 고민하다가 날짜가 바뀌기전에 고백하면 1년 사귄게 되는거잖아! 하고 착각하는 카스미와 그런 카스미가 귀여워서 어쩔줄 몰라하는 아리사로


사실 커플링 룰렛돌려서 뽑음 


재미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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