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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카논]신경쓰이는 그 애-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59.23) 2020.02.21 21:44:30
조회 468 추천 16 댓글 7
														
카논과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간단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사키쨩은 저쪽에 살아? 저번에도 가는거 봤어."

"응, 너는?"

"난 저기서 살아. 엄마가 저번에 우리가 서로 봤던 그 미용실에서 일하거든."

카논은 주택과 상가가 몰려있는 길 건너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어서 미용실로 손가락을 옮겼다.

그러더나 나를 보곤 귀엽게 씩 웃는다. 급식 시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내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집 방향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카논이 냉큼 쫄래쫄래 따라와 물었다.

"미사키쨩, 우리 내일 어디서 놀까?"

나는 우리 집 주소를 알려주곤 카논과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나는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엄마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카논과 집에서 놀기로 약속했으니 약속을 책임지려면 그래야 했다.

"엄마, 우리 반에 전학 온 카논이란 애가 있는데요, 걔 우리집에 초대했어요."

"그래? 그 카논이란 애는 집이 어디니? 공부는 잘해? 부모님은 뭐하셔?"

우리 엄마가 친구에 대해 물어볼때 꼭 나오는 단골멘트, 여기선 친구 삼원칙이라 하겠다.

보통 엄마들이 자기 자식의 친구에 대해 물어보면 성격 같은걸 먼저 물어보겠지. 하지만 우리 엄마는 저 친구 삼원칙을 물어보고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바로 "그 애랑 친하게 지내지 마." 란 말이 튀어나온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우리 엄마같은 사람들이 정상이 될지도 모른다.

"집은 저기 상가 건넌데 정확히는 모르고요, 엄마가 미용실에서 일한데요. 공부는....엄청 잘 해요. 우리 학교 애들 중에서 수준급일 걸요."

사실 카논의 성적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허락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아주아주 살짝 보탰다. 혹시 진짜 엄청 잘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머, 그래? 그런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야해.그래야 우리 딸도 걔한테 배워서 공부 잘 하지."

이제 엄마는 오히려 내가 싫대도 억지로 카논을 집으로 끌어들여올 분위기였다. 작전 성공.

다음 날, 초인종에서 나는 띵동ㅡ 소리가 집 구석구석까지 울려퍼졌다. 카논이 온 모양이다.

"카논 쨩, 어서 와~"

엄마는 듣는 내가 소름이 다 끼칠 정도의 가성을 내며 카논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예전에 집이 부자인 애를 데리고 왔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다.

카논은 깍듯이 인사했다. 빨개진 얼굴에 웃음을 띄고, 행동을 잘 하려 애쓰는 게 느껴졌다. 엄마의 안에서 카논에 대한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우리가 방에서 놀고 있을때 엄마가 간식을 가져왔는데, 정성스레 깎은 과일과 역 앞에서 파는 수제 카스테라가 함께 왔다. 포크로 콕 찍어 입에 쏙 넣고 오물오물 씹는 모습이 좀....귀엽다.

이 후한 대접과 저번에 내가 도와준 게 전부 순수한 호의가 아니라는걸 알면 카논은 어떤 기분일까?

카논은 걸을 때도 조심조심, 놀 때도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화장실에 갈 때는 화장실을 사용해도 되는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다 놀고 집으로 돌아갈때, 엄마는 예의까지 바르다면서 정말 카논을 마음에 들어하셨다.

나도 좋은 녀석이긴 하다고 생각했다. 그 평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줄은 모르고.


*


"정말 실망이에요."

선생님이 출석부를 탁 내려놓으며 우릴 둘러보았다. 우리는 잠자코 앉아 있을 뿐이었다. 벌써 끝났어야 할 시간이지만 아무도 투덜대지 못했다.

코사키의 돈이 없어진 것이다. 학원에 내야 할 학원비가 봉투째로 사라졌다. 학교에 큰돈을 들고 온 코사키의 잘못이 크지만, 어쨌든 돈이 없어져 우리는 한차례 야단을 맞았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전 여러분이 솔직해졌으면 좋겠어요. 지금 손을 못 들겠으면.."

"소리함에 넣어주길 바랄게요. 그러면 비밀은 지켜질 거에요."

그렇게 말한 뒤 선생님은 인사도 받지 않고 교실을 떠났다.

아이들은 웅성거리며 일어났다. 코사키는 책상에 엎드려 흐느꼈고, 미샤는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신경질을 부렸다.

"당장 자수해! 멀쩡한 사람까지 좀도둑 취급 안 당하게!"

"맞아, 이게 뭐야! 학원 시간도 늦고!"

"소리함에 넣는건 불공평해. 누구건지도 모르면 멀쩡한 사람만 억울하잖아. 가방을 다 뒤졌어야 해."

투덜대며 반 아이들이 교실을 나섰다.

애들은 반을 나와서까지 사라진 코사키의 학원비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자코 있으면 의심이라도 받는지 끼리끼리 모여 다녔다. 혼자 다니던 카타노까지 애들 사이에 끼어 수군거리고 있었다.

나만 따로 서서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렸다. 아니다. 나보다 먼저 길을 건넌 카논이 골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튼 그때 교실에 있던 애는 그 녀석뿐이었대."

"확실해?"

"나도 애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녀석 주머니에서 봉투가 삐죽하게 나온 게 보였대."

"도둑이 전학 온 거잖아!"

나는 그 소리에 뒤를 확 돌아보았다. 그리고 봉투가 어쨌느니 한 카타노를 빤히 쳐다보았다. 카타노가 말한 '녀석' 은 카논이 틀림없었다. 애들이 카논을 두고 수군거리는진 몰랐다.

"저기, 미사키.너도 들었지? 코사키 돈 말이야....."

카타노가 굉장한 말이라도 할 것처럼 나섰다. 하지만 난 고개를 홱 돌리고 듣지 않았다. 다른 때에는 어울리지도 못하는 애가 이런 때에 신나서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로 자기보다 만만한 사람을 뒷담화하는게 얄미웠다. 또 남을 의심하는 말이나 듣자고 카타노 주변에 모인 다른 애들도 전부 못마땅했다.

설마...아닐 거야. 카논이 나쁜 애는 아니잖아? 그런 짓이나 하는 애 같진 않았어. 나도 사람 볼 줄은 안다고.

그래도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돈이 나오지 않으면 전부 카논 짓으로 소문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카논을 멀리해야 하나.

상가 앞을 지날때 일부러 카논이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보이지 않았다. 요즘 며칠 동안 카논을 통 보질 못했다.

그런데 상가 화단을 지날 때, 나무 뒤에서 카논 목소리가 났다. 어른 여성의 목소리도 같이.

"엄마....오늘은 같이 있어주면 안돼요..? 집에 혼자있기 무섭단 말이에요..."

"카논, 엄마는 밤에도 일 해야하는거 알고 있지?"

"그래도...."

"엄마가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야. 엄마가 돌아가신 아빠 대신 늦게까지 일해서 벌어야 카논 옷도 사주고, 먹을것도 사주고 하지?"

그리고서 카논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미용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카논도 나타났다.

난 얼른 걸었지만, 거리상 카논이 날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하필 가정사에 대한 말을 할 때 듣게 되어 미안했다.










2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가며 선생님이 소리함을 열쇠로 열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는지 다시 닫고 잠시 서 있었다.

난 선생님의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보았다. 1교시에도 선생님은 소리함을 열어 보셨지만 아마 그때도 없었을 것이다.

돈이 없어진지 벌써 사흘째. 아이들은 이제 도둑 이야기로 수군거리지 않는다. 코사키도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과 수다를 떨고 있다. 가끔 선생님이 돈을 찾았느냐 물어보면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자기 돈이, 그것도 학원비 같은 큰돈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저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떨쳐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조금 비정상적으로 멘탈이 강한 애 같다.

나도 그 일에 대해 담담해졌다. 선생님도 그만 소리함 열기를 포기하셨으면 좋겠다.

나는 소리함에 대해선 신경을 끄기로 하고, 카논 쪽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괜히 따라와 웃곤 하던 녀석이 오늘은 아예 모르는 애처럼 굴었다. 어제 일 때문이겠지.

나는 정말 카논에게 무관심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카논이 못본 척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카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가 났다. 자꾸만 카논을 신경쓰는 내가 못마땅해 죽겠다.

난 이제껏 친구 때문에 속상해본 일이 없다. 언제나 친구들이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고, 난 조금 친하게 지내다 마음이 바뀌면 어울리지 않았다. 별로 아쉽지도 않고 외롭다 느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카논에게만은 마음이 자꾸 쓰였다.

문득 손을 멈추니 나도 모르게 공책 가득 낙서를 하고 말았다. 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카논이 밉고, 싫었다.

그런데 학교를 나오지마자 오늘은 카논이 저만치에서 도도도 달려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활짝 웃는 카논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카논이 웃어서 다행이다. 나에게 화나지 않았거나, 나있던 화가 풀렸다는 증거니까.

"내가 아빠가 없는걸 알고 미사키쨩이 날 싫어하면 어쩌나 해서..."

"내가 그런애로 보였던 거야?"

"아니...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

"장난이야."

나는 그렇게 말히고 카논을 향해 씩 웃어주었다. 당황하던 카논도 내 웃음을 보고선 덩달아 웃었다.

계속 걷다가 집이 보여 돌아가려는데 카논의 주머니에서 힐끗힐끗 보이는 하얀색 종이가 살짝 신경쓰였다.

"카논, 그 주머니 안에 뭐야?"

"아, 이거?"

그렇게 말하고 카논은 주머니 안의 종이를 꺼냈다.

봉투였다. 하얀 봉투.

순간 등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주머니에서 삐죽 튀어나온 봉투를 보았다는 카타노의 말이 퍼뜩 떠올랐다. 아니야, 혹시 모르잖아?

"저기...그 안에 있는게 뭔지 봐도 돼?"

내 말에 카논은 봉투 옆면을 손으로 눌러 입구를 펼쳐보였다.

안에는 돈이 떡하니 들어있었다.

"그거..."

"아, 이거? 비밀 지켜야해? 왜, 얼마전에 학교에서.."

이 뒤엣말은 별로 듣고싶지 않았다.

"저기...나 이제 갈게...!"

"응, 내일 봐 미사키쨩!"

이런 녀석이랑은 어울리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고민했다.

"카논을 일러바칠까? 그러면 선생님이 어떻게 하실까. 행여 카논을 학교에서 쫒아내기라도 하시면...아, 안돼. 그건 너무 심해. 하지만 그냥 두면...그것도 안돼. 카논이 잘못을 뉘우쳐야 해. 그래야 나쁜 짓을 더는 안하지."

책상에 가 의자를 빼서 앉고, 불을 켠 뒤 수첩에서 종이를 한 장 때어냈다. 거기에 이렇게 썼다. 물론 이름은 밝히지 않고.


코사키 돈은 카논이 가졌습니다.
하지만 훔친 게 아니라 그저 흘린 돈을 주운 걸지도 모릅니다.
카논은 착한 친구입니다.
훔친 게 맞더라도 학교에서 쫓아내지는 말아주세요.



이튿날, 소리함 앞에서 쪽지를 몰래 넣으려다 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넣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데 아무도 몰래 넣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하교시간에 애들이 죄다 집으로 돌아갈 때야 나는 겨우 소리함에 쪽지를 넣을 수 밖에 없었다.

손이 떨리고, 마치 죄를 짓는것만 같았다.

난 도망치듯이 복도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웬일인가, 교문 앞에 카논이 서 있었다. 아찔하더니 식은땀이 쭉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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