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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모카리사] 추락하는 천사에겐 날개가 없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8 00:22:51
조회 1071 추천 32 댓글 6
														

 달리고 있는 국도에선, 숨길 수 없는 바닷가 냄새가 났다.


 오래된 중고 경차에서 풍겨오는 기름 냄새가, 짠 내를 머금은 바람에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습기를 진하게 머금은 바람이 싫으면서도, 그 향기는 나쁘지 않아 모카는 창을 열기를 반복했다. 차디찬 겨울바람에 저도 같이 흘러가려는 것처럼, 그녀는 그랬다. 


 “모카, 창 닫으라니까~”


 운전석에 앉아있던 리사가 장난스럽게 죽는 소리를 냈다. 이번 국도 여행이 첫 운전 시연이라 그런지, 그녀의 운전은 그저 조심스럽기만 하다. 생긴 거와 다르게 올곧은 면이 있는 그녀의 첫 목표는 다름 아닌 베스트 드라이버다. 


 “네에, 리사 씨~”


 모카는 일부러 느릿한 목소리로 말을 끌었다. 한 살 위인 리사에게 나름 깍듯한 면이 있는 모카였지만, 흔치 않는 리사의 집중 상태라 그녀도 조금 장난기가 들어버렸다. 우웅, 하고 창문은 소리를 내었지만, 어째 바람의 세기는 영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끈적끈적한 바닷바람이 겨울의 냉기를 온전히 지닌 채 저의 손을 괴롭히려 했다.


 “모카아~!”


 작디, 작은 두 사람의 차 안에서 매우 큰 목소리가 헐레벌떡 튀어나왔다. 낡은 엔진 배기음을 내며 달려가던 차는, 이윽고 모카의 웃음소리와 파도와 백사장이 만나는 소리만을 고이 남긴 채 서서히 떠나갔다.



 X X X 



 청록색 물감을 가득 풀어둔 것처럼 파도의 색깔이 진했다. 바다엔 갖가지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파도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부서져갔다. 그 소리를 배경음 삼아, 그리고 그 경치를 반찬삼아 두 사람은 젓가락을 들었다. 후후, 하고 불어 내리는 두 사람의 숨소리가 겹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면발은 모카와 리사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우동으로 유명한 맛집이었다.


 “맛있네요.”


 면발 한 젓갈, 국물 한 모금을 마신 모카가 먼저 우동에 평가를 내렸다. 요 며칠간 먹었던 음식들 중엔 가장 단출했지만, 가장 깔끔한 맛이라는 점에서 고평가를 줄만 했다. 


 “그러게.”


 모카의 말에 리사도 답을 주었다. 평소 단맛과 짠맛을 좋아하던 리사였지만, 이 우동은 되려 정직하게 다가오는 맛에 푹 빠져버렸다. 게다가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바닷가 풍경. 그 그림 같은 광경에 금세 마음을 놓아버릴 것만 같은 점도 가게의 플러스 요인이다.


 한동안 후루룩, 하는 소리만이 가게에 가득했다. 가게의 주인에게 들리게끔 어필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막상 딱히 할 말이 없으니 더욱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 며칠간 두 사람은 서로가 지닌 이야기의 주제에 관해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을 흘려보냈다. 이 주제는 꺼내도 되는지, 안 되는지. 그리고 자신이 섣불리 꺼낸 말에,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게 매우 조심스레 대화 주제를 골랐다. 


 “이거 다 먹으면, 뭐 할까?”


 젓가락과 그릇이 맞닿기 이전, 우동을 어느 정도 먹은 리사의 말이 모카의 귀를 파고들었다. 살짝 가늘어진 모카의 눈과 둥그런 리사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맞닿았다. 


 “글쎄요.”


 뭘하면 좋을까. 지도를 찾아보니, 이 근처엔 번듯한 빵집조차 없는 깡촌인데. 이런 곳을 고른 건 리사와 자신이 분명한데, 막상 빵이라는 선택지를 제외하니 마땅히 들러야할 곳도, 생각나는 곳도 없었다.


 “리사 씨는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요?”


 그래서 모카는 대화의 주체를 리사에게 넘겨버렸다. 그러나 리사는 바통을 제대로 이어 받지 않은 주자처럼 순간 당황했다. 운전 실력을 기르기 위해,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이런 한적한 곳을 고르긴 했지만 그녀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우물쭈물하던 리사의 눈빛, 그리고 등받이에 허리를 기댄 채 얼룩진 천장을 바라보는 모카. 두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들의 귓가엔 기러기 소리만이 가득했다.


 “바다구경이라도 갈까?”


 에헤헤, 하고 실없이 웃어 보이던 리사가 어깨를 으쓱이며 한 말은, 결국 요 며칠사이의 일정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일정이었다. 역시 일정 내내 바다구경은 무리겠지 싶어, 리사는 멋쩍은 듯 제 볼을 검지로 살살 긁었다. 굳은살이 붙어도 여전히 가는 검지가, 그녀의 마음을 가리켰다.  


 “질린 줄 알았는데.”


 톡, 톡, 모카의 목소리가 나른히 들려오는 풍경 소리에 섞였다. 그녀는 빙긋 웃어 보이며, 벗어둔 코트를 챙겼다. 이마이 리사는 비록 자신 없이 제안을 했지만, 그 제안은 도리어 눈치만 보고 있던 아오바 모카의 구미에 딱 맞았다.


 모카의 반응을 살피던 리사 또한, 작고 검은 클러치 백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사의 입 꼬리에도 다시 그녀 특유의 자신만만한 미소가 서렸다.  


 “모카가 좋아하니까.”


 그래서 아주 간만에, 그녀는 편히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X X X 

 

 바다는 보는 게 아니라 들으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가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그 말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모카는 느꼈다. 


 사람들의 위에서 울곤 하는 새들의 소리. 바다의 수평선을 가로 지르는 뱃고동 소리, 파도와 모래사장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를 헤쳐 나가는 사박사박, 발들의 소리까지. 잠자기가 취미인 모카로선, 만약 여름 그늘에 누워 있었다면 금세 스르륵 잠이 들 것 같은 소리들이다. 


 정말, 바다의 음색은 단 하나도 버릴 게 없구나.


 리사와 모카는 바닷가를 하염없이 거닐었다. 모카는 한 손에 맥주 한 캔을, 그리고 운전을 해야 하는 리사는 커피를 들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것들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넘김이 힘들었다는 것은 두 사람에게 동일했다. 


 “이상하지?”


 모카가 바다의 소리에 한참 집중하고 있을 때, 파도를 타고 조금 신중한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모카는 고개를 돌렸지만, 리사의 시선은 그녀가 아닌 그녀가 보았던 바다를 향해 있었다. 고깃배가 지나가며 만든 파도가, 모래사장 위에 막 엎어지던 차였다. 


 “분명 차가울 텐데, 어쩐지 포근한 느낌이 들어.”


 리사의 목소리는 꿈을 꾸듯 아련했다. 모카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겨울 바다는 조금 신기한 감정이 생기게 한다. 어슴푸레한 것들을, 그리고 그리운 것들을 더욱 그리게 하는 무언가가.


 “리사 씨는 이제 괜찮으신가요?”


 거스를 수 없는 파도를 돌 하나가 막으려 그 자리에 서 있다. 물속에 잠겨 있으면서도, 꿋꿋이. 그리고 저에게 낀 이끼를 닦아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서로 섣불리 꺼내지 않았던 주제를, 그 판도라의 상자를 모카는 살며시, 아주 조심스레 열었다. 그럼에도 리사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이 모든 시간 동안, 마음을 놓아버린 것처럼. 


 “글쎄~”


 리사는 뒷짐을 지며 모카에게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아니, 두 발자국. 그리고 세 발자국. 점점 그 수를 더 해갔다. 저를 앞질러간 그녀의 뒷모습을 모카는 따라갔다. 간격이 좁혀지기 않게끔, 그러나 간격이 더 멀어지진 않게끔 그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며.


 “강하네요, 리사 씨는.”


 모카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리사에게로 들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뒤를 돌아본다거나, 그러한 것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어느덧 내일이면 다시 도쿄로 돌아갈 시간이다. 일상을 맞이하고, 평소대로의 풍경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건 두 사람 모두에게 변함없는 사실이자, 어쩔 수 없는 주박이었다. 


 “저 같은 애도 신경 써주시고.”


 새 소리와 뱃고동 소리, 그리고 파도와 기암괴석이 부딪히는 소리가 허공에서 뒤섞였다. 모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리사의 발걸음은 여전히 일정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모카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어깨만 한번 으쓱이곤 리사와 나란히 걸어갔다. 


 느긋한 석양빛이 지기 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그 붉은 볕 뒤엔 잔광 부스러기가 아득히 남았다. 두 사람의 뒤에 새겨진 발자국들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파도가 사르르 지워버렸다. 


 마치 지우개처럼, 그들이 없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X X X



 호텔, 모텔, 여관, 그리고 리사가 마지막으로 찾은 숙박업소는 가정집을 개조한 민박집이었다. 머리가 희게 세어버린 노파와 어떤 종인지 모를 만큼 피가 섞여버린 강아지. 리사와 모카는 대부분의 짐을 차에 두고, 오늘의 숙소에 들어갔다,


 낡은 엔카 소리가, 문 틈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민박집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일반 가정집이라 그런 듯 서로간의 생활에 숨김이 없었다. 물론 그게 손님이라면, 조금 다른 이야기겠지만.


 리사가 집 주인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모카가 먼저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눈에 먼저 띈 것은 성인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욕조. 그리고 세면대와 변기, 나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리사 씨, 먼저 씻을 게요~”


 방 안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모카가 문만 살짝 열어 외쳤다. 슬쩍 보이는 블론드 브라운 머릿결에, 잘 들었겠지 싶어 모카는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욕조의 수면이 모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위로 솟았다. 조금씩 퍼지는 수증기가 그녀의 하얀 살결을 가렸다.


 목욕은 제법 좋아하는 편이다. 정확히는 목욕 뒤의 나른함을 좋아했다. 수마에게 기꺼이 목을 내주는 그 감각이, 모카는 좋았다. 특히 요 몇 년간의 시간 동안 더더욱. 


 “들어갈게.”


 욕조에 기댄 모카가 목욕의 노곤함을 즐기고 있을 때, 굳게 닫혀 있던 욕실의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타월로 저의 몸을 감싼 채,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아주 당당히. 


 “리사 씨.”


 모카는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지, 그 소리가 더욱 크게 퍼져 나간 듯 했다. 리사는 쓸쓸히 웃어보이다가, 이내 말을 이어갔다. 


 “같이 씻자, 우리.”


 툭, 내려놓은 것처럼 말하는 리사와 그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모카. 수증기가 벗겨진 그녀의 가면과 그리고 애써 표정을 숨기려 하는 그녀. 리사는 세면가방에서, 칫솔과 치약을 먼저 꺼냈다. 제 무게로 인해 높아진 수면에, 모카는 입술을 담그고 보글보글 거품을 불었다. 저가 바라본 리사 씨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이를 닦고 있었지만.... 


 우리라는 단어가 그토록 처연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아오바 모카는 그 날 처음 알았다.



 당연하지만 목욕을 먼저 마치고 나온 사람은 모카였다. 욕실에 먼저 들어간 사람이 모카여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리사와의 목욕이 그녀는 좀 불편했다.


 모카는 다리를 조금 굽혀, 리사에게도 자리를 주었다. 그녀도 사양하지 않고, 모카의 옆에 앉아 목욕의 느긋함을 즐겼다. 그러나 그 이후에 딱히 더 할 이야기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근 며칠간의 주제로 다 써먹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어색함을 느낀 모카가 먼저 자리를 피했다. 


 웃긴 일이다. 교류한 게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어색함이란 단어를 간직한 두 사람의 마음이.


 머나먼 기억 속, 그리운 옛날에 알바를 같이 했을 때를 모카는 기억해냈다. 그때는 단 둘이 있었을 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그녀는 풀려가는 뇌 속에서 고민을 더 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 당연한 걸 모를 정도로 모카는 바보가 아니었다. 


 언제 들어왔다 나간 것인지 방안엔 이불이 깔려 있었다. 주인장의 마음에 감사하며, 깔린 이불에 모카는 몸을 뉘였다. 덮은 솜이불은 차가웠지만, 금세 따뜻해지겠지.


 마땅히 할 것도 없어,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스마트폰을 집었다. 역시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였다. 당연한 일이다. 전원을 끈 사람은 모카 본인이었고, 지금 목욕중인 이마이 리사에게도 그것은 비밀로 해두었다. 


 애프터 글로우, 그리고 로젤리아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정말 비밀리에 계획된 여행이었다. 모카와 리사. 두 사람이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그리고 요 몇 년 간 점점 곪아가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전원을 켰다. 스마트폰 제작회사의 로고, 그리고 부재중 전화 표시와 메시지 어플에 뜨는 익숙한 이름들, 그리고 점점 내 마음의 비수가 되어가는, 동백꽃이 담긴 프로필 사진까지. 


 ‘보고 싶어.’


 대뜸 보내온 너의 그 한 마디가, 무슨 뜻인지 모를 너의 그 한 마디가, 결국 그 한 마디 때문에 나는 또 무너지는구나. 너는 또 날 무너지게 하는구나.


 그걸 숨기고 싶어, 나는 조용히 품에 폰을 담아두었다. 동요했다는 마음을 숨기고 싶어, 아주 조용히. 


 “아, 유키나~”


 목욕을 끝마치고 왔는지 리사도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카는 잠에 들어선 척, 입도 열지 않고 눈을 감았다. 유키나 씨와 전화를 하고 있는 걸까, 모카의 귀가 리사를 향해 쫑긋 세워졌다. 


 “응~ 내일이면 볼 수 있으니까... 응. 란이랑 같이 있어?”


 란이란 이름에, 모카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두 사람의 대화 주제에 전혀 흘러 들어오지 않았던 이들이, 마지막 전 날이란 명분을 타고 방안으로 들어와버렸다. 


 “즐겁겠네, 유키나도. 응, 응. 그래.”


 모카가 듣기에 리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란과 통화한다면, 나는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정말 그녀는 이번 여행으로 다 털어낸 걸까? 지금까지의 일들은 모두 저를 배려해준 것뿐일까? 이마이 리사란 사람은 정말 그렇게 강한 사람인 거야?


 “응, 그럼 내일....”


 전화를 마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불에도 조금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녀 또한 잠에 들려는 모양인 듯 했다. 뭐라고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그런 타이밍도 아닌가 싶어 모카도 다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 했었다. 


 “자는 거야, 모카?”


 뒤늦게 리사는 모카를 향해 물었다. 그러나 모카는 리사의 질문에 답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눈만 감은 채, 그녀의 말을 한번 무시했다. 그러자 리사도 한숨을 푹 쉬더니, 이내 한탄하는 감정을 담아 말을 이어갔다.


 “그래, 자는 구나.”


 쓸쓸함이 담긴, 그러나 묘한 안도감도 담겨버린 목소리였다. 모카는 전자의 감정보다는 후자의 감정에 더욱 집중을 했다. 제 아무리 리사 씨라고 한들, 들려주기 싫은 이야기도 있겠지. 리사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저 또한 예전과는 다르게 란에 대한 이야기를 리사에게는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잠 못 드는 밤이 지속되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모카의 마음을 크게 흔든 소리가 또 들려오기 시작했다. 흑, 하고 물기 서린 소리가, 눈을 감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마치 빗소리처럼, 그 소리는 점점 거세게 변했다. 한 방울, 두 방울 셀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다가, 거세게 내리는 작달비처럼 정말, 주룩주룩 땅에 멍을 새기는 것 마냥.


 “왜...”


 그 한 마디를 듣고 있으면, 가만히 듣고 있는 모카마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리사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 모카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면 저까지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가 오래 된 소꿉친구에 대한 마음을 떨쳐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한 건 역시나 크나큰 착각이자 실례였다.


 자기도 그 마음을 놓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이 쉬이 그럴 수 있다고 망상하는 건 그저 아집일 뿐이었다. 자신도 그럴 수 있다고 자위하며, 뭣도 모르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터져버린 눈물샘은 고장 난 것처럼 리사를 몰아붙였다. 눈물 소리를 최대한 참고 싶어서, 그리고 옆에 있는 후배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아서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혼자 이 슬픔을 새기는 건 싫었다. 누군가, 가령 내 옆에 있는 너라면 이 슬픔을 알아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 마음에 기대어 리사는 조용히 모카의 손을 살며시 잡아버렸다. 


 서로가 느낀 손은 분명 부드러웠지만,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혀있는 것은 똑같았다. 두 사람이 각자 사모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긴 굳은살이었다.  



 그것에 울컥해버려서, 리사는 저도 모르게 모카의 손을 꽉 잡아버렸다. 그리고 참고 있던 눈물의 소리도 그대로 밖으로 내보내고야 말았다. 이전에도 생각하고, 그리고 그녀에게 직접 말로 전했지만, 우리 둘은 참 너무나도 많이 닮아버렸구나. 


 모카는 리사가 우는 걸 눈감아주었다. 아니, 무시해버렸다고 표현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마음 놓고 리사를 도와주기엔 저의 마음도 갈가리 찢겨져나간 채였다. 할 수만 있다면, 저도 같이 리사와 함께 펑펑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그럴 순 없었다. 지나가 버린 시간과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과 저의 옆에 있는 사람을 더욱 괴롭힐 수 있다는 사실을 모카도 알았기에, 그녀는 눈물을 꾹 참았다. 


 그 대신에 리사가 쥐고 있는 손이 아닌, 리사에게서 벗어난 다른 손으로 바닥 이불을 꽉 쥐어버렸다. 누군가 쥐고 있다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를 만큼 아주 강하게, 덧없이 강하게.


 결국 추락하는 천사에게도 날개는 없었다. 


-


갤럭시북 이온으로 바꾸고 난 뒤 처음 써보는 글.


모카리사 글은 다신 안 쓰기로 했는데, 떠오르는 게 많아서 결국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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