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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요츠구) 사요씨를 계속 좋아해도 될까요?앱에서 작성

가브리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7 15: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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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노트 갖다드리고.. 아, 5교시가 영어던가. 애들 숙제는 해왔으려나.."

30여권의 수학 노트를 들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점심시간은 애들하고 다같이 뒤뜰에서 먹을까. 오늘 날씨도 무지 좋던데. 아 맞아, 이번주 토요일은 사요 씨랑 과자 만들기로 했으니까, 방과후에 마트도 들러야겠다. 계단을 오르며 창가로 내리는 햇살은 즐거운 생각만 들게 했다. 특히 사요를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맞아, 너 그 기사 봤어?"
"무슨 기사?"

하지만 그 기분 좋은 따뜻함은 가끔씩 현실을 잊게 만들기도 해서,

"A그룹의 리더가 커밍아웃했잖아."
"아, 봤어 봤어. 데뷔 전부터 여자가 좋았다고 한거?"
"어떻게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지? 으, 난 죽어도 못할 듯."
"에이, 너 말 좀 심하다. 근데 사실 나도 좀 그래."

이렇게 불쑥 다가오는 현실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른 채, 그대로 멈춰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던 발걸음은 얘기를 나누던 여학생 둘의 말소리가 멀어지자 떨어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몇 분을 그렇게 서 있었을까, 츠구미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더니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떨어졌다구, 아기 고양이?"
"아, 세타 선배.. 고맙, 습니다."
"곧 쉬는 시간이 끝나고 말거야. 얼른 반으로 돌아가는 게 좋아."

떨어진 노트를 주워주며 카오루를 찡긋, 윙크를 했다. 도와줄까? 아뇨, 괜찮아요. 도와주려는 카오루를 츠구미는 부드럽게 거절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덧없구나를 외치며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는 카오루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다 츠구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바보같이, 다른 학교인 걸 알면서.'

그런 소리를 들었어도, 떨어진 노트를 주워주며 걱정해준 사람이 사요 씨였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

츠구미는 도통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국어 선생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들으면서, 공책 한 귀퉁이에 '하자와 츠구미'를 쓰고 조금 떨어진 곳에 '히카와 사요'를 썼다. 그러고는 살짝 고민하는 듯 싶다가 다시 샤프를 들어 하자와 츠구미에게서 시작해 히카와 사요에게 도착하는 화살표를 그렸다. 그리고 그 화살표 위에 조그맣게 하트를 그렸다.

'나는 사요 씨를 좋아해. 좋아하는 것 같아.'

하지만, 사요 씨는? 히카와 사요에게서 시작해 하자와 츠구미에게 도착한 화살표 위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못했다. 이름을 쓴 주변을 샤프로 콕콕 누르다가, 결국은 자신과 사요의 이름을 쓴 페이지를 북, 찢어 구겨 자신의 가방 속에 넣어버렸다. 왠지 비참한 기분이었다.

*

으, 이럼 안돼! 곧 시험이잖아!
수업시간 2시간을 통으로 날려버린 츠구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찬물로 손 좀 씻고, 세수도 하자. 찬물로 손을 씻다 문득 고개를 들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머리, 많이 길렀네.'

어깨까지 닿는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면, 이 머리도 사요 씨랑 좀 더 닮은 부분이 있었으면 해서 기른건데. 물기 어린 손을 들어 머리카락에 갖다대었다.

'사요 씨는 완벽하시지. 얼굴도 예쁘시고, 공부도 잘하시고, 선도부원에, 궁도부에, 연주도 잘하시고..’

사요의 장점을 나열해보다가, 결국은 본인은 그보다 훨씬 못미치는 사람이란 것만 알아버렸다. 그런 잘난 사람 곁에 서고 싶어서 그런 잘난 사람을 따라하고 있었지만, 결국 자신은 평범한 하자와 츠구미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츠구미는 자신의 머리쪽에 있던 손을 내려 아직까지도 물이 나오고 있는 수도꼭지를 잠갔다.

"머리, 이번 주 안으로 자르러 가자."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리가 없지.

*

"츠구! 오늘 같이 쇼핑하러 가자!"
"쇼핑?"
"응, 내가 좋아하는 가게 알지? 어제 얼핏 보니까 새 디자인이 들어온 것 같더라! 같이 가줘어~."
"아이, 히마리 짱도 참. 알았어."

아싸! 신나게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싸는 히마리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웃은 츠구미도 마저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우웅, 츠구미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번 주 주말, 카페로 가면 될까요?]

사요의 문자였다. 분명 그날 과자 만들기로 한 얘기겠지. 츠구미는 선뜻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안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괜히 만났다가는 기껏 정리하려는 자신의 마음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답장을 보내지는 못하고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츠구미를 히마리가 이상하게 여기고 다가갔다.

"왜 그래? 어라, 사요 씨 문자네. 주말에 만나기로 했어?"
"어, 어어. 근데 음."

갑자기 약속이 잡혀서. 안될 것 같다고 해야겠다. 츠구미는 어색하게 웃으며 빠르게 타이핑을 했다. 자, 얼른 가자. 그 가게 문 일찍 닫지 않아? 괜히 말을 돌리려는 츠구미를 히마리는 알아챘지만 츠구미가 알아서 잘 하겠지 하며 맞아 뛰어야겠네! 츠구미가 원하는 대로 모르는 척 해주었다.

*

그렇게 사요를 피한지 겨우 이틀 밖에 안됐는데, CiRCLE에서 만나리라곤 이때까지 생각하지도 못한 자신의 머리를 원망했다. Afterglow의 이전 타임이 Roselia 였는지 연습을 마치고 나오는 Roselia 멤버들을 보며 슬쩍 토모에 뒤로 몸을 숨겼다. 그새 유키나와 란이 으르렁거리고, 리사와 모카가 둘을 말리는 것에 한 눈 판 사이 누군가 츠구미의 뒤로 다가갔다.

"하자와 씨."
"히익!"

깜짝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놀래켰나요? 미안해요. 담담하게 말하는 것에 비해 자신도 놀란 표정을 한 채 손을 내미는 사요에 츠구미는 괜찮다며 토모에를 잡고 일어났다.

"하자와 씨,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
"무슨 일이야, 츠구미?"
"아, 아무것도 아냐! 나 먼저 들어가서 키보드 좀 보고 있을게!"

란과 유키나에게서 자신에게 쏟아진 시선과, 자신에게 말을 건 사요에게서 도망치듯이 빠르게 연습실로 들어간 츠구미를 보며 아코가 사요에게 다가갔다.

"사요 씨, 츠구 찡한테 뭐 잘못했어요?"
"글쎄요.."

츠구미에게 내밀었던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다들, 먼저 돌아가세요. 전 여기 좀 남아있다가 가보도록 할게요. Roselia는 딱히 캐묻지 않고 CiRCLE의 문을 열고 나갔고, Afterglow도 히마리의 등떠밈에 억지로 연습실로 들어갔다.

*

"좋아, 오늘도 좋은 소리였네!"
"지이쳤어어-"
"모두 수고했어."

연습실 한켠에 비치된 소파에 널브러진 모카를 보며 츠구미는 후후, 웃었다. 연습이 끝나고 모두 쉬고 있는 와중에도 혼자 부지런히 뒷정리를 하는 츠구미를 모카가 뒤집어쓴 후드를 살짝 들어내며 말했다.

"츠-구는 먼저 가아."
"에, 왜?"
"항상~ 혼자 뒷정리 하니까아~ 오늘은 우리가 할까아 싶어서-"
"어, 안 그래도 되는데?"
"맞아맞아, 오늘은 먼저 가봐!"
"가서 카페도 도와야 하잖아."

히마리와 모카, 심지어 토모에까지 등을 떠미는 바람에 츠구미는 어엇, 하면서 연습실을 나가게 되어버렸다. 물을 마시고 온 사이 연습실에 츠구미가 없어진 것을 안 란이 의아하게 물었다.

"츠구미는?"
"라-안은 정마알, 눈치가 없다니까아."
"정말이지, 그러게 말이야."

혼자서 물음표를 가득 띄운채 뭐야, 뭔데, 나도 알려줘. 라-안은 몰라도 되네요오- 란과 모카의 대화를 들으며 히마리와 토모에는 쿡쿡 웃었다.

"아직 밖에 계시겠지?"
"그렇겠지. 잘됐으면 좋겠네."
"그러게, 잘되면 좋겠다."

자, 얼른 정리하고 집가자! 짝짝, 히마리는 박수를 크게 쳤다.

*

그렇게 등 떠밀려 나온 CiRCLE의 라운지에는 사요가 있었다. 사요를 보자마자 뒤돌아 연습실의 문을 열려 했지만, 사요는 보고있던 책을 소리나게 덮고는,

"저희, 대화 좀 할까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

대화하자면서 아무 말도 없이 사요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붉은 빛의 노을이 지고 첫별이 뜰 시간이었다. 계속 땅만 쳐다보다 첫별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들자, 사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뭐 실수한 게 있을까요?"

발걸음이 멈췄다. 사요 씨가 잘못한 건 없는데. 잘못한 게 있다면 혼자 좋아하고 혼자 기대한 제 잘못인데. 눈가 주위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뒤따라오던 발걸음에 집중하고 있던 사요는 어느 순간 들려오지 않는 발소리에 뒤돌아보았다. 열걸음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에 츠구미가 고개를 떨구며 어깨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 자리에 가방을 바로 떨구고 츠구미에게 한걸음에 달려간 사요가 츠구미의 어깨를 붙잡았다.

"왜 울어요?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저는.. 사요 씨를.. 제가.. 계속..."

겨우 내뱉는 말은 문장이 되지 못하고 툭툭 끊겨 나왔다. 방울방울 흘러 내리기 시작한 눈물을 그칠 생각이 없었다.사요는 침착하라며 엄지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내었다. 츠구미는 그런 다정한 사요의 손짓에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제가 사요씨를 계속 좋아해도 될까요?"

그녀의 말에 눈물을 닦아주던 사요의 손짓이 멈추었다. 역시, 안되나보다, 사요의 행동을 거절로 받아들인 츠구미는 사요의 손을 떼어냈다. 떼어내려고 했다.

자신의 이마에 사요의 입술이 닿기 전까지.

"사요, 씨..?"

사요 씨의 붉게 달아오른 귀는 노을빛 때문일까,

"부디, 부디 계속 그래주겠어요?"

아니면 사요 씨도 자신과 같은 마음일까.

다시 한 번 더 찾아온 사요 씨의 입술이 이번엔 저의 입술에 닿은 것은, 그것은 아마 충동일까.

+

그렇게 츠구미의 집에 와버린 사요는, 마실 것 좀 갖고 올게요! 하며 내려간 츠구미를 기다리며 주인없는 방을 구경하고 있었다. 툭, 그러다 책상 옆에 세워둔 츠구미의 가방이 쓰러지며 열린 가방에서 공모양으로 구겨진 종이가 굴러나왔다. 남의 것을 함부로 보면 안되긴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집어든 종이를 펴냈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종이에 의아해하며 뒤집자, 종이 한 귀퉁이에 자신의 이름과, 츠구미의 이름. 그리고 두 개의 화살표, 그리고 한 쪽 화살표에만 있는 하트를 발견했다.

사요는 그것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츠구미의 책상 위에서 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잠깐만 쓸게요."

힘을 주어 꾹꾹 눌러 그린 것은, '히카와 사요'에게서 시작되어 '하자와 츠구미'에게 도착하는 화살표 위 빨간 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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