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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조금 멍했다.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걸까. 마치 안개가 낀 듯 방금 전 까지 있었던 일이 가물가물하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있었던 일은 똑똑히 떠올랐다. 분명히 자신의 경사스러운 성인식 날이였다.
경사스러운 성인식 날에 오후에 있었던 일을 모조리 잊어먹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이유가 뭘까? 의식이라도 잃은걸까? 어쩌면 그래서 침대로 옮겨져서 여기에 누워있는걸까...여러가지 원초적인 질문이 떠오르긴 했지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이 몇 시인지, 또 언제인지 확인하는 일이였다.
휴대폰이 어디있더라,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서 머리맡에 가져다대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매만져졌다. 다행스럽게도 일단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기는 했지만 본능대로 휴대폰은 제대로 머리맡에 둔 모양이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것을 집어 그대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시간은 아홉 시, 벌써 한밤중이었다. 친구들한테서 다량의 문자가 와있었다.
갑자기 쓰러져서 걱정했다는 오타에, 몸은 괜찮냐는 사아야...아무래도 진짜로 성인식 도중에 쓰러져서 기절한게 맞는 듯 했다.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들이나 보러 와주신 분들한테 걱정을 끼쳤네...살짝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휴대폰을 머리에 두고 다시 침대에 누운 순간이였다.
왼쪽팔에 무엇인가 보드라운 살결이 맞닿았다.
뭔가 있는걸까 싶어서 살짝 옆을 보자 언니가 새근새근 졸면서 주무시고 계셨다. 아무래도 중간에 쓰러진 내가 걱정스러워서 하루종일 옆에서 간호하시다가 지쳐서 옆에서 같이 주무시는 것 같았다. 상냥하신 언니답다고 생각하며 금발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자 고로롱 소리를 내시더니 정말로,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대로 눈을 반짝 뜨시더니 활짝 미소지으셨다.
"미사키! 정신이 들었니? 갑자기 쓰러져서 깜~짝 놀랐단다!"
"아하하...네. 걱정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아무래도 자신의 추측대로 정말로 기절한게 맞는 듯 했다. 멎쩍은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자 언니가 그대로 상체를 일으키셔서 벽에 기대셨다. 불이 다 꺼진 방 안, 달빛 아래에 비춘 언니의 나신은 굉장히 아름다우셔서...
"잠시만요 언니, 어째서 알몸이에요?"
"응? 그야 미사키, 땀을 그렇게나 흘렸잖니! 침대가 다 젖어서 할 수 없이 벗었단다! 미사키도 보렴!"
언니의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자 확실히 나도 알몸차림이였다. 아무래도 언니의 말대로 기절한 동안 땀을 잔뜩 흘린듯 했다. 조금 면목없네요...헤헤 웃으면서 언니가 하신 것 처럼 나도 상체를 일으켜서 벽에다 기댔다. 등 쪽에서 서늘한 감촉이 느껴져서 제법 기분이 좋았다.
"혹시 언니, 폐가 되지 않는다면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싶구나? 좋아! 이야기해줄께!"
그대로 계속 언니랑 가만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것도 괜찮았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이 어떻게 기젏샜는지, 기절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더 신경이 쓰여서 옆을 슬쩍 보자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언니가 시선을 받더니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시며 대답해주었다.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니? 언니의 말씀에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떠올렸다. 점심을 먹기 전, 먹고 난 후 까지는 명확하게 기억이 났다. 아침일찍 일어나서 언니랑 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친구들이랑 떠들고...
분명히 그 때가 열 시 즈음이였을 것이다. 사아야랑 오타에가 왔었을 때 시간을 확인했으니 틀림 없을것이다...
이야기 하기 직전, 아무리 그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언니의 어깨에 내 손을 올렸다. 서늘한 감촉이 손 끝에 퍼지는 감촉을 느끼며 내가 입을 열었다.
"근데 언니."
"응?"
"이야기 하기 전에 옷부터 입으면 안될까요?"
*
검은색 차가 정문을 지나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게 시야에 잡혔다.
슬슬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나와있었는데 진짜로 거의 다 온듯 했다. 예상 시간보다도 오 분 일찍도착한 것에 기뻐하며 내가 차를 향해 손을 흔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멈추더니 그 안에서 오타에랑 사아야가 내렸다.
"오타에! 사아야!"
손을 흔들면서 두 사람한테 가서 곧장 껴안아주었다. 와줘서 고마워, 오느랴 힘들지는 않았지? 격식처럼 그런 말을 꺼내면서도 두 사람이 와준게 너무나 기뻐서 꼭 포옹을 해주자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두 사람이 이내 쿡쿡 웃으면서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성인식 축하해 미사키."
"응, 우리보다 조금 더 빨리 성인이 됬네."
쿡쿡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오타에의 말에 나도 살짝 미소지어주었다. 파티 회장까지는 조금 거리고 있었고, 계속 이자리에 있어서는 진행이 안될 것 같았기에 우선 안으로 들어가자고, 걸으면서 이야기하자는 내 말에 두 사람다 선선히 발걸음을 안쪽으로 옮겨주었다.
가는 동안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는 길이 힘들까봐 차를 보낼줄은 몰랐다느니, 예상보다도 더 큰 차여서 깜짝 놀랐다느니...사실 차를 보낸건 언니의 생각이였다. 내 입장에서는 더 좋은 차를 보내주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였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평을 남겨주었다.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걷다보니까 어느새인가 파티회장 앞, 도착했다고 웃으면서 회장 문을 열어주자 두 사람의 눈이 휘동그래지는게 내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긴,단순한 성인식 치고는 규모가 좀 크기는 했다. 언니가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게 꼭, 꼭 여러 사람들을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고 당주님은 또 그걸 흔쾌히 받아들이시는 바람에 보통 생각하는 성인식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진것도 한몫 했겠지.
"...TV에나 보던 높으신 분들이 잔뜩..."
"저기 사아야, 나 옷차림 안이상해?"
처음 보는 광경에 패닉을 겪은건지 두 사람의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이 엿보이기는 했지만 별로 신경쓰지 말라며 내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뭐가 높으신 분들이람, 물론 사아야나 오타에 말마따나 높으신 분들도 많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집에 들락날락 거리면서 본 이웃집 사람들에 불과했다. 아무렴, 당주님이 부르신건데 설마 모르시는 분들을 불렀을까!
나쁜 사람들 아니니까 마음껏 즐기다 와, 내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즐길 수 있을까, 오타에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
거기까지는 확실하게 기억이 났다. 처음에는 쭈뻣쭈뻣 서있던 두 사람이였지만 어느정도 지나자 긴장이 한결 누그러듯듯 합류한 언니랑 같이 넷이서 활기차게 떠들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주워먹었다. 가끔 어린 시절부터 봐온 이웃집 사람들이랑 인사를 할 때 마다 두 사람이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짓는 둥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런걸 감안해도 즐거운 시간이였다.
그리고 마침내 하이라이트, 당주님과 언니의 말에 더해서 주변 사람들의 축하가 끝나고 언니가 수고했다면서 나한테 음료수 한 잔을 내밀어주었다. 마침 목이 타기도 했고 그것을 그대로 원샷한 다음...
"...거기서부터 기억이 없어요."
"응! 세 시 쯤인가? 너무 긴장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많이 지쳐서인지는 몰라도 행사가 끝난 다음 그대로 기절하듯이 쓰러졌단다. 다행히도 행사가 마무리 직전이기도 했고, 남은 사람은 많이 없었기에 큰 소동으로는 번지지 않았지만..."
쿡쿡 웃으시며 말하는 언니의 말을 들으니 전후 상황이 파악되는 것 같았다. 긴장과 피로때문에 성인식이 성공적으로 끝나자마자 기절해버린 나를 언니가 데리고 방 안으로 데려와서 하루종일 간호했다. 그런 이야기겠지.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언니한테 걱정을 끼쳐드리다니, 성인식을 치뤘다고는 했지만 성인이 되려면 아직 멀은 모양이네. 쓴 웃음을 지으면서 살며시 고개를 꾸벅였다.
"죄송해요 언니. 저 때문에 괜한 걱정 끼쳐드려서. 저녁도 제대로 못드시고."
"어머, 사과 안해도 괜찮단다! 우후후, 나도 이래저래 먹을건 이미 다 먹었고..."
후후 웃으면서 입술로 혀를 한 번 핥는걸 보니 연기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진짜로 내가 자는 사이에 뭐라도 드신 것 같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나 때문에 언니가 굶지는 않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전모를 알고 긴장이 풀리니 이번에는 내 베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부끄러워져서 살짝 뺨을 붉혔지만 오히려 언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쿡쿡 웃으시더니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부엌으로 가면 주방장이 날 위해서 만들어둔게 있을거라고 친절하게 덧붙이기까지 해주셨다.
"자, 저녁먹으러 가자!...참, 그 전에 미사키!"
마주잡은 손을 통해서 따뜻한 언니의 체온이 느껴졌다. 네, 대답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차에 덧붙일 말이 있다고 이야기하시더니, 언니가 그대로 내 이마에 입을 가볍게 맞추셨다.
"성인이 된거 축하해!"
"아하하, 네. 고마워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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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거야."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 두 사람한테 앞 뒤 사정을 간추려서 적당히 설명해주자 두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하하, 그래도 아픈게 아니라 다행이네."
"걱정 많이 했어...그 이후로 아무 일 없었고?"
아무 일? 오타에의 말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아무 일이 있었냐 없었냐고 묻는다면...응, 아무 일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 그 이후에 평범하게 같이 씻고, 밥먹고, 다시 한 침대에서 잠든게 전부였으니까...
"언니한테 이상한 짓 당한건 없고?"
"아하하, 사아야는 농담도 잘해. 그럴리가 없잖아!"
사아야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언니가 이상한 짓? 하루종일 옆에 착 달라붙어서 내 간호를 해줄만큼 지극정성인 언니가 이상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내가 덧붙인 말에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귀에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진짜로 양심에 찔리신 나머지 중간에 그만두셨나?"
"그래도 알몸으로 일어났다는거 보면 수상한데..."
수상? 뭐가 수상하다는걸까, 중간중간 들린 이야기에서는 분명 그런 말을 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뭐가 수상하다고 하는건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웃음으로 얼버부렸다. 오히려 그 점이 더 수상해서 두 사람을 꼭 껴안았다.
"두 사람만 비밀이야기 하지 말고~!"
"아하하, 가려워 미사키!"
"그만, 그만..."
웃으면서 날 밀쳐내려던 차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끊겼다. 내가 너무 심했나? 그렇게 심하게 간지럼피우지는 않은 것 같은데...살짝 위를 올려다보자 두 사람이 잠시만 고개 들지 말라면서 내 머리를 붙잡더니 손 끝으로 목덜미 이곳저곳을 매만졌다. 목에 뭐 이상한거라도 낫나? 싶어서 고개를 숙인 채 있자 위에서 또 두사람이 숙덕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했지?"
"한거같은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걸까, 아까부터 나만 빼고 이야기하는거에 조금 심퉁이 나서 뺨을 빵빵하게 불린 채로 나도 이야기에 껴달라고 소리치자 두 사람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미사키는 아직 알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둘러대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표정에는 어딘지 모르게 근심이 가득해서...
뭔가 말하지 못할 일이라도 있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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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드디어 긴 시리즈 완결냈다
어째서 이렇게 늦었냐고 한다면 엔딩을 세번정도 갈아엎었기 때문
1. 코코로가 미사키를 덮침 2. 각성한 미사키가 역으로 코코로를 덮침 3. 양심의 가책에 찔린 코코로가 그럼 자는 사이에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약을 먹인뒤 미사키 자는 사이에 슬쩍... 세 엔딩 생각해놓고 하다가 결국 세 번째로 낙찰
참고로 원래 첫번째 엔딩에서 썻던 내용이
*
이상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였다. 눈물이 절로 흘렀다. 아픈지, 아픈게 아닌지, 기분 좋은건지, 기분 좋은건지 아닌지 잘 모를 쾌감이 하북부에서 밀어올라오기 시작해서...
"언니...언니...뭔가 이상해요...아래가..."
"우후후, 미사키도 참! 처음 느껴봐서 당황했구나?"
이상하다, 평소 그대로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안심되는 언니의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다른 세계의 목소리처럼 들려왔다. 어딘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한, 그런...
양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끊임없이 닦으려고 하자니 어느새인가 눈 앞에 온 언니가 혀로 눈물을 친절하게 핥아주기 시작했다. 그만둬요 언니, 그런곳은 더럽다고요...그런 말조차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하반신 쪽에서 밀려오는 고통과 쾌감이 반쯤 뒤섞인 감각을 견디느랴 여념이 없었다...
찌걱, 찌걱...난생 처음들어보는 이상한 소리가 방 안에서 계속 울려퍼졌다. 소리에 맞춰서 하복부가 천천히 같이 움직여졌다. 언니의 손가락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비례해서 제 허리가 점점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목소리에서 나오는 달콤한 신음소리는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였다.
그 순간 하반신에 무엇인가 강렬한게 밀려오는 듯 했다. 머리속이 날아가버릴듯한,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갑자기 두려워진 내가 애원하듯이 언니한테 그만해달라고 빌기 시작했지만 전혀 듣지 않으셨따. 오히려 기다렸다는 말인듯 언니의 손놀림이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언니...그만...제발 그만..."
"우후후, 가버릴 것 같구나! 가버릴 것 같은거네? 미사키! 괜찮단다! 마음~껏 가도 괜찮아!"
가버린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지만 이 쾌감에 더 이상 저항하기는 어려웠다. 내게 저항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듯 언니의 손놀림이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언니의 손가락이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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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느낌으로 쓰려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미사키가 언니 언니 하면서 코코로한테 먹히는 부분이 너무 죄책감 들어서 결국 폐기해버림...그냥 내가 꾸금 못쓰는것도 있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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