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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핏빛 아스타리스크 上

ㅇㅇ(1.227) 2020.03.21 17:07:56
조회 224 추천 13 댓글 1
														

과거의 나는 사랑밖에 모르는 순진한 머저리였다.


평생을 책임지겠다며 다가왔던 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다 내어줬지만 남은 것은 망가진 심신과 작은 딸아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은 너무도 많아 셀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딸이 눈에 밟혔다. 


이 어린 생명은 내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까 이 어린 아이이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하지만 변방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소녀였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상점의 종업원 그러나 나는 딸을 돌봐야 했기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여성뱀파이어를 상대로 하는 주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뱀파이어를 혐오했기 때문에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보수가 보장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뱀파이어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주점의 종업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물론 평범한 종업원은 아니었다. 에프터 라고 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원하는 종업원과의 하룻밤을 가질 수 있었다.


그 하룻밤엔 성적인 서비스 뿐만 아니라 혈액의 제공도 있었기에 엄청난 인기가 있었고 나는 거의 매일 에프터를 가졌다. 


덕분에 나는 꽤 많은 부를 축적할 수가 있었다.


거기다 일은 주로 밤에 하니 낮에는 아이를 돌볼 수 있었고 저녁에 일을 나갈때면 고용한 보모에게 딸 아이를 맡기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딸 아이를 키웠고 딸 아이를 부자들만 다니는 기숙학교에 입학도 시켰다. 


물론 딸아이에겐 비밀로 하고 있다. 이제 돈도 벌만큼 벌었으니 그만둬도 되지만 나는 아직도 그 풍속점에 다니고 있다.


"펠리스 넌 벌써 우리 주점에서 일한지 음.. 미안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가 시간관념이 희미하네"


"올해로 16년차에요 점장님"


점장은 이 가게의 주인으로 뱀파이어였다.


"그렇구나 그런데 들어올땐 딸 아이때문에 어쩔수 없었다지만 16년이면 인간은 다 크지 않나?"


점장은 날 뒤에서 살짝 껴안으며 볼을 비볐다.


"그런데... 왜 아직도 우리 가게에서 일 하고 있어..?"


점장의 목소리는 끈적했다. 나는 점장을 때어놓았다.


"점장님이 더 잘 아시면서"


점장에게 약간 눈웃음을 치며 가디건을 걸치고 카운터로 나갔다.


16년이면 인간은 보통 늙어서 쭈글쭈글해졌겠지만 뱀파이어들에게 흡혈을 당했기 때문일까 피부는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시력이나 청력같은 것도 젊을때 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아마 늙는다기 보다는 농후해진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그때 나가려던 날 점장이 붙잡았다.


"오늘은 에프터 받지마"


"후후 왜 그러시나요 점장님?"


점장의 볼부터 긴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물었다.


"오늘따라 좀 달콤한 피가 땡기네...♥"


"알겠어요."


살갑게 웃은 뒤 카운터로 나왔다.


16년동안 가장 많이 에프터를 가진 뱀파이어는 점장이었다. 


"어서오세요. 음료는 어떤걸..."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보고 얼어붙었다.


"저 저기 헬라야 이건..."


헬라 나의 딸이었다. 그녀는 말이 없이 날 째려보고 있었다. 


"하.. 돈이 어디서 나왔나 했는데"


"그 헬라야 다 설명할 수 있어 그러니 잠깐만.."


"설명? 뱀파이어들한테 다리나 벌리는 창녀주제에"


"너 너... 그게 엄마한테 무슨 말이니!"


"엄ㅁ.. 아니 당신... 너무 역겨워! 당신하곤 끝이야! 날 찾지마!"


헬라는 그렇게 말하고 풍속점을 뛰쳐 나갔다.


너무 큰 충격에 멍하니 있다가 헬라를 찾아 여기 저기 돌아다녀 보았지만 학교엔 이미 퇴학신청을 한 후였고 사람을 시켜 찾아보기도 했지만 어디로 간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거진 한달간을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 박혀 술에 취해 살았다. 


"저기 펠리스.. 있니?"


집에 찾아온 것은 점장이었다. 


"...뭐에요?"


"아니 그 가게도 안 나오고 해서 걱정되서..."


"걱정? 하 됐어요 내 몸이 그리웠겠죠 난 창녀니까"


입고 있던 원피스를 내렸다. 


"이리 와요 그동안 많이 받았으니 오늘은 공짜로 해줄게"


점장은 나에게 다가오더니 원피스를 다시 올려 주었다.


술에 취해 누워있기만 해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점장은 비틀거리는 날 부축해 소파에 앉았다.


점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날 바라보았다. 


뱀파이어의 붉은 눈동자..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약간 무서웠다.


"많이 힘들었구나..."


점장은 날 부드럽게 껴안아 주었다. 


점장의 피부는 뱀파이어라 차가웠지만 품속은 따듯했다.


"네 딸 내가 같이 찾아줄게" 


"가게는 어떡하구요"


"근 300년간 쉬질 않았으니 이 기회에 좀 쉬지 뭐 다른 종업원들 휴가도 보내줄겸 해서 하하 좋지?" 


말을 하지 않아도 점장의 생각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전 인간이에요..."


"그래서?"


"뱀파이어한테 물리면 약간은 뱀파이어처럼 된다고 해도 전 죽어요. 아마 몇십년 정도 지나면..."


"뱀파이어도 죽어 뭐 난 대충 1200년정도 남았지만은..."


잠시동안 말없이 점장의 품에 안겨 있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그거알아?"


"어떤거요..."


"뱀파이어는 워낙 오래살다 보니까 사실 인간처럼 독점욕이 별로 없어 뭐 그냥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백년정도 만나면 질리니까 그냥 처음부터 여러사람이랑 만난다고 할까"


"...."


"그래서 뭐 뱀파이어들 사이에는 결혼 같은 것도 없고 불륜같은 것도 없고 그냥 즐기는 것 밖에는 없다고 할까 그래서 우리 주점도 그렇게 잘 되는 거고... 그런데 난 가끔 내가 인간이었으면 할 때가 있거든 짧은 순간일 지도 모르지만 사랑에 빠졌을때 말이야"


".....그 말은 점장님은 절 진심으로 사랑하셨다는 이야기인가요."


"뭐 그렇지 100년쯤 지나면 잊어 버릴 지도 모르지만"


"..."


"하하 그 고백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나? 다른 종업원인 애가 여자는 약할때를 공략해야 한다고 해서 하하하"


점장의 품에 안겼다.


그날 밤은 뱀파이어 피부의 차가움보다 사랑의 따듯함에 뜨거웠던 밤이었다.


다음날 짐을 챙기고 마차와 마부 그리고 용병들을 조금 고용했다. 뱀파이어는 태양에 약했기에 대낮부터 걸어다닐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펠리스! 뭔가 신혼여행 떠나는 것 같지 않아?"


"됐어요. 즐거운 기분낼 시간 없어요. 빨리 헬라를 찾아야 하니까요."


"아 음 뭐 그렇지... 이제 헬라가 내 딸이기도 하니까 음"


"예? 아직 거기까진 진도가 안 나간것 같은데요?"


"에이 연인이나 부부나 뱀파이어 입장에선 그게 그거거든 아, 그리고 언제까지 점장이라고 부를거야?"


"알겠어요. 루자벨라"


점장으로만 부르다 이름으로 부르니 인간처럼 귀가 붉어지진 않았지만 귀가 쫑긋쫑긋 움직였다. 귀여웠다.


그렇게 여기 저기를 찾아 다니다 기적적으로 딸의 행방을 알고 있는 마녀를 만났다. 


"그러니까 그 갈색머리에 파란 눈의 여자애가 당신 딸이라는 이야기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당신 옆에 있는건 뱀파이어인가?"


"예 그런데요?"


"음 뱀파이어가 이야기 안 해주던가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뭐라고?!"


옆에서 잠자코 듣고있던 이자벨라가 깜짝 놀라 마녀에게 소리쳤다.


"아.. 아니 그 여자애가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는 마법을 찾는다고 했었거든" 


이자벨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왜 그래요? 무슨 이야기에요?"


나는 겁에 질려 이자벨라에게 물었다.


"그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는 저주가 있는데 아마도 헬라가 그 마법을 찾고 있는것 같아" 


"그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아니 그 마법을 쓰면 부작용이 있어서 그 마법에 걸린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던 사람을 죽을때 까지 흡혈하게 되..."


"에"


"그 마법을 풀 방법은 없나요?"


"아, 너무 걱정하지마 일단 그 사람의 피를 조금만 흡혈해도 마법은 금방 풀리니까 내가 네가 죽기 전에 헬라를 때줄게 만약 뱀파이어가 되었다면 말이지"


한시가 급해진 이자벨라와 나는 서둘러 헬라를 찾아 떠났다. 


그러나 헬라를 찾았을 땐 이미 뱀파이어가 되고 난 후였다.


나는 이자벨라에게 마차에 있으라고 한 뒤 홀로 헬라와 마주했다.


"헤.. 헬라야..."


그녀의 피부는 창백했고 눈은 짙은 붉은색이었다. 


"...."


"왜 그런 마법을 쓴거니!" 


"궁금해졌거든"


"뭐.. 뭐가"


"엄마는 왜 그 일을 그만두지 못 했을까? 뱀파이어한텐 뭔가 매혹의 저주같은게 있나? 싶었어 그래서 그랬다면 엄마는 저주에 걸린거니까 그것만 풀면 다시 엄마를 사랑하게 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때 헬라는 순식간에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니였어.. 매혹의 저주같은건 없었고 그냥 엄마는 뱀파이어랑 히히덕대는 창녀였어" 


헬라가 나의 목덜미를 물었다. 


보통의 내가 만났던 뱀파이어들은 흡혈을 하기 전에 침으로 마취 비슷한 것을 하게 때문에 몰랐지만 그냥 물리니 너무 고통스러웠다.


"끄으윽.. 헬라야 정신차려..."


헬라는 내 말을 들을 수 없는것처럼 날 밀어 넘어뜨리고 내 피를 빨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이자벨라가 헬라의 목덜미를 붙잡아 나에게서 떨어트렸다.


"크으으 뭐야 네년은!"


"그만해"


헬라는 이자벨라에게 달려들었지만 이자벨라는 아무렇지 않게 헬라를 제압했다. 


"네 엄마 마음도 모르면서 엄마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어?"


"크으으 네가 뭘 알아!"


"난 펠리스가 처음 겁에 질려서 내 주점에 일하겠다고 왔을때부터 그녀를 알았어! 그런데 넌 뭘 알지?"


헬라를 거칠게 압박하며 소리치는 이자벨라


"널 위해 뱀파이어들한테 몸까지 팔아가며 널 키운 네 엄마에 대해 뭘 아냐고!"


헬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헬라의 피부색이 흰색에서 점점 분홍빛으로 돌아오는게 보였다. 


그리고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헬라


"끄으윽  흐윽"


나는 헬라를 껴안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헬라가 울음을 그쳤다.


"그래도 엄마가 뱀파이어한테 몸을 파는 창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헬라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아, 그거라면 걱정마 이제 종업원에서 내 와이프로 취직했으니까!"


이자벨라가 웃으며 말했다.


"하?"


헬라가 나를 째려보았다. 


"음 뭐 그렇게 됐어..."


"그게 무슨 소리야! 뱀파이어 와이프라니 거기다 이 뱀파이어 여자잖아!"


"이 뱀파이어라니 이제부터 음.. 그래! 펠리스가 엄마니까 난 어머니라고 부르렴!"


"하아? 집어치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집을 나가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느라 엄청 힘들었던 모양인지 어찌 저찌하여 집에 돌아온 헬라 그리고 이자벨라


"아니 당신은 왜 따라오는거냐고!"


"당신이라니 어.머.니라니까"


이자벨라는 웃으며 헬라를 압박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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