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 심한 글. 미안 ㅠㅠ)
오늘도 평화로운 하나사키가와 여고. 지역에서 나름 명문 고교 취급을 받는 아가씨 학교인 만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모두 착한 아이들 뿐입니다.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고, 놀 때는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가득. 반 아이들 모두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상냥한 선생님들도 가득. 심지어 학교 교복도 예쁘기로 소문이 나서, 하나여고 학생이라고 하면 다른 학교 학생들의 선망과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정도에요.
그리고, 그런 학교를 이끄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학교의 얼굴인, 자랑스러운 <하나여고 학생회> 입니다. 소심하지만 상냥한 리더십의 학생회장 시로카네 린코를 필두로, 엄격하고 철저한 일처리로 소문난 선도부장 히카와 사요. 그리고 올해 새로 들어온 솔직하지 못해도 귀여운 후배인 서기, 이치가야 아리사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세 명의 학생회 멤버들 덕분에, 오늘도 하나여고 학생들은 학교 뒷산의 정기를 받아서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거랍니다!
" ...잠깐, 저는요!? 나레이션 언니, 왜 저는 소개 안 해요? "
아, 아리사를 도우러 자진해서 학생회실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바로, 자타공인 <별의 카리스마>, 밴드 포핀 파티의 기타 앤 보컬 토야마 카스미! 키라키라 도키도키 행복 에너지를 몰고 다니면서, 가끔 어색해지는 학생회의 분위기를 풀어 주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카스미가 있어서, 학생회실의 분위기는 훨씬 더 화사하게...
" ...정작 와서, 제대로 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죠. "
" 최근 일주일 동안 했던 말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한 말이네요, 시로카네 씨. "
" 아하하... 같은 로젤리아라고 둘이 쌍으로 너무 깐죽대지 마세요. 그런다고 우리 아리사가 로젤리아 키보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
사요가 들고 있던 서류가 순식간에 구겨집니다. 린코가 들고 있던 샤프도, 종이에 댈 때마다 심이 똑, 똑 하고 부러집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구겨진 서류를 다시 편 사요가 웃는 얼굴로 카스미를 보면서 대꾸합니다.
" 그럼 이참에 학생회에는 그만 나오시는 게 어떨까요, 토야마 씨? 애초에 당신은 창고에서 연습한답시고 매일 이치가야 씨랑 꽁냥대고 있잖아요. 너무 욕심이 과하면... 보기 좋은 건 아니니까. "
카스미의 관자놀이에도 얇은 핏줄이 섰습니다. 별의 카리스마 답게, 지지 않고 사요의 말을 받아칩니다...
" 하...? 이 사람 아주 웃기는 사람이네! 당신 이름 들어간 커플링이 몇 개인 줄은 알아요? 심지어 린코 선배랑도 엮이면서, 왜 둘 다 갑자기 아리사를 탐내요!? "
" 토야마 씨도... 포핀 파티로, 만족 못 해서... 동생 분이랑도, 엮이잖아요... #카스아스 태그 달고, 연성 되는 거 뻔히 아는데... 이치가야 씨가, 아무리 착하고 상냥해도... 근친상간 취향이 있는 분은, 질색하지 않을까요... "
" ...시로카네 씨, 입 좀 다물고 앞에 서류나 정리 하세요. "
" 푸흡... 아... 죄송... ㅋㅋㅋㅋㅋㅋ... 근친 커플이, 한 명만 있는 줄... 근친 커플로... 제일 유명하신 분이... 바로 옆에... 계셨는데... 제가, 몰라 뵙고... ㅋㅋㅋㅋㅋㅋㅋㅋ.... "
" ...토야마 씨, 뒤지기 싫으면 그만 나대고 입꼬리 관리 하세요. 당신 별명이 더 웃겨요. "
" ㅋㅋㅋㅋㅋㅋ... 별의... 카리스마... 성타천사... 아코공주보다... 조금은 낫네... ㅋㅋㅋㅋㅋㅋ... "
" 아하하하하....... 아아~! 네, <로젤리아의 미친개> 사요 선배님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
" 허억... 헉... 후아... 아, 카스미까지 벌써 왔네... 죄송해요...! 선생님이랑, 상담이 길어져서... 하아... "
" " " ...!! 이치가야 씨! (아리사아아~~!!! ) " " "
휴... 금발 트윈테일을 휘날리며 뛰어와서, 적절한 타이밍에 학생회실의 문을 열어준 이 아이가 바로 하나여고 학생회의 서기인 이치가야 아리사입니다.
' 뭐야, 나 없으면 서로 얘기 엄청 많이 하나 보네... 떠드는 소리 복도까지 들리고. 내가 분위기를 잘 못 맞추나...? 카스미 녀석은 언제 선배들이랑 그렇게 친해진 거야? 부럽다... '
다시 조용해진 학생회실. 그 불편한 공기를 읽은 아리사는 쭈뼛대면서 늘 앉던 자리에 앉습니다. 상석에 앉은 린코와, 사이드에 앉은 카스미 사이. 그리고 사요와는 얼굴을 마주 보는 자리. 아리사가 없을 때 3명이서 어렵게 합의를 본 자리 배치입니다.
' 이것 봐...! 나 들어오니까, 아까까진 그렇게 재밌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대화가 뚝 끊겼잖아! 아, 실화냐고 진짜...! "
그런 생각에 괜히 의기소침해진 아리사였지만, 어쨌든 할 일은 해야겠죠. 탁자에 놓인 가위를 들어서, 오늘 아침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걷은 유인물을 절취선대로 자르기 시작합니다. 가위 날이 회색 재활용 종이를 가르는 소리가 사각사각, 하고 ASMR 처럼 기분 좋게 울려 퍼집니다.
" 이치가야 씨... 가위질하는 소리가, 듣기 좋네요... 가위질을, 참 예쁘게... 하시는 것 같아요... "
' ' 쟤는 지금 그걸 칭찬이라고 한 건가...? ' '
" 아, 뭔지 알 것 같아요 그거. 이런 소리 들으면 잠이 잘 온다거나, 마음이 편안해진다거나... 린코 선배도 이런 유튜브 자주 보세요? "
" 네, 좋아해요... 공부할 때나, 의상 만들 때에... 자주 듣곤 해요...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나, 새들 지저귀는 소리... "
" 오, 린코 선배랑 뭔가 어울려요...! 아가씨 같고. "
그 때, 조용히 부별 예산을 검토하던 사요가 한 마디 거들어 줍니다.
" 시로카네 씨, 저번에 유튜브 재생 목록 봤더니 애니메이션 노래랑 EDM 음악 밖에 없던데요? "
" 아하하... 그...건, 아코가, 좋아해서요... 쓸데없는 말... 할 시간 있으면... 거기, 앞에 놓인 서류나.... 갖다 줘 보세요.... 히카와 씨... "
이럴 때 조용히 있을 아이가 아니죠. 카스미도 서류를 분류하던 손을 멈추고, 아리사 쪽에 찰싹 붙어서는 이야기에 끼어듭니다.
" 아아~ 역시 린코 선배! 아코랑 사이가 진짜진짜 좋네요~! 그치, 아리사? "
" 아... 뭐, 둘이 같은 밴드고, 취미도 비슷하니까. 서로 친한 건 당연하겠지. "
" 응응, 그치~~!! 같은 밴드면, 훨씬 친할 수밖에 없으니까! 아리사아아~!! "
" 쵸맛, 달라붙지 마!! 종이 다 흐트러지잖냐, 바보 카스미!! "
그 순간, 다시 정적.
' 아, 망했다... 아무리 그래도 선배들 앞에서 너무 소리 질렀나..? 카스미가 너무 달라 붙길래, 나도 모르게 둘이 있을 때처럼 말해 버렸어! 으, 불편해... 나 때문에 분위기 망했어... 선배들 표정 봐... '
그때, 사요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아리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갑니다. 누구도 예상 못한 행동이라서, 세 쌍의 눈이 동그래진 채 사요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 이치가야 씨. "
살짝 굳어진 사요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아리사는 저도 모르게 눈을 꼭 감고 용서를 빕니다.
" 죄, 죄송해요...! 사요 선배!! "
" 뭐가요...? "
" 그, 그냥 다 죄송해요!! 앞으로 잘 할게요, 죄송해요... 때리지 마세요... "
" ...이치가야 씨, 제가 누구 때리는 거 보셨나요? 그냥, 넥타이를 바로 매 주려고 한 것 뿐이에요. 자, 고개 살짝 들어 보세요. "
" 저번에 깐죽댄다고 서류철로 제 머리 몇 대 때렸잖... "
" 토야마 씨, 입 놀릴 시간 있나요? 선생님께서 그 서류 오늘까지 정리해서 교무실로 넘겨 달라고 하셨어요. "
다시 침묵이 찾아 온 학생회실. 린코의 샤프가 움직이는 소리, 카스미 앞에 놓인 서류가 펄럭이는 소리, 그리고 사요가 아리사의 넥타이를 고쳐 매 주는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 사요 선배, 아까 내가 소리 질러서 화 많이 나셨을 텐데 이렇게 챙겨 주시고.... 으, 근데 얼굴이 너무 가까워! 부끄러워서 앞을 못 쳐다 보겠다고... '
" 자, 됐어요. 풀어지면 또 묶어 드릴게요. "
사요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마자, 카스미가 곁눈질로 아리사의 교복을 체크하더니 능글맞은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 아아~ 사요 선배, 우리 아리사는요, 넥타이 너무 꽉 매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모르셨구나? "
" ...아니, 딱히 안 좋아한다거나 하진 않는데... 뭐, 살짝 답답한 감은 있어도... 읍. "
사요의 눈썹이 꿈틀, 하고 움직입니다. 직감적으로 말실수를 해버렸다는 걸 알아챈 아리사의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고, 카스미와 린코의 입꼬리가 동시에 올라갑니다.
" 거 보세요!! 답답하다잖아요! 우리 아리사는 평소에 피아노 치느라 어깨도 결릴 텐데, 학교에서는 조금 편하게 다니게 해 줘야죠! "
" 아니, 넌 왜 말끝마다 우리 아리사야...? "
" 에헤헤, 아리사는 포핀 파티잖아? 그럼 아리사가 우리 아리사지, 남의 아리사야~? "
" 뭐, 그렇긴 하네... "
" 이리 와, 아리사! 내가 조금 풀어 줄게. "
" 아, 땡큐. "
누가 봐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카스미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사요가 공들여 제대로 매 준 아리사의 넥타이를 살짝 풀어 버립니다. 콰직, 그와 동시에 사요가 들고 있던 서류도 다시 구겨집니다.
" 이치가야 씨, 그래도 학생회는 학교의 얼굴입니다. 모범이 되어야 할 학생회가 교복조차 제대로 입지 않는다면 다른 학생들의 귀감이 될 수 없겠지요. 토야마 씨는 '원래는 학생회가 아니니까' 그렇다 쳐도, 이치가야 씨는 넥타이를 제대로 매 주세요. 제 직책이 일단은 선도 부장이기도 하니까요. 자, 다시 고개를... 아까보다는 조금 풀어서 다시 매 드릴게요. "
이상한 곳에 악센트를 넣으면서 다시 아리사 쪽으로 다가오는 사요의 말에, 카스미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기 시작합니다.
" 아하하... 사요 선배, 왜 그러세요? '우리' 아리사가 넥타이를 너무 꽉 매서 과호흡이라도 일으키면 책임지실 거에요? 자, 아리사, 내가 다시 풀어 줄게. "
" 아니, 과호흡은 너무 갔잖냐! "
" 선도 부장으로서는 당연한 겁니다. 뭐, '학생회 멤버가 아닌' 토야마 씨한테는 과분한 책임감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자, 이치가야 씨, 다시 묶어 드릴게요. "
" 으으.... 제가, 제가 묶을게요....! 둘 다, 자리에 돌아가 주세요! "
' 이치가야 씨, 가슴.... 진짜 크네.... 넥타이... 꽉 매니까... 훨씬 더.... 아, 진짜 한 번.... 만져 보고 싶다.... '
업무에 열중하느라 옥신각신 다투는 게 들리지도 않았던 걸까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무 말도 없이 서류에 서명만 할 뿐인 린코의 눈치를 슬쩍 본 사요와 카스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갑니다.
다시 정적.
' 또, 또 나 때문에 분위기가... 그냥 둘 중에 아무한테나 묶어 달라고 할 걸! 사요 선배는 그렇다 쳐도, 카스미까지 왠지 화난 것 같아.... 으... 나가고 싶어.... 불편해... '
머리를 쥐어 뜯고 싶어진 아리사는, 학생회실 문만 슬쩍슬쩍 바라볼 뿐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두 주먹을 꽉 쥡니다.
' 아니, 포기하지 마 이치가야 아리사! 이럴 때 쓰는 말이 결자해지라고 했어. 네가 망쳐 놓은 분위기는 네가 다시 살려야지. 할 수 있어. 너도 학생회야, 이제 인싸라고! 그동안 친구도 많이 생겼잖아! 이럴 때는, 아예 다른 화제를 꺼내는 거야...! '
" 아, 선배들 혹시 그건 어떻게 됐나요...? 이번에 상담 선생님께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무슨 이벤트를 하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
" 아, 그건... 상담실 선생님께서... "
" 친구들과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반마다 롤링 페이퍼를 만들고, 각자 반 친구들의 장점을 적어서 일정 기간 학교에 전시할 계획도 있다고 하시네요. "
아리사 쪽을 보고 생긋 웃어주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린코의 말을, 사요가 적절한 타이밍에 가로챕니다.
" 말을... 아주... 빨리 하시네요... 히카와 씨.... 진짜, 아까부터 개 깝치시.... "
" 감사합니다, 시로카네 씨. "
무언가 부적절한 어휘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사요가 또 한번 빠르게 잘라 냅니다. 휴...
" 아아... 뭔가 초딩스럽기도 하고, 오글거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하하. "
" 난 재밌을 것 같은데! 아리사는 맘에 안 들어? "
" 아니, 그런 걸 대놓고 쓰긴 쪽팔리잖냐! 그리고, 친구들이 장점을 하나도 안 적어 주는 애는 쪽팔려서 학교 어떻게 다니라고... "
" 아하~ 알았다! 아리사, 아무도 장점 안 적어 줄까봐 걱정하고 있구나~? "
" 이익...! 아니얏!! 무, 물론 나는 아직 반 애들이랑 별로 안 친하니까, 안 적어 줄수도 있겠지! 그래도, 신경 안 쓴다고 그런 거... "
자존심에 죽고 사는 아리사인 만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반 친구들의 장점으로 꽉꽉 채워진 롤링 페이퍼에서 '이치가야 아리사' 밑의 칸만 공란으로 남은 걸 상상해 버렸습니다. 아리사의 어깨가 축 쳐집니다.
" 이치가야 씨,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치가야 씨의 장점이라면 많으니까요. "
" 응, 맞아! 나는 지금 말하라고 해도 열 개 넘게 말할 수 있다? "
" 저는... 새벽 3시에 깨워서... 말하라고 해도... 30분 넘게... 말할 수 있어요... "
" ㅋㅋㅋㅋㅋㅋ 지라ㄹ... 아니 지... 짓궂은 거짓말은 하지 마세요~ 린코 선배! "
" 에이, 다들 그만 띄워 주세요. 저 성격 더러운 거, 저도 알고 있는데요 뭐... "
그러자, 카스미가 깜짝 놀랐다는 듯이 아리사의 두 손을 모아 잡습니다.
" 아리사, 그런 말 하지 마! 아리사가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착한 애인 거 아리사랑 가장 오래 알고 지낸 내가 알고 있는 걸? 물론 여기 계신 선배들은 아직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리사가 그런 말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 "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이 얘기하는 카스미 때문에, 고맙기는 하지만 괜히 머쓱해진 아리사는 머리를 긁적입니다. 사요와 린코가 가증스럽다는 눈으로 카스미를 째려 보지만, 카스미는 아리사 외에 다른 쪽으로 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 그, 그래... 미안해, 그런 말 해서. "
" 네, 이치가야 씨는 성격도 좋은 데다, 일처리도 빠릿하니까요. 학생회에 들어와 줘서 고맙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
" 사요 선배...!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에헤헤... "
" 이치가야 씨는... 키보드 연주도... 수준급이니까요... '같은 키보디스트' 인, 저만 알아 차렸겠지만... 이치가야 씨가, 포핀 파티에서... 연주하는 곡들은... 쉬운 곡들은 아니니까... 콩쿠르에 나가셨어도... 충분히 수상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
" 에, 에에~!? 린코 선배! 가, 감사해요... 정말, 가끔 치기 어려운 곡도 많으니까요... 에헤헤, 다들 이러니까 조금 쑥스럽네... "
볼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아리사를 세 명 다 넋을 놓고 10초간 감상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학생회배 이치가야 아리사 칭찬 대회> 를 시작합니다.
" 아리사는, 분재 키우는 것도 얼마나 잘한다구요~? 당장 아리사 키보드도, 그... 그 뭐냐, 어쨌든 그 이파리를 팔아서 산 거에요! "
" 이파리가 아니라, 토네가와!! "
" 이치가야 씨의 할머님을 상점가에서 우연히 만나 뵈었는데, 이치가야 씨가 정말 효녀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착실하게 전당포 일도 돕고, 집안일도 도맡아 하고, 분재도 스스로 잘 돌보고... 이런 손녀라면 할머님께서 자랑으로 여길 만 하죠. "
" 누가 뭐래도... 학년 수석이니까... 우수한 학업 성적은, 자랑거리죠... "
" 그, 그만~!! 알았어요, 이제 그만!! "
이번에는 아리사도 멈출 수 없이 분위기가 과열됩니다.
" 독설가인 면을 숨기고 있어서 재밌는 점! "
"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는 낯을 가리지만, 어쨌든 상냥한 점! "
" ...30만 엔 짜리 기타를, 그냥 줘버릴 정도로... 집이 부자인 점... 아니, 과감한 투자라고 해야 하나... "
" 으으....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린코 선배는 무슨 얘기 하시는 거에요...? "
" 일단 얼굴이 예뻐!! 인형같이 귀여워!! 맨날 하고 다니는 트윈테일이 너무 잘 어울려서 심장에 안 좋아!! "
" 부끄러워 하는 게, 꽉 안아주고 싶을 만큼 귀여워!! 빼먹지 않고 태클 걸고 화를 내면서도 결국 휘둘리는 걸 내심 즐기는 점이 귀여워!! "
" ....가슴이 커서, 만져보고 싶... "
" 린코 선배!? "
" 아~ 사요 선배, 이제 생각 안 나시죠!? 저는 아직도 아리사 장점 한 트럭은 알고 있는데요? "
" 하!? 토야마 씨야말로,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 말을 돌리시는 거 아닌가요? 전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는데요? "
" 지가 무슨, 캡틴 아메리카 인줄 알아.... ㅋㅋㅋㅋㅋㅋ.... 진짜, 밉상이네.... "
" 제가 아까 입 다물라고 했잖아요, 시로카네 씨!! "
" 사요 선배야말로, 학생회장한테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린코 선배가 사회성이 부족하고 게임 중독에다 말도 똑바로 못 하고 변태여도 그렇게 심한 말 막 하는 거 아니에요!! "
" 토야마 씨.... 진짜, 한 마디만... 더 하시면.... 입을, 찢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
" ......그마아아안~!!!! 크아악~!!! 그만, 그만, 그만!! 다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에요!? 다들 서로 사과하세요!! 말이 심하잖아!! "
" " " ......죄송합니다. " " "
다시 학생회실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평화라고 해야 할까요, 총성 없는 전쟁일까요. 어쨌든 겉으로는,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불편한 침묵이 또 다시 학생회실에 내려 앉습니다. 아리사는 완전히 멘탈이 나가서, 절취선 밖으로 가위질을 하는 지도 모른 채로 자기만의 이치가야 월드에 빠져 있습니다.
' 내 탓이야... 또 내 탓이야... 그런 얘기를 꺼내서, 분위기나 망치고... 또 뭘 잘했다고 카스미랑 선배들한테 소리나 지르고... 나 진짜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 아싸... 커뮤니케이션 능력 제로... 나 같은 거 진짜 왜 살지... 오늘 부로 친구가 3명 사라진 걸까... 아... 얼른 집에 가고 싶다... '
...아무튼 이런 식으로, 오늘도 하나여고 학생회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
학생회 → 아리사 총수....?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학생회에서 선배들이랑 카스미한테 사랑 받고 치유 받는 아리사.
아리사 총수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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