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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냥보]순(한맛) 애 모바일에서 작성

단편(180.66) 2020.02.24 04:40:44
조회 636 추천 43 댓글 4
														
3년간 유학을 갔던 옆 집 애가 돌아왔다.
근데, 무슨 여우가 다 돼서 돌아왔다.


3년 만에 애가 저렇게 변할 수가 있는건가? 3년, 아니 거의 4년만에 다시 만난 아이는 키도 제법 크고 얼굴도 성숙해져서 도저히 제 또래론 보이지 않는다. 키는 내가 더 컸었는데. 어느 순간 그 애는 내가 그 애를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커버렸다.

고등학교 입학하고는 잘 못 보긴 했지만 어렸을 땐 쪼그만게 언니~! 하고 따라다니는게 제법 귀여웠었다. 5살 무렵 쯤 알게 되서 바쁜 그 애의 부모님 대신 거의 하루 종일 돌봐줬더니 그 애는 나를 꽤 좋아 하는 것 같았었지.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거라고 배운 건지, 어느날 부턴가 하도 뽀뽀해달라, 결혼하자 보채대기 시작했었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거라고 몇 번이나 가르쳐 줘도 자기는 좋아하는 사람이 언니 뿐이라고 해맑게 웃던 애였는데. 어린 애의 장난 일 뿐이었고 오히려 나중에 커서 부끄러워 한다면 섭섭할 수도 있겠는걸, 이라고 생각할 정도 였는데...


...그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언니, 결혼하자."


4년만에 처음 만난 아이는 제대로 미친 소리를 했다. 5살 무렵쯔음 아이를 달래기 위해 썼던, 삐뚤 빼뚤한 글씨로 '혼인 신고서'라고 쓰여진 종이를 한 손에 들고.










4년만에 만난 옆집 언니는 여전히 땅콩만한게 사랑스러웠다.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다. 내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언니는 모르겠지.

처음에는 그저 잘 놀아주는 언니에 대한 동경 정도로 생각했지만 청소년기 쯔음 이게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다. 땅콩만한게 어리버리해선 딴에 언니라고 어른스러운 척을 하는게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매일 밤 언니한테 마음을 적은 편지를 쓰고, 장난으로 쓴 혼인 신고서를 곱게 액자 사이에 껴 넣는 걸 엄마한테 들켜서 쫓겨났을 때에도 나는 언니를 사랑했다.


엄마는 내가 유학을 가면 정신을 차릴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오산이야. 나는 3년간 유학을 가서 언니가 내 삶에 없다면 얼마나 끔찍할 지만을 되새기고 왔다.


"언니, 결혼하자."


저 당황스러운 얼굴 마저도 사랑스러워.







"자, 마셔. 네가 좋아하던 코코아."


어쩜, 너무 귀여워. 내가 4년 전 그 꼬꼬마 중학생으로 보이는걸까. 그래도 내 취향을 기억해 준다는데 감동을 받아서 얌전히 잔을 받아들었다.

거울은 못 봤지만 볼은 이미 불그스름 해 졌겠지. 언니를 본 순간 부터 통제할 수가 없으니까. 자꾸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잡아끌어내렸다.


"진짜 오랜만이다, 3년...아니, 4년만인가? 왜 이렇게 키가 많이 컸어?"


언니는 여전히 순댕하고 멍청한 얼굴로 옛날의 버릇 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언니의 키에 맞추려면 내가 고개를 숙여야 겠지만 그 정도는 아무래도 좋다. 이 손길, 너무 그리웠어. 언니라면 고개를 숙이다 목이 부러져도 좋아.


"그나 저나 이건 아직도 갖고 있네."


언니가 내가 들고 온 혼인신고서를 만지작거린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는게 추억을 회상하는 모양이다. 구깃한 종이 밑에는 언니와 나의 이름 석자, 그리고 우리의 지장이 찍혀 있다.

그 땐 언니도 중학생 쯔음 이었으니, 추억이라고 할 만 하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추억이 아니라 중요한 증거물이다. 언니를 가지기 위한.


"귀엽다. 그 땐 우리 집에서도 많이 잤었는데."


언니가 추억을 회상하는 듯 잠시 눈을 감는다. 그 추억, 오늘 다시 갱신할 수 있을 텐데. 언니가 추억을 음미하는 동안 나는 현관에 둔 캐리어를 완전히 집 안으로 들여왔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자고갈래, 언니."
"응?"


유학에서 돌아온 첫 날을 여기서 보낼 줄 몰랐던지 언니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든다. 당황해 하는 얼굴, 귀여워, 사랑스러워...

이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도 언니를 곤란하게 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어릴 때 처럼 언니 방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그 때엔 나와 언니의 체구가 모두 작아서 침대가 넉넉했는데 이제는 내가 언니를 바짝 끌어안지 않으면 비좁았다.

언니는 어찌됐든 4년만에 만난 그 꼬맹이가 커져버려  어색한것인지 등을 돌려 누웠다. 덕분에 언니에 어깨에 얼굴을 묻을 수 있었다.

내가 숨을 쉴 때 마다 가는 몸이 움찔댔다. 어쩜이리 귀여운지. 내 주머니속에 가둬버리고 싶어.



"언니, 그거 기억나? 어렸을 때 언니가 뽀뽀 많이 해줬었는데."
"그건 네가 하도 해달라고 졸라서...."


옛날 얘기를 했더니 반가운지 언니가 다시 빙글 몸을 돌렸다. 숨소리 너무 가까워. 심장 터질 것 같아. 언니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맑게 웃으며 조잘댔다. 네가 하도 해달라고 조르면서 쫓아다녀서 그런거잖아.



"그럼 지금도 해줘."
"응?"
"해줄 때 까지 조를거야."


또 곤란한 표정.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역시 다른 사람한테는 줄 수 없겠어.

얼굴을 들이 미니 언니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기에 허리를 꽉 붙잡았다. 눈에 띄게 경직된 모습이 약간 안쓰러운 동시에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아랫배가 간질간질댔다.


"너, 너는 무슨 다 커서..."
"흥."


나는 언니를 잘 안다. 순진하고 정이 많아서 착해 빠진 언니는 너무 착해서 조르면 결국 다 들어준다는 것을. 안돼, 안돼. 이렇게 순진한 언니를 역시 그대로 사회에 내보낼 수는 없겠어. 너무 불안해.


언니가 마지못해 얼굴을 가까히 댄다. 심장이 터져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아 눈을 감는다. 곧이어 볼에 말랑한 입술이 잠깐 닿았다 떨어졌다. 순간이었지만 몇 천번은 되새길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불이 꺼져 있었지만 떨리는 목소리와 약간 뜨거워진 체온에 언니의 얼굴도 상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마, 마지막이야. 그때 그 어린애가 아니잖아..."
"으응,알았어어~"


대답과 동시에 언니의 허리를 꽉 끌어당겼다. 가슴과 배가 모두 맞닿은 채였다. 언니의 몸은 뻣뻣했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어깻죽지에 코를 박았다. 흐응, 그리웠던 언니의 살결, 이 체향. 4년간 그리워서 미칠뻔했어.

역시 아무한 테도 줄 수 없어. 언니는 내 거야.




ㅡㅡㅡ
아 소설쓰려고 아이디 팠는데 하루만에 까먹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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