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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주인과 손님 그리고 직원]_주인앱에서 작성

무나강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2 18:45:13
조회 1257 추천 2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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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편


전편





[주인과 손님 그리고 직원]_주인




#2024.04.30_09:34_거실

이브와 카논은 조금 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아침을 먹고있다.
아침 메뉴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입 안을 가득 채운 생각과 함께 음식물을 씹어 삼켰다.
식기와 식기가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 예의의 한 틈으로 새어나온 우물거리는 소리만이 이른 오전의 부엌을 채웠다.

어제, 카논이 사실과 결심을 고백한 이후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할 말이 없어서라기보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무엇을 말해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리라.
그 상태로 그들은 몇시간의 남은 하루동안 각자의 생활을 보내고, 정기적인 주사를 놓고
잠을 잔 후에, 이렇게 다시 어색한 공존으로 돌아온 것이다.

양쪽 접시 위의 음식물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곧, 다시 각자의 생활로 나눠질 것이다.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이브였다.

"저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 없어요.
카논 씨의 일은 정말로 안타깝고 슬프지만,
단 한순간도 츠구미 씨의 몸으로 카논 씨의 삶을 사는 것을 인정 못해요."

"응, 알아."

한 쪽에서 단호하게 선언하자
다른 한 쪽에서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곧이어 카논이 말했다.

"나도,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이브의 그 마음, 츠구미의 가치.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나도 소중하게 생각해.
하지만 이건 나의 죽음이고 그렇기에 나의 삶이고 그렇기에 나의 몸이라고 생각해."

"네, 알아요."

또다시, 한 쪽에서 굳은 결심을 말하자
다른 한 쪽에서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마찰은 없었다. 그저 두개의 굳은 의지가 평행선을 그릴 뿐.

이브는 다 먹은 접시를 들고 싱크대로 갔다.
싱크대 안에 접시를 내려놓고 물을 얼마간 뿌린 후, 차갑게 식은 보리차 한 컵을 마셨다.
이어서 카논도 다 먹은 접시를 가지고 싱크대로 와, 내려놓고 고무장갑을 꼈다.
카논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이브는 단정하게 나열된 반찬들의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하나씩 넣어 정리했다.
이브가 식탁을 깨끗이 닦고 곧바로 양치를 하러 갈 때즈음 카논은 능숙하게 설거지를 끝냈다.

이후 그들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이를 닦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카논이 방에서 데이트에 입을 옷을 고르는 동안 이브는 막 신발을 신은 참이었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먼저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곧바로 카논이 거실로 나와봤지만 이미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거실, 빈 현관, 빈 아침인사. 그리고 빈 1913년처럼,
남은 것은 침묵 뿐이었다.

이브는 열쇠로 잠긴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밤의 흔적이 남아있는 카페는 조금 쌀쌀했다. 하지만 곧 따뜻한 햇볕으로 가득 찰 것이다.
이브는 먼저 기계들의 전원을 켜 예열한 뒤, 테이블 위에 정리된 의자들을 모두 내렸다.
사용할 식기들과 재료들을 모두 간편한 공간에 배치해 놓고 또 몇가지 잡다한 준비를 한 후,
마지막으로 입구의 CLOSE 푯말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 에스프레소 가루를 집어들었을 때, 입구에서 딸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브가 카운터 밖으로 나가 '어서오세요.'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오늘의 첫 손님이 말했다.

"와카미야 씨, 전해드릴게 있어서 왔습니다."





#2024.04.30_10:57_시내

시계탑의 분침은 11과 12 사이를 가르켰다.
카논이 막 도착했을 때, 미사키는 독특한 디자인의 조형물 아래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카논이 가까이 다가가 자신을 막 인지한 연인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미사키 짱, 기다리게 해버렸네."

"아니에요 카논 씨. 저도 방금왔어요.
그리고 약속시간은 11시인걸요. 우리 둘 다 빨리 온거에요."

미사키는 그렇게 웃으며 카논을 반겼다.
둘은 자연스럽게 깍지를 껴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카논이 앞장 섰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 가는거에요?"

"음... 아직 비밀."

"데이트 당일인데도? 뭐... 괜찮지만."

미사키는 그렇게 말하며 카논을 따라갔다.
그들은 한적한 평일 오전에 로맨틱이라곤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금융가를 가로질렀다.
점점 빨라지는 카논의 걸음을 겨우 따라가는 미사키는 과연 여기서 무슨 데이트를 할지 궁금증을 느꼈다.
카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 것은 어떤 대형 은행의 입구 앞에서였다.
카논은 그대로 계단을 올라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미사키도 갸우뚱 하며 연인의 뒤를 따라갔다.

둘은 번호표나 은행창구를 지나, 한 쪽 구석에 있는 넓찍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방의 삼면이 수많은 서랍으로 가득 채워진 개인용 금고실이었다.
카논은 주머니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작은 열쇠를 꺼내 서랍 하나의 잠금을 풀었다.
그리고 카논이 그 서랍을 열고 꺼낸 것은 가운데가 불룩한 원기둥형태의 함이었다.

"그건... 뭐에요?"

미사키는 이건 도대체 무슨 이색 데이트인가 싶은 얼굴로 물었다.

"내 유골함이야."

"네?"

카논이 담담하게 답하자
미사키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 사고, 그 수술 이후 내 시체를 묻을 수도 없고 해서 부모님과 상의해서 화장을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납골당에 넣자니 나는 아직 살아있고, 가지고 있자니 뭔가 꺼림칙해서
가장 안전하고 나에게서 가장 동떨어진 여기에 보관하고 있었던 거야."

"...그렇군요."

미사키는 갑작스런 정보를 겨우 받아들이며 답했다.

"그럼, 그건 왜 가지러 오신거에요?"

"버리려고."

"네!!!????"

카논이 아까처럼 담담하게 답하자
미사키가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큰소리를 내며 놀랐다.

"...흡!"

미사키는 뒤늦게 자신이 은행에서 소란을 피웠다는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금고실 바깥에선 청원경찰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카논과 미사키는 일단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도시 중심가의 곳곳에 있는 공원들에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자연이 인위적으로 조성되어있었다.
그 공원의 벤치에 앉은 카논과 미사키는 유골함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사키가 먼저 질문을 했다.

"버린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갑자기 왜요?"

"그렇게 놀랄건 없잖아. 지금 내 몸은 이 몸이니까, 이 유골은 내 몸이 아니야.
그러니까,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

"...카논 씨, 그건 정말 아닌거 같아요. 분명 이게 지금은, 카논 씨의 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버릴 것 까진 없잖아요.
어쨌거나 이것도 카논 씨의 소중한 몸이었는데."

미사키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씨는 화창했으나 햇빛은 줄곧 뭉게구름 속에 가려졌다. 둘 사이에 놓인 유골함에는 거뭇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래 몸이'었'지. 더 이상은 아니야.
지금은 그저 내 존재의 균열일 뿐,
내가 츠구미의 몸에 손님으로 있다는, 지워야 하는 증거일 뿐이야."

"그렇지 않아요.
이 유골도 카논 씨의 지금 그 몸도 둘 다 카논 씨의 몸이에요.
제가 사랑했던 몸이고, 제가 사랑하고 있는 몸이라구요."

미사키의 진심어린 반론에 카논은 따지듯이 울분을 뱉어냈다.

"아니, 진정한 몸이란 건 언제나 하나여야 해. 둘 중에 하나여야 한다구!
그런데 도대체 뭐가 진정한 내 몸이야?
다른 사람 한테 뭘 내 몸이라고 소개하고, 무슨 몸으로 생활하고, 내 장례식엔 무슨 몸이 있어야 해?"

카논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해졌다.

"이 유골을 내 몸이라고 하기엔 이건 그냥 가루일 뿐이야.
이걸 들고다니며 나라며 소개할 수도, 이걸로 미사키 짱과 사랑을 나눌 수도 없어!
그럼, 지금 이 몸이 내 몸이야? 아니 이 몸은 츠구미 짱의 것이었지,
그리고 츠구미 짱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 그리고 내 예전 몸이 여기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상!
나 스스로도... 날 그저 이 몸의 손님으로 생각할 수밖에는 없어..."

고조된 격정은 어느새 침울한 자조로 변했다.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몸에 손님으로 있다는 건, 주인 없는 몸에 손님으로 있다는 건... 너무나 괴로운 일이야.
난 뭘 해야 하는지, 뭐가 츠구미 짱을 위한 건지도 몰라. 그저 가시방석에 앉은 채 무력감만을 껴안고 있을 뿐...
그렇기에 난 이 유골을, 내 예전 몸을 버려야 해.
이 몸을 진정한 내 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내가 원래부터 이 몸의 주인이었다는 걸 믿기 위해..."

"하지만 카논 씨-"

"그래 알아, 이래봤자 결국 나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라는 걸.
그래서 미사키 짱이랑 같이 유골을 버리고 싶었던거야.
세상 모든 사람이 부정하더라도, 미사키 짱이 인정해준 다면 그건 착각이 아닌 사실이니까.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네 곁에서만큼은, 아무런 의심도 불안도 없이 있을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너는 인정해주지 않는구나... 너도 날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떨리는 목소리가 비관적 결론을 내리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잠시 후 미사키는 카논을 향해 몸을 돌리고는, 그 모든 감정과 침묵 위를 담담하게 덮어썼다.

"카논 씨. 저는 카논 씨를 이해해주는 단 한명의 사람이에요.
저보다 카논 씨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어요. 심지어 카논 씨 조차도."

"그러면!..."

"카논 씨. 카논 씨는, 그래요 손님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에요.
그게 카논 씨가 츠구미 씨처럼 살아야된다는걸 뜻하는건 아니에요.
손님이던 주인이던간에 카논 씨가 살고 싶은대로 살아도 괜찮아요.
만약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나 바로 곁에서, 제가 반박해줄게요."

"그럼 내가 죽으면, 죽고 나면 뭐가 날 증명하는거야?
내가 만약 반년 후에 죽어버린다고 하면, 미사키는 어디에 꽃을 두고, 무엇을 향해 애도할거야?"

미사키가 삶을 확신하자 카논이 죽음을 의심했다.
자신도 모르게 비밀을 사용하며.

"...정말로 그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만약에 그렇다면,
저는 카논 씨와 데이트 했던 곳을 돌거에요. 거기서 추억을 되뇌일 거에요.
카논 씨와 찍은 사진을 한번 더 마음에 담을 거고, 매일 밤 제가 있는 곳에서 카논 씨를 생각할거에요."

촉촉히 젖은 카논의 두 눈에 미사키의 다정한 눈빛이 비쳤다.
목소리가 약간 저조된 미사키는 카논의 두 손을 부드럽게 쥐고 계속 말했다.

"카논 씨, 육체는... 뭐랄까 영혼의 부산물일 뿐이에요.
시체든 유골이든 그건 카논 씨가 남기고 간 것일 뿐, 그것들을 결코 카논 씨가 아니에요.
물론 카논 씨가 남긴 것이니 소중히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카논 씨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거에요."

"하지만 그 때, 병원에서, 카페에서. 내게 이 몸이 내 몸이라고 해줬잖아..."

자학의 의지를 잃은 카논이 힘없이 낡은 증거물을 꺼냈다.
그러자 미사키는 오해를 이해로 고쳐썼다.

"카논 씨, 제가 그 때 병원에서 했던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오직 츠구미 씨의 몸 만이 카논 씨의 몸이라는,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제 얘기는, 무슨 몸이든 영혼이 카논 씨라면 그게 카논 씨라는 뜻이었어요.
카논 씨, 카논 씨가 어떤 모습이던간에, 저를 사랑해주고 또 제가 사랑한다면, 그게 카논 씨에요."

어느새 구름은 모두 지나가고 태양이 드러났다.
구리재질의 유골함은 둘의 다리 사이에서 밝은 햇빛을 반사했다.

카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방금 들은 단 하나의 위로가 지금까지의 모든 조잡한 관념들을 한낱 쓰레기로 전락시켰다.
카논은 말하는 대신 깨달았다.

그녀의 몸이 무엇이던간에, 그것이 유골이든, 츠구미의 몸이든, 제 3자의 몸이든, 혹은 그저 로봇이던간에,
옳바른 몸을 쟁취하는 것은 더 이상 실존이 아니었다. 아니, 몸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소외였다.
그녀를 증명하는 건 더 이상 몸이 아니었다. 아니, 단 한 순간도 몸이 그녀를 증명했던 적은 없었다.
그녀를 증명했던건, 그리고 증명하고 또 증명 할 것은, 바로 앞에서 애틋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연인이었다.

카논은 이어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츠구미도-.
그래, 츠구미와 이브도 다를 것이 없다. 이브도 자신처럼, 헛된 집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다.
순간 카논은 자신에게 의무가 주어졌음을 깨달았다. 상대자로써, 손님으로써 그리고 친구로써.

카논은 이브에게 자신이 깨달은 걸 얘기해줘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뺐어간 사람이 다짜고짜 '몸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단다. 그리고 나는 자유롭게 살거야'
라고 말해봤자 그건 또다른 다툼의 불씨가 될 뿐일 것이다.
이브에게 카논은, 카논에게 미사키 같은 존재가 분명히 아니었다.
깨달음의 충격이 멎기도 전에, 카논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색이된 얼굴로 사색을 하는 카논을 보며 미사키가 조심스레 물었다.

"...카논 씨.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어제도 계속 전화를 안 받고... 이브 씨랑 싸웠거나...
...츠구미 씨의 몸에 문제라도 있었던거에요?"

!

미사키의 정확한 추측이 카논을 사고의 심해에서 끄집어냈다.
하지만 카논은, 또 대답을 위해, 다시 고민 속으로 잠수했다.

카논은 원래는 유골을 버린 후 미사키에게 사실을 전부 말하려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고, 새로운 의무가 생겼다.
적어도 지금은 좋은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모든 걸 끝낸 뒤, 모든 걸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아니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미사키를 보니, 미사키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사키와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것은, 고민은 함께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카논이 드디어 입을 열려 했을 때.

"저기 미-"

'띠리리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리리-'

마키나 텔레포니카는 언제나 극적이었다.
카논이 휴대폰을 살짝 확인해보니 이브였다.

"미안 미사키 짱, 잠깐만."

카논은 그렇게 말하곤 몸을 반대편으로 돌려 전화를 받았다.

"응, 이브 짱 무슨 일이야?"

"갑작스레 죄송해요 카논 씨.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응, 괜찮아."

"카논 씨에게 긴급히 보여드릴게, 아니 같이 봐야할 게 있어요.
혹시 지금 하자와 카페로 오실 수 있나요?"

지금은 미사키와의 데이트였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연인과의 오붓한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갈 이유가 있는 일일까?
적어도 이번은, 그랬다. 아니 그래야 했다.

"...응, 알았어. 금방 갈게."

고민은 오래걸리지 않았다.
맥페이트의 장난에 계획은 수정되었다.
결국, 카논은 연인과 훈훈한 공동작업을 하는 대신, 약속을 파토내고 결착을 지으러 떠나기로 결정했다.
카논이 조심스레 일어서서, 정말로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미사키 짱... 정말 미안한데..."

"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옆에서 듣던 미사키가 반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은 다 알고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로, 정말로 미안해!"

"...알았어요. 다녀와요.
대신, 정말로 무슨 일인지 다 말해줘야 해요?"

카논의 진심어린 사과에 미사키가 장난스런 미소로 답했다.
그 미사키의 미소는 인정이 되어 카논에게 용기를 줬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카논은 활기차게 말했다.

"응! 모두 끝나고 나면, 전부 얘기해줄게!
모든 밤이 잠들고 마지막 새벽이 깨어난 후에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그러면서 카논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직면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렇게 미사키는 예쁜 옷을 입은 채, 금융가 한복판에 위치한 작은 공원에서 여자친구의 유골을 들고 앉아있었다.





#2024.04.30_10:15_하자와 카페

히카와 사요였다.

"전해줄 것이라뇨?"

이제 막 문을 연, 한적한 아침의 카페에서, 이브가 오늘의 첫 손님에게 물었다.

"그전에, 조금 얘기를 해야겠군요.
앉아도 될까요?"

사요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물론이죠. 편하신 곳에 앉으세요."

"아 혹시 뭘 주문해야 하는건가요?"

하자와 카페에 너무 오랜만에 온 사요가 물었다.

"저에게 볼일이 있어서 오신 거라면, 그럴 필요는 없지만.
원하신 다면 주문해도 물론 괜찮아요."

"그럼 블랙커피 두 잔으로. 와카미야 씨 건 제가 낼게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브는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주문을 받았기에 일단 부엌으로 돌아갔다.
할 얘기가 뭘까. 전해줄게 뭘까.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의 첫 커피를 만들었다.
히카와 사요는 츠구미가 죽은 이후로 단 한번도 하자와 카페에 온 적이 없었다.
이브가 아는게 맞다면, 그녀도 자신처럼 츠구미를 특별하게 여기던 사람이었다.

이브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까만 블랙커피 두 잔을 접시에 담아 사요가 있는 쪽으로 가지고 왔다.

"블랙 커피 두 잔, 나왔습니다."

이브는 그렇게 말하며 각자의 앞에 커피를 내려놓고는, 사요의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사요의 앞에는 깔끔하게 밀봉된 연보라빛 봉투 하나가 올려져있었다.

"할 얘기란게... 뭔가요?"

이브가 그 봉투를 살짝 의식하며 물었다.
사요는 그 봉투위에 손가락을 얹으며 말했다.

"이건 생전에 하자와 씨가 저에게 맡긴 것입니다.
본인이 죽은 후에 와카미야 씨에게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네?"

예상치 못한 정체와 내용에 이브는 놀랐다.
궁금한게 많았지만,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섵불리 말로 나오지 않았다.
이브는 겨우 의문 하나를 선택했다.

"...왜 츠구미 씨가 그걸 사요 씨에게 준거죠?"

"저도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어요.
그녀는 제가 두번째로 소중한 사람이라더군요.
이 편지를 받을 정도로 소중하지는 않지만, 혹시나의 상황까지 온전하게 가지고 있어줄 믿음직한 사람."

사요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문장 어딘가에는 자조가 섞여있었다.

"그럼..."

"네, 하자와 씨는 가장 소중한 사람인 당신, 와카미야 씨에게 이걸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왜 죽은 후에 줘야 하는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내용을 보면 알겠죠.
물론, 전 읽지도 개봉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를 위한게 아니니까."

사요의 목소리는 너무나 무미건조해서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브가 그것에 신경쓰기엔 그 모든 감정과 사실들이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혼란스러운 와중, 이브는 곧바로 다음 의문을 꺼냈다.

"그럼 왜 이제서야 주신 거죠?
츠구미 씨가 죽은지 일곱달이 넘은 지금?"

"...그건, 아마 와카미야 씨 당신과 같은 이유죠.
제가 하자와 씨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도, 하자와 씨는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네, 당신이 하자와 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알고있습니다.
그녀를 지켜보다보면, 그녀를 보는 다른 시선까지 깨닫게 되는 법이죠."

사요는 커피잔의 손잡이를 만지작 거리며 계속 말했다.

"그 사고와 그 수술로 마츠바라 씨가 하자와 씨의 몸을 가지게 된 이후로, 전 꽤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없는데, 저기에 그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평범히 생활하고 있다니."

이브는 낯선 데자뷰를 느꼈다.

"하지만 결국엔 그것도 그 나름대로 익숙해지더군요.
카페에서 당신과 함께 있거나, 어두운 밤에 당신과 함께 집으로 귀가하는 그녀를 보면,
여전히 하자와 씨가 생생히 살아있는 것 같아서 어딘가 위로가 됐습니다.
물론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죠.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 상냥한 착각은 산산조각 날테니."

"그건... 스토킹이에요. 그리고 한낱 현실도피일 뿐이구요."

이브가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사요는 힐끗 이브를 보더니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와카미야 씨, 당신은 하자와 씨의 무덤에 가보신 적 있나요?"

"...아뇨."

"저도 단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가지 않았었죠.
히나는 매달 하자와 씨의 무덤에 꽃을 두러 갔지만 저는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가 재촉해도, 가지 않았죠.
그녀의 무덤에 가면 그녀가 죽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살아있는 몸만 멀리서 지켜볼 뿐, 빈 관짝에 대해선 아예 생각도 안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히나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제게 말하더군요.
왜 언니는 츠구 짱의 무덤에 가지 않냐고, 츠구 짱을 잊은거냐고."

사요는 그렇게 말하곤 미지근해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계속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수없이, 결국 갔습니다. 무덤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깝더군요.
히나가 시들어버린 일곱개의 꽃다발 사이에 싱싱한 하나의 꽃다발을 놓는 동안 저는 우두커니, 묘비를 바라봤습니다.
하나의 이름과 두개의 숫자가 적힌 석판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고,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장례식장의 당신처럼."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던 이브는 가볍게 놀라며 사요를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요는 계속했다.

"바로 옆에서 조용히 흐느껴 우는 히나를 보고 깨달았어요.
아 그렇구나. 나는 하자와 씨가 죽은 걸 인정하지 않아서 무덤에서도 결코 눈물을 흘릴 수가 없는거구나.
적어도 나에게 이 무덤은, 그냥 흙덩이일 뿐, 하자와 씨랑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하자와 씨가 이 무덤에도 없다면, 그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사요가 천천히, 이브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와카미야 씨. 어쩌면, 우리의 간절한 집착이 하자와 씨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녀는 죽었는데,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해서, 그녀는 죽지도 살지도 못한 유령이 되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하자와 씨는 죽었어요. 우리가 그녀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방법은,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요는 그렇게 단호하게 말한 뒤,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약간 망설이다가 얘기를 계속했다.

"...어젯 밤, 저는 울었습니다. 어두운 방 한 구석에서, 아이처럼 엉엉 거리며,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그 동안 무덤에 한번을 찾아가지 않은게 미안해서, 내가 하자와 씨를 인정하지 않은게 미안해서, 하자와 씨가 죽은게 슬퍼서.
물론 꼭 울어야 할 필요는 없겠죠. 사실 울었다는 걸 말할 필요도 없고. 말하고 나니 좀 창피하네요.
아무튼 결국, 저는 하자와 씨의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 봉투가 생각났어요."

사요가 어색한 웃음을 얼머부리며, 이제 곧 맥거핀이 될 뻔한 봉투를 이브 쪽으로 밀었다.

"사실상 유서라고 볼 수 있는 이건, 하자와 씨의 죽음과 함께 제 머릿속에서 지워졌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하자와 씨의 죽음과 함께 다시 떠올랐죠.
이유야 어찌됐든, 그 동안 전해주지 못한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이브는 말없이 사요의 사과와 함께, 봉투 -츠구미의 유서- 를 건네받았다.

"...그게 다입니다. 그 얘기와 이 봉투를 전해주러 온 것 뿐입니다.
그렇다고 와카미야 씨보고 다짜고짜 전부 받아들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아마 당신은 나보다 하자와 씨를 더 각별하게 여겼으니 받아들이는 것도 더 힘들겠죠.
그래도 그 봉투는 열어보세요. 어쨌거나 하자와 씨가 당신에게 보낸 겁니다.
그녀가 죽은거라면 유서고 살아있는거라면 연애편지가 될테니."

그렇게 말하며 사요는 얼마 안남은 커피를 한번에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요가 잘마셨다고 한 후, 카운터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결국 동전 몇개를 내려놓고 카페 밖으로 나갈 때까지,
이브는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멍한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너무 많은 사실과 너무 많은 의미가 들이닥쳤다.

한 순간 그녀는 츠구미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었고,
한 순간 그녀는 스스로 츠구미를 부정한 사람이 되었으며,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봉투 속에 밀폐된 의무와 직면해야 했다.

조금의 잠시 후,
이브는 눈 앞의 다 식어버린 커피를 의식했다. 그리고 맞은 편의 빈 자리를,
또 첫 손님 이후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손님도 오지 않은 텅 빈 카페를 의식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쥐고 있는 연보라빛 봉투를 의식했다.

이브는 천천히 일어나 부엌을 제외한 가게의 불을 다 껐다. 그리고 입구로 가서 문을 잠구고 CLOSE 푯말을 걸었다.
문을 연지 한시간도 안돼서 문을 닫았다. 직권 남용이었다. 그런들 뭐 어떤가, 이 가게에는 주인이 없었다.
그 이후 몇 명의 손님들이 카페앞에서 허탕을 치고 되돌아가는 동안 이브는 부엌에 홀로 앉아 끝없는 고민 속에서 결론을 찾아 해맸다.
아직 끄지 않은 기계가 미세하게 웅웅 거렸다. 그 일상적인 소리에선 이카치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시계바늘이 한 바퀴를 완주 했을 때즈음, 이브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루-', '달칵'

"응, 이브 짱 무슨 일이야?"

예정된 목소리가 대답했다.

"갑작스레 죄송해요 카논 씨.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응, 괜찮아."

"카논 씨에게 긴급히 보여드릴게, 아니 같이 봐야할 게 있어요.
혹시 지금 하자와 카페로 오실 수 있나요?"

결심을 한 이브는 주저 않고 부탁했다.
핏줄을 증명하는 듯한 계속된 돌격.
그리고 아주 잠깐의 침묵.

"...응, 알았어. 금방 갈게."

그리하여 이번엔 직원이 주인 없는 가게로 손님을 불렀다.





#2024.04.30_12:43_하자와 카페

꽤나 거리가 있었음에도, 카논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바로 카페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문이 잠겨있었다.
곧 카페 안쪽 부엌에서 이브가 나오더니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달려나와 문을 열었다.
CLOSE 푯말은 그대로 걸어둔 채.

"미안해요. 문을 잠가놓은 걸 깜빡했어요."

"지금 영업시간이지 않아? 왜 벌써..."

카논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오늘만, 오늘만이에요.
일단 앉아요."

이브가 테이블 하나를 골라서 앉으며 말했다.
이브의 반대편에 앉는 카논을 보고 이브가 뒤늦게 확인했다.

"혹시 카논 씨 해야할 일 있는데 제가 부른건 아닌가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이브 짱의 용건에 따라 달라지겠지?"

카논이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그렇네요. 그럼 바로 말씀드릴게요."

이브는 그렇게 말하며 품 속에서 연보라색 봉투를 조심스레 꺼냈다.

"이건 몇시간 전, 사요 씨가 와서 전해주신 츠구미 씨의 유서에요.
어떻게 된 건지는 나중에 차차 설명해 드릴게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카논 씨 보고 와달라고 한 건, 이 유서를 혹은 편지를 같이 읽기 위해서에요."

봉투에서 이브의 얼굴로, 카논은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날 생각 해준 건 고마워.
너무 갑작스럽고, 궁금한 것도 이해 안되는 것도 너무 많지만 일단은, 일단은 알겠어.
하지만 하나만 물을게. 왜 나랑 같이 읽으려고 한 거야?"

이브는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카논 씨는... 그럴 권리가, 그리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카논 씨가 츠구미 씨의 몸으로 사는게 쉽지 않다는 거, 힘들다는 거 저도 조금은 알아요.
조금은, 아니 거의 대부분이 저 때문이라는 것도 알구요."

"아니, 꼭 그렇지는-"

"어쨌거나 우리는, 비슷한 처지에요
카논 씨의 몸과 저의 마음은, 츠구미 씨에게 벗어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츠구미씨는 더 이상 없고, 그래서 우리는 길을 잃었죠.
그렇기에 우리에겐 이 편지가, 츠구미 씨의 마지막 말이 필요해요.
어쩌면, 이게 우리에게 길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이브 짱의 말은...
츠구미 짱의 그 유서가 우리 각자의 고민과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거야?"

"네 그럴수도, 있죠."

"하지만...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잖아.
그 유서를 읽었는데 더 나빠진다면 어떡해?
더 얽매이고 더 혼란스러워질 뿐일 수도 있잖아?"

카논의 침착한 목소리엔 약간의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게 최선이에요."

이브는 카논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카논 씨가 읽고 싶지 않다면 저 혼자 읽어도 괜찮아요.
그 후에 카논 씨가 읽어도 될지 안될지 판단해줄게요."

"...아니야. 나도 같이 읽을래.
이브 짱 말대로, 우린 같은 처지니까.
이건 우리 둘이 함께 직면해야겠지.

"알겠어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이브는 그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봉투를 들었다.
그리고 뜯으려다가- 멈췄다.

"아 한가지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봉투가 뜯어지기 직전에 이브가 말했다.

"뭔데?"

"카논 씨가 읽어줬으면 해요.
그러니까... 츠구미 씨의 편지니까... 츠구미 씨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요."

이건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것... 까진 아니어도 조금 융통성이 생긴걸까.
라고 생각한 카논은 흔쾌히 허락했다.

"응 알았어."

그러자 이브는 능숙한 솜씨로, 매우 깔끔하게 봉투를 개봉하고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그것은 어떠한 서류도 아니고, 인쇄된 것 조차 아닌, 아기자기한 손글씨로 가득 채워진 편지지였다.

"그럼, 읽는다?"

"네. 부탁해요."

여느날과 다를 것 없는 이른 오후, 오직 손님과 직원 뿐인 가게에서
카논은 그 목소리로, 츠구미의 편지를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이브 짱, 잘 지내고 있나요?
그 때의 그곳은 어떤가요?
지금의 이곳은 늦봄의 꽃봉우리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참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진단이 맞다면, 그리고 사요 씨가 약속을 지켜 줬다면,
이브 짱이 이걸 읽고 있을 때는 이미 이 꽃들은 이미 져버렸겠죠.
춥지는 않은가요? 쌀쌀해지기 시작할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어주세요.



이브 짱,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놀라고 있나요? 아니면 원망하고 있나요? 그것도 아니면, 그냥 슬퍼하고있나요?
미안해요. 사실을 말하지 않아서. 그리고 먼저 가버려서.
분명 왜 내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털어놓지 않았는지 궁금하겠죠.

사실 얼마 안가 결국 죽는다는 걸 알았을 때, 바로 얘기하고 싶었어요. 같이 부둥켜 안고, 함께 울고싶었어요.
하지만 오늘, 당신과 함께 집에서 커피를 만들었을 때, 진한 커피향 사이로 들리는 당신의 선명한 심장고동을 느꼈을 때.
저는 다시금 제가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또 얼마나 중요한 세계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분명, 제가 곧 죽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당신의 세계는 처참히 무너지고, 다시는 복구되지 못하겠죠.
저는 당신의 그 애틋한 사랑에 상처를 줄 수 없었습니다.



이브 짱, 마음을 들켜서 놀랐나요?
당신은 그 마음을 직원과 룸메이트 그리고 보호자의 이름표 뒤에 숨겼지만 그건 당신의 생각보다도 더 거대했고 선명했답니다.
당신이 날 볼 때의 그 깊은 눈빛도,
우리의 어깨가 닿을 때면 딱따구리의 부리보다도 빠르게 뛰던 심장박동도,
주사를 놓으려 내 바지를 내릴 때 마다 떨리는 손을 통해 느껴지는 부끄러움도,
까만 블랙 커피의 수면에 비친 순간의 힐끗거림도,
눈만 감은 채 자는 척을 했을 때 내 귓가에 속삭였던 당신의 수줍은 고백도
모두, 겨울을 알리는 첫 눈보다도 분명한 신호가 되어서 나의 마음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 마음은, 이제 당신의 마음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이브 짱은 자신의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결코 연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저에게 당신은 앞치마를 입은 연인, 현관문을 함께 쓰는 연인, 주사기를 든 연인이었습니다.
우리는 단 한번도 노골적으로 사랑을 표현한 적이 없지만, 당신의 손길에는 그 어떤 고백보다도 깊은 사랑이 담겨있었고,
나는 보잘것 없는 감사로 결코 오지 않을 영원을 맹세했습니다.

이렇게 돼서 미안해요.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을 털어놓기엔 너무나 절망적인 운명의 굴레가 날 무력하게 옭아매네요.
내가 사랑을 고백한다면 당신의 괴로움은 견디기 힘들정도로 커질 것이고,
내가 죽음을 고백한다면 당신의 괴로움은 예정보다 빨리 찾아와서 우리의 평온한 일상마저 무참히 찢어놓겠죠.
결국, 죽음이 문고리를 돌리기 직전에 그대로 여행을 떠나 혼자 어딘가로 사라져 그대로 잊혀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하면 내 존재와 함께, 나를 향한 당신의 마음도, 그리고 그 속에서 숨죽이며 도사리던 괴로움도 사라지겠죠.



이브 짱, 내가 죽은 후는 어떤가요?
내 시체는 어디서 발견했나요? 하자와 카페는 여전히 사람이 많나요?
우리 애프터글로우는 분명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고 있겠죠?
사요 씨는 로젤리아에서 월드 투어를 떠나고 싶다는데 꼭 이루어졌으면 해요.
미사키 짱과 카논 씨가 결혼하는 걸 못 봐서 아쉬워요.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인데.
이브 짱은, 지금쯤 새로운 사랑을 찾았나요?



이브 짱, 사랑해.
진심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해.
내가 이런 몸이 아니었다면, 이런 운명이 아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고백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오직 둘이서, 서로의 손을 잡은 채, 끝없는 길을 영원히 걸어갈 수 있었을까.

이런 식으로 고백해서 미안해.
네가 되도록 괴롭지 않기 위해 떠나지만, 역시 네게서 잊혀지고 싶지는 않아.
너가 행복하길 바래.
하지만 동시에 내가 별이 되어, 너의 흐릿한 추억 속에서 이따금 반짝였으면 좋겠어.
내가 머물 수 있는 곳은 오직 너의 마음, 한 곳 뿐이니까.

내가 죽은 후에, 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성실한 점장으로? 다정한 친구로? 비운의 환자로?
이브 짱, 나는 내가 죽은 후에, 모든 옷과 의무와 운명을 벗어던진 후에야 비로소 나는 너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었어.
점장도 룸메이트도 환자도 아닌 하자와 츠구미로써.
그리고 너도 나를 오직, 너를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해.
난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2023년 05월 12일
영원의 마지막에서, 사랑을 담아. 하자와 츠구미.'



편지 하단부의 단어 몇개는 잉크가 뿌옇게 번져있었다.
분명 오래전에 떨어진 촉촉한 감정의 낡은 흔적이리라.

그것은 유서보다는 편지, 아니 연애편지에 가까웠고, 보다 정확히는 의심할 여지 없는 연애편지였다.
실패한 계획과 엇나간 예측으로 그 내용엔 약간의 오류가 있었지만, 애틋한 마음만큼은 분명했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츠구미의 그 마음은, 간절함과 눈물로 얼룩진 채, 뒤늦게 이브의 마음에 도착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4월의 오후.
하자와 카페의 한 구석에선 비가 내렸다.





#2024.04.30_19:47_츠구미의 묘

흘러내린 감정의 자욱이 지워지기도 전에. 둘은 츠구미의 무덤에 왔다
카논은 3번째, 이브는 첫번째 방문이었다.
평일 늦은 오후의 공동묘지에는 두 사람 뿐이었다.

츠구미의 묘는 유난히 눈에 띄는 소나무 옆에 있었는데, 넓게 뻗은 가지의 푸른 그림자가 묘 위에 드리웠다.
무덤은 이브의 생각보다 아담했다. 빈 관보다 조금 더 긴 봉분, 그리고 그 주위에 어지러이 찍힌 애도의 발자국들이 선명했다.
또한 이브의 발치에는 시든 꽃다발 7개와 아직 생생한 꽃다발 하나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었고,
꽃들 가운데엔 허리높이의 비석이 우뚝 서있었는데, 그 색깔은 하양에 가까운 옅은 회색이었다.
비석엔 몇 개의 단어가 고풍스런 글씨체로 세겨져있었다

'하자와 츠구미
2003.01.07 ~2023.09.28'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비석을 내려다봤다.
얇은 적막에는 노을의 붉은 빛이 스며들었다.

이브가 입을 열었다.

"역시 그 몸은... 카논 씨의 몸이에요. 이번엔 진심이에요.
츠구미 씨의 편지를 읽고 깨달았어요.
그녀를 츠구미 씨로 만드는 건 몸이 아니라 저라고.
언제나 츠구미 씨, 그리고 제 마음이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게 괴로웠는데,
아뇨. 타인은 애초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어요.
제 마음만이 츠구미 씨를 인정하고, 츠구미 씨만이 제 마음을 인정 해줄 수 있었던 거에요.
카논 씨의 그 몸에서는 여전히 츠구미 씨가 연상되지만, 진정한 츠구미 씨는 여기에... 있어요."

이브가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곤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덧붙였다.

"조금 오글거렸으려나요.
아,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후에도 계속 카논 씨 간호를 해드릴테니.
다만 이건 츠구미 씨를 위해서가 아닌, 친구로써 해드리는거에요.
그 동안의 사과와 감사를 담아.
대신, 카논 씨는 츠구미 씨처럼 떠나려 하지 말아주세요.
이미 마음을 연 둘이니까. 미사키 씨와 확실히 대화하고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세요."

그 부탁에는 약간의 명령과, 커다란 바램, 그리고 한 줌의 깊은 진심이 담겨있었다.
곧이어, 어느새 미소가 옅게 스며든 카논의 입술이 열렸다.

"응, 고마워... 정말로...
나도 미사키 짱에게 비슷한 얘기를 들었어. 나를 나로 만드는 건 몸이 아니라 미사키라고.
그리고 츠구미 짱의 애틋한 진심을 읽고 나서 결심했어.
역시 나는 손님인 채로 있어도 충분해. 아니, 손님인 채로 있고 싶어.
이 몸은 역시 츠구미 짱의 몸이야. 이 몸에는 츠구미 짱의 이름이 가장 어울려.
내가 손님으로써 마음껏 생활 한 후, 그러니까 내가 죽은 후에는 이 무덤에 이 몸이 묻혔으면 해.
이건 츠구미 짱도 이브 짱의 마음도 아닌, 츠구미 짱과 친했던 카논의 마음이야.
친구에게 빌린 걸 돌려주고, 주인에게 받은걸 돌려주고싶어.
미사키가 있으니까, 그리고 츠구미의 마음을 알았으니. 나는 손님이어도 괜찮아."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아침의 그것과 같지 않은, 하나의 상냥함이었다.
이브와 카논의 뺨에는, 몇시간 전에 흘렸던 눈물의 흔적 위로, 뜨거운 감정 몇방울이 지나갔다.







#2025.01.20_20:45

어제는 첫 눈이 내렸습니다.
검은 땅을 하얗게 덮기에는 부족했지만, 겨울이 왔음을 알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오늘은 장례식입니다.
하얀 연기가 피어나는 향 앞에서 검은 의복이 하나 둘 씩 차례대로 절을 했습니다.

향 뒤에는 고인의 사진이, 그 뒤에는 관 대신 구리색의 아담한 유골함이 놓여져있었습니다.
영정사진에는 푸른 머리칼 보라빛 눈동자, 수줍은 미소를 한 카논 씨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소유한 얼굴로 돌아가 다시금 주인이 되었습니다.
15개월간 그녀가 빌린 몸은 내일, 언 땅을 파헤치고 그 주인에게 돌아가겠죠.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미사키 씨는 상복을 입고 한 쪽에 서서 조문객들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가까스로 참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던 그녀는 줄곧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조문객들의 의무는 위로보다는 또다른 애도에 가까웠습니다.

제 차례가 왔습니다.
향을 꼽고, 절을 한번, 그리고 한번 한 후에, 사진 속 카논 씨를 바라봤습니다.
검정 띠가 둘러진 당신의 원래 모습은 너무나도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미사키 씨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녀가 입을 열어 무겁고 상투적인 의무를 수행하려 할 때,
저는 말 없이 그녀를 껴안았습니다.

질끈 감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렀고, 흐느낌은 울음이 되었습니다.
나의 어깨가 눈물로 젖어들었습니다. 잡지 못하려는 것을 향해 뻗은 그녀의 팔은 제 허리를 강하게 감았습니다.
복부가 죄이고 늑골이 좁혀졌습니다. 심장도 답답해지려는 찰나에, 제 감정이 넘쳐 흘렀습니다.

우리 둘은 서로를 껴안으며, 장례식장 한 켠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각자의 상실을 애도하며.
며칠 전에 잃은 그녀의 아내와 1년 전에 잃은 저의 사랑을 슬퍼하며.

이제서야, 저는 애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를 보내고, 그녀의 몸을 보낸 뒤에야.
그리하여 츠구미 씨가 제 마음 이외에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실감한 뒤에야.
저는 눈물을 흘릴 수 있었습니다.



츠구미 씨의 장례식이 있은지 딱 1년 후.
카논 씨가 6개월 후에 죽는다는 걸 알게된 지 7개월 하고 20일 후.

오늘은 카논 씨의 장례식입니다.

이리하여 주인도, 손님도, 가게도 없어졌습니다.



이제 직원도 있을 필요가 없겠죠.





[주인,직원 그리고 손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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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필요한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하지만
애초에 이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니
해설 간다


말할 것도 없이 주인, 손님, 직원은 세 등장인물을 의미함.
츠구미가 소유한 몸과 가게를, 카논이 사용하고, 이브가 관리하지.
문제는 츠구미가 없다는 것. 즉 주인이 없다는 거야.

사실 가게에서 주인(단순소유자)은 꼭 있을 필요가 없어.
돈을 내는 존재도 아니고 노동하는 존재도 아니니까.
그렇기에 표면상으론 카논이 츠구미의 몸에 들어간게 별 문제가 아닌 듯 하지.

하지만 그 돈이 손님에서 직원으로 가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주인을 거쳐야해
손님이 요구하는 걸 직원이 하기 위해서도 주인의 명령이 필수적이고.
즉 주인은 실용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가장 중심적이고 근본적이며 명목적인 존재인거야.

그런데 츠구미가 없기 때문에 카논은 타인의 몸을 쓰고도 지불하지를 못해서 항상 불안하고
이브는 상대에게 헌신하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는, 즉 자신의 마음에 보답을 받지 못하지.
주인 없이는, 손님의 사용은 탈취가 되버리고, 직원의 노동은 착취가 되버리는거야.

그렇게 고통받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며 평행선을 그리던 둘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브와 닮은 존재인 사요를 통해 츠구미의 말이 뒤늦게 전해져.
여기서 츠구미는 이브에게 고백하며 오직 이브에 의해서만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하지.

이걸로 이브는 자신의 노동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고 가치지어 지는, 즉 자신의 마음이 보답받게 돼.
그리고 카논은 이전 미사키에게 깨달음을 얻은 것에, 츠구미와 이브의 해소를 알게됨으로
그 누구도 이 몸에 대한 사용료 혹은 댓가를 바라거나, 혹은 너는 이 몸을 사용하면 안된다 라는 얘기를 하지 않음을 확신하지

그리하여 사라진 주인의 유서로(혹은 편지로) 직원의 노동은 인정받고, 손님의 사용은 허락되는 거야.

다만 좀 헷갈릴 수 있는게 '몸'에 대한 것인데
얼핏보면 그냥 가게를 뜻하는 것처럼 보여. 하지만 그보다는 대외적 개념이라는 쪽이 정확해
정확히는 츠구미 자체는 본질이고 영혼이기에 오직 이브만이 마음에 담을 수 있지만,
가게나 이름이나 몸 같은 것들은 타인들이 지각하고 인지하고 기억할 뿐이지

주인을 신경 쓰는 손님이 어딨어, 손님은 가게를 신경 쓰지. 주인을 손님 쓰는 건 오직 직원 뿐이야.
즉 이브가 지금껏 몸에만 집착한 것은 가게에 집착한 것이고, 다른 츠구미에게 특별하지 않은 사람처럼,
츠구미의 대외적 존재에만 집착한 거지.
하지만 츠구미의 진심을 통해 이브는 비로소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 츠구미의 영혼을 품을 수 있게된거야.

하나 더, 제목이 [주인과 손님 그리고 직원]인데
여기서 '주인'과 '손님' 사이에는 '과 '만 있지만
그들과 '직원' 사이에는 ' 그리고 '가 있지.
이건 이브가 가까이 가고싶지만 한낱 직원일 뿐이기에 다가가지 못하는,
그래서 느끼는 간절함과 거리감을 시각적, 문자적으로 표현한거야.





=====
혹시나 해서 올리는 시간순서.

2022.02.03 졸업, 이후 츠구미는 하자와 카페에서 점장

2022.09.21 츠구미 쓰러짐으로 병의 존재를 알게 됨, 이후 이브와 동거

2023.05.12 츠구미와 이브가 집에서 핸드메이드 커피를 만든날, 그리고 츠구미가 그 편지를 쓰던 날

2023.09.27 츠구미와 카논 자동차 사고

2023.09.28 뇌 이식 수술 시작, 동시에 츠구미 사망 이후 4개월간 카논은 요양

2024.01.20 츠구미의 장례식. 이후 불안정한 공존을 시작

2024.04.28 사건의 발발


=====
그리고 직원편은 이브, 손님편은 카논의 시각이지만 주인편은 전지적 작가시점이기에 말장난을 좀 넣었음
꽤나 억지스러운 것도 있는데, 애초에 알아봐주길 바라는게 아니라 자기만족으로 넣은거라.
일단 설명할게


1.첫 챕터에서 '그리고 빈 1913년처럼,'
이건 앞의 비었다는 의미의 '빈'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즉 '빈'의 동음이어를 사용한거야.
정확히는 빈의 정신분석학자 즉 지그문트 프로이트지.
프로이트와 칼 융은 긴밀한 관계를 가진 사제지간이었지만 점점 소원해지더니 1913년 결별하게 돼.
그리고 융이 프로이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의 마지막 글귀가 '남은 건 침묵 뿐입니다.' 야.
정확히는 모르겠어 나도 <Dangerous Method>라는 영화에서 본 것 뿐이니까.
따로 둘의 편지를 엮은 책이 있다니 궁금하면 참고하길.
암튼 그냥 문맥에도 맞고 이런거 오지게 넣어보고 싶어서 좀 무리하게 넣음

2.두번째 챕터 카논과 미사키의 데이트에서 '마키나 텔레포니카는 언제나 극적이었다.'
이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명작 [롤리타]의 말장난이야.
원문은 씹덕이라면 모두 아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즉 극중의 신을 전화기의 신으로 바꾼거지
일순간에 극 중 상황을 바꾸는 신의 자리에 전화기를 넣은 것.

3.두번째 챕터 위의 패러디 조금 아래에 '맥페이트의 장난에 계획은 수정되었다.'
이것도 롤리타의 말장난이야. 작 중 험버트가 롤리타가 다니는 학교의 반 학급목록을 보는데
그 중에 '맥페이트(Mcfate), 오브리'라는 이름이 등장하거든. 그 이후로 험버트는 가끔씩 운명이라는 단어 대신 맥페이트를 사용해
즉 내가 사용한 것도 그냥 운명의 장난이라고 이해하면 됨

4.세번째 챕터 이브가 고민할 때 '이카치카의 목소리'
이건 ㄹㅇ 알아보기 힘든데, 이카는 일본어로 오징어고 치카는 러시아의 애칭이야 (~짱 처럼)
오징어는 일본애니 오징어소녀를 뜻하고, 치카는 걸즈 앤 판처의 러시아 컨셉의 학교인 프라우다의 카츄샤를 뜻하지
그리고 둘의 성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카네모토 히사코인데
히사코누나는 또한 츠구미의 성우이기도 해.
그러니까 그냥 츠구미의 목소리 라고 이해하면 됨.

5.세번째 챕터 이브가 카논에게 전화를 걸 때 '핏줄을 증명하는 듯한 계속된 돌격.'
이것도 걸즈 앤 판처 네타인데, 계속은 일본어로 케이조쿠. 즉 작 중 핀란드 컨셉의 학교의 이름이고.
돌격은 작 중 일본 컨셉의(아니 컨셉이 아니기도 하지만) 학교인 치하탄의 말버릇이야.
즉 핀란드와 일본의 혼혈인 이브를 뜻하는 거지.

나도 억지스러운거 안다...



=====
아아주 예전에 두개인가 쓴거 빼면 팬픽 처음 쓰는데 진짜 존나 어렵다
그렇다고 작품이 괜찮은 것도 아니고 내가 병신입니다를 길게 쓴거 같어
내 어휘력과 표현력이 이렇게 병신인지는 몰랐음
심오하고 복잡한 설정을 사용하다보니 스토리의 재미보다는 사실관계의 논리를 짜맞추는 데에 더 치중하게 되고
그렇다보니 지루해지고...
어차피 시간도 없어서 못쓰지만 가급적 글을 쓰면 안되것다...
너무 힘들었는데 결과물 보니 더 힘들어ㅠ
글고 직원 편에서 2024년 4월 28일 평일이라 했는데 나중에 달력보니까 일요일이더라 나도 몰라ㅅㅂ
여담이지만 직원편 쓰는동안 한시적으로 이브가 오시캐가 됐었다

읽어준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재밌었다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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