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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흡혈귀 나오는데 슬픈 소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2 21:34:40
조회 727 추천 19 댓글 2
														

“으, 으윽!”



이미 다 쉬어 멎어가는 목소리가 어두운 지하 감옥 안을 울렸다. 의미 없이 흘러나오는 신음소리가 가득했다. A의 몰골은 처참했다. 이젠 눈의 기능조차 잃어버린 것인지, 제대로 앞을 주시하지도 못하고 바닥만 기고 있었다.


이리저리 방황하던 A의 얼굴이 불쑥 들려 B를 향했다. B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그 순간 A의 눈에 고인 피눈물이 흘러 볼을 적셨다. B가 숨을 멈췄을 때, 그 피는 뚝 떨어져 A의 손을 적셨다.


뒷걸음질 치던 B의 발걸음이 단단한 쇠창살에 막혔다. 철컹. 굳게 잠긴 쇠창살은 듣기 싫은 쇳소리만 낼 뿐, 열리지 않았다. 그 소음을 들은 A는 더듬더듬 목소리를 냈다.



“누구예요……? 거기 누구 있는 거예요……?”



천성이 착한 A는 목소리에도 그 성격이 묻어나왔다. 지금도 같았다. 제물로 잡혀 고문과도 같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 목소리만은 그대로였다.


B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A를 이런 시궁창에 처박히게 한 것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짓씹은 입술에서 피 맛이 올라왔다.


A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소리가 난 곳으로 눈을 돌렸다. B는 그 초점 없는 눈동자를 마주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터인데, 그 순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B씨……?”



A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B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B는 질식할 기세로 손에 힘을 주어 입가를 눌렀다.


A가 B를 향해 미적미적 기기 시작했다. 손톱이 모조리 들려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이 바닥에 흔적을 남겼다. 성치 않은 다리가 거친 돌바닥에 심하게 쓸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 현실이 아니길 바랐다. 전부 꿈이고, 눈을 뜨면 다시 일상이 찾아와주길 빌었다. 그러나 당연히도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A의 비참한 모습은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다.


아픈 몸을 끌고 B의 앞에 당도한 A는 허공으로 손을 뻗어 휘저었다.



“B씨 맞죠? 저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이런 와중에도 하는 게 또 남 걱정이라, 그게 또 가슴에 사무쳤다. B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아랫입술이 서럽게 떨렸다. 허공을 방황하는 A의 손을 잡아 자신의 볼에 갖다 대었다.



“날 왜 기다려. 내가 뭐라고 네가 이런 짓을 당해. 그냥 도망가도 됐잖아.”


“제가 어떻게 그래요. B씨가 여기 있는 걸 아는데.”



잔뜩 부은 얼굴로 A는 웃었다. 그러면서 감각 없는 손가락으로 B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B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모든 것이 참을 수가 없었다. A를 이곳에 가둔 그들도, 이런 상황을 만든 자신도.


B의 눈가를 쓰다듬던 손이 밑으로 내려와 아랫입술을 두 번 두드렸다. 보지도 못하면서 눈치 채는 것들이 많았다. B는 A의 손을 끌어내리고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A는 자연스럽게 B의 등을 토닥였다.



‘그 아이에게 악마의 피를 넣었다.’



항상 눈을 부릅뜨고 B를 지켜보던 목사였다. 그는 떨어지는 신도들의 신앙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물이 필요했다.



‘너도 알고 있겠지, 인간에게 악마의 피가 얼마나 해로운지.’



어떤 수단이라도 불사르지 않는 인간. 그에게 B는 행운이었다.



‘네가 흡혈귀라는 걸 사람들에게 증명해. 피를 빨아서 그 아이를 살려. 네 희생으로 걘 안전을 보장받게 될 거야.’



씨익. 기분 나쁘게 웃는 목사의 눈이 탐욕으로 번뜩였다.


흡혈귀의 존재를 증명한 목사는 만인의 앞에서 그녀를 처형할 것이고, 영웅이 된 그를 중심으로 신도들은 결집할 것이다. 그것이 그가 원하는 목표.


그 더러운 계획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A가 죽는다. 자신과 엮이지 않았으면 행복한 일상을 이어갔을 아이인데.


B는 A를 안은 채 몸을 말고 움츠렸다. 줄곧 B를 토닥이던 손이 낌새 없이 목덜미로 올라와 고개를 돌렸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A가 B의 귓가에 속삭였다.



“잘 들어요. 맞은 편 오른쪽 구석, 헐겁게 칠해진 벽이 있어요. B씨 힘이라면 손쉽게 부술 수 있을 거예요.”


“그게 무슨…….”


“쉿. 저는 몸이 이래서 같이 갈 수 없어요. B씨라도 도망가요.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어요.”



말을 마친 A가 재촉하듯 B를 밀어냈다. B는 다급하게 A의 손을 잡아 당겼다.



“그럴 순 없어.”


“부탁이에요. B씨라도 살아줘요.”


“그런…….”


“미안해요. 같이 갈 수 없어서. 이야기해줬던 곳, 함께 가기로 약속했는데.”



A가 부드럽게 B의 손을 떼어냈다. 스스로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지 자꾸만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먹은 듯 B를 밖으로 밀어냈다. B는 어쩔 수 없이 떠밀리며 A를 등졌다. 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쪽 귀퉁이엔 정말로 헐겁게 칠해진 벽이 있었다. 힘을 쓰면 쉽게 부서질만한 벽이었다. 하지만 밖엔 경비병들이 우글우글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벽을 부수고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몇 번이고 벽과 A를 번갈아 바라보던 B는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저렇게 보내기 싫은 얼굴을 하곤, 도망가라 말해봤자 설득력이 없었다.



“A야.”


“…….”


“내가 얘기했던 곳들, 난 벌써 한 번씩 가 봤으니까 미련은 없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 믿어줄래?”


“갑자기 무슨…….”


“널 이런 곳에 있게 하고, 고통 받게 하고. 미안한 것들 천지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달라고 하면, 들어줄래?”



잠시 혼란스러운 채로 뜸을 들이던 A는 이내 확신하듯 말했다.



“한 번도 당신을 믿지 않았던 적 없어요, B씨.”



A가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B는 그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손을 들어 A의 얼굴에 묻은 피를 살포시 닦아주었다. B는 A의 모습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눈에 담았다. 속으로는 얼마 후 일상으로 돌아가 있을 A를 상상했다.



“그곳에 가면, 나를 기억해줘.”



B는 A의 가녀린 목에 날선 송곳니를 꽂아 넣었다. 피부가 찢어지고 비릿한 피 맛이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A는 발버둥 쳤지만, 이미 약해진 몸은 작은 출혈에도 쉽게 정신을 잃어버렸다.


더러운 피를 모조리 뱉어낸 B는 기절한 A를 품에 끌어안았다. 높게 걸린 작은 창에서 은은한 달빛이 스며들었다. 마치 마지막 평화를 만끽하듯, B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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