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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만우절 농담을 한 아야가 보고 싶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0.127) 2020.04.02 02:07:20
조회 751 추천 29 댓글 4
														
만우절에는 늘 당하는 역할만 해오던 아야가 올해 만우절에는 속이는 역할에 도전해보기로 했어 하지만 당하는 역할만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지 애당초 거짓말에 능숙하지도 않았던 탓에 아야의 농담은 번번이 들통났고, 간혹 자기가 당하기도 했어 결국 지난 만우절들과 다르지 않은 하루였던 셈이야

하지만 그렇게 끝내기는 영 섭섭하단 말이지 이왕 시작한 거 만우절이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한 명한테 농담을 시도한 거야


치사토쨩, 나 지금껏 숨겨왔지만 치사토쨩을 줄곧 좋아해왔어
아, 이건 만우절 농담이네


물론 단번에 들켜버리지만



집에서 잘 준비를 하던 치사토는 아야의 메시지를 보고 바로 만우절 농담이란 걸 깨달아 그도 그럴 게 치사토는 하루종일 아야의 옆에서 아야가 만우절 농담을 하는 모습을 다 지켜봤거든 그래서 메시지를 보고도 자기 차례가 왔구나 싶은 거지 하지만 그게 농담인 걸 안다 해도 메시지를 본 순간 동요하게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거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치사토는 아야에게 강렬한 사랑을 품고 있어 치사토가 워낙에 타인을 속이고 자신을 감추는 솜씨가 능숙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야
그래서일까? 메시지를 보고 이건 농담이네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하는 미약한 기대를 품어버렸어 물론 얼마 가지 않아 완전히 사그라들어버리지만 어째서인지 적당히 반응해주고 끝내고 싶지 않은 거야

내가 그동안 억누르기도 힘든 마음을 억지로 짓밟아가며 참아온 말을 너는 어쩜 그리 가볍게 입에 담을 수 있니,
치사토답지 않게 괜한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 거지 그래서 치사토는 답장을 보내기 직전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자기가 쓴 메시지를 그대로 송신해버려



나도 아야쨩을 줄곧 좋아해왔어 고마워, 이번에도 용기를 낸 건 아야쨩 쪽이구나 정말로 고마워, 기뻐


아야는 답장을 받고서 잠시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별안간 머릿속에서 정리가 끝나자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트려

어라, 내가 생각한 반응은 이게 아닌데? 치사토쨩이라면 뭔가 심도 있는 말을 건네올 줄 알았는데?
미리 만우절 농담이라고 적은 종이까지 준비해두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던 아야는 치사토의 답장을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눈치야

혹시 치사토쨩도 만우절 농담을 한 걸까? 그런데 농담이 아니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그때 또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들려와서 아야는 조심스레 메시지를 확인해



내일 만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만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테니 내일이라도 보고 싶어 아야쨩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되니 참을 수 없어서, 민폐일까?

이쯤 되면 농담으로 응수한 건 아닌 것 같구나 싶은 거야 그렇다고 자기는 농담이었다는 말을 꺼낸다? 아무리 장난으로 꺼낸 말이라지만 치사토에게 실연의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은 한 조각도 없어
그렇게 아야는 다음 날 치사토와 데이트를 하게 돼



데이트는 너무나 순조로웠어
아야가 치사토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망설여도 치사토가 그런 아야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쭉 이끌어가고 있거든 아야에게 마음을 전할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라도, 같은 심정으로 몇 번이고 생각해본 데이트 플랜 덕분이었어

치사토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아야의 연인으로 지낼 마음이 없어 적당히 때가 되면 아야의 농담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고 얘기해주고 이번 해프닝을 끝낼 셈이야 그래도 모처럼 찾아온 기회니까 딱 한 번만 기분을 만끽해보고 싶은 거지

그것은 치사토가 예상한 대로 무척이나 푹신하고 달콤한 기쁨이었어 하지만 씹을수록 씁쓸한 맛이 번져나가 어쩔 수 없지 아야가 치사토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망설이는 것이 자꾸만 보이니까 역시 아야는 나를 향해 그러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구나 새삼 느끼게 되는 거야



치사토가 줄곧 생각해온 데이트 플랜도 끝에 다다르며 자연스레 헤어질 분위기가 되었어 치사토는 아야를 데리고 한적한 공원으로 향했어 치사토는 이제 사실을 말해주려고 해 그러면 어떻게 될까 치사토는 잠시 생각해봐


아야쨩은 깜짝 놀라서 언제부터 알고 있었냐고 묻겠지 그럼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대답하면 돼 그리고 오늘 하루 아야쨩이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즐거웠다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면 아야쨩이 완전히 속았다며 발끈하겠지 어쩌면 긴장이 풀려서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풀려버릴지도 몰라 그 모습도 무척 귀여울 것 같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그리고 내일부터 또...

역시 말하고 싶지 않아
무심코 되뇌이던 때였어


“치사토쨩.”
“응? 왜 그러니, 아야쨩?”

“저기... 나 실은 치사토쨩에게 말해야 할 게 있어.”
“말해야 할 거, 라니?”

“사실은 있지,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아야쨩이 좋아한다고 말한 게 사실은 농담이었다는 것 말이니?”


치사토가 서둘러 아야의 말을 가로채
지금 분위기를 보면 아야가 먼저 자기가 한 말이 만우절 농담임을 밝히려는 것 같아 그래, 책임감이 강한 아야라면 충분히 할 수 있던 행동이야 하지만 치사토는 아야가 그 말을 꺼내게 하고 싶지 않아 겉보기에는 누가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아야가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자신만 상대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버틸 수 없을 것 같단 말이지


표정 관리도 못 해서 추한 모습을 보일지 몰라 아야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순 없어 그러니까 상대가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먼저 끝내버리자,
그런 심정으로 말을 가로채고 아야의 말을 기다려 하지만 아야가 잠시 머뭇거리다 내놓은 반응은 치사토의 예상과는 완전 딴판이었어



“하지만 치사토쨩은 날 정말로 좋아하는 거지?”
“뭐... 아야쨩, 지금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거니...”

“아니야?”

자신을 쳐다보는 아야의 눈빛에서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돋보이던 그 의연함이 엿보이니 부정해봤자 소용없음을 느꼈어 하지만 그녀의 눈을 피하며 애써 부정하려 해


“아야쨩,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라. 우리에게는 사회적 위상이라는 게 있잖니, 하물며 우리처럼 우리를 아끼고 지지해주는 팬들의 마음에 따라 내일을 보장받는 이들은 더더욱 자신의 처신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어.”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네.”
“읏, 그거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어떻게 알았어?”

“어젯밤에는 당황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보다 훨씬 눈치가 빠른 치사토쨩이 만우절에 갑자기 그런 메시지를 받고서 바로 그런 답장을 보냈다는 게 이상했어. 치사토쨩은 내가 만우절 농담을 하던 걸 옆에서 쭉 지켜봤는걸.”
“그래서?”

“그래서 혹시 치사토쨩이 나를 역으로 속인 게 아닐까 싶었어. 그런데... 난 치사토쨩이 그렇게 기쁜 미소를 짓는 걸 본 적이 없어.”
“고작 그런 걸로... 나름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토록 바라던 것이라 어쩔 수 없었나봐. 환멸했니?”



치사토의 말에 아야가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이 흘러
대답이 없다는 것은 그렇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서글퍼지는 마음에 먼저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아야가 치사토의 손을 붙잡아


“난 치사토쨩이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내가 치사토쨩에게 지금껏 품고 있던 동료애랑은 분명 다른 것이기도 하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것만 해줄래?”

“하지만 오늘 하루 치사토쨩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치사토쨩이 웃는 모습을 보면서...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당장은 그걸로 안 될까?”
“......”

“치사토쨩을 좋아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도 없으면서... 치사토쨩이 환멸한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것도 만우절 농담이라고 할 셈은 아니지?”


치사토의 말에 식겁해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저절로 숙여지던 고개를 화들짝 치켜드는 아야,
하지만 치사토의 표정을 본 순간 아야는 언제 놀랐냐는 듯 길게 숨을 토해내 그리고 치사토의 나머지 한 손까지 붙잡으며 말해


“오늘은 만우절도 아닌걸.”

그리고 바라본 치사토의 얼굴에는
치사토가 애써 감추려 했지만 감추지 못하던,
아야가 한순간 사랑을 느끼게 만든 환한 미소만 한가득이었어




집중력이 낮은 편이라 병행하는 건 힘들어서, 썰을 푸는 방식이면 금방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껏 이래왔는데 이제는 썰을 푼다기에도 뭔가 애매한 느낌까지 왔네

일단 생각해둔 거 다 털고 어쩔지 생각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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