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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히나사요]비가 오는 날은 좋아하지 않는다.

히카와자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7 23:18:23
조회 878 추천 23 댓글 10
														

[약주의]






비는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 날을 기준으로 싫어하게 되었다. 싫다고 해야 할까…. 그저 공포의 대상이었다. 끔찍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기에는 충분했기에.



평소대로 라이브는 대성공이었다. 마지막으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무대에서 내려온 우리는 한산해질 때까지 대기실에서 그날의 무대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대기를 하고 있었다. 한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스텝이 이제 사람들이 대부분 돌아갔다며 우리를 차로 안내했다. 스텝을 따라 차에 탄 우리는 출발하는 차 안에서 비가 세게 오는구나- 하는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이내 조용해졌다. 잠시간의 정적이 깨진 것은 사고였다. 빗물에 차가 미끄러졌고 그대로 전봇대에 박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차가 미끄러진 이유가 정말 빗물 때문이었을까. 마치 우리 차가 이쪽으로 와서 미끄러져 그대로 전봇대에 박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해 보이는 누군가는 내 쪽의 차 문을 둔기로 수차례 내려쳤다. 꽤 버티던 문도 결국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나갔고, 그 날 나는 오른손을 잃었다.

남자는 수차례를 칼로 내리찍고 베었다. 정신을 차린 운전사가 급하게 제지하기는 했지만 이미 심한 상처를 입어버렸던 내 손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전처럼 기타를 칠 수 없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이었다.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다친 것은 손일 터인데. 고통을 느끼는 부분도 손일 터인데. 이상하게도 머리가 아파져 왔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나는 급하게 기타를 꺼내 들었다. 사고가 일어났었지만, 다행히 멀쩡했던 기타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조심스럽게 기타를 치려고…. 했으나…. 손이 너무 아팠고 내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파서…. 상처가 나서 그렇다며 나는 나을 때까지 조심하겠다고 얘기했다.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의사의 눈빛을 회피하며. 집에서도 난리가 났었다. 언니도 많이 걱정했다. 괜찮다며 애써 웃고는 지쳤다며 씻고 침대에 누운 나는 그날의 사고를 회상했다.




“재수 없어…!”

“죽어버려!”

“꺼져!”


수많은 욕설 가운데 또렷이 들렸던 한 단어.


“천재--”




천재 어쩌고저쩌고했던 것 같았다. 새삼 과거의 악몽들이 떠올랐다. 천재라며 온갖 악질적인 일들에 이끌렸고, 소외되었으며 괴롭힘을 당했다. 가장 좋아하던 언니에게는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미움을 받았다.

억울했다. 화가 났다. 내가 원해서 천재가 되었던 게 아닌데…!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모두가 걱정할 거야. 상처만 다 나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테니까. 언제나 그렇듯 이것도 묻어버리는 거야. 지금까지 그렇게 잘 해왔잖아.


하지만 상처가 다 나아도 내 손을 원래처럼 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완치를 이야기하는 의사는 기타를 치는 것을 포기해야할 거라고 얘기했다. 뒤에서 듣고 있던 모두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언니와 파스파레 멤버들과 스텝, 부모님. 나는 끝까지 현실을 부정했다. 의사의 말은 무시하고 집에 가자며 재촉한 나는 집에 오는 동안 그들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든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내 방으로 올라가 기타를 집어 들었다. 아무거나 생각나는 음을 쳐보려 했다. 하지만 오른손의 동작이 엉망이었다. 피크를 들고 줄을 치는 것조차 이렇게나 힘이 든다니. 결국, 내가 생각하던 소리는 나지 않고 듣기 싫은 소리만이 내 방을 울렸다. 그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고, 나는 매고 있던 기타를 그대로 바닥에 내려찍었다. 얼마나 그랬을까. 누군가 나를 끌어안아 행동을 멈추게 하는 듯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두 눈으로 똑바로 확인했다.


나는. 그렇게나 좋아하던 기타를. 내 손으로 부쉈다. 산산조각으로.



그 이후는 뭐. 엉망이었다. 등교 거부는 물론. 그 누구도 내 방에 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나 좋아하던 언니까지도. 자해를 일삼고. 종종 방의 물건을 부쉈다. 그래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때는 목이 쉬고 따가워질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 밥까지 거부했기에 나는 결국 쓰러졌고,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그때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했으나 귀를 막은 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계절 하나가 바뀌었을 때였다. 그날도 그저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정말 진심으로 기타를 좋아했구나.

파스파레의 모두가. 노래를 들어주는 팬들이 좋았구나.

바보같이 모든 걸 잃은 이제야 알았구나.


말라버려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나왔다. 내 상태를 보러 들어온 가족과 간호사를 본 나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도와줘. 이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랜 시간 끝의 내 도움 요청에 모두가 울었었던 그 날은 아마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날이다. 그 이후로 상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순간순간 몰아치는 분노는 완전히 나아지지 않아 자해는 여전했다. 그렇게 깔끔했던 내 팔이 흉터투성이가 된 1년. 나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니. 예전만큼 밝은 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더 이상 미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언니와 같은 대학에 간 나는 본가를 떠나 언니와 동거를 시작했다. 펜을 잡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데 숟가락이나 젓가락은 아직도 많이 어색해하는 나에게 언니는 항상 말없이 반찬을 올려주거나 먹여주고는 했다. 파스파레의 모두와도 다시 연락을 이어갔다. 나아진 내 모습을 본 모두가 안심했지만 흉터투성이의 팔을 본 뒤로는 언젠가 언니가 똑같이 내 팔을 보고 지었던 어쩐지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달래는데 진을 뺐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동정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언니로부터 고백을 받은 나는 기쁜 마음에 수락했지만, 동정 때문에 생긴 감정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멈추지 못했고 언니와 싸운 적도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럴 때면 마지막에 가서 언니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제대로 전해주었고 나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 기타를 치지는 못하지만 내가 듣고 싶을 때마다 기타를 쳐주는 언니가 있어서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수년간의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고 해가 밝게 빛나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오르는 순간들이었다.


비는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비 온 뒤의 하늘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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