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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앱에서 작성

뮻ㅇ(70.68) 2020.01.20 22:00:04
조회 1280 추천 1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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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물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 젖은 어깨
스치어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람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단 말들도 묻어버리기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다시 우미쨩을 보게 된다면 꼭 묻고 싶어. 그 날의 우리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어린 마음의 호기심? 잠깐의 불장난? 코토리가 우미쨩에게 품었고, 또 우미쨩이 내게 품었던, 어렸을 때 그 날의 찰나를 너무 아름답게 빛냈던 그 감정을, 차마 사랑이라고는 못하겠지. 코토리는 이제야 깨달았거든. 우리 감정은 결코 사랑이었을 수 없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대체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는 건너뛰어도 될 것 같아. 십 년도 더 된 일, 기억도 가물가물하니까. 그래, 아마도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안 되어서였을 거야. 내게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나도 모르게 내 맘에서 저울질하기 시작한 게. 어느 순간 매일같이 혼나는 호노카보다 무릎까지 내려올 것 같은 다크 서클을 애써 가린 얼굴로 화를 내는 우미쨩이 더 안쓰러웠고, 혹 셋이 함께 걸을 때 우미쨩이 중간에서 걷고 있으면 어떻게든 너와 호노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려 용 쓰기 시작한 게.

아마 우미쨩도 비슷한 시기에 코토리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을 거라 생각해. 널 감시라도 하듯 네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던 나와는 반대로 날 피해 다니던 게 그때쯤 눈에 띄기 시작했으니까. 어찌 보면 그런 네 행동 때문에 난 오히려 네게 다가갔던 것 같아. 내가 붙어 다니려 하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고, 안되면 어찌어찌 호노카라도 함께 끼어서 움직이려는 네 모습은 내 안의 오기와 질투라는 심지에 불을 붙여 버렸거든.

코토리는 당시의 우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 사실은 둘 다 자각하고 있으면서 애써 우정이라 포장해보고, 서로를 누구보다 유심히 지켜보고, 또 서로의 감정마저 알고 있으면서도 또 모르는 척하고. 내가 다가가면 네가 밀어내다가, 네가 밀어내기를 멈추면 오히려 내가 무서워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서고, 넌 또 물러선 내 모습에 상처받아 다시 밀어내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짓이지만, 또 무엇보다 머리에 깊게 박힌 우리의 기억이기도 하잖아.

그래, 그렇게 고교생활 3년을 계속 그렇게 서로 삽질만 하면서 보냈지. 그 사이 기념일마다 주고받은 그놈의 우정 초콜릿, 사탕, 빼빼로... 주변에서 보기에도 되게 티 났을 것 같지 않니? 뭐, 상관없어. 그 날의 두근거림도, 아쉬움도 지금은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으니까.

그 날의 기억은 추억 저편으로 몰아버리고 멋대로 미화도 하고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 두 번째 만남부터는 그렇게 순탄하지 못했잖아. 고등학교 3년이 추억이라면, 그 후로는 기억이겠지. 아직은 지워지지 않은, 완전히 낫지는 못한 상처에서 아직 미처 빼지 못한 작은 깨진 유리조각 같은 기억.

우연? 운명? 정확히는 모르겠어. 아마 둘 중 하나겠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아이돌도, 짝사랑도 모두 잊고 있었던 내 앞에 네가 갑작스레 나타난 건. 아직 사회 초년생인 주제에 벌써 쓴맛을 알아버려, 미래에 대한 걱정과 주변의 질책만을 유일한 동력으로 삼으며 억지로 내 삶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간신히 내디디고 있는 내 앞에, 지독히도 지루하고 무료한 삶을 밝혀줄 네가 나타났다는 게.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의 그 놀라움과 반가움, 이미 거의 알고 있었던 서로의 마음을 확실히 했을 때 느껴졌던 그 안도감, 그리고 거의 동시에 사귀자는 말이 나왔을 때의 기쁨과 기대...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을게. 어차피 우리가 다시 만나고, 그때까지도 서로 좋아했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우미쨩을 보는 순간 내 심장이 뛰는 걸 보며 난 바로 알았거든. 우미쨩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던 날 공항에서 목구멍까지 올라와 입술이 몇 번이나 달싹거렸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억지로 삼켰던 그 말은 내 뱃속에서 없어져 버린 게 아니라,아직 내 안에 남아있다는 걸.

우미쨩과 정말 연인 관계였던 지난 수년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솔직히 사귀기로 한 그 다음 날이었던 것 같아. 그 날은 정신이 없어서, 꿈인지 현실인지 확신할 수도 없었거든. 가볍게 맥주 한 잔씩 하고 정신 차린 그 다음 날, 고등학교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잠을 자면서도 정자세로 자는 우미쨩을 보고서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어. 그렇게 그 날은 몇 시간이고 서로 입 맞추고 끌어안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됐는지 몰라. 좀 지나고 나서 같았으면 오 분도 채 안 지나서 침대로 갔을텐데.

하지만 우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버린 걸까? 아니면 고등학교 때, 혹은 우미쨩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내가 고백을 했더라도 마찬가지였을까? 내 입에서 처음으로 이별의 말이 나오기까지는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화가 났었나 몰라. 아, 방금 건 너무 뻔한 후회하는 애인 대사인 거야?

그렇게 사귀고 또 헤어지고, 서로 죽을 만큼 미워하다 하루도 가지 않아 함께 잠들고. 그렇게 헤어지고 또다시 만난 걸 보면 우리가 과연 너무 잘 맞는건지, 너무 안 맞는 건지 모르겠어. 그래도 이왕 사귀었던 거, 스스로에게는 너무 잘 맞았던 거라고 설득 시도 하는 중이야.

하지만 우미쨩, 너무 아팠잖아. 우미쨩도, 코토리도. 서로 너무 상처 주었잖아. 우미쨩의 날카로운 말이 몇 번이고 내 가슴을 찔러댔고, 코토리의 행동이 너무 많이 우미쨩을 울게 했잖아.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우리 사랑했다면, 서로 사랑했다면... 아프게 하면 안 되는 거였잖아. 정말로 끝나기까지 우리 며칠이나 사귀었는지 알아? 자그마치 1,804일이야, 우미쨩. 1,804 일. 며칠만 더 지났으면 우리 5 년째 사귀는 날이었어. 뭐, 어차피 헤어진 마당에 의미는 없지만.

마지막 날 싸웠던 일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 며칠 되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건가? 그 날 코토리는 우미쨩과 닮은 뒷모습이 다른 여자와 모텔에서 나오는 걸 보았고, 우미쨩은 요즘 내가 너무 회사 동료들과 가깝게 지낸다며 화를 냈잖아. 싸우다 보니 모텔에서 나온 건 우미쨩이 아니라는 건 밝혀졌지만 그때 쯤이면 상관없었어. 서로 별다른 이유 없이 각자 얘기만 하면서 화를 냈으니까. 점점 과거 얘기가 나오고, 더 거슬러서 고등학교 얘기까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2,000일을 가깝게 사귀는 동안 열 번도 넘게 헤어졌다 다시 만났지만, 코토리가 우미쨩 생일을 깜빡하고 회사 회식을 다녀왔던 한 번을 제외하고는 우미쨩이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적이 없었는데, 그 날은 웬일인지 네 입에서 그 얘기가 나오더라. 나도 마침 그 말이 혀끝에 걸려 있었지만, 얼마 전에 네가 한 번만 더 헤어지잔 말을 무기처럼 사용하면 정말로 끝이라는 말 때문에 차마 말은 못하고 있었거든. 그렇게 잘난 척 하던 우미쨩이 먼저 헤어지자 말했으니, 우미쨩도 할 말 없는 거지.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끝이어야겠지. 우미쨩이 먼저 헤어지자 말한 만큼, 마음 정리도 확실히 했을거고, 코토리야 매번 후회하지마는 또 매번 이번에는 정리하겠다는 생각이었으니까. 문제는 헤어지기로 하고 일주일 후 술에 취해 새벽부터 코토리네 집 앞으로 찾아온 우미쨩이잖아.

그때 난 대체 왜 너를 따라나섰을까. 그냥 택시를 불러주고 널 보내줬어야 했는데. 그러면 끝까지 우리가 사랑했었다 믿을 수 있었을 텐데.

둘이서 한참 마셨던 것 같아. 술에 잔뜩 취해 찾아오더니, 날 끌고 데려간 곳이 또 바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그렇게 나 앉혀 놓고 계속 술만 마시다가 키스하고. 또 술 마시다가 끌어 앉고. 그때는 아직 마음 정리가 안 되어 있을 때인데. 우미쨩 멍청이. 아, 혹시 우리끼리 사랑 타령하고 키스하는 걸 이상하게 볼까 싶어 둘러봤더니, 다 우리 같은 사람들만 있었나 봐. 거기서도 죄다 여자더라구.

그 날 모텔까지 간 건 진짜로 실수였어. 그냥 앉아있기는 뻘쭘하고, 가려고 하면 우미쨩이 막으니까, 나도 한두 모금 홀짝홀짝 한 걸로 취할 줄이야. 더불어 코토리가 칵테일에 특히나 쉽게 취한다는 것도 알았지. 모텔 가서야 뻔하지, 뭐. 무인 모텔이라 다행이었지. 우리 둘이 가면 매번 앞에 있는 사람이 콘돔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하던 거, 되게 어색했는데.

그 날 술 취해 있던 게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돼. 돌아보면, 너랑 보낸 마지막 밤이었는데, 하나도 기억에 남기지를 못한 거잖아. 우미쨩한테 매달려서 바에서 나오고부터, 기억이 드문드문 있어. 어떻게 모텔까지 갔는지는 모르겠고, 또 로비에서 계단 앞에 앉아서 엉엉 운 거는 기억나는데, 방에 들어가고 나서 어떻게 침대로 들어왔는지는 생각이 안 나. 정신 차려보니까, 아침에 혼자 침대 위에 있었어. 옷은 다 입고 있던데, 완전히 벗었던 기억이 있는 거로 봐선 우미쨩이 다시 입혀준 거겠지?

밖에 나오고 나니까 그제야 우미쨩이랑 헤어졌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시 사귀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거든. 뭐랄까, 되게 허무했어. 슬프거나 괴로운 감정도 없었고, 그냥... 허무하더라. 후련하거나 시원했던 건 결코 아니지만, 사랑이라는 게 이렇게 빨리 없어질 수 있나, 사람 감정이라는 게 이렇게 단순한 건가 싶어서.

생각해보니 그 날 일요일이었고, 할 일도, 갈 곳도 없어서 그냥 걸었어. 날이 점점 짧아지는지, 오후 네 시 밖에 안됐는데 해가 저무는 게 보였어. 날씨도 점점 쌀쌀해져서, 옷을 조금 더 챙겨 입고 나왔으면 싶었어. 그렇게 한참 걷다가 보니 나 같은 사람들 끌어모으려는지, 벌써부터 길거리에 포장마차들이 한둘씩 냄새를 폴폴 풍기고 있더라. 가장 먼저 보이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노을진 하늘이 너무 예쁘고, 초저녁 바람이 시원해서 조금 더 걸었어. 계속 걸어 코토리네 회사 근처로 오고 나니, 이제는 어디로 갈지 내 발이 더 잘 알더라구. 회사 바로 앞에, 어묵 맛있는 곳 있잖아. 코토리가 야근하고 지쳐서 집으로 가려고 할 때 우미쨩이 데리러 오면 술이나 한잔 하자고 자주 가던 거기. 들어서니 주인아주머니가 날 알아보시더라? 우리가 자주 가기는 했나 봐. 주말에는 온 적이 없어서 살짝 놀라신 것 같기는 했는데...

앉아서 먹을 것만 이것저것 시켜 먹으려다가, 결국 소주 한 병 시켰어. 안주만 먹기에는 너무 심심해서, 딱 한 병만. 테이블에 앉아서 보니까 하늘은 포장마차 안에서도 보이더라. 아까 그냥 아무 곳이나 가도 됐을 텐데, 굳이 거기까지 걸어간 게 억울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거기가 제일 맛있으니까, 뭐. 아무튼, 그래서 혼자서 술 마시고 있는데, 좀 떨어진 곳에 전선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어. 가을이라도 이제 쌀쌀한데, 혼자 앉아있는 거야. 뭔가 재밌어서 계속 그 새 쳐다보고 있으니까,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왔어. 술에 취해서인지, 충격받아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갔는데, 혼자서만 코토리랑 같이 있는 게, 그 새가 우미쨩같이 보이는거야. 이 생각을 하면서 뭔가 확 이질감이 들었는데, 한참 앉아있던 새가 휙 하고 날아가 버릴 때 기억났지. 이젠 우미쨩도 없구나.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라?

그렇게 그 새가 날아가고 나니까 속에서 뭔가 하나는 풀린 것 같았어. 아마 우미쨩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새가 가져간 것 같아. 그때부터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우미쨩한테 화가 안 났거든. 이제는 새가 없는 전선만 한참 보다가 또 술 한 잔 마시고, 또 어묵 하나 먹으면서 다른 새라도 오지 않을까, 전선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몇 시간 동안 그렇게 앉아있었어. 전선에는 끝까지 아무도 안 왔고. 그러다가 아마 어두워지고 나서 잠들었던 것 같아. 그럴 만도 하지, 그 전날 새벽부터 우미쨩한테 끌려 나와 술 마시고, 모텔 가서 잠 제대로 잤을 리야 없고, 그 날은 낮부터 계속 걷다가 앉아서 여태껏 혼자 술 마시고 있었으니. 밖에서 자면 감기 걸리는데, 우미쨩한테 혼나는데... 혼자 중얼거리다가 테이블에 엎어져서 코 골고 잤어. 한참 자다가 새벽에야 주인아주머니가 깨워주시더라. 솔직히 눈 뜨기 직전까지 우미쨩 꿈꾸고 있어서 우미쨩이 깨워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살짝 아쉬워 하는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을지도. 일어나서 허둥지둥 아주머니께 돈 내고, 밖으로 나왔어.

밖으로 나오니까 확 춥더라구. 생각보다 너무 추워서 다시 들어가서 아주머니께 오뎅 국물 한 컵 얻어마셨지. 그렇게 또 정처 없이 걷다 보니까 어느새 우미쨩네 집으로 향하고 있더라. 코토리네 회사에서 열 정거장 넘게 떨어져 있는데, 그냥 걷다 보니까 그 거리를 다 걸어서 왔더라구. 되게 헛웃음이 났어. 화랑 김유신은 자기가 자주 찾던 첩의 집으로 스스로 찾아간 말의 목을 잘랐다던데, 코토리는 다리를 잘라야 하나?

그렇게 우미쨩네 동네까지 오는 건 쉬웠는데, 우미쨩 집 앞에 서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여길 왔지, 싶었고, 혹시라도 우미쨩이 보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됐지. 바로 갈까 싶었는데 다리가 앞에서 우미쨩 대문 앞에 잠깐 기대고 앉았어. 그렇게 앉아있으니까 참 좋더라. 왜, 나름 로맨틱하잖아. 헤어진 애인 집 앞으로 새벽부터 찾아오다니... 뭐? 코토리는 스토커가 아니라구!

쪼그려 앉으니까 자연스럽게 눈길이 또 하늘로 갔는데, 이번에는 새는 없더라. 그런데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너무 예뻐서 넋을 놓고 구경하고 있었어. 가장 예쁜 별은 우미쨩, 그 바로 옆에 조금 덜 반짝이는 별은 코토리. 입 바보같이 벌리고 보고 있는데, 점점 구름에 별이 가려지는 걸 보는데... 그렇게 우미쨩이랑 코토리 별빛이 없어지는 걸 보는데, 여태껏 속에 꾹꾹 눌러왔던 게 확 올라왔어. 우미쨩과 헤어지고부터 속에 쌓여있던 눈물이 갑자기 몰려오는데, 술기운에 도저히 멈출 수가 없더라니까. 그래서 구름에 가려진 별 보면서 펑펑 울었어. 그때는 진짜로 목 놓아서 울었던 것 같아. 다른 집에서 좀 조용히 하라고 소리까지 질렀거든. 그런데 우미쨩은 진짜로 그날 밤에 아무것도 못 들은 거야?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한참 울다 보니까 이젠 지쳐서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 눈물샘은 마르지도 않는지 앞을 가릴 정도로 눈물이 계속 쏟아지는데, 입에서는 더는 소리가 안 나오니까 그냥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일어섰어. 눈물도 닦기 귀찮아서 그냥 흐르게 뒀더니 진짜 끝도 없이 흐르더라구. 그렇게 결국 우미쨩 집 앞에만 한참을 앉아있다가 다시 큰길로 나왔어. 아직 멈추지 않는 눈물을 이제는 오기로 얼마나 그냥 두면 그만 흐르나 보자는 식으로 계속 무시했지. 그렇게 다시 날 밝을 때까지 또 길 따라 걸었어. 한참 걷는데 무슨 삼류영화도 아니고, 타이밍 끝내주게 비가 오는거야. 폭우처럼 막 쏟아지지는 않고 그냥 잔비가 조금씩 내리는데, 이게 내 얼굴에서 눈물이랑 빗물이 섞여서 흘러 내리는 게 뭔가 기분이 오묘한 게... 입에서는 소리가 안 나는데, 눈물은 더 많이 나기 시작했어.

그렇게 걷고 있으니까 이 거리에서 우리 함께 걷던 게 생각나고, 우리 추억들, 예뻤던 기억들이 돌아오더라. 원래는 우미쨩이랑 손을 맞잡고 여길 걸었는데, 이번엔 혼자서... 이 생각이 드니까 이제는 웃다가 울다가, 계속 그러다 보니 미움에 이어 슬픔도 씻겨나가는 것 같았어. 조금 더 걸으니 이제는 내 얼굴에 흐르는 건 눈물이 아니라 빗물뿐이었고. 그제야 얼굴을 닦을 수 있었어. 아마 그전까지 나는 무서웠나 봐. 이 눈물을 닦아 버리고 나면, 우는 걸 멈추고 나면 정말로 그만 슬플 것 같아서. 사랑이라 생각했던 이 감정이 거짓이 될 것 같아서... 어차피 빗물에 씻겨내려가 버리고 나니 별것도 아닌데. 이제는 활짝 웃으면서 비를 계속 맞고 서 있는데, 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어. 빗소리에 묻혀서 목소리 구분이 잘 안 가길래, 혹시 우미쨩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가 우산을 들고 찾으러 오신거였어. 새벽에 나가더니 이틀 밤이나 안 들어오니 걱정이 되셨나 봐.

우미쨩일꺼라 생각한 내가 바보 같다 느끼면서 엄마에게 달려가서 안기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거야. 눈물...도 아마 조금은 났던 것 같아. 이번에는 다른 감정들보다 의문이 먼저 들었지. 왜? 분명히 미움은 아까 새랑 같이 떠나 보내고, 슬픔은 빗물에 씻겨내려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눈물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아. 아마, 그때야 자각했나 봐. 우린,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걸.

코토리는 이제 방이야. 이제 막 씻고 나왔어. 뭔가 되게 허무해. 이젠 정말 예쁜 추억, 아름다운 기억밖에 안 남은 걸까? 창문 열려 있으니 춥네... 창문 닫으려고 팔 쭉 뻗어보니 알겠어. 봐, 창에는 이제 코토리 혼자 비치지 않잖아. 내 얼굴 구석구석에도, 순간의 눈빛에도, 입가에도, 우미쨩의 흔적이 남아있잖아. 미움이 아주 가시지는 않았나봐. 이렇게 보니 또 우미쨩이 미워져.

우리, 서로 완전히 잊지는 말자. 그냥 추억으로, 기억으로... 아름다웠던 순간은 간직하자. 대신 우미쨩, 우리 이제 진짜로 끝이야. 남남이야. 지금 이 세상에서, 우리 삶에서 다시 서로 볼 일은 없는 거야. 그러니까 우미쨩,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보고 싶어. 그리워. 한 번만 더 우미쨩에게 키스하고 싶어.

이제 됐어. 그립단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밉다는 말도, 모두 덮어버릴게. 마음 깊숙이 묻어놓을래. 이제 그냥 추억으로 남길게. 대신 우미쨩, 우리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꼭 행복하자, 응? 차마 못 했던 말들, 여기서 못다 한 사랑... 다음번에는 우리 꼭 사랑하자. 이번에는 못했잖아. 우리가 한 건 사랑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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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빨기도 전에 그냥 관심받고 싶어서 유명한 캐릭터로 쓴 두번째 글
전에 수정 좀 해보려다가 지금 입맛에 맞추려면 아예 다시 써야겠다 싶어서 묵혀뒀는데
안그래도 새벽감성 올라오는데 럽라 떡밥이라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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