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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별주부전 ~ 포피파 버젼 (카스아리)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7 03:31:59
조회 980 추천 42 댓글 21
														

옛날 옛적에, 동해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는 동화 속에서만 나오던 용궁이 있었어. 그리고, 거기에는 용왕 야마부키 사아야가 살면서 큰 고래부터 자그마한 멸치들까지 모든 바닷속 생물들을 다스렸다고 해. 사아야가 다스리는 동안, 동해 바닷속 모든 백성들은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누렸지만 정작 사아야한테는 큰 고민이 하나 있었지.



" 아무도 없느냐? "



" 부르셨습니까, 용왕 폐하. "



사아야의 목소리가 궁궐을 울리자, 용왕님을 제일 곁에서 모시는 지체 높은 대신 중 하나인 리미가 어전 앞으로 헤엄쳐 들어와.



" 이 궁궐에서 가장 믿을만한 신하인 너에게 긴히 믿고 맡길 일이 있다. "



괜히 높은 자리에 있는 게 아닌 리미는 얼른 사아야 용왕에게 립서비스를 해.



" 폐하, 저 우시고메 리미를 믿어주시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께서 명령만 하신다면 저 깊은 바닷속에 묻혀 있다는 망가니즈 단괴라도 캐 오겠나이다. "



" 허허허! 기특하구나. 허나, 쉽지 않을 것이다. 으흠, 흠. 너도 알겠지만, 내가 이 동해 바다를 다스린지도 어느덧 몇 백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슬슬 물러나서 자연과 드럼을 벗 삼아 한가로이 지내고 싶으나, 하늘이 무심하게도 누구와도 인연이 닿지 않아 후사는 커녕 배필도 찾지 못하였구나... 이러다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다의 온 백성들이 순식간에 기댈 곳을 잃을 것은 명약관화라 할 수 있겠지. 그 생각만 하면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아... "



" 폐하. 그렇다면, 지금 바로 제가 TF 팀을 꾸려서 용궁의 명문가 자제들 중에서 폐하의 배필이 될 사내를 찾아 보겠나이다. "



그 순간, 사아야가 역정을 내더니 옥좌 근처에 있는 드럼 스틱을 리미에게 집어 던져.



" 네 이년!! 지금까지 네년이 나라의 녹을 먹은 햇수가 얼만데 아직까지도 내 취향을 모른단 말이야!! "



궁궐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용왕 사아야는 여색을 밝히기로 소문이 자자했어. 우시고메 리미, 이런 멍청이! 그게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났을까! 등골이 오싹해진 리미는 얼른 고개를 조아려.



" 소, 송구하옵니다! 제가 반드시 폐하의 취향을 200% 저격하는 아리따운 낭자를 찾아 오겠나이다! "



*



리미도 나름 유능한 대신인지라,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큰소리 떵떵 치고 어전을 빠져 나온 거야. 리미는 그 길로 바다 마녀 하나조노 타에를 찾아. 마녀 타에는 이런저런 신기한 마법을 부리는 걸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마법은... 그 사람의 취향에 딱 맞는 애인 후보를 찾아주는 거야! 사아야 용왕의 고민 해결에 꼭 필요한 마법이지. 소식을 들은 타에는 바로 용궁으로 헤엄쳐 와. 리미가 용왕의 아내가 될 낭자를 찾아 준다면 막대한 금은보화로 사례 하겠다는 편지를 보냈거든.



" 네가 바로 그 용하다는 마녀 하나조노 타에로구나. 얘기는 들었겠지? 어서 빨리 내 애인 후보를 말해보도록 하라. "



타에가 눈을 감자, 타에의 수정구슬이 오색찬란한 빛을 내더니 용왕의 바로 앞에 빔 프로젝터처럼 빛무리를 쏴. 빛무리 안에는... 녹음이 우거진 숲이 보이고, 토끼 한 마리가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어.



"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검색 결과 사아야 용왕님의 배필로는... 저 산 속에 사는 토끼 토야마 카스미가 딱 맞는 걸로 사료 되옵니다~ "



용하대서 데려왔더니 이 점쟁이가 미쳤나, 리미가 사아야 용왕님 대신에 발칵 역정을 내.



" 어, 어디 지금 동해 바다를 다스리시는 용왕님 앞에 저런 천한 축생을 들이대느냐!! 목숨이 아깝지 않느냐!! "



그 순간, 아까 던지지 않았던 드럼 스틱 한 짝이 다시 리미한테 날아 와.



" 아얏!! "



" 이게 왜 초를 쳐, 예쁘기만 하구만. 으흠... 토끼라... 음.... 고 년이 생긴 것은 귀여워서 뭐 아슬아슬하게 내 취향에 합격이라 할 수 있겠구나. 허나 땅에서 날래게 뛰어다니는 토끼를 무슨 수로 바다 깊은 곳까지 잡아올꼬... 뭐, 그건 리미한테 맡기면 어떻게든 되겠지. "



" 저, 전하... 저는 생물학적으로, 아가미 호흡을 하는 수중 생물로서... 물 밖에 나가면 5분도 버틸 자신이 없사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



" 야, 그런 거 하라고 너 높은 자리에 앉혀 놓은 거 아니냐? 니가 못하면 부하들 시켜서라도 토끼 데려 와. 이 동해 바다에 인재가 그렇게 없어? 아유 이것들이, 요즘 너무 태평성대라 내가 할 게 없어서 드럼이나 치니까 자꾸 기어오르려고... 그 뭐냐, 하나조노 타에라고 했나? 너는 갈 데 없으면 용궁에 좀 머무르면서 나랑 같이 토끼 오는 거 기다리자. "



" 예, 폐하. "



고개를 연신 조아리며 어전을 빠져 나온 리미는 아랫 입술을 꽉 깨물어. 황당한 명령에도 정도가 있지, 내가 무슨 수로 토끼를 잡아 온담. 그래도 이미 폐하 앞에서 반드시 배필을 찾아 오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치고 나온 후라서, 이제 와서 무르면 당장 지하 감옥으로 끌려갈 판이야. 이를 어쩐다, 왜 하필 용왕 배필이 토끼인 건데!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던 리미는 엘리트답게 바로 좋은 생각을 떠올려. 그렇지, 걔가 있었지!



*



" 절~대 안 해. "



" 그러지 말고, 아리사! 친구 좋다는 게 다 뭔가! "



" 아, 귀찮다고!! 내가 미쳤다고 그 용왕 여자 찾아 주러 물 밖에 나가니? 내가 물에 올라갈 수 있는 건 맞는데, 그 날랜 토끼를 어떻게 따라잡으라고! 그리고, 내가 그렇게 출장을 오래가면 이 산호들은 다 누가 관리해줄 건데? "



산호를 키우는 게 취미인 아리사 별주부는 등껍질을 잡고 매달리는 리미를 쳐다보지도 않고 흥, 흥 거리면서 산호의 가지를 다듬는 데 바빠. 아리사 말도 일리는 있는 것이, 자라가 물 밖에선 물고기들 보다야 빠르겠지만 토끼에 비할 바는 아니거든.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면 지하 감옥 뿐이야. 리미는 다시 한번 아리사를 붙잡고 늘어져.



" 그래도, 숨이라도 쉴 수 있는 자네가 우리 중에선 제일 가망이 있지 않는가... 이번 일이 끝나면, 내 반드시 용왕님께 잘 말씀드려서 자네도 이제 궁의 요직에 앉을 수 있도록 주선해 보겠네. 솔직히, 이치가야 아리사 같은 인재가 언제까지 주부 같은 한직에서 허송세월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 흐음... 그것도 그렇긴 해. "



칭찬에 약한 아리사는 살짝 마음이 기울어. 아리사는 일전에 여색을 줄이라는 간언을 올렸다가 사아야 용왕의 미움을 사서, 능력이 출중한데도 불구하고 계속 한직을 전전하는 케이스였거든. 그래, 이것도 다 사회생활이야. 내가 초반에 살짝 꼬였지만, 이제부터 그 용왕 비위만 맞춰 주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그리고, 토끼가 뭐 별 거야? 내가 동해용궁대학교 수석 입학, 수석 졸업자인데, 말로 살살 꼬시기만 하면 못 데려올 축생이 없지! 이건 기회야, 이치가야 아리사 인생 역전의 기회...! 아리사는 표정을 싹 바꾸고, 리미의 두 손을 잡더니 활짝 웃으며 내숭을 부려.



" 그래! 용궁이 위기라 하니, 내 사아야 용왕님의 신하된 자로서 어찌 나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용왕님에겐 이 이치가야 아리사가, 반드시 토끼를 데려올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 드리게! "



*



기본적으로 친구도 별로 없고, 인도어파인 히키코모리인 아리사인지라 물에 나갈 수는 있지만 실제로 나가 보는 건 꽤 오랜만이야. 마른 흙의 감촉과 찌는 듯한 태양양이 꽤 신선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 아리사는 등껍질 사이에서 리미가 그려준 토끼의 몽타주를 꺼내. 토끼는 책에서만 봤었는데, 이렇게 예쁜 토끼가 있었나?



그나저나 큰소리 치고 나오긴 했지만, 생각보다 막막한 일이야. 이 울창한 숲에서 어떻게 토끼를 찾지? 토끼라고 해도 새끼를 여러 마리 낳는다는, 책에서 읽은 놈들의 습성으로 보아 한 놈이 아닐 거고. 지리도 잘 모르는 아리사에게는 완전히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격이야.



" 아앗, 안녕? 넌 무슨 동물이니? 처음 봐! "



뒤에서 들리는 옥구슬 굴러가듯 밝고 예쁜 목소리에 아리사는 홀린 듯 고개를 돌려. 그랬더니 이게 뭐야, 그림 속 낭자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토끼가 하나 서 있는 거야! 예쁜 보라색 눈망울과, 윤기 나는 갈색 털, 살짝 접은 두 귀, 잘록한 꼬리. 이게 토끼 맞네, 맞아! 아리사는 마음 속에서 샴페인을 터트려. 하늘이 나를 도우시는 구나...!



" 어흠, 흠! 그, 그러니까... 토 선생... 맞으시오? 나는 동해 용궁의 자라, 이치가야 아리사라고 하오... "



낯선 사람과 얘기하는 것이 서투른 아리사가 예의 바른 말투로 띄엄 띄엄 말을 하자, 토끼는 생긋 웃으면서 답해.



" 토 선생...? 응, 내가 토야마 카스미 맞아! 나는 토끼야. "



토끼라는 걸 증명이라도 해 주듯 접힌 채로 쫑긋거리는 두 귀를 보자, 아리사의 호기심이 일어.



" 저기, 토 선생. 내가 아는 토끼는 귀가 더 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선생의 귀는 그렇게 짧소? 아, 나쁜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오! (개미 목소리로) 귀엽기야 한데... "



아리사가 아무리 작은 목소리로 말해 봤자, 귀가 좋은 토끼 카스미한테 안 들릴 리가 없지.



" 응? 정말?? 아리사아아~~! 내 귀, 귀여워!? 펴려고 하면 귀는 펼 수 있어! 근데 내가 왜 귀를 접고 다니나면, 전에 한밤중에 토끼풀을 뜯다 별의 고동소리를 들었는데 말이야? 어쩌구저쩌구... "



아리사는 카스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타겟을 관찰하기 시작해. 땡 잡았다. 하는 말도, 생긴 것도 맹해 보여서 속여 먹기엔 딱 좋겠네! 근데 그 바다 마녀인가 뭔가 하는 점쟁이도 용하긴 하잖아? 진짜 귀엽다... 용왕이 딱 좋아할 스타일이긴 하네.



" ...그래서! 별 모양으로 귀를 살짝 접고 다니면 언젠가 또 별의 고동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해서~!! 아, 그리고 아리사가 등에 메고 다니는 돌멩이도 귀여워! "



아리사의 볼이 금세 붉어져. 이, 이 바보가 지금 나한테 뭐래는 거야!?



" 바보냐!! 이건 돌멩이 아니야! 등껍질이야! 그, 그리고 누구더러 귀엽대!! "



아리사가 역정을 내건 말건, 카스미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어느새 아리사 뒤로 뛰어가서 등껍질을 어루만져.



" 왜에~! 귀여워! 돌멩이가 아리사 몸집보다 더 큰데도, 잘 메고 다니는 게 귀여워! 아리사, 쪼끄만데도 대단하다~ "



제 머리를 쓰다듬는 카스미의 앞발을 확 뿌리치고 아리사는 하려던 말을 계속 해.



" 만지지 맛!! 으흠, 흠!! 그러니까, 내가 너를 찾아온 이유는 너한테 제안할 것이 하나 있어서야. "



" 제안? 어떤 제안? "



" 그러니까, 내가 사는 바다 깊은 곳에 엄~청 크고 으리으리한 용궁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로 너를 초대하려는 거야.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용왕님의 초대를 받은 건 너 하나 뿐이라고? "



" 정말? 거기 가면, 재밌는 것도 많아? "



아리사는 괜히 우쭐해져서 말을 이어. 촌에서 올라온 애한테 도시를 소개시켜 준다면 이런 기분일까?



" 흐흥~ 용궁에서는 지금 네가 매일 먹는 마른 풀떼기보다 훨씬 맛난 산해진미가 세끼 풀코스로 나오고, 다들 휘황찬란한 보석으로 장식된 궁궐에서 살아간다고~? 하긴, 나무 그루터기나 동굴에서 잠을 청하는 너희같은 축생들이 뭘 알기나 하겠니? "



" 용궁, 멋있다...! 그런 곳에서 온 아리사는 대단해!! 그런데, 나는 물에선 숨을 못 쉬니까... "



토끼는 실망하면 귀가 축 늘어지는구나. 귀엽다... 아니, 이게 아니지! 자꾸 카스미를 보면 딴 생각을 하게 되는 아리사는 억지로 바닥에 시선을 고정해.



" 그런 건 상관없어. 내 등에 타서 잠깐 숨만 참으면 용궁까지는 금방이니까... "



" 정말!? 아리사, 사랑해~!!! 아리사가 없었으면 용궁에 못 갈 뻔 했어! 아리사, 정말 너무 좋아~!! "



" 달라붙지 마아~!! "



토끼란 족속들은 원래 이렇게 음탕한 거야!? 조금만 띄워주면 금세 달라붙어서 사랑한다느니, 좋아한다느니! 이래서 뭍에 사는 것들은!! 아리사는 카스미를 억지로 떼어내려다 이내 포기해. 물 속에서는 몰라도 물 위에선 토끼를 이길 수 없거든.



" 아리사, 그럼 나도 보답으로 산 속을 구경 시켜줄게! "



" 엑!? 잠깐, 그럴 시간은... "



" 그러지 말구~! 아리사, 나랑 같이 맛있는 나무 열매도 따 먹고, 저~기 숲 속에 엄청 맑은 샘물로 목도 축이고... 재밌을 거야! 아, 나만 아는 들판이 하나 있거든? 거기서, 내가 아리사한테 노래도 불러 줄게! "



" 야, 카스미!! 잠깐만~!!! "



대답도 듣지 않고 카스미에게 손을 잡아 채인 아리사는 그대로 숲 속으로 끌려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루빨리 용왕님께 토끼를 바쳐야... 하지만, 딱 하루만 놀고 가는 건 괜찮겠지...? 애초에 토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그래, 딱 하루만 얘랑 놀자...! 나도 오랜만에 뭍에 나왔으니까. 그 나무 열매라는 건 얼마나 맛있을까? 또 아리사는 노래를 부르는 카스미의 모습을 상상해 봐. 지금도 인어의 오색 비늘처럼 예쁘고 고운 목소리인데,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듣기 좋을까...



그렇게, 카스미가 아리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고 있을 때...



*


" 오, 오타에... 너무 가깝구나... "



" 사아야, 귀여워... 사아야의 얼굴, 더 보고 싶어. 눈 마주쳐 줘... "



" 오타에...! 읏, 나도, 오타에가 좋아...! "



어느새 각별한 사이가 되어 버려서 침실에서 나오지를 않는 용왕님 때문에 텅 비어버린 어전을 쓸쓸히 지키는 리미는 아리사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야.



' 이거, 토끼는 이제 안중에도 없으시군... 뭐, 나에게도, 아리사에게도 잘 됐지! 말이야 쉽지, 자라가 토끼를 어떻게 잡는다고? 오히려 잡힌다면 모를까... '



*



" 이상~ 천재 미소녀 작가, 모카 쨩의 그림 연극~ 끝~! "



" 아니, 절대로 싫거든!! 사아야는 용왕인데, 나는 왜 자라야! 그리고 왜 여기서도 카스미랑 엮이는데!! "



" 그래도 주연인 거야~ 아리사, 그리고 카스미랑 엮이는 거 내심 좋으면서~ "



" 누, 누가 좋대!? 모카 쨩, 이 그림책 당장 갖다 버려!! "



" 아, 아리사 뭐 보고 있어? "



" 읏...! 너는 절대 보지 마, 토야마 카스미!! "



*



너무 저 세상 회로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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