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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리사] 고백 연습

미타케란여신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6 09:39:47
조회 1087 추천 46 댓글 7
														

1. 선생님이 되어 줘!


"그러니까, 미나토 씨에게 고백하고 싶다는 건가요?"

"에... 그렇지? 그래서 부탁하는 거니까~"

"그냥 하면 되잖아요?"


리사는 아하하 웃으며 사요를 바라보았다. 역시 사요답달까, 솔직하고 직선적인 모습이 조금 부러웠다.


"다들 사요처럼 용기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무...뭣... 이마이씨,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아 줘"


사요는 놀리는 맛이 있단 말이지. 리사는 웃음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도와줄 거야?"

"예. 그러죠 뭐."

"야호~ 고마워. 연애 선생님~"


사요는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리사는 들은체도 하지 않고 일부러 '사요 선생님' '연애 박사님' 하고 사요를 놀려댔다.

사실 리사도 사요에게 그리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하나사키가와 여학원의 선도부원은 그 직책에 걸맞게 연애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고, 인기는 많았지만 누군가와 깊게 교제한 적도 없는 숙맥이었으니까. 물론 그 점에 있어서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연습이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말 할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이마이 리사는 그렇게 히카와 사요와 함께 고백 연습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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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백 시나리오를 검토해 줘!


"그...그러니까 좋아했어..?"

"떨지 마. 차분히. 시선을 맞추고."


매사 밝고 에너지 넘치는 리사가 떨고 있다는 사실에 사요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물론, 리사의 자기 자신을 탓하던 약한 모습을 봤었긴 했지만, 그래서 화도 낸 적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요는 리사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사람 관계에 있어서는 강한 사람.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고, 의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그런 사람. 자신도 그 상냥함에 몇 번이고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다.


"후아~ 어렵구나~"

"이마이 씨는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좀 더 용기를 가져요"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걸~"


리사는 활짝 웃으며 사요의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며 장난을 쳤다. 그러고는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마치 노래를 부르듯 낭랑한 목소리로 세 번, 좋아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럴 땐 잘 되는데~ 역시 어려워~"

"그...그야... 긴장을 풀고.."


사요는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역시 이마이씨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걸까.'


사요는 잡념을 떨쳐버리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는,


"연습에 집중해 주세요"


하고 나름 딱딱하게 -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떨림을 실은 채로 - 리사에게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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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데이트 시나리오도 봐 줄래?


"예. 잘 하셨어요."

"역시 사요랑 연습한 보람이 있어~ 자신감 맥스라구~"


사요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리사는 이제 고백멘트를 하면서도 떨지 않게 되었다. 이것으로 방과 후 고백 교실 - 리사가 마음대로 붙인 이름이다 - 은 끝나게 되는 걸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사요는 제자 -가르쳐 준 건 전혀 없지만- 의 졸업을 축하했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네. 잘 되길 바랄게요. 축하해."


잠깐의 정적이 감돌았다.


"으응.. 저기 사요. 혹시 고백 성공한 다음의 시나리오도 봐 줄 수 있어?"


리사의 조금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사요의 가슴을 흔들어놓았다. 그런 건 고백을 한 후에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사요는 조금 이기적인 동기로, 그 생각을 가슴 한 켠으로 치워버렸다.


"예. 당연하죠."


사요는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중요한 것은 리사의 고백. 거기에 자기의 사심은 담겨 있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부탁을 받은 거니까.

어찌됐건 이 장난을 좀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사요는 기쁘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어떤 거부터 할까?"

"손 잡기려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사는 사요의 손을 낚아채서는 깍지를 꼈다. 너무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사요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리사를 나무랐다. 혹여 자신의 사심이 떨림을 통해 전달되지는 않았을까... 사요는 걱정스러웠다.


그날부터였다. 리사는 데이트 연습을 하겠다며 사요에게 의욕 충만하게 치댔고, 사요는 떨리는 감정을 가슴 깊이 눌러 담으며 거기에 응하는 나날이 삼 주쯤 이어졌다. 안 가본 데가 없었고, 이제는 손 잡는 것마저 익숙해졌을 즈음 사요는 리사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이마이상... 내 것도 봐 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을 꺼냈다.


-----------------------------


4. 고백하고 싶다고?


"응? 뭐를?"


리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가뜩이나 귀여운 고양이 입이 더 새초롬하게 변했다. 사요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어나갔다.


"고백 시나리오 말이야."


사요다우면서도, 사요답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제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데 익숙해진 사요였지만, 그 상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 그 일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껄끄러웠다.

데이트 연습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이 행복한 꿈이 금방 끝나 버릴까봐 사요는 초조했다. 겉으로는 쿨한 척 '오늘도인가요?' '최선을 다하죠' 이런 소리나 하고 있었지만, 리사가 스킨십을 해 올수록 사요의 마음은 타들어만갔다. 사적인 감정은 안 돼. 라며 자신을 다스리기에는 너무 감정이 커져 있었다.


"앗... 아 사요도 있는거야? 고백할 사람..."


생각보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너무나도 상냥해서 다른 사람 도와주기를 마냥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역시 조금 귀찮은 짓을 한 걸까


"비밀이지만, 일단은요?"


사요는 말 꺼낸 것을 후회하며 리사의 질문에 답했다. 이 장난을 조금 더 계속하고 싶어서 내뱉은 말일 뿐이니까, 거절당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5. 정말로?


리사는 두려운 눈으로 사요를 바라보았다. 사요는 인기가 많다. 그리고 데이트 '연습' 때 보여줬던 다정함과 배려심을 생각한다면, 연애를 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처음에 사요의 말을 들은 순간엔 '나 아니야?' 라는 주제넘게 설레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윽고 걱정과 불안이 리사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내가 연애상담한다고 했으면서, 뭘 기대하는 거야. 완전 김칫국 마시는 거잖아'


리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표정을 고쳐 지은 후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줄게!"


차마 말 끝에 딸려가지 못한 씁쓸한 감정이 리사의 입꼬리에 매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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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안해


사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자신도 고백 연습을 하겠다고 선언한 후 며칠간, 어째서인지 리사는 그토록 자연스럽게 하던 스킨십도 쭈뼜쭈뼜 망설이기 일쑤였고 둘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만이 감돌았다. 원래 바라서는 안 되는 거긴 하지만, 사요는 그 점이 너무나도 서운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화가 났다.


"이마이 씨."

"...응?"


반 박자 느린 대답. 미뤄진 고백 날짜만큼 리사의 마음도 엉켜 있을 터였다. 차라리 이런 관계, 아예 끝내버린다면 리사도 자신도 더 이상 번뇌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어느 쪽으로라도 결론이 지어진다면, 이런 이상한 관계도, 잠들 때까지 고뇌하는 마음도 사라져 버릴 텐데.


"미나토씨에게 고백은 언제 하려는 건가요?"


딱딱하고 싸늘한 말이 리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리사는 시선을 피하며


"앗... 해야지... 근데 조금 더 연습하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요의 입에서는 서운한 마음만큼 날카로운 대답이 흘러나왔다. 차라리 뭐든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사요는 생각했다. 혹시, 만에 하나, 음악 말고는 관심이 없는 그 유키나가 리사의 고백을 거절해 준다면, 그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사요는 머리를 짚으며 이기적인 생각을 저 뒤로 밀어내버렸다. 자신의 역할은 리사의 고백을 도와주는 것이지, 망치는 것이 아니었다.



"미안 사요... 나 피곤해서 먼저 갈게."


갑자기 홱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기는 리사의 몸짓에 사요의 잡념은 싹 사라져버렸다. 분명 리사의 목소리는 무겁게 젖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 가혹한 말을 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 사요는 '잘 가요.' 라는 말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살짝 들어올린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


7. 사실은


"미나토 씨. 잠깐 얘기 괜찮을까요?"

"그래. 무슨 일일까?"


사요는 한때 존경했던 사람에게 묘한 적대심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가슴깊이 꾹꾹 눌러 담았다. 유키나는 무척 멋진 사람이었다. 목표도 확고했고, 망설임도 없었으며 -그녀도 사람인지라 조금 방황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리더'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저 둔감한 사람 하나 때문에 그 착한 리사가 수없이 망설이고 아파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사요는 화가 났다.


"이마이 씨 이야기예요."

"그거라면 나도 할 말이 있어. 중요한 거야."


뜬금없는 대답에 사요는 "에? 예."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사요는 경악했다.


"리사가 사요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는 걸까?"


사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연애사에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하지만 리사가 불안해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로젤리아의 소리에도 악영향을 주게 돼."

"하지만 이마이 씨는 ... 그럴 사람이... 오해 하신 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리사가 직접 말해준 건데."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대충 얼버무리고 카페를 뛰쳐나온 것 같긴 한데, 정신을 차려보니 꽃집 앞이었다. 사요는 고백 연습 때 봐 두었던 꽃을 사고, 액세서리 샵으로 달려가 리사가 예쁘다고 했던 귀걸이를 사고, 정신없이 리사의 집으로 향했다. 비록 구닥다리 고백이라며 리사에게 까였던 시나리오였지만, 상관없었다. 사요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


8.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리사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초인종 소리에 밖으로 나가자 사요가 헥헥대면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서 있었으니까. 리사가 괜찮냐며 걱정해주려 할 때,


"이건 연습이 아닙니다. 이마이씨."


사요의 말에 리사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실전이에요."


리사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에?"

"좋아해요. 이마이 씨. 좋아해."


리사의 등골을 타고 짜릿한 떨림이 퍼져나갔다. 물컹한 무언가가 목을 지나는 듯했다.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싹 날아가버리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사실 기뻤다. 너무 기뻐서, 너무 행복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면 당황해서 그랬던 걸까.


"이마이씨. 다 들었어요."


리사의 눈매가 촉촉히 젖었다. 그리고 동시에 밀려오는 웃음에, 리사는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얼굴이 되어서는


"흐흐으응... 유키나아아아아 진짜아아아.... 진짜 못말린다구우우...비밀이라고 했는데에에"


사요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참 예쁘게 생긴 입술이었다.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얼굴을 붉힌 채 대답을 기다리는 사요에게 리사가 줄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리사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연습했던 것처럼, 누구보다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 사요 선생님, 나도 실전이니까!"


리사는 연습했던 것보다도 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잘 봐줘야해!"


겨울 바람이 차서 그런지, 둘의 볼이 너무나도 빨갰던 밤이었다.


--------------------------------------- 끝 -----------------------------------------------



누군가의 부탁으로 썼어요. 맞삽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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