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아리사가 토야마 카스미랑 서먹한 세계로 간다면앱에서 작성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6 03:00:09
조회 865 추천 31 댓글 14
														

그날도 이치가야 아리사에게는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늘 일어나는 시각에 눈이 떠 졌고, 평범하게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아침 상에 아리사가 좋아하는 할머니 표 계란말이도 어김없이 나왔다. 지금 와서 회상해 보아도 뭔가 특별하다 싶은 일이 일어난 건 전혀 없었다. 애초에 등교 준비를 하는데 무슨 이벤트가 일어나야 할까. 늘 신던 신발을 신고 현관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도 아리사는 오늘 1교시가 뭐였더라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아리사, 어디 가는 거니? 아침부터... "


막 문 손잡이를 돌리려는 아리사의 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당연히, 학교요...? "


얼빠진 아리사의 대답을 듣자, 할머니는 정말, 정말로 기뻐하셨다. 


" 학교까지 가는 길은 알고 있지? 그래, 정말 잘 생각했단다... 잘 했어, 아리사. 잘 했어... 조심히 다녀 오렴. 아리사의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많이 있을 거야. "


뭘까, 갑자기... 학교에 가는 것 만으로도 칭찬을 듣는 고등학생이 있나. 아리사는 별 생각 없이 할머니께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그런데, 현관 앞에 토야마 카스미가 없었다.


몇 분 늦는 건 흔한 일이니까. 처음엔 문 앞에 서서 핸드폰이라도 만지작대면서 시간을 죽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20분 후, 아리사 자신도 얼른 뛰지 않으면 학교에 지각할 위기에 놓인 뒤 부터였다.


애꿎은 메세지 아이콘을 아무리 노려 봐도 카스미로부터는 늦었으니 먼저 가라는 문자 한 통 오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났다. 얜 뭐 하는데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문자 보내는 걸 까먹었을 리는 없고, 아마 이 시간까지 늦잠을 자고 있을 거라는 게 아리사의 계산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아리사는 엄지를 바삐 움직여 카스미와의 문자 목록을 찾았다. 전화로 잠이 싹 달아나게 혼내줄 생각이었다.


없었다. 카스미와의 문자 목록이 없었다.


아 진짜. 뭐 하는데 문자 목록이 지워진 거야, 이 고물 핸드폰. 아리사는 얼른 문자/통화 내역을 살폈지만, 어디에도 [카스미] 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엔 전화 번호부를 뒤졌다. 아리사의 연락 풀은 꽤 좁았으니까,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고 전화번호부까지 뒤지는 일은 좀체 없는 일이었다. 그저 최근 통화 목록에서 포피파 멤버들이나 학생회 선배들을 찾아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전화번호부에도 카스미의 번호가 없었다. 더 이상한 것은,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번호의 갯수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평소에 전화번호부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으니까 누구 번호가 없어진 건지도 모르게 되어 버렸다. 이러다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 걸려왔는데 실제로는 같은 반 애라던가 해서 어색하게 되면 어떡할 건데. 짜증이 솟구쳤다. 이 망할 핸드폰은 정말이지 도움이 안 되네.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아스팔트 바닥에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이번에는 키패드 화면을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카스미의 전화 번호 8자리 정도는 이미 외우고 있었다. 내가 전화번호 몰랐으면 어쩔 뻔 했어? 카스미 너는 나한테 고마운 줄이나 알아라. 내가 친히 널 깨워주마. 그렇게 생각하며 아리사는 초록색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 통 걸어야 겨우 받을 것이라는 아리사의 생각과 다르게 발신음은 얼마 안가 끊어졌다. 화면에 뜬 숫자는 [ 00:00 ] . 재빠르게 스피커 폰 기능을 켠 아리사는 핸드폰 화면에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 지금 시간이 몇 시인 건지는 아냐!!! "


" ...... "


전화기로부터는 묵묵부답. 짜증이 확 밀려왔다. 지금 일어났네 지금. 보나마나 비몽사몽한 상태구나.


" 하이구, 월요일 아침에 아주 팔자가 좋으세요.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네 덕분에 나도 지각할 것 같다야! 얼른 옷 주워 입고 학교로 뛰어 와! "



" 아리, 사...? "


" 그럼 내가 아리사지, 사아야냐?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화장실로 달려가서 정신 들게 찬물로 세수부터 좀 해라! "


" 아리사, 그러니까, 아리사 맞지...? 우리 반 이치가야 아리사... "


얘가 진짜 미쳤나,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바보 같은 소리를 더 들어주고 있을 정도로 아리사의 마음은 넓은 편이 아니다.


" 아, 진짜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제 지각을 하든 뭘 하든 네 잘못이니까, 너 알아서 하라고!! "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고,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가방에 쑤셔 넣은 아리사는 이내 학교로 발걸음을 뗐다. 그래도 아직 정신도 없을 애한테 너무 화를 냈나. 늘 이렇게 감정이 앞서는 자신이 조금 원망스럽다. 그래도 카스미니까 다행이지, 다른 애였다면... 이러니까 네가 친구가 없지, 왜 핸드폰 탓을 하고 그래?


이대로 가면 적어도 나는 아슬아슬하게 1교시 시작 전에 도착하겠지. 그래도 한시름 놓은 아리사는 슬슬 카스미를 어떤 얼굴로 봐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카스민데 뭘 고민해. 학교에서 마주치면 분명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먼저 앵겨 붙으려고 할 거야. 그럼 평소대로지. 나도 미안했다고 한 마디 하지 뭐. 


등굣길은 다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늘 마주치던 상점가와 익숙한 하늘, 햇살. 심지어 행인들의 얼굴도 살짝 익숙할 정도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늘 같은 시각에 출근이라던가 등교라던가 하고 있으니까, 등굣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익숙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되었다는 썰 같은 것도 사실 신기하거나 할 게 하나도 없다니까. 비일상적인 일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게 아니야. 


아리사는 괜스레 시니컬해지는 기분이었지만, 또 한편으론 이상하게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한참을 지연됐던 비행기가 이제야 출발 안내 방송을 할 때의 기분처럼 등굣길에 오르니 막혔던 가슴이 살짝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거리도, 사람들도, 토야마 카스미도. 우여곡절이야 있었지만 이치가야 아리사라는 열차는 오늘도 정해진 시간표대로 정상 궤도를 달리고 있음이 틀림 없다. 그러한 자기 점검이 이치가야 아리사가 현관 손잡이를 잡을 때부터 느끼던 기분 나쁜 기묘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 있었다.


기묘함. 불안한 기묘함. 마치 귀신이 확 튀어나오지 않고, 러닝 타임동안 기분 나쁜 설정만 잔뜩 깔아 놓은 공포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아무 일도 없지만, 금방이라도 무언가 벌어질 것 같은 느낌.


학교에 가면 카스미부터 찾아야지. 이유는 몰라도 아리사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스미를 보고 나면 지금도 가슴 한 켠에 박혀 있는 이 뭔지 모를 불안감을 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초조한 걸까.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할머니, 문자 내역, 전화 번호부, 그리고 카스미. 도대체 뭘까. 뭐가 마음에 걸리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이치가야 아리사가 기억하는 그날의 마지막 일상이었다.


*


메모장에 있던 건데 평소 쓰던 거랑 조금 다르게 써서 올리진 않았었는데 그냥 올려 볼게... 자세한 건 안 정하고 망상만 한 소재지만

- dc official App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31

고정닉 1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07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18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3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89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47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27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79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2 27
1463859 일반 붕스) 스타레일에서 떠오르는 커플 에아렌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9 2 0
1463858 일반 바이럴함 ㅇㅇ(49.170) 18:39 11 0
1463857 일반 수마 미오리네 약혼녀 소설?어케됐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9 4 0
1463856 일반 ㄱㅇㅂ)백붕이들 질문이 있어 [1] 쥰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7 23 0
1463855 일반 의외로 레즈비언 손동작인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7 25 0
1463854 일반 백붕이들은 프리큐어 마법봉 왜 사는 거야? [3]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6 25 0
1463853 일반 메이저 장르를 빠는 건 좋은 일이구나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5 34 0
1463852 일반 그게 무슨소리니 니나니나야 [1] Ruh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4 24 0
1463851 일반 토모리 나랑 하룻밤만 자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2 20 2
1463850 일반 백봉이들 드디어 프리큐어 마법봉까지 사는거야?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1 28 0
1463849 일반 백붕이 오늘밤 드디어 해파리 본다 [2]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8 42 0
1463848 일반 ㄱㅇㅂ) 나 커피 중독 심한가 봐… [8]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8 60 0
1463847 일반 사실 제대로 된 피규어가 있기는 해 [1]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6 40 0
1463846 일반 떡밥 따라갈려고 애니보는 [4] ㅇㅇ(211.206) 18:26 51 0
1463845 일반 처음부터 해파리에 커플 따윈 없었던것이 아닐까 [18] Icefra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85 0
1463844 일반 프리큐어 피규어...? [3]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58 0
1463843 일반 이거 마이고멤버 손이라 생각하면 너무 야해 [5]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68 0
1463842 일반 오늘은 종트하는날 [8]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57 0
1463841 일반 원더프리 19화는 진짜 전설이다... [3] 걍하는지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76 6
1463840 일반 우마무스메 미라단츠 너무 좋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27 0
1463839 일반 수마는 보빔 최대 아웃풋 달성했잖아 [4] 분탕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2 147 2
1463838 일반 시카노코 따운 최애의아이 따운 [1] ㅇㅇ(61.77) 18:09 114 0
1463837 일반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어 [12]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8 146 8
1463836 일반 흑백vs흑금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6 52 0
1463835 일반 너넨 걸밴크 몇화부터봄?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 136 0
1463834 일반 걸밴크 11화 완결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2 69 0
1463833 일반 봇치더락이나 요루쿠라 같은 4인조 볼때마다 [2] ㅇㅇ(122.44) 18:01 78 0
1463832 일반 카노가 염색을 두 번 했었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68 0
1463831 일반 무근본으로 엮이는 것도 은근 괜찮은 것 같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7 60 0
1463830 일반 어쩐지 X 트렌드에 슬레미오가 있더라니 쿠지 신상 때문이었구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94 0
1463829 일반 키위 버튜버 판때기 무쌩기지 않음?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101 0
1463828 일반 으헤 엠병~ [3] 봇지다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68 0
1463827 일반 마유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3 54 0
1463826 일반 오라 달콤한 우미타키여 [2]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68 0
1463825 일반 아논소요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84 7
1463824 일반 수간큐어 장난감 살까말까 하는 백붕이들 참고 [10]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263 13
1463823 일반 근데 진짜 토모루파 섹스 보고싶다 [5]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3 120 6
1463822 일반 보자마자 레뷰 생각났는데 정상? [4] ㅇㅇ(125.177) 17:38 121 2
1463821 일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백합은 어때? [2] ㅇㅇ(58.230) 17:36 69 0
1463820 일반 태국이 근데 그렇게 gl 많이나와? [5] 공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6 139 0
1463819 🖼️짤 하스동 신규 카드 일러, 움짤 모음 [2] 토마토햄버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6 73 4
1463818 일반 근데 수마 판매 좋지 않았음? [8] 9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15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