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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츠구] 재시작모바일에서 작성

ㅇㅇ(59.23) 2020.01.06 00:27:36
조회 1068 추천 36 댓글 9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샌가 난 길가에 나뒹굴고 있었다. 주위에 깔려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어지러우면서 지끈거리는 머리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해하려는 찰나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내 의식도 같이 끊겼다.


"....히카와 사요씨의 왼팔이 심하게 훼손되어..유감스럽지만 절단해야 했습니다."
"........"


그날 저녁에 서클에서 로젤리아의 공연을 마친 직후, 집으로 귀가하던 길에 음주운전 차량이 나에게 돌진해 내몸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직후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날 치료한 의사의 말로는 기적적이게도 왼팔 이외의 부분은 큰 상처가 없다고 그랬다. 그렇지만 왼팔만은 직접 들이받은 부분이라 상처를 벌리면 부서진 뼛조각이 팔 안에 박힌 것이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단다.

기타를 칠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리고 안정을 위해 누워있을 동안 로젤리아의 멤버들과 다른 밴드의 멤버들, 부모님과 히나, 하자와 씨도 와서 나를 위해 울어주고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다들 무슨 말들을 해주었는지 지금에 와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건 어떤 위로를 들어도 소용없다고, 이제와서 바뀌는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딱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수술이 끝나고 1인실에 누워 있을때의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문득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커튼을 젖히려 팔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던 그때를.

오른팔을 쓰면 되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건지, 무기력해져서 하고 싶지조차 않았던 건지. 그늘이 드리운 방 안에서 마냥 그대로 있었다.

그 순간 실감했다.

그날 뜯긴 것은 팔 뿐만이 아니다.

고작 기타를 못치게 된것만이 아니다.

내 모든것이 뜯어졌다.




그것도 이젠 옛날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때의 미련은 시간의 파도가 휩쓸어 가라앉혀 주었다.

팔이 없는건 불편하지만, 더이상 기타는 칠 수 없지만, 모든것을 만족하며 받아들였다. 로젤리아는 어린 날의 꿈에 불과하다고.

그래서 밴드는 탈퇴했지만 로젤리아의 모두와도 잘 만나고 있으며, 번듯한 직장도 있고, 무엇보다..


"사요 씨! 도시락 가져가셔아죠!"

"도시락...아,맞다. 잊어버릴 뻔했네요."

"오늘은 특별히 케이크도 구워놨으니까 디저트로 드세요!"

"항상 고마워요. 츠구미씨."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

그러니 더이상 절망할 것도, 침울해할 것도 없다. 지금은 그저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가끔 이상함을 느낀다.

왜 아직도 왼팔이 없다는걸 가끔 잊어버리는지,

왜 아직도 가슴 한쪽이 먹먹한지,

왜 아직도 내 방 한켠에 칠수도 없는 기타가 남아있는지.

난 정말 미련을 버린게 맞을까.


*


"츠구미씨. 생일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사요씨!"


1월 7일. 오늘은 저의 생일입니다. 친구들이 열어준 파티를 마치고, 지금은 사요씨와 단둘이 제 생일을 축하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 생일선물이에요, 열어보세요."

"어..이건..목걸이? 와..! 너무 예뻐요!"

"츠구미 씨에게 잘어울릴것 같아서 사왔어요."


저는 지금 너무 기뻐요. 물론 사요 씨에게 예쁜 생일선물을 받아서도 있지만, 사요 씨가 행복해보이기 때문이에요.

왼팔을 잃었을 때의 사요 씨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아요. 더이상 기타를 칠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절망스러운 표정이었는데, 지금 다시 웃음을 되찾으셔서 다행이에요.

그렇지만, 전 사요 씨가 아픔을 이겨낸것 같지는 않아요. 가끔 사요 씨는 어딘가 미련이 남은 것처럼 보여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그러니까, 전 사요 씨가 적어도 자기가 가진 미련을 모두 떨쳐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이었어요. 사요 씨가 출근하고 가게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어요.


"하자와 씨. 오랜만이네."


그 사람은 유키나 씨였어요. 무슨 일일까요?


"유키나 씨?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래, 고마워."


일단 가게 문을 잠시 더 닫아둬야 하나 생각하는 그때, 유키나 씨가 입을 열었어요.


"하자와 씨. 3달 뒤에 여기와 가까운 곳에서 로젤리아의 라이브가 있어."

"그런데 신곡에 서브보컬이 필요한 파트가 있는데, 나머지 3명은 다 자기 악기 연습에 바빠서, 그것까지 맞추기는 힘들 것 같아."

"..그래서 거기에 사요 씨가 들어올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거죠?"

"그래. 물론 난 사요의 의견을 존중할 생각이지만..혹시 사요가 아직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궁금해서 먼저 하자와 씨를 찾아온거야. 사요는 절대로 거절할 것 같으니까."

"사요 씨는..아직도 기타를 방에 두고 계세요."

"단지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만, 기타를 보는 사요 씨의 눈은 어딘가 슬퍼 보여요."


"열정..까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미련이 남은것 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전 사요 씨가 미련을 떨쳐낼 수 있게. 웃으면서 꿈을 이야기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그래, 부탁할게."


*

오늘은 츠구미 씨가 퇴근하고 온 나를 이야기할게 있다며 침실로 데려갔다. 무슨 일일까.


"저...사요 씨!"

"왜 그러시나요?"


"세 달 뒤에 여기랑 가까운 곳에서 로젤리아의 공연이 잡혀 있거든요.."


로젤리아의 공연에 대해서는 이미 이마이씨에게 들었다. 세달 뒤에 이곳 근처에서 라이브를 하니까 츠구미와 함께 꼭 보러 오라고, 요상한 이모티콘은 덤으로.

​"아, 그거 말이죠? 저도 이마이 씨에게 들었어요. 그날 보러 갈까요?"

"그게 아니라..."

"거기서 선보일 신곡에 서브보컬 파트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다들 악기를 연주하니까 그것까지 맡기는 힘들것 같다고 유키나씨가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사요 씨가...!"

"......츠구미 씨."

"...전 이제 과거의 미련은 버렸어요. 그러니까 굳이 그렇게 신경써주시지 않으셔도.."

"아니에요..!"

"사요 씨는..아직도 과거의 미련에 묶여 있어요.. 그러니까 거기서"

"미련이 있다고 해도!!"


"과거에 붙잡혀 있다고 해도..! 이젠 아무것도 못해요!! 이제 노래도 접은지가 오래고..팔 한쪽도 없는데!!"


난 못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 되는게 아니다. 현실은 잔혹하기 때문에. 애초에 난 지금도..


"그걸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세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난 이정도면 만족한다고 생각하면서, 이게 현실이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꿈에서 도망치는 거잖아요!"


...!

"사요 씨는 여기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강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어요."

"거기서 서브보컬을 맡고 나선 사요 씨에게 맡길게요. 한번 해보시고 아니다 싶으시면 돌아오셔도 좋아요. 그렇지만 전 그 무대에서 사요 씨의 열정이 되살아나고, 꿈을 향해 나아나리라 믿고 있어요."

"츠구미 씨..."

"제가..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요. 제가 믿고 있어요."


그 한마디에 내가 하던 핑계들은, 꿈은 과거의 혈기일 뿐이라 도피하던 내 생각은 전부 날아갔다. 지금 날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처음으로 할 수 있다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마워요. 나의 귀엽고 작은 천사님. 당신 덕분에 난 구원받았어.

츠구미 씨의 입에 내 입을 포개어 온기를 느낀다. 꼭 당신의 기대에 보답하겠다 맹세했다.


*


"후...이상입니다."


지금 난 서브보컬이 되기 위해 미나토 씨를 만나 일종의 오디션을 보았다. 나 자신도 느끼기에 음악을 접은지 오래였기 때문에 감이 떨어졌다는걸 알 수 있었지만, 막상 불러보니 완전히 못하는 것은 또 아니였다. 뭐 애초에 난 기타리스트이긴 하지만.


"음..역시 몇년 음악을 쉰 티가 나네."

"하지만 이정도면 3달이란 연습기간 안에 충분히 우리에 맞출 수 있겠어."

"그말은...!"

"그래. 널 로젤리아의 서브보컬로 새로이 임명할게."

"그런데..정말 괜찮습니까? 저 말고 더 잘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사요, 넌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보구나."

"우리에게 필요한건 기타도, 서브보컬도 아니야."

"우리에게 필요한건 '히카와 사요'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날부턴 계속 연습에 매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라이브 당일.

로젤리아는 먼저 스테이지로 나가고, 나는 미나토 씨가 부르면 뒤에서 나오기로 했다.

"..우리 로젤리아의 팬이라면 알겠지만, 원래 우리는 5인조 밴드였어."

"그런데 기타였던 사요가 몇년 전 사고로 기타를 칠 수 없게 되면서 4명으로 줄었지."

"하지만 사요는 우리의 서브보컬로서 다시 로젤리아에 들어갈거야."

"자, 사요. 나와줘."

스테이지에서 열렬한 환호 소리가 들린다. 아마 이때까지 들었던 소리 중 제일 큰 소리. 다들 이렇게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라며 속으로 사과하고, 스테이지로 걸어갔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계속 걷다가 보이는 검은 커튼. 그 너머에서 관중들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부르고 있다.

예전 병실에서의 일이 기억난다. 그때는 절망감에 빠져 그대로 있었지만, 닫혀있는 커튼은 왼손이 없으면 오른손으로 젖히면 된다.
부름에 응답하듯 한손으로 커튼을 힘껏 젖히고 발을 움직였다.


꿈을 향한 한 발자국을 다시 내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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