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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교수 X 대학원생(?) 2~4

legaldru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8 22:24:54
조회 1083 추천 18 댓글 2
														

교수 안 나옴, 대학원생 과거 시점

(주의: 눈치 없는 새끼를 보면 혈압이 오르는 사람은 뒤로가기를 누르실 것을 권장)


======


2


 "넌 여자로 태어난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뜬금없이 같이 술을 마시던 연지가 던진 말이었다.


 "뭔 헛소리야."


 "네가 남자였으면 분명 한 번쯤은 여자한테 뺨 맞았을걸?"


 "지랄. 내가 뭘 잘못했다고."


 "너 솔직히 말해서 친한 사람과 안 친한 사람 외의 구분이 네 안에서 있긴 하냐?"


 "그런 게 필요해?"


 "하...... 노답......"


 한숨을 쉬던 연지는 자신의 잔을 비웠다.


 "만약 나랑 주희가 같이 밥 먹자고 톡 오면 넌 누구랑 밥 먹을 거냐?"


 "약속을 각각 따로 잡으면 되지."


 "둘이 같은 날에 밥 먹자고 연락 오면?"


 "둘이 같은 날에 시간 된다는 거니까 셋이서 먹으면 되겠네."


 "하아...... 네 룸메한테 좀 잘해줘라......"


 "뭐, 내가 뭘? 내가 걔 부탁을 안 들어주길 했냐, 걔 카톡을 씹기라도 했냐,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건 네가 네 다른 친구들한테도 다 똑같이 하는 행동이잖아."


 "그게 뭐 어때서?"


 "하아..... 너에겐 더 친하다든가 덜 친하다든가 하는 감이 없겠지만 주희는 널 꽤 좋아하잖냐."


 "주희가? 그럴 리 없어."


 듣고 있던 연지가 내 뺨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아, 뭐야?"


 "때리려던 거 참았다."


 "아니, 내가 틀린 말했어? 게다가 걔는 남친도 있잖아."


 "그런 의미로 좋아한다는 게 아니잖아."


 "아, 몰라. 관심은 걔 남친이 걔한테 주겠지."


 "네가 그러니까 연애를 못 하는 거다."


 연지가 한심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며 말했다. 어차피 연애엔 관심도 없지만 자기도 지금 솔로인 주제에 놀리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아, 너나 잘해! 애인 없어서 나랑 술 먹고 있는 주제에."


 "난 하고 싶어지면 하려고 할 거거든? 모쏠 서지연씨는 애초에 연애를 하고 싶은 욕구는 있으세요?"


 "굳이 따지자면 없는데."


 그 말을 듣고 연지는 테이블의 소주병을 들어 올렸다. 빈잔을 내밀어서 술을 받는데 연지는 병에 남은 소주를 전부 부었고, 내 술잔은 넘치기 직전까지 차올랐다.


 "야, 미쳤냐?"


 "표면장력."


 "우리끼리 술 마시는데 웬 표면장력이야?"


 "꼬우면 한 병 더 시키든가."


 "오냐."


 그렇게 1병만 나눠마시기로 했던 술자리는 둘이서 3병을 비우고 끝났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연지가 경고하려던 말이 뭔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3


 지금 룸메 주희를 처음 만난 건 3학년 때였다. 2학년 때 들어간 과학생회는 1년만 하고 그만두기로 했지만 이번 개파는 가야 될 것 같아서 1차만 참석하고 혼자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적당히 취해서 기분 좋게 걸어오고 있는데 길가에 서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험악한 표정을 지었던 남자는 옆에 같이 있던 남자와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 남자 둘 사이로 웬 여학생이 고개를 숙이고 쭈그려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개파 시즌, 늦은 밤, 정신없어 보이는 여학생과 수상해 보이는 남자 둘......'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취해있었던 나머지 그 여학생을 돕는다기보다는 그냥 장난으로 허튼 생각하고 있는 남자들을 엿먹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그 여학생을 향해 걸어갔다.


 "수연아! 여기 있었구나!"


 대충 아무 이름으로 부른 다음에 그 여학생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남자 둘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일으켜 세워진 여학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아까 남자들이 당신을 앞에 두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 마주친 절 째려보길래 수상해 보여서 아는 척했어요."


 "아, 아뇨.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때의 난 취해있었고, 아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그 여학생을 기숙사로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뜬금없이 인형 뽑기가 하고 싶어져서 길가에 있는 뽑기 기계로 가서 돈을 넣었다. 뽑기에 열중하다가 인형을 하나 뽑았을 때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우와!"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여학생이었다.


 "앗, 아직 안 가셨어요?"


 "귀여운 거 뽑으셨네요."


 취해서 아무 생각 없이 뒤따라 오신 듯했다.


 "가지실래요?"


 어차피 인형뽑기는 재미로 하는 거라서 욕심은 없었다. 처음보는 사람이지만 인형을 열심히 보는 걸 보니 내가 가지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그래도 되나요?"


 "전 재미로 하는 거고, 기숙사에 인형은 이미 많아서."


 "와, 감사합니다. 아, 기숙사 사세요?"


 "네."


 "저도 기숙사 사는데 그럼 같이 돌아가요."


 "그러죠."


 기숙사로 돌아가는 내내 술기운에 텐션이 올랐는지 그 여학생은 끊임없이 말을 했다. 통성명하며 주희가 과연 내일 날 기억하기는 할까 싶었지만 취해서 혼자 떠드는 걸 듣는 건 재밌었다. 그리고 다음 날 교양과목 수업에서 주희를 다시 만나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주희의 권유로 그 다음학기부터 쭉 룸메를 하게 되었다. 알게 된 계기는 특이했지만 같은 과 친구나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연지처럼 똑같이 친하게 지냈기에 주희가 굳이 나를 걔의 친구 중에서 특별히 좋아할 리는 없다.


4


 눈치가 더럽게 없어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하자면, 2년 전, 학부 4학년 때 개별연구로 연구실에 다니던 때였다. 연구 주제를 보고 랩을 찾아간 거라 교수님이 인간적으로 좋은 분일 거란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법적으로 문제 되는 일을 하는 분은 아니셨다. 한 달 동안 열심히 굴렀더니 오히려 연구 참여 인건비를 주겠다고 하셔서 어차피 노예일 거라면 돈 많이 받는 노예가 좋지 않나 생각하며 대학원을 가게 되면 이 랩이 괜찮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같은 랩에 있던 유일한 여자 학부생 동기, 조아연과도 친해졌다.


 그리고 사건은 교수님이 미국 출장을 가시느라 일주일 동안 안 계실 때 터졌다. 저번 주 미팅 때 숨겨둔 실험 결과를 다음 미팅 때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어차피 교수님도 안 계시니 거의 매일 밤 아연이와 술을 마셨다. 그러던 토요일 밤, 아연이가 상당히 취해서 돌아오는 길에 아연이를 자취방에 데려다 주고 있었다. 건물 앞까지만 데려다주고 돌아가려 하는데 자기 자취방이 넓고 좋은데 구경하고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때는 나도 취해있었던 터라 아무 생각없이 재밌을 것 같아서 방에 따라 들어갔다. 방에 들어갔더니 아연이는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서 잔에 담고, 위스키를 한 병 깠다. 아연이가 술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같이 늦게까지 엄청 마시고, 또 위스키를 까는 건가 싶었지만 공짜 술이라는 생각에 덥석 받았다. 위스키를 마시며 아연이는 이 방이 월세 얼마고, 자기가 다음 학기엔 방을 옮길 수도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이 방에 들어올 사람을 찾아서 나한테 방을 보여주는 거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넌 연애 언제 해?"


 갑자기 아연이가 다른 얘기를 꺼냈지만 화학과에 4학년이 되도록 모쏠인 여학생으로 이미 유명했던 나는 이런 질문에 익숙했고, 친구들도 다 알고 자주 놀리던 터라 아연이의 이 질문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 몰라. 안 해. 못 해."


 "너 혹시 여자 좋아해?"


 "미쳤냐?"


 "아, 그래? 난 남자밖에 안 사귀어 봤지만 상대한테 반한다면 여자랑도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 미쳤냐고 한 건 미안. 네가 여자랑 사귄다면 존중하도록 할게. 하하."


 "그래? 아, 좀 졸리네."


 그렇게 말하면서 아연이는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나는 핸드폰을 보면서 시선을 돌렸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고개를 들자, 아연이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 자게?"


 "자고 갈래?"


 그렇게 물으며 나를 바라보는 아연이의 눈빛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참..... 그윽했다..... 그 순간 말도 안 되는 가정이 떠올랐다.


 '아, 설마..... 서얼마......."


 그 가정이 사실이든 아니든 자고 간다는 선택지는 나한테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 잔에 남은 위스키를 비우고, 기숙사로 돌아가서 자겠다고 말했다.


 "진짜 갈 거야?"


 가정이 사실일 가능성이 좀 더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어..... 다음에 봐."


 바보 같이 웅얼거리며 대답하고는 방에서 튀어나와 기숙사까지 달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니, 그래, 술 쳐먹고 자취방이 넓고 좋다는 핑계를 대고 방에 들어올 건지 묻는 상황이 남자와 여자 사이였으면 아무리 눈새인 나도 무슨 의도인지 파악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린 둘 다 여자잖아. 이걸 어떻게 예상하냐고!


 후일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아연이가 여자라는 사실만 빼고 연지한테 얘기했을 때 연지는 숨이 막혀서 기침할 때까지 웃어댔다.


 "야, '너 라면 먹고 갈래?'는 무슨 뜻인지 아냐?"


 "그건 알거든?"


 "근데 그럴 마음도 없으면서 왜 그걸 따라 들어가냐 멍청아. 하하하."


 "야, 솔직히 정말 방을 자랑하고 싶었다는 확률이 50%는 되지 않냐."


 "크게 잡아도 10%일 거다 눈새야. 네 평소 행동을 생각하면 분명 네 딴에는 그냥 친구 대하듯이 해왔겠지만 그 분은 네가 자신한테 그런 쪽으로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셨을 걸?"


 '아니, 여자애니까 50% 정도는 될 것 같은데......'


 하지만 걔가 여자라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조용히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여름학기가 끝나기 전, 교수님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랩에서 화를 자주 내기 시작하셨고, 견디다 못한 아연은 그 다음 학기엔 랩에 오지 않았다. 나는 그 일 이후로 어색했던 아연이와 공적으로 마주칠 일이 없어졌다는 것에 조금은 잘됐다고 생각했다.


=======

더 눈치 없는 인간으로 설정할 걸 그랬나
그냥 설정해 놓고 쳐박아 두기 아까워서 썼는데 뒷부분은 언제 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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