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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Soul-mate앱에서 작성

뮻ㅇ(70.68) 2020.04.06 18:22:01
조회 814 추천 2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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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mate n. 영혼(마음)이 통하는 친구, 애인, 동조자 등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욕지거리가 나오는 몸 상태는 어젯밤에 내가 무슨 짓 거리를 하다 잤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였다. 그리고 참으로 주옥같게도 어젯밤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건 덤. 아무래도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은 침대에 남은 공간을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아 시간과 날짜를 확인해보니, 오전 11시, 12월 10일.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뒷목부터 허리, 팔다리까지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하룻밤 사이에 40년 어치의 노화가 진행된 게 아니라면 필시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던 거겠지.


그대로 멍하니 앉아 온 바닥에 빈 맥주 캔과 쓰레기들이 널브러진 방을 둘러보니 기억도 나지 않는 어제의 내가 참으로 한심스러워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기분 나쁠 정도로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나 나처럼 늦잠이라도 잔 모양인지 정오가 다 돼서야 짹짹거리며 아침을 알리는 새들이 있는 창문 반대편의 세상과는 다르게 지금 나와 내 방의 꼴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내 삶에 유일하게 빛나는 구석이 있다면 역시-


"마키쨩? 일어났어?"


-세상 누구보다 귀엽고 예쁜 내 여자친구겠지. 모습이 보이지 않던 건 식사 준비를 하고 있어서였는지, 먼곳에서 어딘가 어색한 니코쨩의 목소리가 날 부르는 게 들려왔다.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곧이어 들어온 지난 생일 내가 사다 준 토끼 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국자를 든 니코쨩의 모습은, 내 애인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너무 귀엽잖아.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거지 같은 방 꼬락서니도,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더는 생각나지 않았다. 제대로 앉기도 힘들 정도로 아파오던 몸도 씻은 듯 멀쩡하게 느껴져 바로 침대에서 나와 바닥에 발을 디뎠다. 안타깝게도 그 마지막 생각은 착각이었는지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내 몸은 마치 무너지듯 바닥으로 쓰러졌다.


바닥에 엎어져 일어나려 빌빌거리는 날 보며 니코쨩은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내가 좀 얌전하게 행동하라 했다고 일부러 저러는 건지, 평소의 니코쨩 같지는 않지만, 항상 내가 바라왔던 모습인 걸 보면 어떤 연유에서든 내게 맞춰주는 거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기분이 좋아져 지금 내 처지는 생각도 못 한 채 실실 웃으며 바닥에 앉아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게 웃으면서 멍청하게 서로를 한참 바라본 후에야 니코쨩은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분명히 뭔가 어색했다. 날 당겨 일으켜 세우는 니코쨩의 팔에는 이상하리만큼 힘이 없었다. 그냥 힘이 약한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어떤 힘도 없는 정도. 하지만 니코쨩 힘 약한 건 항상 알고 있었고, 또 지금 내 몸 상태도 이상하니까, 라고 스스로에게 설명을 마친 후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사실 반쯤 굴러 내려갔다 하는 게 맞겠지만.


방에 들어올 때의 니코쨩의 모습으로 미뤄보았을 때는 분명히 식사 준비를 하는 듯했지만, 내가 내려왔을 때는 부엌은 식재료 하나, 그릇 하나 꺼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내 방과 대조되는, 어색할 정도로 깔끔한 부엌의 상태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난 아무렇지 않은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니코쨩을 지나쳐 냉장고를 뒤지면서 아까부터 그녀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했다.


지금 집에 있는 음식 중 반은 버려야 한다는 걸 알아낸 다음 오후에는 장을 보러 가자고 생각한 후 그나마 양호한 상태의 블루베리 베이글 한 개와 토마토 몇 개를 꺼냈다. 생각 같아선 차라리 당장 장을 보러 나가서 브런치를 먹고 싶었지만, 귤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인지라 대충이라도 아침을 때우려는 심산이었다.


베이글은 둘로 갈라 토스터에 넣고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살짝 오래됐는지 약간 물렁물렁한 감이 있었지만 입안에 퍼지는 상쾌한 맛에 그런 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제야 니코쨩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토마토를 하나 던져줬지만, 그녀는 멍청하게도 잡지 못했고, 토마토는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니코쨩에게 운동 신경이 둔하다며 놀려대도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심술이 나서 일부러 과장해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크게 웃으면서 놀리는 중에 토스터에서 빵이 다 구워졌음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베이글 두 조각이 튀어나왔다. 한 조각은 입에 물고 나머지 한 조각에는 니코쨩이 좋아하는 크림치즈를 발라 그녀에게 건넸다. 한참을 들고 서 있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계속 니코쨩을 빤히 쳐다보자 그제야 두 손을 내밀었다. 니코쨩의 손바닥 위에 베이글을 내려놓았지만, 마치 허공에 떨어트린 듯 베이글은 그대로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타일 바닥으로 떨어졌다.


"니코쨩 혹시 화났어?"


아까부터 말도 없고 제대로 반응도 해주지 않아 한 질문이건만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보는 니코쨩의 표정에서 분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싱긋 웃는 그녀의 입과는 다르게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느껴지는 붉은 눈을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 없어 그녀를 옆으로 살짝 밀치고 다시 위로 향했다. 밥을 먹을 기분도, 장을 보러 갈 기분도 아니었다.


그리고 갑자기 두 눈에 고이는 눈물에 깜짝 놀라 눈을 두어 번 깜짝였다. 원인을 모르겠는 눈물은 금방이라도 흐를 것처럼 그렁그렁 매달렸고, 가슴 깊은 곳에서는 알지 못할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이를 악문 채로 고개를 홱 돌려 내 뒤를 따라오는 니코쨩을 마주하자 울렁이던 속이 터질 듯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뜨거운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따라오지 마!"


니코쨩이 지금 이 상황과 관계가 있을 리가 없었지만 그대로 소리를 지른 후 나머지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가 안방으로 향했다. 요즘은 흔하지 않은 유선 전화기에서 음성 메시지가 있다는 안내가 들려왔고, 상황에 걸맞지 않게 어째서인지 지금 당장 저 메시지들을 확인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키쨩, 린이다냐. 전화 안 받길래-]


삡-


[마키? 우미입니다. 지금 다들 걱정하고 있으니-]


삡-


[내다. 마키쨩 성격이라면 어차피-]


삡-


[메시지 건너뛸 거 아니까 띄어서-]


삡-


[-띄어서 남기겠데이. 다름 아니라-]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노조미는 못 당하겠다 생각해서 그냥 단념하고 메시지를 들었지만 별로 중요한 얘기는 없었다. 다음 주 화요일 뮤즈 멤버들끼리 모이기로 했으니 가능하면 나오라는 말과 다들 걱정한다는 뻔한 소리. 그리고 이번에도 답이 없으면 찾아가겠다는 으름장. 메시지가 다 끝났을 때쯤 어느새 방에 들어온 니코쨩의 기척을 느끼고 돌아섰다. 아까와는 다르게 너무나 슬픈 표정을 한 니코쨩을 마주하니 계단을 올라오며 느꼈던 답답함이 더 심하게 내 가슴을 옥죄여왔다.


"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봐도 아무 반응 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그 모습에 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분노에 점점 더 휩싸여서, 이내 니코쨩에게 방을 나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씨발, 나가라고!!"


내가 일어난 그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침대 위에서 베개를 집어 니코쨩을 향해 던져봐도 아까 베이글처럼 힘없이 그녀를 지나쳐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들을 던져봐도 마찬가지. 옷지거리부터 시작해서 컵, 빈 병, 나중에는 전화선까지 뽑아 던졌지만, 그중 단 하나도 그녀를 맞추지 못하고 통과해버렸다. 더 이상 던질 물건도 남지 않았을 때 난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심장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뛰고 있어 숨소리는 거칠었고, 뜨거운 눈물이 이유 없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니코쨩을 올려다보며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내 앞에 선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계속해서 흐느꼈고, 그런 날 한참 바라보던 니코쨩은 내게 손을 뻗으려다 잠시 멈칫하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서 입을 열었다.


"마키쨩, 힘들다는 건 알지만... 계속 피하기만 할 수는 없잖아."

"...닥쳐."

"마키쨩은 예쁘고 잘났으니까, 애초에 니코랑은 어울리지 않았다구."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없어 귀를 막아보지만, 애초에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말소리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마키쨩, 이제 스스로를 놔주면 안 될까? 니코니는 계속 울상짓고 있는 마키쨩은 별로 안 좋아한다구?"

"니코...쨩..."


흐느낌 사이로 니코쨩을 부르며 다가가도 만질 수가 없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지만 잡히지 않는다.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내 앞의 니코쨩은 그저 누구보다 슬픈 표정을 하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난 계속해서 오열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자, 마키쨩. 니코가 없어도 항상 웃으면서. 니코니코니-"


평소와 같이 해맑게 웃으며 니코니코니-를 외치는 니코쨩의 모습이 잠시 흐릿해지더니 흔들렸다. 눈물 때문인가 싶어 눈가를 비벼보지만, 선명한 시선으로 니코쨩을 봤음에도 그녀의 형상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고, 니코쨩에게 손을 뻗었지만 내 손이 닿은 부분은 마치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연기처럼 그녀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고, 내가 허우적거리는 사이 그녀는 이미 보기 힘들 정도로 흐릿해져 있었다.


"...니코니코...니..."


결국 입 밖으로 목소리를 꺼냈을 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멍청하게도 그녀가 사라지는 과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내 기억에 남은 니코쨩의 마지막 모습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분명히 흡족하다는 미소를 띤 채 사라져 버렸으니까.  니코쨩이 사라진 이후 허공을 그대로 바라보던 난 그제야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가장 먼저 내 머릿속을 지난 생각은 더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을 하루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아닌 기대감으로 채워 줄 사람이, 생각만으로도 날 미소 짓게 할 사람이... 그녀가 떠나간 내 삶에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다면, 정말로 내 삶에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니코쨩의 곁으로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을 내리자 행동은 어렵지 않았다. 침대 옆 서랍장을 뒤져 수면제를 꺼냈고, 남은 약을 모조리 손바닥 위에 부었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모조리 입안에 털어 넣고 삼키려 하지만 목이 메 잘 넘어가질 않는다. 마찬가지로 바닥에 널브러진 컵을 하나 집어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수돗물을 받아 억지로 들이킨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주변을 한 번 돌아본 후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마치 내 옆에 니코쨩이 함께 누워있는듯한 기분이 들었고, 눈꺼풀이 무겁게 느껴지며 두 눈이 알아서 스르르 감겼다. 그 순간 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듯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밀려오는 졸음에 몸을 맡겼다.


-


정신을 차리자마자 보이는 건 넓게 펼쳐진 하얀색이었다. 천국인가, 생각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려보니 내 왼쪽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노조미가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보이는 침대들과 현재 내가 입고 있는 병원복을 보아 병원으로 온거겠지. 몸을 일으키려 뒤척인 소리가 내 생각보다 시끄러웠는지 노조미가 눈을 뜬다.


"마, 마키? 괘안나? 어디 아프진 않고? 내 누군지는 알겠나?"


노조미의 질문 세례에는 멋쩍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 다음 내가 어떻게 병원으로 오게 됐는지에 대해 물었다. 날 여기저기 살펴보던 노조미는 한참 후에야 안심됐는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며칠째 연락도 없고 소식도 없어 불안해하다가 어제 갑자기 너무 걱정돼서 집으로 찾아갔데이. 마키쨩네 집 비밀번호는 어차피 뻔하니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무런 인기척도 없고, 부엌 바닥에는 음식이 엎어져 있고 이상하다 싶어 방으로 올라가 봤더니 네가 자고 있는데, 방 상태나 손에 쥔 수면제 통을 보고 바로 네 차로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다행히 약을 죽을 정도로 먹은 건 아닌데, 잘못 했으면 크게 아플 수도 있었을 거라 카더라."


결국 노조미에게 신세를 졌다는 얘기. 현재 시각을 확인해보니 족히 서른 시간은 잔 듯하지만 여전히 피곤한 느낌이었다. 머리도 살짝 어지러운 것 같고. 잠시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병실 문이 열리더니 린과 하나요가 뛰어 들어왔다.


"마키쨩, 괜찮아?"

"어떻게 된거야? 어디 아프지는 않아?"


병실 전체에 울릴 정도로 큰 린의 목소리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지만 아무래도 걱정을 끼친 내 잘못이니만큼 그냥 웃어넘기며 린과 하나요를 맞이했다. 다행이다며 안심하는 그 둘 뒤로 코토리와 우미가, 또 잠시 후 에리가, 그리고 언제나처럼 마지막으로 호노카가 줄지어 들어섰고, 곧 전부 나를 둘러싼 채 또 한 번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정말 다행이야. 마키쨩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잔뜩 겁먹었었어."

"마키, 그런 행동은 모두에게 걱정을 끼칩니다. 앞으로는 각별히 주의해서 행동하지 않으면-"

"정말 영리하지 못한 행동이었어. 수면제라니, 인정할 수 없어."

"마키쨩, 호노카가 만쥬랑 화과자 잔뜩 가져왔으니까 이거라도 좀 먹어. 병원에서는 빵도 잘 못 먹게 하고 밥도 맛없으니까."


한참을 시달리다 다들 좀 진정이 되고 나서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에 간호사 한 명과 전에 파파와 함께 있는걸 본 적이 있는 의사 한 분이 내게 다가왔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몸에 무리가 많이 갔고, 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안정을 취하라는 뻔한 이야기. 대충 알겠다고 대답한 다음 일단 몸에 이상은 없으니 당장 퇴원해도 좋다는 답을 받고 나서야 생각이 정리됐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조금 더 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멤버들의 걱정과 만류를 뿌리치고 화장실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머릿속에는 그냥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충 옷을 다 입고 나가보니 어딘가 모르게 침울해 보이는 분위기의 일곱 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눈치만 보며 안절부절못하다 노조미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마키, 그, 이번 일 말인데... 니콧치... 때문인 거 맞나?"


대체 무슨 역적모의를 하고 있길래 눈도 못 마주치나 했더니, 니코쨩 문제였나.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부터 여태까지 이상할 정도로 멀쩡한 기분이었다. 바로 어제 느끼던 분노도, 슬픔도 어느새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 듯 했다. 아니, 사라졌다기보다는 다시 나오지 않을 곳으로 깊게 눌렀다고 하는 게 더 맞겠지. 수면제 먹고 자살해서 곁으로 가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어느새 진정된 나 자신이 우스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걱정 마, 노조미. 마음 정리 다 됐으니까. 애초에 다 알고 있던 걸 현실 부정 하면서 혼자 쇼 한 건데, 뭐. 아픈 건 시간이 지워주겠지."


노조미는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잠시 내 눈을 바라보고는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아마 지금 내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고 판단했겠지. 결국, 다른 말 없이 힘내라는 말과 함께 내 차 키를 쥐여주고는 마중을 나가겠다며 나머지 여섯 명과 나를 끌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혼자 운전할 수 있겠어? 여차하면 호노카가 데려다줄 수 있는데..."

"혼자 운전 못 하더라도 호노카가 운전하는 차보다는 더 안전할 것 같네."

"그건 무슨 뜻이야, 마키쨩?!"


차 안에 앉아 창문을 열고 호노카와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일부러 연출하는 날 나머지 여섯 명은 불안감과 안도감이 미묘하게 섞인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래, 니코쨩이 없더라도 나머지 뮤즈 멤버들은 내 곁에 있기에 살아갈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멤버들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진정했고 정리했다, 고는 하지만 최소한 그곳에 있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더 니코쨩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둘이서도 너무 넓다고 불평하며 지내던 집에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처분해야겠지만.


돌아가면 제일 먼저 청소부터 해야겠다 다짐했지만 정작 집에 들어서니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과 함께 졸음이 몰려왔다. 수면제 약발이 엄청나게 잘 드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는 몰라도, 여태껏 몇 시간을 잤지만, 여전히 피곤함에 몸을 빼앗겨 치울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로 그대로 침대로 향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진짜로 청소부터 해야지. 안방부터 부엌까지, 니코쨩을 생각나게 하는 건 모조리 정리해 버려야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니코쨩을 정말 보내줄 수 있도록.


-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욕지거리가 나오는 몸 상태는 어젯밤에 내가 무슨 짓 거리를 하다 잤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였다. 그리고 참으로 주옥같게도 어젯밤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건 덤. 아무래도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은 침대에 남은 공간을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아 시간과 날짜를 확인해보니, 오전 11시, 12월 11일.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뒷목부터 허리, 팔다리까지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하룻밤 사이에 40년 어치의 노화가 진행된 게 아니라면 필시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던 거겠지.


그대로 멍하니 앉아 온 바닥에 빈 맥주 캔과 쓰레기들이 널브러진 방을 둘러보니 기억도 나지 않는 어제의 내가 참으로 한심스러워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기분 나쁠 정도로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나 나처럼 늦잠이라도 잔 모양인지 정오가 다 돼서야 짹짹거리며 아침을 알리는 새들이 있는 창문 반대편의 세상과는 다르게 지금 나와 내 방의 꼴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내 삶에 유일하게 빛나는 구석이 있다면 역시-


"마키쨩? 일어났어?"


-세상 누구보다 귀엽고 예쁜 내 여자친구겠지. 모습이 보이지 않던 건 식사 준비를 하고 있어서였는지 먼곳에서 어딘가 어색한 니코쨩의 목소리가 날 부르는게 들려왔다.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soul n. (사람이 죽은 후에도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영)혼

mate n. 1. 친구 2. (비격식) 배우자; 섹스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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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키 조아해?
난 조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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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229 일반 프리큐어백합이 흥하니 익숙한 분들이 보이기 시작해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7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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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223 일반 걸밴크 모모니나 싸울때 스바루 낀게 신의한수인듯 [1]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2 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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