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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쌍둥이가 화해하지 않는 이야기. (4/4) (가학/근친 요소 있음)

후구후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7 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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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쌍둥이 동생은 거울을 사랑한다.



 새벽 3시.

 연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멍든 가슴이 이불에 쓸려 아팠기 때문이다. 손을 대 보자 격한 통증과 함께 군데군데 하나가 깨문 흔적이 만져졌다. 가랑이 사이가 뜨거워지는 감각에 한순간 유혹에 사로잡혔지만, 애써 억눌렀다.

 휴대폰을 집어 건방진 후배에게 톡을 보냈다.


 「잘됐어.」

 「축하드려요, 동생님.」


 기대도 않고 보낸 톡에 즉각 읽음 표시가 뜨더니, 다음 순간 답장이 돌아왔다.


 「잠도 안 자고 보고를 기다리다니 귀여운 데가 있네.」

 「하나 선배님이 변태 동생님께 식겁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가야 하니까요.」

 「자기가 짠 계획이면서.」

 「하나 선배님은 빨리 변태 동생님을 졸업해 주셔야 하니까요. 저,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싫어하니까.」


 자신을 세뇌하는 듯한 말버릇이라고 연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할 만큼 눈치가 빨라서 자신이 언니에게 품고 있는 마음을 단번에 눈치챘을 뿐더러, 바라는 소망을 이룰 수 있도록 협력까지 해 주었다. 저 말버릇까지도 그리 싫지 않은 걸 보면 두 자매와 유전적인 상성이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본래 한 몸이었던 자신과 언니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정말 싫어하겠네.」

 「네. 다른 무엇보다도, 진심을 전하려고 하질 않죠.」

 「….」

 「그 점만 나아진다면, 얼굴은 20% 정도 취향이기도 한데….」

 「언니는 100%라며. 일란성이거든…?」

 「선배님은 10000% 취향.」

 「퍼센트 필요했던 거야…?」


 적절한 독설을 주고받는 톡을 끝낸 연이는 하나의 방으로 향했다. 하나는 창가로 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며 문자 그대로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좀처럼 떼어놓지 못하는 찡그림이 없는 하나의 얼굴은 너무 아름다워서, 연이는 매일 밤 숨이 멎을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

 게다가 오늘은 몇 년 만에, 하나에게 잔뜩 벌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의 평온한 얼굴과도, 평소의 어딘가 불만스러운 듯 찡그린 얼굴과도 다른, 잔혹한 얼굴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 * * * * * *


 하나의 머릿속에서는 유년기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는 것 같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가끔 삐치기도 하지만 언제나 자신을 따르는 귀여운 여동생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좀 지나치게 응석을 부려서 귀찮은 것이 흠이었다는 식으로 기억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대상인 연이의 입장에서 보면 실로 말도 안 되는 과거 왜곡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쌍둥이. 그것도 일란성 쌍둥이인 것이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상대보다 자신이 격하라니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연이는 싸웠다. 필사적으로 싸웠다. 자신이 하나보다 못할 것 없다고 증명하고자. 신체적 조건은 동일할 터. 싸우고 싸우다 보면 적어도 동격의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왜 하나의 기억 속 자매는 그렇게도 꽃밭인가. 답은 간단했다.

 진압했던 것이다. 무수하게. 무자비하게.

 하나는 어릴 때부터 싸움이라면 귀신이었다. 전생에는 아마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바바리안이었을 것이다. 서너 살 정도 위의 남자애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제압할 수 있었다. 사실이 알려지면 너무너무 사랑하는 어머니가 걱정하니까 그 사실을 철두철미하게 입막음할 만큼 교활하기도 했다.

 아까 거실에서 명치를 얻어맞고 뒹굴 때, 하나는 문득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라면 테이프 같은 우아한 도구가 나타날 리도 없었다. 분명 걸레다. 걸레로 입을 틀어막고서는 온갖 잔혹한 학대로 기를 꺾어놓았을 것이다. 대들지 못하는 걸 넘어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게 만들어야만 후환이 없다는 사실을 하나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가장 많이 진압당한 연이는 영혼까지도 하나에게 굴복하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고 냉혹한,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며 비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그 모습을 깊게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하나의 기억 속 자매 관계는 그렇게도 아름다웠던 것이다. 언니에게 왼뺨을 맞았다면 다음에는 엉덩이를 내밀 연이였기에.


 둘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초등학교 시절부터였다. 원흉을 찾는다면 인류 사회가 나쁘다. 사회화, 교활한 야만인에 가까웠던 하나는 그 덫에 빠지고 말았다. 교양 있는 현대인 비스무리한 것이 되고 말았다.

 언니니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믿고 말았다. 국어와 산수와 체육과 음악과 미술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망상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장기간 입원하게 되면서 자기가 연이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바바리안이 중갑을 입고 실드를 들고서 가디언을 자처하는 꼴이다. 당연히 본성을 살릴 수 없게 되었다. 연이로서는 돌아 버릴 노릇이었다. 남들보다도 빨리 부풀기 시작한 가슴을 짓밟아 주기를 바라는데. 혀에 빨래집게를 물리고 잡아끌리며 하루 종일 칙칙폭폭 기차놀이를 당하고 싶은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즈음 연이는 생각을 바꾸었다. 이것은 최근 자신의 반항이 약해져서가 아닐까. 완전히 굴종해 버린 육체는 어린 시절 같은 반항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언니가 열중하는 부분, 학업이란 부분에서 위기감을 주면 다시 이전처럼 돌아오지 않을까.

 그전까지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동기의 무게가 다르다. 그래서 이겼다. 압살했다. 그리고 기대에 부풀었다. 언니의 위엄을 침범당한 하나가 보복하러 와 주리라 믿었다.

 하나는 연이를 질투하고, 동생을 질투하는 자신을 혐오하면서, 무너져 버릴 것 같은 표정을 애써 유지하며 “잘했네. 역시 내 동생이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래도 언니가 격노를 잃어버린 게 아님은 알 수 있었다.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불씨 하나만 제대로 떨어지면 폭발시킬 수 있다.

 전 분야에서 하나를 압살하고 도발했다. 회수를 거듭해서 계속 시도했다.

 하나는 폭발하지 않았다. 내면으로 침잠했다. 합리적인 일이다. 그 사실에 분노해서 여동생에게 화풀이를 하다니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짓이니까. 부당한 마음을 속으로 삭인다. 이 나라의 교육은 바바리안을 훌륭한 문명인으로 키워내는 데에 성공했던 것이다.

 연이는 사회화를 증오하게 되었다.


 연이와 하나가 완전히 결별하게 된 건 고1 여름, 전국 체전 시기였다. 8강에서 지나치게 무리한 하나는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그런 언니가 걱정이었던 연이는 하나를 억지로 붙들어 말렸다.

 오늘은 언니가 없어도 괜찮다고. 내가 꼭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겠다고. 고열을 앓으면서도 보러 온 언니 앞에서 그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다. 2쿼터에서 이미 대회 개인 득점 신기록을 내고, 언니가 기뻐해 주기를 바라며 벤치로 돌아왔더니… 하나는 분노를 토해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할 수 있으면서 하지 않았던 거냐고.

 아픈 언니가 걱정이었기에 그때만은 솔직히 대답했다. 내가 열심히 하면 언니가 싫어하지 않느냐고.

 아마도 그게 마지막 일격이었으리라.

 하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연이 앞에서 운 적이 없었는데, 모습을 감추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었다.

 연이는 움직일 동기를 잃어버렸고, 대회는 참패로 끝났다.


 그 이후는 계속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나날이었다. 시영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농구부 후배로 알게 된 시영이는 여러모로 예상 밖의 존재였다. 교내의 소문을 수집하면서 어느 정도 하나와 연이의 관계를 파악했을 뿐더러, 하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연이가 리타이어 시켜 왔다는 사실까지 눈치채고 있었다.

 얼굴이 전부는 아니어도 또 그만한 게 없기 마련이다. 불량한 소행에 대한 소문조차 일방적인 마이너스 요소라곤 할 수 없다. 하나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녀는 열등생도 아니고, 아싸도 아니었다. 그리고 연이는 하나가 계속 그렇게 망상하도록 하나 주위를 정리해 왔었다.

 어차피 대부분 얼굴에 반한 것이니 쌍둥이인 연이가 다가가면 보통 넘어온다. 조금 깊게 사귀다 보면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고 물러서게 된다. 그렇지 않은 일부는 음험한 방법을 동원해 하나를 생각할 겨를이 없게 만들어 왔다.

 그러나 그 사실을 먼저 파악한 시영이는 연이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하나에 대한 정보를 받는 대신, 연이가 하나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받아들였고, 그 호언장담이 실제가 되었다. 복잡한 기분으로 실행한 계획이 성공해서, 하나에게 맘껏 벌을 받을 수 있었다.


  * * * * * * *


 연이는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잠든 하나의 손을 붙잡았다. 깊게 잠든 하나는 무슨 짓을 해도 모른다는 걸 연이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손을 끌어당겨 살짝 핥았다. 그 가느다란 손끝이 가져다 준 아픔과 기쁨을 동시에 떠올린다.

 오늘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본성을 마구 드러냈다. 하나는 당황하고 어이없어했지만 연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한껏 괴롭혀 주고서, 끝끝내 어린애처럼 퇴행해 버린 자신을 소중하게 돌봐 주었다.

 한껏 치태를 보였으니까 내일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밤마다 찾아와서 언니의 손을 이용해 무슨 짓을 했는지 밝히면, 틀림없이 어처구니없어서 굳어 버리겠지. 혹독한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성하면서 빌면, 틀림없이 용서해 줄 거다.

 착하게 말을 잘 듣는다면 뭔가 포상을 줄지도 모른다. 오늘 목욕을 허락해 준 것처럼. 좋은 조교에는 당근이 필수라는 사실을 언니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연이가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안 건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완전히 똑같다고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하나와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할 무렵이라 더욱 그러했다. 언제나 함께, 둘이서 하나인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고 쐐기를 박힌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언니가 사드고, 자신이 마조.

 자기혐오에 시름하는 언니와 나르시시즘에 열병을 앓는 자신.

 하나는 연이의 얼굴이 아픔으로 황홀하게 들뜰 때 웃고 있었다. 자각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그러했다. 그리고 잔혹하기 그지없는 그 미소를 연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자매는 자신이 아닌 거울상, 서로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수정란에서 갈라질 때, 언니와 자신은 둘이어야만 완벽해질 수 있는 것을 나눠 가졌던 것이다.







 《X》 Epilogue.




 「결국 언니가 폭발한 게 너에게 안 좋은 일을 하겠다고 선언한 부분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또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동생님. 선배님은 사랑하는 동생님이 못된 짓을 한다고 하니까 폭발하신 거예요.」

 「…정말?」

 「애석하게도 저와 선배님 사이는 아직 그렇게 깊은 관계가 아니라서요…. 절 좋아하신다는 것도 동생님에 대한 마음을 고칠 수 있게 되어서 고맙다는 느낌이 강하고. 거기서 멈춰 있을 생각은 없지만요.」

 「…언니는 안 줄 거야.」

 「네. 열심히 해 주세요. 그러면 저도 동생님을 좀 다시 볼 테니까. 아,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은….」

 「지금은…?」


 「후반의 3P로 넘어가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네요.」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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