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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모카란] 나는 나쁘지 않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4 23:58:04
조회 2533 추천 48 댓글 8
														

 나는 나쁘지 않아.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모든 걸 되돌려 놓을 생각을 했다. 백사장의 모래처럼 손바닥에서 빠져나가려는 걸, 간신히 부여잡았다. 


 돌아가야 할 게 드디어 원래대로 돌아간 것뿐이야, 그러니까 나는 나쁘지 않아. 


 X X X 



 서클 앞 카페 한 구석에서 이마이 리사는 카라멜 마끼아또 한 모금을 입에 담았다. 쓴 이야기를 하려고 단 음료를 주문했는데, 어째 입안에 감도는 맛은 여전히 쓰기만 하다.


 봄의 흔적이 지나가는 요즘 같은 때에 할 이야기는 아니였다. 그러나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야기기 때문에, 리사는 이렇게 사람을 불러내었다.  


 그래도 이끼처럼 껴버린 마음속의 껄끄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리사 씨~”


 “아, 응.”


 곰곰이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하던 리사는 저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나긋하면서 유들유들한 목소리. 그러나 미나토 유키나에게 전말을 듣고 난 이후, 리사는 그 목소리가 조금 두려워졌다. 


 표정으로 티를 안 내려곤 했지만, 그게 잘 되고 있는지는 리사 본인도 깨달을 수 없었다. 


 “할 말이~ 뭐예요~?”


 그러나 느긋한 목소리의 주인인 아오바 모카는 리사의 그러한 반응에도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저 자신과 가장 친한 선배가, 오래간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지자며 불러내준 게 기뻤다. 


 리사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모카를 바라보았다. 플라스틱 컵에 담긴 얼음이 녹았는지, 슬쩍 움직였다. 어느덧 계절은 반환점을 지나, 환절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냥, 천재 미소녀 모카쨩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고 해야할까~?”


 우리도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 걸까, 오묘한 의문이 독처럼 리사의 마음속에 퍼져나갔다.


 “에~? 리사 씨 답지 않은 말이네요~ 그제도 알바 같이 뛰었으면서~?”


 모카는 저의 앞에 담긴 허니 버터 브래드를 칼로 한번 썰었다. 달콤한 크림이 뭉개져, 그대로 빵의 옆으로 떨어졌다. 빵은 좋겠다. 맛있다는 해답을 항상 지니고 있으니까. 


 “요 근래 서먹서먹했으니...” 


 리사의 말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모카의 말대로 그제도 알바를 같이 뛴 것은 맞다. 그러나 서로에겐 단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모카의 플라스틱 칼엔 크림이, 리사의 컵홀더엔 물이 살짝 맺혔다. 두 사람 모두 테이블보만 바라보다, 그래도 선배였기에 연장자였기에 먼저 입을 뗀 사람은 리사였다. 


 “괜찮니?”


 손바닥에선 숨기지 못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입은 바싹 타버렸다. 더 이상 끌 수 없다고 생각해, 리사는 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냈다. 겨우 세 글자였지만, 리사 본인의 뜻을 전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카는 입을 꾹 다문 채, 리사를 바라보았다. 


 “란이 선물해 준 거예요, 이거.”


 되려 질문의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모카의 왼쪽 검지가 오른쪽 손목에 있는 운동용 밴드를 가리켰다. 유명 브랜드의 마크가 손목 밴드에 새겨져 있었다. 찰나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짧은 순간에, 리사의 눈동자는 살짝 흔들렸다. 

 

 “리사 씨.”


 저의 앞에 앉은 선배의 이름을 부르며, 모카는 힘없이 웃었다. 얕은 미소 이전에, 너무나도 감정의 동요가 보이는 웃음이었다. 금방이라도 돌변할 것처럼, 깨진 유리처럼 위태위태한. 


 “나쁘지 않아요, 저는.”


 그럼에도 모카는 본인의 진심을 리사에게 전했다. 설령 그 속임수가 본인의 눈을 멀게 만든다고 하여도, 그 달콤한 거짓에 미혹돼 나는 몸을 녹이리라. 


 카페인이 목에 달라붙었는지, 리사는 조금 목이 탔다. 아니, 사실 커피는 단순한 핑계다. 그저 모카의 진솔한 발언에 눌려 속이 탈 뿐이었다. 그게 맞다.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니?”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진지한 목소리로, 리사는 조심히 말을 이어 붙였다. 철제 포크로 빵을 찍어, 자신의 입에 가져가던 모카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아주 작게 물꼬가 트였다. 



 X X X   



 동장군이 사라지기 싫다고 발악하던 날, 꽃샘추위를 가장한 칼날이 마음껏 휘둘러지던 밤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미나토 유키나와 미타케 란이 사귀기 시작한지 약 두 달째 되던 날이기도 했다.  


 춥지도 않은지, 모카는 하네오카 여학원 옥상에 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어쩌면 누군가가 아닌, 누군가들일지도 모르는 사람 두 명을 기다렸다. 한 명이 올지, 두 명이 올지는 제 아무리 천재 미소녀 모카 쨩이라고 해도 알 수 없었지만. 아마, 한 명이지 않을까. 


 아직 차가운 바람이 모카의 허벅지를 타 마음까지 새어 들어왔다. 후드 티셔츠 안의 피부에 닭살이 돋기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마음은 침대 한 가운데 누운 것처럼 편해졌다. 

 

 왜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 차가운 겨울바람이 좋다기 보단 봄을 질투했다는 게 옳았다. 모카는 나비와 꽃이 뛰노는 계절이 오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앞으로 다가올 꽃놀이도, 여름 바다의 석양도, 가을의 단풍도, 겨울날의 추억도 모두 남의 것이 된다는 게 그녀는 싫었다. 


 “모카!”


 정말, 끔찍한 타이밍이구나.


 쾅, 하고 옥상 문은 거칠게 소리를 냈다. 아직도 귀가하지 않았던 모양인 듯, 방문객의 옷은 여전히 교복차림이었다. 옥상까지 뛰어왔는지, 란은 빨간 브릿지는 천천히 위 아래로 흔들렸다. 입가에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로젤리아의 라이브가 있었던 모양이다. 대기실에 갔어야 할 사람이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카는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   


 “거기서, 거기서 뭐하는 거야!” 


 란의 얼굴이 공포감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떨쳐내려는 듯, 그녀는 강하게 소리쳤다. 이해할 수 없는 두려움과 궁지에 몰린 분노가 터져 나왔다. 


 “다가오지 마, 라안~”


 반면 마음을 어느 정도 정한 모카였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지평선 너머에서 메아리친 것처럼 평안했다.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란과는 천지차이였다. 


 “한 걸음만 더 떼면, 모카쨩 진짜 죽어버릴 거니까~” 


 고요한 목소리와 평온한 얼굴과는 다르게 내용은 제법 살벌했다. 모카에게 다가가려던 란의 발걸음이 본능적으로 멈췄다. 제 몸을 담보로 잡은 위협이 제법 효과가 있었다. 


 “왜?”


 물론 안 통하면 죽을 거지만.


 “왜 이러는 거야, 모카.”


 조급함과 답답함이 섞인 목소리로 란은 말했다. 손바닥이 쓸릴 정도로 강하게 쥔 주먹에선 서서히 피가 나려 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장난이라고 말한다면 뺨 한 대로 용서해줄 의향이 있었다.


 “누가 날 여기 세운 걸까, 란.”


 달빛에 비친 모카의 회색빛 머리가 슬며시 맞부딪혔다. 그녀는 란이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을 입술에 담았다. 란의 마음은 불꽃에 갇힌 듯 점점 타들어갔다. 


 “내 잘못이야?”


 란은 모카를 바라보았다. 난간 밖에 선 모카의 모습이 밤의 장막에 스쳐 흔들렸다. 애먼 눈물이 나려해서, 란은 한차례 고개를 흔들었다.  


 “란~ 잘못은 아니야~”


 “내 잘못이라면, 사과할게.”


 “아니, 아니.”


 란의 태도가 무릎이라도 꿇으려는 것처럼 변해서, 모카는 부정의 뜻을 담아 고개를 전했다. 이건 정말 요만큼의 왜곡도 없는 단 하나의 진심이었다. 


 “뭐, 모카 쨩이 바보 같이 행동해서 이렇게 된 거니까.” 


 천재라고 자처하던 소녀는 평소와 다르게 본인을 바보라고 말하며 쓸쓸히 웃었다. 본인이 지금부터 하려는 건 단지 이 상황에 대한 투정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떼를 쓰는 것과 같았다. 


 “란.”


 평소와 같이 란의 이름을 불렀는데, 그 무게감은 평상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란도 무언가 왔다는 걸 직감을 한 모양인지, 조심히 모카를 바라보았다. 한 명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온 것 마냥 흔들리고 있었고, 또 한 명의 눈동자는 직감을 한 듯 미동조차 없었다. 


 란의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은 전하고 싶었기에, 모카는 오밀조밀한 입술을 넌지시 움직였다. 


 “나, 란을 좋아해.”


 바람을 탄 목소리는 이내 별에 스쳤다. 별빛에 길게 잡혀 늘인 그림자가 몇 번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지만, 뜻은 얼추 전해지는 표시에 모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싸늘한 겨울바람만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그렇구나, 란은.... 그렇구나.”


 이젠 보고 싶지 않다, 아무 것도.


 “내 속이 문드러진 만큼, 네 속도 문드러진다면 좋을 텐데.”


 심장속에 담아둔 저주가 놀랄 만큼 쉬이 튀어 나왔다. 단 한 순간이라도, 네 마음속에 비수가 꽂힌다면 참 좋을 텐데. 이 옥상에 올라올 때마다, 내가 생각난다면 참 좋을 텐데. 네가 미나토 씨와 만날 때마다, 내 기억이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난 참 좋을 텐데.  


 “란이 사랑하지 않는 나 같은 거, 이젠 필요 없어.”


 그래야 죽어야 하는 내가 덜 가엽지, 안 그래?


 “모카아!”


 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오면서, 고스란히 허공에 몸을 맡기려 했다. 무게감이 사라진 그 순간에, 그보다 먼저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그리고 등을 확 껴안는 감각에, 모카는 스르르 눈을 떴다. 


 난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이어져 있었다. 그 큰 눈망울에 란은 눈물을 참 많이도 담았다. 당연히 울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막상 우는 모습을 보니 양심이 아파왔다. 내 썩어 빠진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한 짓이지만, 참 못된 짓을 했구나 싶다.  


 란의 볼을 타고 땀방울이 흘렀다. 긴장으로 인한 식은땀이 그녀의 이마에서도 흐르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죽음이 란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모카는 기뻤다.


 “헤, 헤, 헤어질게.”


 그것도 모자라 이런 말까지 하게 해준 걸 보면, 나 자신이 란에겐 꽤나 특별한 모양이었다. 그 사실이 모카는 무척이나 기뻤다. 서로의 마음이 어긋났다는 건 이미 깨달았지만, 그 착각 속에 모카는 그대로 똬리를 틀어버렸다.  


 “누구랑?”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될 것을 모카는 덧붙였다.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모카는 란의 마음을 조금 더 확인해두고 싶었다.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상관없다. 이미 모카는 그러한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미, 미나토 씨랑....”


 잘 세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예쁜 게 있었다.  란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었다. 너무 우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모카의 음심을 자극했다. 


 “....헤어질게.”


 그래서 모카는 상황과 동떨어진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란은 우는 모습도 예쁘구나, 하고 조각난 생각들을 계속해서 이어 붙였다.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마냥 끊어졌던 회로를 다시 란으로 조각, 조각 붙여버렸다.

 

 “그러니까, 이제 거기서 돌아와.... 빨리....”


 란의 목소리가 힘겹게 들려왔다. 답을 주는 것보다, 둘 사이를 가로 막은 난간을 넘어가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대로 란의 곁으로 슬며시 넘어가버렸다. 


 “어엇.”


 다리가 후들거려, 모카는 란의 품에 안겨버렸다. 마음은 멀쩡한데도, 몸의 긴장 끈이 탁 풀린 모양이다. 하긴 본인 의지라곤 해도 죽을 뻔했는데 멀쩡하길 바라는 것도 이상하다.  


 “란.”


 모카는 저의 품에서 란을 느끼며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아보았다. 라~안 이라거나, 라~은 이라거나 평소대로와는 꽤 다른 느낌이다. 평소대로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어서, 혹은 각오는 했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것에 현실감이 없어서.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모카는 행복했다. 목숨 구걸로 벌어낸 사랑 요구지만, 그래서 비참하고, 처절하고, 또 쓰레기같지만.


 “사, 사랑해.”


 그래도, 기쁘다. 너무 기뻐서 웃음을 참지 못할 만큼, 네가 좋아. 


 “웃어줘.”


 “으, 응...”


 란은 어설피 입 꼬리를 올렸다. 볼엔 눈물자국이 자욱하고, 잘 웃지 않아 미소엔 경련이 일어나고, 비록 눈은 여전히 아련히 뜬 채였지만.  


 “...기쁘다, 정말.”


 모카는 란의 미숙한 입 꼬리를 저의 손가락으로 올려주었다. 그녀의 미소가 조금 더 익숙해지게, 그리고 조금 더 마음에 깊이 남게. 


 “란이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


 못된 짓을 했다는 자각은 있다.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든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욕해도 상관없다, 그 욕도 란과 만나기 위한 기적이 두 개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테니까. 



 X X X 



 “이상, 이게 그 날의 전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모카는 티슈로 입을 닦았다. 서클 앞 카페의 허니 브레드는 제법 달다. 그래서 그런지, 제 아무리 입맛에 쓴 이야기를 해도 혀에는 달달한 감각만이 남았다. 


 “정신병자 보듯이 보시네요, 리사 씨.”


 리사는 답을 할 수 없었다. 모카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으려고 해봐도, 란이 받았을 충격을 쉬이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의 공상으론 닿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갔었구나 싶었다. 유키나에겐 상황을 얼추 들었지만, 설마 자살공갈까지 갔을 줄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포만감이 든 모카는 은근한 미소를 띤 채 리사를 바라보았다.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꽤 귀엽다. 리사 씨는 자기 생각이 표정에서 은은히 드러나는 게 참 매력적이다. 


 “아, 전화왔다.”


 물론 란보다는 덜 하지만.


 “응, 응... 응, 알았어. 금방 갈게, 응.”


 전화를 받은 모카의 얼굴엔 미소가 완연했다. 그토록 싫어하던 봄이 그녀의 얼굴에 활짝 핀 것만 같았다. 저만 바라는 산다화, 그리고 그 곁을 나비가 얼씬도 못하게 쫓아낸 그녀.


 “이만 가봐야겠네요~ 라~은이 불러서~”


 그 결실을 생각하며, 모카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익, 하고 들리는 의자 소리와 저물어가는 태양이 흘렀던 시간의 흐름을 짐작케 했다. 어느덧 집에 갈 시간이었다. 


 “으, 응...”


 뭐라도 더 대화를 해봐야 되는데, 들은 이야기의 충격 때문인지 리사는 어물쩡 모카를 그냥 보내주었다. 적어도 지금은 얘기가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다. 


 “리사 씨.”


 리사를 내려다보며, 모카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리사는 부름에 답하는 대신, 고개를 올렸다. 평소처럼 웃으려했지만, 그 ‘평소처럼’을 리사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모카는 리사를 이해했다. 언젠가 그녀가 답했듯, 두 사람은 매우 닮아 있었다. 그렇기에 모카는 저보다 한 살 많은 선배가 품고 있는 고민과 불안함, 그리고 묘한 감정. 


 그것들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리사 씨는 나쁘지 않아요.”


 멀리서 들려온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리고 도로를 질주하는 덤프트럭 경적 소리가 겹쳐 동네 구석, 구석을 훑고 지나갔다. 


 아주 먼 길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방랑객처럼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그게 아니라면, 쳇바퀴를 또 다른 세상으로 착각하고 있다거나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아아, 와루꾸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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