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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새벽에 보면 좋을지도 모르는 여왕님 소설 -17

ㅇㅇ(119.200) 2020.01.16 01: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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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아는 쇠와 기름 냄새 복판에 앉아 있었다. 테나는 병사들에 더해 판금 흉갑과 건틀렛을 보내왔고, 양 쪽 모두 데리아의 몸에 맞아떨어졌다. 리안은 데리아의 곁에 앉아 흉갑에 달린 끈과 견갑, 그리고 건틀릿의 관절부에 윤활유를 쳤다.

 

옆에 앉은 록산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록산느는 하르나와 함께 몇 번이고 검을 숫돌에 갈아 내고 있었다. 록산느가 데려온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데리아는 그들을 느릿하게 훑어보았다. 광장은 넓은 장소였지만, 수천 명이 얽혀서 대회전을 벌이기에는 좁았다. 지금 있는 인원들만이라면, 광장에서 수적으로 밀릴 일은 없어 보였다.

 

다들 광장에 제대로 도착했을 경우의 이야기이지만. 귀족의 사병들은 오합지졸이 아니고, 군을 다루는 일에서 미리 연습해 둔다는 경우는 몹시 제한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합을 맞추지 않고 복잡한 왕도의 거리를 걸어, 동시에 도착해 전투에 돌입하는 건 여전히 쉬운 작전이 아니었다.

 

데리아는 록산느를 건너다보았다. 록산느는 언제나처럼 생각이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리안이 자기 일을 마치자, 데리아는 판갑과 건틀릿을 장비하고 성검을 등에 맨 채로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하르나와 데리아가 설득하자, 무녀들은 병사들을 인도하는 일에 자원했다. 좁은 가도로 달리다 입구에서 전 인원이 기세를 잃고 막히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병사들은 스무 명 단위로 나뉘어 이동하고 왕도의 지리에 밝은 무녀들이 깃발을 들고 그들을 인도하는 계획이었다. 간단하기 그지없는 계획이었지만, 병사들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는 몇 번을 확인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 일이 끝나고 나서, 데리아는 무녀들이 각자 맡은 길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길을 기억하는 건 깃발을 기억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다른 무녀들은 또 각자의 일이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데리아는 남은 무녀들에게 관을 들려 보냈다. 케언 신의 무녀들은 죽음의 신의 사자로, 망자들을 인도하는 자리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들은 관을 배치해서, 시민들이 전장이 될 곳에 들어오는 걸 막기로 되어 있었다.

 

무녀들이 떠나자, 데리아는 대장기를 들어 바닥을 찍었다. 쾅쾅대는 소리가 신전에 울리고, 시선이 데리아에게 향했다.

 

나를 위해 충성을 다해 준 데 감사한다.”

 

데리아는 말했다. 록산느는 재빨리 병사들을 도열시켰다.

 

그대들이 누구에게 충성을 맹세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몇 번을 거쳐 나에게 충성하든, 나를 위한 충성이란 건 똑같으니까. 나는 같은 것은 같게 대한다. 그대들의 충성은 보답받을 것이다. 이 싸움이 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내 일이다! 영원히! 그대들의 충성은 이미 내 것이니까! 이제 가라! 그대들이 이 곳에 온 이유를 행해라!”

 

데리아는 그렇게 외치고, 기를 잡고 문을 나섰다. 등 뒤로 병사들이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악대가 내는 나팔과 북 소리가 병사들의 발소리와 섞였다. 데리아는 그 소리를 헤치고 광장으로 나섰다.

 

리시테아는 광장에 마련된 처형대 위에서 데리아를 맞았다. 양 옆에는 데리아의 근위대 대신, 린을 필두로 한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아직 첫 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연단 위에, 머리에 자루를 두른 마르케스가 몸을 떨고 있는 게 보였다.

 

리시테아!”

 

돌아오셨군요. 어머니.”

 

데리아는 검을 들어올렸다.

 

그래,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싫습니다.”

 

데리아는 들어올린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걸 신호로 데리아의 병사들이 광장으로 밀려들어왔다. 리시테아는 큰 걸음으로 달려, 그 선두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리시테아의 뒤에 선 기사들도 그 뒤를 쫓아 데리아의 병사들과 맞붙었다.

 

혼란 속에서 리시테아의 검이 번뜩였다. 새카맣게 빛나는 검은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휘몰아치고, 솟아올랐다 단숨에 내리꽂혔다. 대장이 분전하면 그 병들도 기세가 붙는다. 리시테아의 기사들은 단숨에 데리아의 병사들을 몰아붙였다.

 

“……이리 주세요, 데리아.”

 

마르타의 목소리였다. 데리아는, 마르타에게 대장기를 넘기고 성검을 양 손으로 쥐었다.

 

데리아는 행동한다. 기세란 목청만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니까. 겁에 질린 병사들에게 돌격하라는 말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데리아는 성큼성큼 뛰어 리시테아의 검격을 튕겨냈다. 그게 데리아가 통치하는 방식이니까.

 

리시테아의 검과 맞부딪친 두 손이 저려왔다. 리시테아는 단지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데도, 하지만 저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시테아의 검은 궤적에, 성검의 찬란한 궤적이 섞여들었다.

 

이 자들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나는 그들이 죽어야 한다고 결정한 적이 없다.”

 

데리아는 이를 악물고 리시테아에게 대답했다. 리시테아는 손쉽게 데리아의 검격을 막아내면서 대답했다.

 

이 자들은 죽어도 된다고 결정하신 건가요?”

 

그래. 그게 충성을 받는다는 것의 의미다.”

 

그럼 저도 어머니의 충성을 받을 수 있나요?”

 

나는 이런 방식으로 통치하지 않아! 충성이란 건,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할 때 가능한 거다.”

 

데리아는 고함을 내질렀다. 리시테아는 그 데리아를 보고 미소짓고는, 텅 빈 왼손을 들어올렸다.

 

그럼 힘으로 얻죠.”

 

그 순간, 리시테아의 손에서 검은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살점이 타는 불길한 냄새가 나더니, 데리아의 곁에서 잿더미가 흩날렸다.

 

데리아는 리시테아에게 파고들어, 그 왼손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리시테아……!”

 

리시테아는 성검을 움켜쥐었다. 성검 표면을 따라 검은 기운이 흐르더니 성검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데리아는 재빨리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죽은 병사의 검이 눈에 들어왔지만, 리시테아는 단숨에 데리아에게 달려들었다. 리시테아는 능숙하게 데리아의 팔과 허리를 잡아챘다.

 

리시테아는 데리아의 가슴 흉갑과 견갑, 안에 받쳐 입은 누비옷까지 단숨에 뜯어냈다. 데리아의 가슴 위로 손을 얹은 채, 리시테아는 광장에 설치한 연단을 따라 올라갔다. 패색을 느낀 병사들과 전투에 휘말린 시민들은 멍하니 데리아를 보고 있었다.

 

항복해라.”

 

리시테아는 짧게 말했다. 데리아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저으려 했다.

 

끄흐아악!”

 

그 순간, 리시테아의 손에서 튄 검은 번개가 데리아의 가슴을 뒤틀었다. 데리아의 신음을 들은 병사들은 하나둘 무기를 땅에 버렸다.

 

, 한 번 더는 싫어……”

 

예전처럼, 수많은 시민들의 시선이 데리아를 향했다. 리시테아는 아랑곳않고 데리아의 옷을 쥐어뜯었다.



토요일에 자격증 시험이 있어서 공부한다고 조금 뜸했어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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