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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츠구미] 겨울 해바라기

흡연으로폐암치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8 00:23:59
조회 632 추천 1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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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은 타오르는 석양, 히~짱은 나른한 오후, 토모 찡은 뜨거운 정오, 츠구는 아침이야.

 그래? 그럼, 모카는?

 …… 새벽일까?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얼마 전에 비로소 생각이 바뀌었다는 느낌입니다. 12시 정각, 정오는 토모 찡의 자리가 아니야.


 숨 막히는 정오. 한 치의 그림자가 허용되지 않는 밝음. 해바라기의 줄기에 일직선으로 내리꽂히는 광명. 타들어가는 열기. 목마름. 스스로를 태워서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의 시간. 스스로를 태워서, 자기 꽃받침으로 줄기에 가느다란 그늘을 만드는 해바라기의 시간.


 츠구는 아픈 해바라기예요. 츠구는…… 아픈 해바라기가 웃으며 피어나는 정오.




겨울 해바라기




 “해바라기의 꽃말은 「동경」, 「당신만을 보고 있어요」라고…….”


 란에게서 받은? 빌린? 빼앗은? 주운……? 꽃말 사전을 들여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츠구는 곤란하단 표정으로 책상에 엎드렸지요.


 “정말…… 모카 짱! 그 이야기는 부끄러우니까…….”

 “오히려 츠구한테 어울리는 이야기라, 모카 짱은 굉~ 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더 들을래? 이 외에도 꽃말은…….”

 “으으, 놀리지 마아…….”


 착한 모카 짱은 입을 다물고 계속해서 사전을 읽어 나갔습니다. 착하지? 하지만, 츠구가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조금 답답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원래 비밀이란, 지닌 사람들이 간지러움을 골고루 나눠 받는 거거든.


 모카 짱은 꽃말 사전을 읽는 일보다, 사랑을 구원하는 위대한 미소녀 히어로를 하고 싶었어. 슈퍼 하이퍼 츠구-빔으로 적을 물리치고, 세상에 단 두 사람만 남겨 두는 일 말이야. 해님과 해바라기 오직 둘만의 세계를 만들고 나서, 히어로 모카 짱은 산소가 없어져서 퇴장……!


 …… 그저, 난, 슈퍼 하이퍼 츠구 빔을 쏘고 싶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하네오카 2학년 A반 하자와 츠구미. 혈액형 A형, 키 156cm. 1월 7일 염소자리. 츠구는, 누군가를 열렬히 동경하고 있습니다! 「열렬히 동경」이라는 5글자는 너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 왜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 걸까 싶을 정도로 열렬한 동경입니다.


 그 대상은? 놀라지 마시라, 조금 있다가 공개합니다~. 왜냐하면 너무 슬픈 비밀이라 모카 짱 정도가 아니라면 감당할 수 없으니까. 여러분이 슬픔에 조금 더 익숙해진 다음에 비밀 엿듣는 걸 추천.


 그리고 모카 짱은 츠구의 슬픔을 나눠받은 것에 덧붙여서, 츠구의 사랑을 남에게 빼앗긴 슬픔까지도 함께 짊어지고 있는 슈퍼 울트라 초인이라는 말이죠. 그래, 알고 있었어. 지금껏 누군가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했으니까, 누군가의 동경을 받을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건 제가 가장 잘 알지 않을까요……. 그러니, 여러분은 일단 흘러넘치는 제 슬픔을 주워담는 정도로만 슬퍼해 주시기 바랍니다.




 때는 1월 3일이었다. 닷새 전이지? 연시라서 오세치요리 먹고 떡국 먹고 코타츠에 누워서 TV나 보고 있었는데요, 츠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모카 짱! 나, 올해는 꼭 해 보려고…….」

 「1월 1일 지나갔는데 무슨 해를 본당가?」

 「정말, 그거 말고! 있잖아! 모카 짱한테만 이야기할 내용이라면 당연히 그거잖아…….」


 보통 사랑하는 그이와의 러브 비즈니스를 잘 풀리게 해 주세요, 라는 내용이죠. 모카 짱은 애당초 도내에 희귀한 수수께끼의 미소녀로서, 딱히 히어로 업무가 아니더라도 사랑의 메신저 같은 거라면 기꺼이 해 볼 생각은 있었습니다만…….


 나를 정말로 연애 상담으로 삼아 준 건 츠구가 처음이자 유일한 사람이니까.


 「신년을 기한 공격입니까? 크리스마스도 다 지난 겨울은 타이밍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만, 새해 이벤트 회장에서 둘만 놀러가기로 약속을 잡아 놓았단 말이야……!」


 나는, 몸을 일으켜서 앉았다. CiRCLE에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건…… 그래, 상의하지 않는 게 낫지만……. 말해 주었다면 모카 짱이 나이스 플랜을 미리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는데.


 「새해니까…… 2020년이니까! 새 출발을 함께 하는 느낌으로…… 안 될까? 어떻게?!」


 아니야. 나는 단지 츠구가 내게서 멀어져 가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을 뿐이다. 란에게서 멀어지는 걸 무서워했듯이.


 「츠구한 발상이네. 세상에서 제일 이성적인 감성이야~~」


 또 나는 누군가의 뒤를 쫓고 있었던 거야.






 그리하야, 데이트를 했다는 1월 5일 이후로 츠구는 내게 단 한 번도 LINE을 보내 오지 않았다.


 사랑 관련해서는 말이죠. 애프터글로우 단체 채팅방에는 당연히…… 당연히? 아무 말도 올리지 못했고. 나한테 보내 온 메시지는 하자와 카페 내부의 사진 몇 장. 커피나, 빵 같은 게 찍힌 사진들. 평소에는 이런 거 안 보내면서. 어떻게든 「아무렇지 않음」을 어필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그렇습니다. 수수께끼 미소녀 모카 짱은 이 시점에서 이미 츠구가 고백을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츠구 같은 야무진 아이를 걷어찬 작자의 머릿속 구조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뜯어보지 않아도 뻔하죠. 당연히 바보~ 일 게 뻔합니다. 상당히 심사 뒤틀린 바보일 거야. 아, 정말이지 누구인지만 알았으면 모카 짱 어택으로 나누기해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서 대관절 그게 누구냐고요? 아…… 들으면 압니다.


 일단 여러분은 츠구의 동경이 어떤 것이었는지부터 들어야 할 테니까…….




 “츠구미 짱은 해바라기를 닮았어.” 대부분의 일이 떠오르지 않는 오랜 옛날에, 츠구에게 했던 말 중에 그나마 기억나는 것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참, 토모에가 “츠구미 짱은 다람쥐를 닮았는데!”하고 토를 달던 것도 기억나고.


 어쩌면 나는 어릴 때부터 츠구의 성격을 아주 꿰뚫어보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때부터 츠구미가 무언가를 사랑하는 방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으니까.

츠구의 작고 아기자기한 세계에서 반짝이는 도토리 몇 개가, 츠구의 발길을 이끄는 보석이었습니다. 대단할 것은 별로 없는 소꿉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것을 소중히 간직하는 일도 어렵지는 않았죠. 처음 그 보물창고가 허물어지려고 할 때, 츠구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아이였고요.


 주변을 위해서, 소중함을 위해서, 동경을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나설 수 있는 사람. 모카 짱 가라사대, 「츠구하다」의 시작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다른 누군가의 사랑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것만큼은 알아채지 못했죠.


 나는…… 츠구가 처음 츠구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 아주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헤매고, 먼 길을 돌아가고, 다른 석양을 바라보고, 마주 바라보고, 장난을 치고 칭찬을 하면서, 또 나만의 이상한 사랑을 하고 있었는가 어떤가는 모르겠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


 희생자는 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햇살 같은 웃음에 얼어 있던 마음이 녹는 것을 느껴 버려서, 그 뒤로는 녹은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게 된 사람이 있지요. 그 사람은 안타깝게도 모카 짱과는 다르게 츠구의 비밀을 몰랐기 때문에, 아직도 슬픔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츠구를 바라보고 있답니다. 아니…… 츠구의 비밀을 아는 바람에 그 어느 벚꽃을 봐도 아름답지가 않은 나보다는 낫다고 할까?


 하자와 츠구미는 로젤리아의 기타리스트 히카와 사요랑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었냐고?


 엉엉엉……. 차라리 그랬으면 외간 여자한테 우리 츠구를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다는 허탈함이 더 크기라도 했으련만.


 오히려 그 올곧고 열렬한 동경은 모카 짱조차도 말릴 수 없었다는 편이 맞겠죠. 츠구의 가엾은 사랑은 란을 향하고 있었거든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쭈욱. 열렬한 사랑은 바보 같은 것이라, 주변에서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 것이지만…….


 알잖아. 사랑은 안 된다는 걸 몰라서 하는 게 아니라, 안 된다는 걸 알면서 하는 거라고요.




 “밴드…… 밴드…… 하자!!!”


 그, 낙엽에 깔려 있던 사랑이 처음 빛난 순간부터 츠구를 지켜볼 수 있었던 우리는,


 “다행이야…… 란 짱이 웃었어!”


 기쁨 반, 슬픔 반이었습니다.


 “응! 이제부터 우리는 예전보다도 더욱더 함께인 거야!”


 내 슬픔이 나머지 4인분의 기쁨과 똑같았으니까.






 나, 아오바 모카, 수수께끼의 미소녀가 이 일기를 쓰고 있는 것도, 그 가엾은 사랑을…… 어떻게든…… 해 주기 위한 것. 위로인지, 기록인지, 칭찬인지, 동정인지…… 나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그 사랑이 헤맨 길의 지도를 써서 남겨야 한다고는 생각했어…….


 “그도 그럴게…… 너무 애절한 사랑 이야기잖아요~.”


 “그런가……. 우리한테 다 비밀로 하고 모카한테만 상담했다니. 좀 분한걸. 그래서, 둘 사이는 어떻게 된 거야?” 토모 찡은 돈코츠 쇼유 라멘을 정말로 좋아한다.


 “절대 비밀~. 나도 정확한 대답은 못 들었을뿐더러, 우리가 설레발쳐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면 추가요.”


 종업원이 노란 면 사리를 국물에 빠트려 주고 떠났다. “음. 그것도 그렇지만. 이제는 어떡할 거야?”


 “우리가~?”

 “내일은 츠구 생일이잖아. 면 추가요!”

 “아뿔싸~ 까먹었네~ 망했네~ 망한 건 츠구지만서도~.”

 “바보야! 알고서 불러낸 거면서! 츠구 생일 이틀 전에 ‘토모 찡이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어’라면서 불러내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겠냐!”


 “목소리, 목소리~.” 종업원이 또 와서 라면 사리를 추가해 주고 떠났다. “…… 모카 짱이 걱정하는 건, 단지…… 츠구가 이제 와서 고백의 결과를 숨기고 있다는 것. 생일 축하는 어렵지 않아도, 실연한 마음이 세상을 마주보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니까야…….”


 토모 찡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사랑이 아닌 동경을 받는 사람. 아코 찡으로부터, 애프터글로우 멤버들로부터, 하네오카의 후배들로부터, 상점가의 꼬마들로부터. 그러니 란에게도 츠구에게도 이입할 수가 없어 보였다.


 “지금껏……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넘게 고백을 망설였으니까, 이제 와서 한 번 더 망설인다고 츠구의 입이 닫힐 일은 아니야……. 결착이 났을 텐데도……. 또 무언가 혼자서 짊어지려는 게 아닌가 하고…….”


 “모카, 너 말이지…….” 토모 찡은 빛의 속도로 리필받은 면을 집어삼키고, 국물도 쭉 마셔 버렸다. “그 화도 전시회 뒤로, 성격이 좀 솔직하게 바뀌었지만…… 어쩌면 가장 바보 같은 면은 여전하네.”


 나는 어떤 소리로도 대답하고 싶지 않아서, 덩달아 라면을 원샷했다.


 토모 찡은 이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자기 아픔을 무시해.”




 가게를 나섰더니 찬바람. 저녁에 들어와서 밤이 되어 나간다. 토모 찡이 앞서 걸어간 빈 거리에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다닌다. 조금 부풀어오른 반달이 상가의 나즈막한 스카이라인에 걸려서, 가로등과 나란히 서서 빛나고 있다.


 저 달만큼조차 빛나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다.


 나는…… 말하자면 지구의 그늘에 숨어든 초승달. 태양을 받아내는 세상의 그림자가 내게 슬픔을 쏟아낼 때, 나는 마주 울어 주어야 할지 그저 감싸주어야 할지 영문을 모르는 역할이다. 영문을 모르고 있어도 괜찮다. 그게 나의 전부다.


 츠구가 히~짱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도 어떻게 보면 그런 의미야. 나는 전면으로 나서지 않으니까. 테니스공을 되받아치는 벽면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역할이 충족될 뿐이지. 토모 찡은 목소리가 크니까 금방 소문이 날 거고……. 히~짱이라면 선물이든 뭐든 고르려고 나섰을 거고……. 그로 말미암아…… 「츠구의 고백」이 「츠구의 것」이 아니게 되어 버리는 게 싫었을 거야…….


 아니…… 고작 이딴 내용을 떠올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내가 해야만 하는…… 하고자 하는 말은, 따로 있을 텐데, 분명히…….






 롤링페이퍼를 썼다. 란도 썼다. 네 사람이 츠구를 위해 사진을 오려 붙였다. 히~짱이 없었다면 이제 아무도 선뜻 나설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을 거야. 케이크는…… 그래, 케이크도. 히~짱이 없었다면 ‘하자와 카페가 있는데 케이크를 굳이 딴 데서 산다고?’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나 말고 있었을까?



  야마부키 베이커리

  HAPPY BIRTHDAY


  츠구미, 생일 축하해!

  ……

  언제나 가장 환하게 웃고 있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 새로운 1년도 잘 부탁해. 미타케 란

  ……

  ……



 나는 란이 「앞으로」 뒤에 「평소대로」라고 쓰려다가 망설였던 것을 안다. 한 번 고려하고도 저렇게 잔인한 태양의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것도 란뿐이라는 걸 안다. 정말이지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는 애야. 나나 란이나, 그 일 뒤로도 전혀 변한 게 없다…….


 해바라기에게 ‘가장 환한 웃음’은 스스로를 태우는 희생이라는 걸, 해님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 태양은 마치 겨울의 햇살 같아서, 꽃이 피어나게 하지만, 겨울의 땅에 피어난 꽃을 죽게도 만든다. 빛으로 잎사귀를 일으키고, 바람으로 줄기를 꺾는다. 해바라기는 줄기가 강한 식물이라서, 부러지지 않고, 꺾어지지 않지만, 천천히 얼어 간다. 얼면서 죽어 가는 거다. 사랑이 한 송이 두 송이씩.


 이렇게 찬란한 마음을 죽게 두는 말종 해님을, 난…… 도저히 인정해 줄 수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할 거지?


 나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롤링페이퍼 보드를 부숴 버리려다가, 전혀 의미 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선 포기해 버렸다.




 “얘들아, 고마워! 여러분도, 언제나 응원해 줘서 기뻐요……!”

 “오, 감사 인사도 쯔구하네~.”


 새해에 경사가 겹치면 피곤하지. 특히 츠구 탄신일 같은 이벤트는 온 정성을 다해야 하니까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고…… 츠구는 말을 아꼈다. 란과는 마주보지 못했다. 시들어 꺾여 버린 해바라기라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지기에는 이미 힘을 잃은 사랑이라서 ‘마주보지 못했다’고만 말하는 것도 맞다.


 “츠구미…….” 란이 볕을 비추면,

 “…… 응, 얘들아!” 타오르는 꽃잎이 화답한다.


 이런 고통을 나와 토모 찡만이 이해한 채로 앓고 있다. 정말이지, 히 짱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어디 사는 기타리스트는, 하자와 씨 속이 안 좋으신가 하고 노심초사하고 있고…….


 아니, 차라리 저렇게 깨끗하고 티 없이 츠구를 오롯이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보다 나은 게 아닌가, 나보다 차라리 츠구를 더 사랑으로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차라리 학생회장은, 적어도 츠구를 이끌고 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더 낫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수록……


 ‘어떻게 해야 츠구가 나를 바라보게 할까’를, 전혀 생각할 엄두를 못 내는, 스스로가 미워져.


 나는…… 그래서…… 하자와 츠구미에게는 도무지 사랑받지 못할 천성을 타고 났느냐 하고…….




 열두 시가 지나고, 그러니까 다들 돌아간 지 20분이 지났다. 나는 다행히도 츠구네 부모님께 초절정 미인계가 통한 덕분에, 한두 마디 나눌 시간은 벌 수 있었다.


 츠구네 집 현관에 들어올 때면 왠지 꼭 ‘츠구네 집에 오게 될 줄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첫 방문 같은 낯선 느낌. 몇 년을 마찰하여 익숙해진 살결과는 또 다른, 익숙해지지 못하고 길들여지지 못한 이 건물의 시선. 이 생경함. 그 이유를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이곳의 발코니에서는 상점가가 보인다. 하네오카도 보이고, 그러니 우리가 매번 모이던 옥상도 보인다.


 츠구는, 이제 무엇이 되었든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그 크고 동그란 눈으로 상현달을 바라보고 있다. 달보다 더 둥글어서 그 빛을 다 담고도 자리가 남는다. 거기서 나는 또 내 슬픈 운명을 읽는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운명.


 만약 내가…… 여기서 한 발자국을 딛는다면, 나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입을 다물어 버린 츠구를, 그저 위로하는 게 아니라, 내가…… 모카 짱이, 츠구에게 있어서, 오직 ‘모카 짱’인 존재로 될 수 있을까…….


 자, 말해.


 아오바 모카, 말해.


 “……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은 법이죠.”

 나라도 괜찮다면 네 해님이 되어 주고 싶어.


 “모카 짱이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츠구~. 괜찮아?”

 오래 전부터 너를 좋아했어. 츠구가 사랑에 솔직한 모습을 보고 두근거리게 된 걸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


 “이미 너무 늦었다 하더라도…… 츠구 혼자 가슴앓이 하도록 만드는 건 천재 미소녀 실격~.”

 왜, 왜 말이 나오지 않는 거야. 네가 그토록 강렬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가끔은 나였으면 좋았었겠다고.


 “그러니까……. 나는 단지 츠구의 사랑을…… 배웅해 주고 싶을 뿐이야. 저기 멀리 노을이 지는 강 둔치까지. 그 앞에서 어느 쪽으로 자전거를 몰고 갈지는 츠구의 몫이겠지만…… 오랜 친구로서…… 뒷자리에 타고 가다가 바퀴를 힘껏 밀어 주는 정도의 자리는, 모카 짱에게 남겨 주세요…… 그런 말.”

 미소녀 기타지만 언제나 망설이고, 강한 척 하지만 헤매고, 헤맨다는 사실을 들키기 두려워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언제나 웃는 얼굴로 있지만…… 사실은 모카 짱도 사랑에 빠질 뿐인 여자아이라고, 몇 년을 외롭게 식어 온 사랑이,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태양 같은 해바라기의 얼굴을 바라봐 왔다고……! 왜, 말하지 못하는 거야! 아오바 모카! 제대로 말을 해! 당장, 입을 열고, 마음을 토해내!


 하지만…… 모카 짱은 무리였습니다.


 그러니, 품에…… 기대게 해 주는 수밖에는요. 아픈 해바라기를. 그야, 저조차 해님의 빛으로 살아가는 달님이니까요. 옆에 있어 주는 일이 전부인, 보잘 것 없는…… 첫 별이니까요.


 츠구는,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웅얼거리다가, 쿨쩍거리다가,

 “아핫…… 아하하…….”


 츠구는,


 난간에 기대는지, 내게 기대는 건지 모를 각도로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떨려서, 울먹이는지, 약한 숨을 쌕쌕이는지, 감기에 걸린 아기새인지, 우는 햇빛인지 모를 목소리로, 내 귓전에 속삭여 왔어요.


 “란 짱이…… 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는데도…… 그런 의미의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자기도 그런 식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고…… 모카 짱, 그러니까, 그렇게 둔한 자기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할 거라고……. 그래서……. 모카 짱……!”


 그리고, 아픈 해바라기는 나쁜 해님의 말을 그대로 주워섬기는 것조차 힘들어서,


 줄기를 꺾어 터뜨리며 내는 목소리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어……. 란 짱이……. 하핫…… 아하하……. 모카……! 모카……!”


 츠구는, 흘러넘치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목구멍을 비집고 나오는 슬픔을 차마 거두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빈 자리 없이 들어찬 감정이 쏟아져나와서, 여러분께는, 보여드릴 수 없어요. 이 감정이 무슨 색이었느냐는 모카 짱만이 간직해야 할 쓰린 비밀이니까.


 “…… 나…… 차였어……!”


 웃어야 하는데, 모카 앞에서 울면 안 되는데, 자꾸 울음이 나와.

 울어야 하는데, 내 마음에 슬픔이 아닌 감정이란 단 한 치도 허락되지 않았을 텐데, 왠지 웃음이 흘러넘쳐.


 “흐흑…… 아하핫……! 모카, 나……. 완전 바보 같아……. 아하하하…….”


 그런 마음이겠지, 하고 나는 츠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너무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 같아서 나는 바라보지 못하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마음을 이해하는 데는 거의 틀리지 않아. 하지만 나조차도 감당 못 할 슬픔을 읽어 버리는 건 그것 나름대로 큰 고통이지. 츠구가 아니라면, 아픔을 참는 해바라기가 아니라면, 저런 눈물도 햇볕도 견딜 수 없을 거예요. 나로선, 도무지 무리라는 말이야……. 옆으로만 햇빛을 받는, 약한 새벽 초승달로서는…….


 “제발…… 츠구……. 울지 마…….”


 나는 두 팔로 태양을 감싸안았다. 뜨거워 타 버릴 듯이 강하게 흐느끼는 어깨였다. 해바라기에게 발 디딜 땅이 허락되지 않은 겨울에, 찰나일지라도 여름처럼 강렬한 정오를 보고 말아서, 시들지 못하고 꼿꼿이 선 채로 자라 온 마음……. 아파 신음하는 해바라기를, 나는, 오랫동안 껴안고 있었다.











이 글은 쯔굿떼루에 대한 헌정임.


쯔굿떼루란, 꼿꼿이 서 있는 방법밖에 모르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쯔구의 모습을 나타낸 말이지.


특히 동경이라는 게 피 쏟는 짝사랑으로 쉽게 변질되니까. 쯔구의 위대한 모습은 거기에 있는 거임.


천재 미소녀 모카가 그 사랑을 관찰하게 하고 싶었음. 여러분도 쯔구애(愛)가 얼마나 위대한 건지는 잘 알잖아.


사실 시간을 좀 더 번 것도 생일날이 지난 한밤중(지금쯤)이 배경이라서......


들여쓰기가 안 되어 있길래 황급히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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