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한가로운 8월의 어느 오후,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는 사람들과, 은은하게 퍼지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지금이 여름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야마부키 베이커리라는 간판이 붙은 상점가의 작은 빵집. 카운터에 앉아있는 갈색 포니테일의 여인, 야마부키 사아야는 창밖으로 보이는 일렁이는 아지랑이와 땀을 흘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체온을 지켜주고 있는 에어컨에 감사하고 있었다.
"역시 애들은 대단하네~ 그러고보니, 벌써 방학이구나. 나도 방학이였으면 좋겠네."
무더운 날씨에도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대단함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마땅히 하고싶은게 없어서 가족이 운영하는 빵집 일을 돕고 있던 사아야에게 방학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
집안의 사정이 좋은 편도 아니라, 올 여름엔 휴가를 못간다는 말을 들은지 얼마안된 무렵이라 그녀의 기분은 더욱 심란해져갔다.
바깥을 봐도 부러울 뿐이라 생각한 그녀는 핸드폰으로 눈을 돌려, SNS 앱을 열었다.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대학시절, 자신이 하던 밴드의 기타와 보컬을 맡았던 토야마 카스미의 모습이였다.
카스미는 바다를 등지고 행복한 표정으로 브이를 그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부끄러워하는 같은 밴드의 키보드, 이치가야 아리사가 있었다.
"둘이서 여행간다더니, 얘네 바다에 갔구나."
카스미와 아리사는 밴드를 할 때부터 어쩐지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더니, 졸업할 무렵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카스미가 올린 사진들을 확대했다가, 축소했다가 하면서 넘겨보던 사아야는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빵집 카운터나 보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불쌍하게 느껴졌다.
"내년에 결혼할거라 했던가? 난 축의금 안줘야지." 괜히 심술이 난 사아야는 가벼운 푸념을 흘리고선 착잡한 마음으로 앱을 종료했다.
딸랑
타이밍좋게 등장한 손님을 향해 "어서오세요." 라고 외친 사아야의 눈 앞에는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사나, 일찍 왔네. 근데 왜 현관이 아니라 여기로 들어온거야?"
굳이 현관을 놔두고 가게로 들어온 동생 사나를 보던 사아야는 문득 사나의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는 찰랑이는 길고 검은 머리의 소녀가 사아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푸른 들판처럼 맑은 눈동자를 한 소녀는 어째서인지 까만 동공을 확장한 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아야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져서 다시 사나에게 눈을 돌렸다.
"아, 친구가 빵집 구경해보고 싶다고 해서!"
"... 타에?"
"아, 응... 안녕하세요. 하나조노 타에입니다."
사나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부르자, 자신을 하나조노 타에라 소개한 소녀에게 사아야는 가볍게 인사했다.
가게를 조금 둘러보던 둘은 주방을 통해서 방으로 가려다 사아야에게 제지를 당해 가게 밖으로 나갔다.
다시 혼자가 된 사아야는 동생이 새 친구를 사겼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타에를 떠올렸다.
'꽤 미인이였지' 하고 생각하던 사아야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모습이 생각나,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상한건 없어보이는데... 인상이 나빠보이나?"
늘 사람을 마주봐야하는 일이라 그런지, 유독 신경쓰이던 사아야는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여기저기 만져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주방에서 나타난 사아야의 어머니는 그런 사아야의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아야, 뭐하니?"
"아, 엄마. 나 얼굴에 뭐 이상한거 있어?"
"아니, 없어보이는데? 이제 엄마가 볼테니까 좀 쉬렴."
"응, 알았어."
카운터를 교대하고 방에 들어가려던 사아야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트레이를 들어, 빵을 몇개 챙겨서 들어갔다.
똑똑
"사나, 빵 가져왔는데, 들어가도 될까?"
"응! 들어와도 돼!"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몇가지 빵과, 음료 2잔이 담긴 트레이를 든 사아야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아야는 맛있게 먹으라며, 트레이를 내려놓고 방을 나서려고 했으나, 사나의 부름에 방을 나서려던 발을 멈췄다.
"언니, 밴드 했었지?"
"응, 그런데 그건 왜?"
"타에도 밴드가 하고싶은데 멤버를 못찾겠대서!"
타에는 밴드를 해보고 싶었지만 멤버를 찾을 수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언니가 밴드를 했다는 사실을 알던 사나가 언니에게 물어보자며 타에를 데려왔던 것 이였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동아리로 밴드를 시작한 사아야는 별다른 조언을 해줄 수 없었다.
기술적인 부분도 물어봤지만, 타에는 기타를 치고 있었고, 자신은 드러머 였기 때문에 기술적인 조언도 해줄 수 없었다.
어쩐지 실망한 둘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생긴 사아야는 대신 도와줄게 있으면 말하라고 타에를 격려한 뒤, 방을 나섰다.
그런 말을 했던 탓인지, 그 후로 타에는 거의 매일같이 집에 찾아왔다.
타에는 밴드에 관해서 묻기도 하고, 연주나 작사, 작곡 등에 대해서 묻기도 했다.
사아야는 자신이 아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같이 밴드를 했던 동료들에게 들은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해맑게 웃는 타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어 사아야도 기분이 좋아졌다.
"언니, 타에랑 되게 친하네~"
"응? 그래보여?"
"응, 어쩐지 타에, 언니랑 얘기하고 있으면 즐거워 보여."
"아하하, 질투하는거야?"
"음... 그런건 아닌데..."
사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를 뺏긴거 같아서 심통이 난걸까? 생각한 사아야는 사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고보면 어째서인지 타에는 늘 가게로 들어와서 사아야에게 인사를 하고 사나에게 갔다. 집에 갈 때도 늘 사아야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
처음엔 그저 인사성이 밝은건가 생각했지만, 다른 가족에겐 그러지않고, 자신에게만 그러는 모습을 보고 특이한 아이라고 사아야는 생각했다.
처음엔 그저 바라보다가 인사만 하는 정도였지만, 점점 대화가 늘더니, 10분 이상을 사아야와 대화하다가 가는게 일상이 되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카운터에서 보내던 사아야에겐 그저 즐거운 시간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나랑 대화할 때, 유난히 눈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거봐~ 혹시 타에가 언니 좋아하는거 아냐?"
뜬금없이 날아온 사나의 발언에 사아야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 서... 설마! 그냥 음악 좋아하니까 그런걸꺼야!"
"그런가?"
"ㅇ... 응! 분명 그런거야!"
사아야는 '타에정도 미인이라면 좋을지도...' 라고 생각한 자신의 감정을 그저 주책이라 단정짓고선, 어쩐지 빠르게 뛰기 시작한 심장을 진정시켰다.
내일 있을 축제 때문에 해야할 일이 많다는걸 생각해낸 사아야는 아직도 열심히 망상 중인 사나에게 얼른 자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향했다.
"네, 다 해서 1,560엔 입니다~"
"메론빵 다 팔렸나요?"
"아, 잠시만요!"
상점가에서 축제가 있어서 그런지, 가게는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하필이면 부모님이 잠깐 출장간 사이에 밀려들어온 손님들 틈에서 사아야는 정신이 없었다.
"언니, 오늘은 되게 바쁘네요."
"그러게, 축제가 있어서 그런걸까?"
사나랑 축제에 가려고 집에 와있던 타에가 주방에서 나타났다. 아무래도 잠깐 간 사나를 기다리다 온건가 싶었지만, 사아야는 지금 타에를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저기, 지금 좀 바쁘니까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해줄래?"
"그럼 저도 도와줄게요."
"아하하, 마음은 고맙지만 넌 손님이니까 괜찮아."
"지금까지 언니한테 많이 도움 받았으니까 답례로 도와줄래요."
"그래도..."
자신을 돕겠다는 타에의 말에 기뻤지만, 집에 놀러온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 사아야는 거절했다.
하지만 단호하게 나서는 타에는 자신이 아무리 말해도 들을 것 같지 않아보였다.
이대로 무시해도 계속 서 있을거고, 그건 그것대로 신경쓰일거라 생각한 사아야는 결국 타에에게 져주고 말았다.
일손이 늘어난 덕인지, 손님은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고, 마지막 손님이 나가는걸 본 사아야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네~"
"언니 도울 수 있어서 기뻤어요."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타에를 보고, 사아야는 어쩐지 뺨이 빨개졌다.
"언니, 얼굴이 빨개요."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타에의 시선에 부끄러워진 사아야는 "정신없이 일해서 그런가보네." 하며 고개를 돌렸다.
곧 축제가 시작할 시간이라 손님이 모두 빠져나가고 둘만 남은 가게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쓰고 난 트레이와 제 위치를 벗어난 빵들을 다시 정렬하던 타에였다.
"언니,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응? 글쎄? 아마 없을거야."
"응... 그럼 이상형은 있어요?"
"아하하, 한참 그런 얘기 좋아할 나이지." 사아야는 그렇게 말하고선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딱히 이상형이 없었던 것 같아져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어떤건지 떠올렸다.
꽤 긴 시간동안 아무 말도 없는 사아야를 보고 자신을 부르는 타에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을 멈춘 사아야는 타에를 바라봤다.
바람이 불면 찰랑거릴 것 같이 예쁜 검은 머릿결에, 스타일좋게 잘 빠진 몸매, 작진 않다고 생각한 자신보다도 큰 키, '타에는 역시 굉장히 미인이구나.'
하고 생각하던 사아야는 문득 장난끼가 들었다.
"음, 검은 생머리에, 슬림한 몸에 나보다 키가 큰 사람이 좋으려나?"
타에의 눈을 바라보며 "그리고 눈이 들판처럼 푸른 사람이 좋아." 라고 말했더니 타에의 얼굴이 온통 빨갛게 되었다.
마구 요동치는 눈동자가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여기저기 시선이 튀고 있는 모습을 보고선 "아하하, 타에 지금 굉장한 모습이네~" 하고 놀리며 빵을 정리하려 움직이던 사아야는 발을 잘못 짚어서 몸의 중심을 잃고 말았다.
"아...ㅅ"
"언니!"
탱그르르
트레이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가게에 정막이 찾아왔다.
어쩐지 넘어지지 않은 사아야의 시야에는 바닥에 떨어진 트레이와 빵들이 놓여있었다.
바닥을 바라보던 사아야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배에 느껴지는 감촉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는 허리에서부터 자신의 배를 감싸고 있는 하얀 손이 있었다. 그 손은 가늘어보이는 모습에 맞지 않게 강한 힘으로 자신의 체중을 지탱하고 있었다.
사아야가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엔 당황한 표정의 타에가 있었다.
"고... 고마워..."
"아니에요... 다친데는 없어요?"
"응..."
사아야는 타에에게 가볍게 안긴 모양새가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과 꽤 가까워진 타에의 얼굴을 보고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아, 입으로 튀어나오려는 심장을 간신히 삼키고 말했다.
자세를 바로잡은 사아야는 바닥에 떨어진 트레이와 빵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다시 타에도 선반을 정리했다.
둘의 침묵 속에, 가게에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소리와 두 사람의 심장소리만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기, 오늘은 고마워."
"네..."
어쩐지 어색한 분위기 속에 사아야는 감사를 표했다. 타에는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사아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아야는 무슨 생각이 난 듯, 타에에게 잠시 고개를 자신에게 숙여달라고 부탁했다.
타에는 별 생각 없이 사아야를 향해 고개를 숙였고, 그런 타에를 향해 사아야의 손과 고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쪽
순간적으로 자신의 이마에 느껴진 감촉과 소리에 타에의 몸이 움찔했다.
타에가 앞을 바라보자, 부끄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사아야가 있었다.
"아.. ㄱ... 그게... 답... 례랄까..."
덜컥
"다녀왔습니다~"
타에는 무언가 제스처를 취하려 했지만, 주방 너머로 들려오는 사나의 목소리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ㅇ... 이제 나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어서 가봐." 사아야는 이제 축제가 시작할 시간이라며, 타에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타에가 가고난 뒤, 사아야는 힘이 풀린 채 의자에 털썩 앉아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미쳤지... 무슨 짓을..."
사아야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되돌아보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마라고는 해도, 8살이나 차이나는 동생의 친구한테 키스라니. 미친게 분명하다며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타에의 이마에 키스했던 감각을 떠올린 사아야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었다.
"타에의 이마... 부드러웠지..."
타에에게 느낀 감각들을 떠올리던 사아야는 자신에게 싹피우고 있던 감정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튿날, 내내 타에를 생각하다가 잠을 설친 사아야는 하품을 하며, 가게 앞을 청소하고 있었다.
'몇살이나 어린 동생 친구한테 사랑이라니... 내가 미쳤지..." 하고 자책하며 청소하던 사아야의 눈에 익숙한 인영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타에?"
"좋은 아침이에요. 언니."
타에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서서 자신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약간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기타를 매고 있었다.
"응, 좋은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야? 사나는 아직 자고 있는데, 깨워줄까?"
사나에게 볼 일이 있는지 묻는 사아야의 질문에 타에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어 부정했다.
"오늘은 언니 보고싶어서 온거에요."
"어...? 그게 무슨..."
"언니, 지금 시간 있어요?"
타에의 질문에 사아야는 "청소하고 나면 잠깐정도는..." 이라고 하며, 서둘러 청소하기 시작했다.
타에가 도와줘도 되냐고 물었지만, 또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애초에 청소도구는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양했다.
청소가 끝나자, 청소도구를 적당히 정리하고 사아야는 타에를 자신의 방에 데려갔다.
타에를 자신의 방에 데려다놓고, 빵과 음료를 가져오자, 타에는 자신의 방을 신기한 듯이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사아야는 트레이를 작은 책상에 올려두고 타에를 불렀다.
"타에, 무슨 일로 온거야?"
"언니, 제가 만든 노래 들어주세요."
"노래...? 응, 들어줄게."
사아야의 말과 동시에 타에는 케이스의 지퍼를 열었다. 그 안에서는 자신의 눈동자처럼 파란 어쿠스틱 기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에는 기타와 피크를 꺼내 잠시 튜닝하더니,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
'ㄹ... 러브송? 근데 어째 내 얘기 같은데... 착각이겠지?'
'목소리 좋네... 아니, 것보다 아무리 들어도 내 얘기 같은데요..."
사아야는 당혹스러웠다. 꼭 노래의 상대가 자신인 것처럼 느껴졌다.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몰라 가만히 있던 사아야에게 타에는 말하기 시작했다.
"저, 동경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 우연히 라이브 하우스에 갔었는데, 그 날 본 밴드가 너무 멋졌어요."
"특히 포니테일한 언니가 치던 드럼소리가 울리는데 제 심장도 같이 울리는거에요."
'아, 역시 내 얘기...' 사아야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무렵에 분명 밴드를 하고 있었고, 그 때도 늘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 때 엄청 두근두근해서, 나도 저 언니랑 같이 밴드를 하고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용돈을 잔뜩 모아서 이 기타도 샀어요."
"근데 사고나니까 밴드는 전혀 다른 기타를 쓴다고 들어서... 그런데 바꾸면 부모님한테 혼날 것 같고, 정도 들어버려서 그냥 배워버렸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보통 그런 경우엔 동경하는 사람이랑 같은 악기를 배우지 않아...?"
동경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랑 같아지고 싶어서 같은 악기를 배운다. 그게 일반적이라 생각한 사아야는 어째서 다른 악기를 산건지 궁금했다.
"그 언니랑 같이 연주하고 싶었어요. 드럼은 하나 밖에 없잖아요."
"아... 그건 그렇네."
"그리고 기타를 배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
"덕분에 그 언니한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됐잖아요."
타에는 사아야를 바라보며, 사아야의 손을 잡고 말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감정에 몰입했는지, 눈가의 습기를 머금어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고 있던 사아야의 눈도 보석처럼 변해갔다.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한 자신을 몇 년 동안이나 잊지않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감정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자기파괴적인 감정은 그녀가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막고 있었다.
"언니, 좋아해요."
"읏..."
"언니는 저 싫어해요?"
"아니... 그게... 동경이라면서..."
"동경이지만, 사랑이기도 해요."
"나이도... 많고...... 흣..."
"전 그런거 신경안써요."
"별로... 으읏...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흐으윽..."
"제 마음 속에선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이에요."
"별로.. 예흐지도... 아는데... 흐긋... 흑..."
"제 눈에는 누구보다 아름다우니까 괜찮아요. 난 언니 사랑하는거 절대 후회안할거에요."
사아야는 결국 폭발해버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타에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하염없이 울면서 정말이냐고 수 백, 수 천 번을 물었다.
타에는 그런 사아야의 등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물론이라고 수 백, 수 천 번을 답했다.
그렇게 몇 분을 울던 사아야는 진정되었는지, 타에에게서 떨어지더니 옷장으로 향했다.
옷장을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찾던 사아야는 이내, 노란 가방 하나를 꺼냈다.
"지금은 이 것 밖에 없지만..."
사아야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노란 스네어 하나와 드럼스틱이 들어있었다.
사아야는 능숙하게 스네어를 꺼내더니 자신의 앞에 두고 드럼스틱을 들었다.
"타에."
"네?"
"아까 그 곡, 다시 한번 연주해줄래?"
"... 응!"
이윽고, 사아야의 방에선 방금 탄생한 연인의 세션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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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여기에 썰푼거 결국 스스로 만들어 왔슴다
원래 가사도 창작해서 쓰고 싶어서 2주동안 머리 쥐어싸매다가 결국 포기함 난 카스미가 아니였다
불륜이면 더 맛있었을거 같은데 내 손이 전체이용가라 불가능했음
제목 도저히 생각안나서 둘 다 첫사랑이니까 첫사랑 했는데 걍 그러려니 해주세요
타에사야 애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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