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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내가 아다를 땐 날

ㅇㅇ(125.176) 2020.01.19 19:34:46
조회 1156 추천 37 댓글 4
														


난 A야. ABCD할 때 그 A. 이름은 있지만 익명을 위해서 우선 이런 이름을 쓸게.
우선 여자고 17살이야. 제목보고 놀랐겠지만 아무튼 내 얘기를 들어주었으면 해.


내 소꿉친구를 B라고 할게. 이 애는 나랑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만나서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어. 아마 5살에 처음 만났었을거야. 너무 조용하고 얌전해서 오히려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 나를 보던 그 무표정이 이상하게 신경에 거슬렸던 기억이 있어.

하지만 이 아이와의 시간을 거듭할 수록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정말 곤란하거나 힘들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울고 있을 때 나를 구해줘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아이와 있으면 괜히 즐겁고,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아. 그렇게 친구가 될 수 있었어. 아마 되었다고 생각해.

소꿉친구였던 B와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같은 곳에 다니게 되었어. 여전히 말 수가 적고, 만사에 흥미가 없는 것 같은 아이지만 그래도 할 때는 하는 아이였어.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소꿉친구인 B가 그저 평범한 소꿉친구가 아니게 되었어.

뭐였을까. 그 아이가 어떤 '사건'으로 굉장히 충격 받아서, 그 아이가 기댈 수 있는, 좋아하는 사람이 그나마 나였던 것 같아. 부모님은 해외에 있으셔서 쉽게 만나지 못하거든. 그 아이가 나에게 의존하기 시작했어. B가 나를 의존해 주니까 그러면 안되지만 사실 기뻤어. 그 아이가 나에게 기댄다는 사실에. 

그 아이가 슬퍼하니까 내가 계속 옆에 있어주고, 일상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줬어. 항상 무표정이던 B는 가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고, 그 때마다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내 팔 안에서 잠들었어. 그런 하루하루. 학교에서의 우리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지만, 집에서까지 함께하게 된 우리는 조금 주위에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그 시간이 더 이어졌으면 하고 느낀건 내가 나쁜 사람이라서인가봐. 왠지 죄책감이 들어서 가끔 얼굴을 마주칠 때 눈을 피해버리고 말아.

여름 방학에 접어들고 소파에서 영화를 보고 있을 때였어. 그 날 방영된 영화는 단순히 소리를 지르기만 하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에로틱함이 섞인 영화였어. 새벽이었고 그런 연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영화같아. 흔들다리 효과였나? 공포심에 사로잡혀 두근대는 와중에 야한 장면으로 연인들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그런 의도가 있었을거야.

문제는 그 효과가 나에게까지 미쳤던 것 같아. 아니 정말 그 때 미친 것 같아.

그냥 호기심? 키스를 하면 무슨 기분일까? 어떤 느낌일까? 흔한 사춘기의 성적 호기심과 충동같은 건가봐. 키스가 하고 싶었어. 그 때 옆에 가까운듯 조금 떨어진듯 미묘한 거리에 있던 B가 있었어. 

원래 B가 나에게 의존하기 전 부터, B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어. 아니 싫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B는 저항한다는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것 처럼 거절하지 않았어. 그러니 이번에도 괜찮지 않을까? 챙겨주는 것에 대한 보상 심리도 있었어. 쓰면서도 진짜 내가 쓰레기 같네.

B의 이름을 불렀어. B가 돌아봤어. 문득 무표정인 표정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보고싶어. 그런 변명으로 빠르게 다가가서 아주 짧게 입술을 맞췄어.
다시 B를 바라보자 B는 눈을 크게 뜨고 조금 놀란 표정이야. 상황을 못 받아들이고 굳어있었어. 그래서 한번 더 입을 맞췄어. 좀 더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라고 키스를 하고 나면 장난쳤다고 웃으면서 너는 항상 반응이 둔하니까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고. 그런데 그 변명이 실제로 말로 나오는 일은 없었어.

심장이 쿵쾅댔어. 숨을 쉬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굉장히 얕게 호흡하면서 몸이고 머리고 긴장으로 새하얗게 되어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어.

영화의 비명소리를 배경으로 B와 키스를 계속 했어. 짧게 떨면서 처음엔 짧게 입술 끝이 살짝 닿는 키스, 입술끼리 깊게 포개는 키스, 나중에는 혀로 B의 입술을 핣으며 잡아 먹는 듯이 덮어 눌러서 살짝 빨아댔어. 키스의 횟수가 많아질 수록 서로의 호흡이 거칠어졌어. 자연스럽게 B쪽으로 쓰러져서 다음은 목으로 숨을 기어가며 다가가 입술에 했던 것 처럼 입을 맞추고 핥고 물었어. B가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에 뇌가 저려와서 잡던 손을 놓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살을 쓰다듬었어. 매일 보는 몸인데 만지는 감촉만은 생소하고 기분 좋았어. 그래 난 B에게 욕정하고 만거야.

B는 가쁜 숨은 뜨거웠고 팔로 가린 눈 근처는 눈물로 젖어있어서 사실 그러면 안되는데 그런 B의 모습이 너무 야해서. 흥분되어서.

죄책감이 들기보다 먼저 얼굴에 걸친 팔을 치우고 키스해버렸지 뭐야?

미안해. 하지만 알고 있었어. 내가 뭘 해도 별 저항 안할거란걸.

이제는 집에 돌아오면 현관에서 바로 벽에 밀어 덮치게 돼. B는 역시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아. 그리고 그 후로 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
내가 B에게 안는 감정이 욕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어. 
나는 어쩌면 좋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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