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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가씨가 아이를 주워오셨다 下 (1)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5 00:37:07
조회 940 추천 25 댓글 5
														

1편


2편


3편


4


5


*


어린 시절, TV에서 소와 돼지에 대한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재밌어 보이니까 같이 보자! 그런 이유로 내 손을 잡아끈 언니는 자신에 품에 날 꼭 껴안은채로 다큐멘터리에 대한것을 같이 보았었지만 사실 초반부 내용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언니의 품이 따뜻했다는것과 아래에서 올려다본, 눈을 빛내면서 TV에 집중하고 있는 언니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었지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언니는 그 선택을 후회하셨다. 언니의 영향을 받아서 동물을 좋아하는 날 위해서 같이 보자고, 아마도 그걸 보면 내가 웃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권해주신 다큐멘터리였건만 언니도 그 내용은 제대로 몰랐던듯 했다. 아마 미리 알았더라면 안보여줬을거야! 종종 그 때를 떠올리면서 언니는 조금 미안한 웃음을 짓고는 하셨다.


그 다큐멘터리의 후반부에는 애지중지 기른 동물이 어떻게 가공되어서 식탁까지 가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물론 그래도 꼴에 다큐멘터리라고 너무 적나라한 장면까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소중하게 기른 동물이 잡아먹힌다는 것 자체가 아직 어린 나한테 있어서는 크나큰 충격이였다. 곧장 울음을 터트리고는 언니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었다.


"어째서 소중하게 기른 동물들을 잡아먹는거에요?"


눈물에 콧물까지 섞어가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언니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이야기하자 언니는 내 질문에 대답해주시는 대신 내 등을 토닥여주면서 무서워하지 말라고, 울음 뚝 그치자면서 대신 달래주는 쪽을 선택했다. 주워질때부터 느낀거지만 언니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면 어딘지 모르게 안심이 되어서, 신기하게도 진짜로 울음이 뚝 그쳤었다. 뚝 그쳤어? 언니의 상냥한 목소리에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후후, 다행이다. 어째서 소중하게 기른 동물들을 잡아먹냐면 말이지..."


그러면서도 아까 내가 던진 질문은 잊지 않았다는듯 상냥한 목소리로, 그러면서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었다. 방금전까지 무서웠던건 온데간데 없어지고 언니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길러온... 잡아먹는것은 ... 비단 동물에 한정되는 것 만이 아닙니다...사람도...]


등 뒤에서 언니가 채 끄지못한 TV가 나래이션이 흘러가듯이 내 등뒤에서 들렸다.


*


성인식전에 반드시 해야할 말이 있다면서 타에랑 사아야가 날 불러냈다. 처음에는 내가 밖에 나가지 못하니까 우리 집에서 이야기하자고 했음에도 누구 귀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반드시 자기 집에서 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했기에 결국 그렇게 중요한 내용이면 내일 학교에서 이야기하자고 말하니 그제서야 알겠다는 문자가 돌아왔다. 타에의 담장을 뻔히 보던 내가 휴대폰을 침대에 던지면서 그대로 누웠다.


성인식까지는 아직 사흘이나 남았는데 뭘까? 어쩌면 선물에 대한걸까, 순간 희망적인 생각을 했지만 그건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다 선물은 당일에 준다고 의욕에 가득찬 모습이였으니까 그것을 미리 건내주거나 하는 일은 안할것이다. 또 그런 이야기라면 반드시 해야할 말이라던가, 엄청나게 중요한 이야기니까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된다, 같은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겠지.


"뭐가 있을까..."


머리를 긁적이면서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성인식까지 사흘, 솔직히 반쯤은 집안행사에 가까웠고 내가 할 수 있는건 크게 없었기에 나 말고 다른 분들이 열심히 준비해주시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혼자 놀고있는건 아니였다. 주인공인 난 최고로 예뻐야 한다는 언니의 강한 주장에 이번 주말 내내 언니한테 불려가서 이런저런 옷들을 입혀지는 둥, 당일 입을 코디를 맞추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빠릿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수 벌씩 옷을 갈아입혀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들던지!


육체적으로도 장난아니게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든건 마찬가지였다. 입을 때 마다 어딘지 모르게 옷의 질감이며 원단같은것들이 아무리봐도 한두푼 하는것이 아닌 것 같아서 쉬는 시간에 몰래 들어보니까 이런곳에 둔한 나조차도 이름만 들으면 알 유명한 장인들이 만든 옷이라고 했다. 하나에 수천만쯤 한다고 했던가? 그런 옷들을 한두벌도 아니고 나한테 어울리는걸 맞춰주기 위해서 몇 벌씩이나 구해오다니! 언니의 정성에 감동한건 둘째치고 그런 비싼 옷에 조금이라도 흡집이 나면 안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몸가짐에 조심하다보니 안그래도 조심스러웠던 몸가짐이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신경쓰다보니까 정신적으로도 지치고, 매일 수 벌씩 갈아입으니까 육체적으로도 지치고...


그러던 와중 길게 쉬는시간이 나와서 방에서 쉬고있자니 타에랑 사아야 한테서는 이런 문자가 오고!


신경써야할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거기서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였지만 그건 나중에,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조금이라도 길게 휴식하지 않으면 오후에 체력이 견디질 못한다. 일단은 두 사람의 일은 월요일 당일에 가서 생각하자...


"미사키! 고생했어!"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쉬고있기를 한참,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곧장 자세를 바로잡고 문쪽을 쳐다보자 쟁반에 컵을 올린 언니가 손을 흔들면서 방 안으로 들어오시더니 한달음에 내 옆으로 다가오셨다. 고생했으니까 마시렴, 그렇게 이야기하며 쟁반위에 든 컵을 내게 내밀어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방금 막 타온듯한 따뜻한 코코아였다.


"단게 좋을 것 같아서!"


생긋생긋 웃는 언니의 미소에 나도 미소로 화답해주면서 코코아를 입에 가져다댔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확 도는것이, 언니의 말대로 정말로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호호 불어가면서 코코아를 꿀꺽꿀꺽 마시는것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시다가, 이윽고 내가 마지막 한모금을 다 마시자 내 손에서 컵을 받아서는 다시 쟁반 위에 올려놓으셨다.


단걸 먹으니 언니의 말대로 정말로 힘이 나는것 같았다. 기지개를 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도 힘내야지, 양 손으로 뺨을 살짝 두드리면서 다짐하듯이 중얼거렸다.


"가자 미사키! 점심먹고 오후촬영 시작이야! 후후후, 오늘 점심은 미사키가 좋아하는 음식이래!"


"바로 갈게요..맞다 언니, 하나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요."


응? 뭔데? 팔짱을 낀 채 앞장서서 걸어나가려고 하는 언니한테 문득 생각이 난 것이 있어서 내가 뺨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 옷 갈아입을때 계속 옆에서 사진찍는 이유가 뭐에요? 개인적으로 소장하신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자, 점심먹자 점심! 오후도 힘내야지!"


잠시만요, 언니? 황급히 불렀지만 어느새인가 팔짱을 풀고 문까지 가있었기에 서두르지 않으면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언니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


점심시간 옥상, 혼자서만 와줘. 타에랑 사아야한테서 그런 문자가 왔다. 내용만 보면 조금 수상한 내용같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두사람이 나한테 이상한 짓을 저지를 것 같기는 않았기에 늘 나를 호위하는 검은 옷 사람들한테는 친구들이랑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싶어서, 라는 이유를 들어서 때어놓고 혼자 옥상으로 향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누가 따라오지 않는지 잘 확인한다음 옥상으로 가자, 먼저 도착한듯 도시락을 펴놓은 타에랑 사아야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문잠그고 이쪽으로 와."


타에의 말에 뭐지? 싶으면서도 일단은 시키는대로 순수히 옥상문을 잠근 뒤 도시락을 들고 두 사람한테 다가가자 우선 밥부터 먹자며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알겠어, 살짝 고개를 끄덕인 다음 도시락을 꺼내자 그 다음부터는 평상시랑 똑같은, 세 사람이서 아무렇지도 않은 담소를 나누는 점심시간이 이어졌다.


이상하네, 이럴거면 왜 혼자서 오라고 여기에 부른걸까, 그냥 평상시랑 똑같은 점심시간 아닌가? 그냥 장소를 바꿔서 먹어보고 싶었던건가?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개의치않기로 했다. 이윽고 점심을 다 먹어갈때쯤, 먼저 도시락을 다 먹은듯 타에가 빈 도시락통을 내려놓고 날 똑바로 쳐다보았다.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했는데."


"응."


평소 그녀답지 않은 진지한 눈빛에 그제서야 자신을 부른 이유가 제대로 나올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서 자세를 바로잡은 내가 빈 도시락통을 내려놓았다.


"미사키, 이대로라면 성인식 날에 먹힐지도 몰라."


그리고 타에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평소처럼 그녀답게 조금 엉뚱한 말이여서, 안심한 내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하하, 타에도 참. 무슨 말이야. 지금까지 계속 조심하라고 했던게 설마 그거때문이야?"


"맞아."


"타에도 참, 이상한 말을 하네. 내가 어떻게 먹힌다는거야."


말은 그렇게하면서도 머리속에서는 어린시절 본 다큐멘터리가 떠오르고 있었다. 소중하게 기른 동물을 잡아먹는 다큐멘터리가-타에의 말이 맞다면 나도 이렇게 잡아먹히는걸까?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미사키, 그렇게 잡아먹히는거 아니야."


"응? 이거 아니야?"


"응, 조금 더...미사키한테는 말못할 뭔가가 있는데..."


사아야가 얼굴을 붉힌채 조금 우물쭈물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도대체 먹힌다는게 무슨 뜻일까, 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무슨 의미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자 두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더니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미사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거 같은데 어쩌면 무사하지 않을까?"


"이정도면 미사키네 언니도 양심에 찔려서 안건드릴지도 모르겠는데?"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뭔가 이야기할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이 금새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나한테는 아직 이르다면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점심시간 슬슬 끝나가니까 내려가자"


그러고서는 이야기를 끝내려는 모양인지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타에의 말에 사아야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남겨진 내가 두 사람한테 조르듯이 소리치며 뒤를 쫓아갔다.


"잠시만, 두사람만 속닥이지 말고 무슨 뜻인지 알려줘어~!"


물론 두 사람한테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


이거 이렇게 길게갈 내용 아니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길게 써진거냐


완결 언제내지


깝깝하


후기 싫다는 사람 많아서 앞으로 한두줄로 간략하게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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