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사기 치사토와 마법의 주머니



어제 파스파레 연습이 끝난 후 하나에게서 이상한 주머니를 받았다.

" 생일 축하해 치사토짱. 이거 생일 선물이야! 안에 구슬이 3 개 들어있는데 필요할 때 하나씩 쓰면 된데 "
" 고마워 히나짱. 근데 필요할 때라니?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거야? "
" 앗 지금 열지 말구. 내일 열어봐바. 잘 가 치사토짱! "

그렇게 생일 선물이라고 받은 이 주머니는 뭘까하고 고민했지만 집에 돌아오고 나서는 완전히 잊어버렸다.

...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처음보는 세상이었다.
어제 분명 내 방 침대에서 잠을 들었을텐데 여긴 초원이었다.
넓게 펼쳐진 초원과 푸르른 하늘, 그리고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시라사기 치사토.
어째선지 왼손에 어제 받았던 그 주머니가 들려있었다.

' 혹시 이건 하나짱의 소행인걸까 '
' 필요할 때 쓰라니... '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더니 머리가 아파왔다.

' 일단 구슬 하나를 꺼내볼까 '

주머니를 열고 손을 넣어 구슬 하나를 꺼냈다.
둥글고 매끈한 구슬은 햇빛에 비쳐보니 아름다웠다.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고 구슬이 사라졌다.

" 후에에 "

눈을 뜨니 거기에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 카, 카논? "
" 치사토짱? 후에에 여긴 어디야? "

눈을 감았다 떠도 앞에 카논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 치사토짱? 치사토짱! "
" 응? 아 응응 카논 "
" 여기가 어딘지 치사토짱도 모르는거지? "
" 응. 나도 방금 여기서 눈을 뜬거라 뭐가 뭔지 모르겠어 "

그래도 하나, 이 구슬이 의미하는 것은 알 것 같았다. 구슬 하나당 사람 한 명을 부르는 것 같다. 누구를 부르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카논이 나타나줘서 기뻤다.

" 그래도 다행이야. 치사토짱과 같이 있으면 무섭지 않은걸! "
" 후후, 나도 그래 카논.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을 해볼까? "
" 앗 저기 봐바! 저기서 뭔가 반짝했어! 저기로 가보자! "

그렇게 말하고 카논은 내 손을 잡아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반짝였다는 건지 내 눈으로 보진 못했으나 일단 카논의 손을 잡고 달렸다.

한참 달리고나니 초원이 끝나고 숲이 앞에 나타났다. 숨이 차올랐기에 카논에게 잠시 멈춰달라고 했다.
카논은 이 거리를 뛰어왔는데도 그렇게 힘든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 아까 반짝인 거는 토끼인 것 같아 "
" 토끼? "
" 응. 작고 하얗고 둥글둥글하고 폴짝폴짝 뛰어가는 모습이 꼭 토끼 같은걸 "

달리는 중에도 반짝인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카논이 토끼라고 했으니 우리는 토끼를 좇아 온 것이겠지.

" 치사토짱 이제 숲 속에 들어가볼까? "
" 그래 좋아. 그래도 숲 속은 좀 어두우니깐 걸어서가자 "
" 응 "

그렇게 카논의 손을 잡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 속은 조용했다. 카논과 나의 발걸음 소리만이 들린다. 나뭇잎으로 가려진 하늘은 마치 밤하늘처럼 보였다.

" 치사토짱 저기 봐바! 숲이 끝나나봐! "

카논의 말대로 숲이 끝나가는 것 같았다.

숲을 빠져나오니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처음 봤던 그 초원과도 무척이나 흡사해 보였다.

" 카논? 여기 아까 우리가 처음에 깨어난 그 초원 아닐까? "
" 후에에? 어라라? 어째서 다시 여기로 나온거지? "
" 아마 숲 속에서 길을 잃었나봐. 숲 속에선 방향을 잃기 쉽잖아 "
" 후에에 미안해 치사토짱 "
" 괜찮아 카논. 다시 그 토끼를 좇아 숲 속으로 들어가보자 "

라고 말한게 화근이었다.
카논과 같이 몇 번이나 숲 속으로 들어갔지만 몇 번이고 숲 밖으로 나와서 처음의 초원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 후에에 또 여기로 나와버렸어 "
" 괜찮아 카논.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보자 "
" 알았어 치사토짱! 내게 맞겨줘 "

...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카논이 사라져버렸다.

" 카논? 카논?? "
' 아 설마 구슬로 사람을 부르는 것에 시간 제한이 있는 건가? '

그 생각이 들자 곧바로 주머니에서 두 번째 구슬을 꺼냈다.

" 펑! "

펑 소리와 함께 생긴 안개가 사라지자 거기엔 키 큰 사람이 나타났다.

" 어라 치사토 기묘한 곳에서 만나는 구나 "
" 안녕 카오루 "

' 실패다. 어째서 카오루가 나온거지? 안돼 이럴 수 없어 '

하나 남은 구슬을 쓰냐 마냐로 고민을 하느라 머리가 아픈데 옆에 있는 카오루가 신경에 거슬렸다.

" 아아 이곳은 마치 요정들이 살 것 같은 숲이로구나. 아아 덧없구나 "

덧없구나라는 말이 버튼이 되어, 주머니에 남은 구슬 하나를 바로 꺼내버렸다.

" 펑! "

" 어라 허공에서 아기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났구나 "
" 어? 치사토 선배? 카오루상? "

망했다.

" 여기가 어디에요 카오루상? "
" 그게 나도 잘 모르겠구나 "
" 치사토 선배 괜찮아요? 혹시 배 아파요? "

망했다.

" 아까까진 괜찮았는데 갑자기 이러는 걸 보니 아까 마신 연기때문인 것 같구나 "
" 그러면 같이 달려요, 치사토 선배 "

그렇게 말하고서 내 손을 잡아 당기며 초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카오루는 뭐가 즐거운지 뒤따라 달려오면서 덧없구나를 외치고 있었다. 사랑의 도피라나 뭐라나.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첫 번째 구슬에선 카논이 나왔다.
두 번째 구슬에선 카오루가 나왔다.
세 번째 구슬에선 타에가 나왔다.
이제 더 남은 구슬은 없다.
이게 꿈이라면 얼른 꿈에서 깨어났으면.

" 어라? 저기 토끼가 지나갔어요! "
" 아아 드넓은 초원에서 사는 토끼라니! 이처럼 덧없는 생명이 다 있구나 "
" 토끼를 제가 잡아올게요! "
" 아아 덧없구나 "

타에는 내 손을 놓고 토끼를 잡으러 먼저 달려갔다. 힘이 빠져서 손을 놓치자마자 바닥에 풀썩 앉았다.

" 치사토여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은가? "

아아 그냥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게 전부 히나짱 탓이야.
아아.

" 치사토 선배! 토끼! "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앞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내 가슴품으로 뛰어들어왔다.

...

가슴에 퍽 맞은 듯한 감각이 들어 화들짝 일어나고 말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 방이었다. 내 방.  

' 돌아왔다! '

머리 맡에 있는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아침 알람이 울리기 2 분 전이었다. 자는 사이에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많이 쌓였다.
그리고 핸드폰 옆으로 주머니가 보였다.
주머니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투명한 유리 토끼 모형과 함께 쪽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 생일 축하해 치사토짱! - 히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