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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살아갈 이유 1모바일에서 작성

럭키만두(220.88) 2020.01.30 01:29:26
조회 625 추천 1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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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일. 이름 모르던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어준 그날 나는 새로운 삶을 선물받았다.




가끔씩 그날 있었던 일을 꿈으로 꾼다. 벌써 8년 넘게 흐른 세월이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생각난다.
그날 2012년 12월 31일은 새하얀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포근하고 간질간질하고 손에 닿으면 금방이라도 녹아내릴듯한, 하지만 손에 닿으면 몹시 차가운 그런 눈이었다.








멍하니 앉아 있는다.
여기가 어딘지 모른채
내가 뭘하고 있는지 모른채

아무것도 모른채로.

2일전 나의 유일한 가족인 언니가 죽었다.
사인은 뺑소니였고 상처가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과로가 겹쳐 깨어나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언니는 내가 7살때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17살부터 알바를 했다. 원래 언니는 나와 다르게 머리가 좋아 알바를 하면서도 성적은 최상위권.
하지만 그 좋은 성적을 놔두고도 언니는 대학을 가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는다 하더라고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면서.
그리고는 자기 대신에 대학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갚으라면서.

그리고 언니가 취업을 성공한 날이 딱 6년전 오늘이었던가.
고졸이지만 성적하나는 엄청나게 좋던 언니는 보란듯이 취업을 성공했다. 자기말로는 운이 좋다지만….당연히 안보이는 노력을 했겠지. 언니가 취업을 성공한 나이가 23살. 그때 내 나이는 13살. 그리고 지금 내 나이는 16살. 언니는 26살.

아…오늘이 12월 31일이였지…3시간뒤면 나는 고등학생이 될테고 언니는….언니는..?
언니…?
언니가 어디갔지?
날 두고 갈리가 없는데.

아냐 언니는 없잖아.이제 없어
왜?왜 없지?
뺑소니….그래 뺑소니…병원…과로…

갑자기 일부러 외면하던 사실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2일전 뺑소니와 과로가 겹쳐 죽은 우리언니
그런 언니를 기리기 위해 온 장래식장. 맞아 여긴 장래식장이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언니…나 대학 보내준다며…부모님 없어도 보란듯이 잘 살자며…나 대학가서 공부해서 성공한 다음에 언니한테 다 갚으라며!!!!!왜…왜 하나도 안 지켰어…하나라도….단 하나라도 지켜주지…왜 먼저가는데…난 어떻게 하라고…언니한테 배운건 남한테 기대는 법인데 나 혼자 서있는 법은 모르는데 어떻게 살라고.…왜 먼저가…나는…나는…….어쩌라고….."

갑자기 들어오는 기억들에 나는 슬픔과 좌절감 상실감을 한번에 느끼면서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너무 슬프고 비참해서 눈물도 안 나온다. 멍하니 초점이 나간 눈으로 언니의 사진을 바라본다. 영정사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활짝 웃고있는 언니의 모습. 당장이라도 울지말라며 다독여줄것 같은 모습이다. 근데 왜…어째서 지금 내옆에 언니가 없을까…

그렇게 말을 다 뱉고나니 남는 생각이라고는
나도 죽어버리자. 그냥 다 잊어버리고 죽어버리자는 생각이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빨랐다. 비척비척 일어나 장래식장을 나간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얼마 있지 않은 거리에 있는 강으로 간다.
걸어가는 발걸음은 죽으러 가는 걸음치고는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웠다.
강에 도착해서는 멍하니 강을 바라봤다.

빠지면 죽겠지.

차갑겠지.

아프겠지.

하지만…편해지겠지

사람도 얼마 지나지 않는 거리는 걸으며 강의 한가운데를 찾는다. 혹시라도 죽기전에 발견되면 큰일이니까.

천천히 죽을 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누군가가 내 팔목을 잡는다. 멍하니 오느라 사람이 있는지도 눈치도 못챘다.

"…뭐해"
"…."
"죽으려고?"
"놔주세요"

이 사람은 뭐하는걸까. 누군데 이렇게 참견을 하는걸까.

"너 인서 맞지? 유인서"
"…당신은 누군데"
"맞잖아 유인서. 너가 뭔데 죽으려 하냐고"

아..이젠 모르는 사람까지 날 못죽게 하는건가?
내가 뭘 잘못했길래 주위사람은 다 데려가고 나만 살라고 지랄을 하는건데 왜.

멍하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온다. 정신이 돌아오면서 슬픔도 좌절감도 한순간에 몰려온다.

"당신이 뭔데 간섭하냐고!!"
"…허"

이 사람은 뭐가 그리 우스운걸까. 아니 비웃는건가?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아냐고.왜 참견하는데"
"….그래 너에 대해선 몰라.근데, 근데 너가 죽으면 안되지."

순간 이해가 안됐다. 내가 죽으면 안된다니 얼마나 이상한 말일까.
엄마도 아빠도 언니조차도 나를 버리고 먼저 갔는데.
남긴거는 언니가 모은 돈 조금밖에 없는데.
그 돈마저도 고등학교 입학금에 교복에 월세 내면 남는게 거의 안 남을텐데. 나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에대해서 뭘 안다고 죽지말라는걸까.

"그럼 내 집안사정도 모르면서 참견한거야? 그럼 참견하지 말고 가던길 마저 가면 되겠네. 부모도 가족도 돈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 살려서 뭐 어쩌려고. 당신이 돈 나 대주려고? 아님 내 장기들 대신 팔아주게?그래 나쁘지는 않네. 돈은 없어도 장기는 많으니까 살려서 팔면 꽤 짭잘하겠네 시발"

잡혀있던 팔을 세차게 뿌리치며 흐르기 직전인 눈물을 닦는다.

아…이젠 아무것도 하기싫어…차라리 정신이 멍했더라면 편하게 떨어졌을텐데..정신이 든 지금 아무생각없이 떨어질 수 있을리가 없잖아.
…..다 당신때문이야..
아니야..나 때문인가?
그렇네 다 나 때문이지.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다들 나 먹여살리려다 죽은거잖아.
모르겠어 아무것도…

"…내 말좀 들어봐. 너 언니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너 대학보낸다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너도 따라가면 언니도 슬퍼할꺼 아니야. 너 죽으면 언니가 얼마나 불쌍해.응? 한번만..,한번만 다시 생각하자.그러면 지금 하려는 짓이 얼마나 멍청한지 알꺼야."

돌아왔던 정신이 다시 나가려고 한다. 아니 나간거 갔다. 자기는 부모 자매 둘다 잃어보고 하는 말일까? 멍청하다고?
왜 다들 내 입장은 이해하지 않고 죽은 언니만 불쌍하데.난 안 불쌍해?
나도 언니 불쌍해.근데 나는 지금 내 상황이 너무 불쌍하다고.

"시발 닥쳐…내가 몰라서 뒤지려고 해?하 존나 시발 개짜증나 다 필요없어.시발 밀3도 안되는 말 지꺼릴꺼면 나랑 똑같은 상황이 되보고 말을 하던가!!! 양쪽 부모 잘 살아있을꺼면서 되지않는 위로 하지말라고 시발!!"

정말 충동적이였다. 너무 화가 나고 슬픈 마음에 그냥 뛰어내렸다.
차라리 멍한 정신에 떨어졌다면 괜찮았을까.
떨어지는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나랑 놀아주던 언니 모습도 보였다.
언니…하늘에서 만나면 다시 놀아줘야해?








다시 정신차린곳은 병원도 아닌 흙바닥이었다. 내 눈앞에는 아까 그 이상한 여자가 있었다. 인공호흡도 해준걸까. 물을 언제 먹었냐는듯 속이 이상하리 만큼 편하다.그리고 그녀는 내 배쪽에 엎드린 채로 울고있다.  왜 울고 있을까. 지금 슬픈건 난데 당신이 뭐가 슬프다고 울고있을까.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날 구한 이유가 뭘까.
춥다. 물에 빠져서 그런지 더더욱 춥다. 이대로 다시 잠든다면 영원히 못일어나겠지. 하지만…하지만 잠들기 싫다. 이유는 듣고 싶다. 나를 왜 살렸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었는지.

"미쳤어…미쳤다고..왜 진짜로 떨어져…."

어깨가 들썩거린다. 언니가 죽었을때의 나보다 많이 우는것 같다. 그때 나는 믿을 수 없어서 울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하지만 정말로 슬퍼보인다. 처음보는 사람이 자살한다고 이렇게까지 슬퍼하다니 이상한 사람이다.

"…..나 일어났어요"
"……!"

내가 깨어났다는 것을 몰랐던 것인지 토끼처럼 눈을 크게뜨며 나를 바라본다. 맑고 깊다. 푸른색의 눈동자는 바다를 연상시키고 순수한 눈빛은 어린아이 같다.

"나 추운데…"
"어?어.…  걸을 수 있어?"

춥다는 말에 당황하며 얼른 고개를 든다. 고개를 드니 내 배에 모여있던 온기가 날라가 더 추워졌다.

"못 걸을꺼 같은데..."
"그럼 구급차 불러줄께 잠시만"
"…응…"

초면에 반말에 욕에 자살하는 모습까지 보이다니.…언니가 보면 머리를 콩하고 때리며 혼냈겠지. 그런 모습을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진것도 잠시, 언니가 죽었다는 것이 떠올라 눈물이 흐른다.

"흐흑…언니……보고싶어"

힘들게 오른손을 들러올려 눈을 가린다.

추하게 흙이 묻을채로 물에 빠진 생쥐꼴을 보이며 울고싶지는 않다.
하지만 흐느낌은 막을 수 없었는지 그녀는 구급차를 부른다 느를 안아줬다.

"괜찮아. 조금만 더 버티자.내가 도와줄께. 그러니까 이런 길말고 더 예쁘고 깨끗한 길을 찾자."
"언니..흐흐흑...언니….."

꼭 언니를 떠올리게하는 상냥한 말투에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상냥하고 차분하고 아름답던 목소리. 다시는 들을 수 없게된 목소리.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겐 과분하던 목소리.

그렇게 이름조차 모르던 그녀에게 안겨서 울다가 나는 잠들었다.
이틀간 제대로 자지도 못했던 잠을 한번에 잘꺼라는 의지인건지 아니면 이름모를 그녀의 품이 너무 좋았던건지 병원까지 가면서 한번도 깨지않고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저번 게시물이 너무 짧아서 다시써옴. 살을 더 붙이고싶긴한데 귀찮으니깐 요약하듯이 쓸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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