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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리사가 토야마 카스미랑 서먹한 세계로 간다면앱에서 작성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6 03:00:09
조회 882 추천 31 댓글 14
														

그날도 이치가야 아리사에게는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늘 일어나는 시각에 눈이 떠 졌고, 평범하게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아침 상에 아리사가 좋아하는 할머니 표 계란말이도 어김없이 나왔다. 지금 와서 회상해 보아도 뭔가 특별하다 싶은 일이 일어난 건 전혀 없었다. 애초에 등교 준비를 하는데 무슨 이벤트가 일어나야 할까. 늘 신던 신발을 신고 현관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도 아리사는 오늘 1교시가 뭐였더라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아리사, 어디 가는 거니? 아침부터... "


막 문 손잡이를 돌리려는 아리사의 뒤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당연히, 학교요...? "


얼빠진 아리사의 대답을 듣자, 할머니는 정말, 정말로 기뻐하셨다. 


" 학교까지 가는 길은 알고 있지? 그래, 정말 잘 생각했단다... 잘 했어, 아리사. 잘 했어... 조심히 다녀 오렴. 아리사의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많이 있을 거야. "


뭘까, 갑자기... 학교에 가는 것 만으로도 칭찬을 듣는 고등학생이 있나. 아리사는 별 생각 없이 할머니께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그런데, 현관 앞에 토야마 카스미가 없었다.


몇 분 늦는 건 흔한 일이니까. 처음엔 문 앞에 서서 핸드폰이라도 만지작대면서 시간을 죽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20분 후, 아리사 자신도 얼른 뛰지 않으면 학교에 지각할 위기에 놓인 뒤 부터였다.


애꿎은 메세지 아이콘을 아무리 노려 봐도 카스미로부터는 늦었으니 먼저 가라는 문자 한 통 오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났다. 얜 뭐 하는데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문자 보내는 걸 까먹었을 리는 없고, 아마 이 시간까지 늦잠을 자고 있을 거라는 게 아리사의 계산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아리사는 엄지를 바삐 움직여 카스미와의 문자 목록을 찾았다. 전화로 잠이 싹 달아나게 혼내줄 생각이었다.


없었다. 카스미와의 문자 목록이 없었다.


아 진짜. 뭐 하는데 문자 목록이 지워진 거야, 이 고물 핸드폰. 아리사는 얼른 문자/통화 내역을 살폈지만, 어디에도 [카스미] 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엔 전화 번호부를 뒤졌다. 아리사의 연락 풀은 꽤 좁았으니까,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려고 전화번호부까지 뒤지는 일은 좀체 없는 일이었다. 그저 최근 통화 목록에서 포피파 멤버들이나 학생회 선배들을 찾아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전화번호부에도 카스미의 번호가 없었다. 더 이상한 것은,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번호의 갯수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평소에 전화번호부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으니까 누구 번호가 없어진 건지도 모르게 되어 버렸다. 이러다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 걸려왔는데 실제로는 같은 반 애라던가 해서 어색하게 되면 어떡할 건데. 짜증이 솟구쳤다. 이 망할 핸드폰은 정말이지 도움이 안 되네.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아스팔트 바닥에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이번에는 키패드 화면을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카스미의 전화 번호 8자리 정도는 이미 외우고 있었다. 내가 전화번호 몰랐으면 어쩔 뻔 했어? 카스미 너는 나한테 고마운 줄이나 알아라. 내가 친히 널 깨워주마. 그렇게 생각하며 아리사는 초록색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 통 걸어야 겨우 받을 것이라는 아리사의 생각과 다르게 발신음은 얼마 안가 끊어졌다. 화면에 뜬 숫자는 [ 00:00 ] . 재빠르게 스피커 폰 기능을 켠 아리사는 핸드폰 화면에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 지금 시간이 몇 시인 건지는 아냐!!! "


" ...... "


전화기로부터는 묵묵부답. 짜증이 확 밀려왔다. 지금 일어났네 지금. 보나마나 비몽사몽한 상태구나.


" 하이구, 월요일 아침에 아주 팔자가 좋으세요.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네 덕분에 나도 지각할 것 같다야! 얼른 옷 주워 입고 학교로 뛰어 와! "



" 아리, 사...? "


" 그럼 내가 아리사지, 사아야냐?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화장실로 달려가서 정신 들게 찬물로 세수부터 좀 해라! "


" 아리사, 그러니까, 아리사 맞지...? 우리 반 이치가야 아리사... "


얘가 진짜 미쳤나,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바보 같은 소리를 더 들어주고 있을 정도로 아리사의 마음은 넓은 편이 아니다.


" 아, 진짜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제 지각을 하든 뭘 하든 네 잘못이니까, 너 알아서 하라고!! "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고,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가방에 쑤셔 넣은 아리사는 이내 학교로 발걸음을 뗐다. 그래도 아직 정신도 없을 애한테 너무 화를 냈나. 늘 이렇게 감정이 앞서는 자신이 조금 원망스럽다. 그래도 카스미니까 다행이지, 다른 애였다면... 이러니까 네가 친구가 없지, 왜 핸드폰 탓을 하고 그래?


이대로 가면 적어도 나는 아슬아슬하게 1교시 시작 전에 도착하겠지. 그래도 한시름 놓은 아리사는 슬슬 카스미를 어떤 얼굴로 봐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카스민데 뭘 고민해. 학교에서 마주치면 분명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먼저 앵겨 붙으려고 할 거야. 그럼 평소대로지. 나도 미안했다고 한 마디 하지 뭐. 


등굣길은 다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늘 마주치던 상점가와 익숙한 하늘, 햇살. 심지어 행인들의 얼굴도 살짝 익숙할 정도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늘 같은 시각에 출근이라던가 등교라던가 하고 있으니까, 등굣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익숙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되었다는 썰 같은 것도 사실 신기하거나 할 게 하나도 없다니까. 비일상적인 일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게 아니야. 


아리사는 괜스레 시니컬해지는 기분이었지만, 또 한편으론 이상하게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한참을 지연됐던 비행기가 이제야 출발 안내 방송을 할 때의 기분처럼 등굣길에 오르니 막혔던 가슴이 살짝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거리도, 사람들도, 토야마 카스미도. 우여곡절이야 있었지만 이치가야 아리사라는 열차는 오늘도 정해진 시간표대로 정상 궤도를 달리고 있음이 틀림 없다. 그러한 자기 점검이 이치가야 아리사가 현관 손잡이를 잡을 때부터 느끼던 기분 나쁜 기묘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 있었다.


기묘함. 불안한 기묘함. 마치 귀신이 확 튀어나오지 않고, 러닝 타임동안 기분 나쁜 설정만 잔뜩 깔아 놓은 공포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아무 일도 없지만, 금방이라도 무언가 벌어질 것 같은 느낌.


학교에 가면 카스미부터 찾아야지. 이유는 몰라도 아리사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스미를 보고 나면 지금도 가슴 한 켠에 박혀 있는 이 뭔지 모를 불안감을 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초조한 걸까.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할머니, 문자 내역, 전화 번호부, 그리고 카스미. 도대체 뭘까. 뭐가 마음에 걸리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이치가야 아리사가 기억하는 그날의 마지막 일상이었다.


*


메모장에 있던 건데 평소 쓰던 거랑 조금 다르게 써서 올리진 않았었는데 그냥 올려 볼게... 자세한 건 안 정하고 망상만 한 소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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