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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런 전통이 있었습니까앱에서 작성

βß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06 00:26:37
조회 2527 추천 75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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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이지민입니다. 흡혈귀예요. 1년간 잘 부탁드릴게요."

 그건 내가 들어 본 자기소개 중 가장 황당한 자기소개였어.
 이지민, 너는 자신을 흡혈귀라고 칭했지. 말도 안 되잖아. 흡혈귀라니, 그런 게 어디 있겠어.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테니까, 당황했겠지만, 곧 장난으로 치부하고 웃었지.
 누가 알았겠어, 그게 사실이었다는 걸.
 마지막 번호의 소개에 그렇게 했으니 네가 받았던 꽤 많은 주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여럿이 네 주변에 몰렸지. 나는 앞자리라 의자만 돌려서 지켜볼 수 있었어.

 "흡혈귀래, 너 웃기네."
 "내년에는 나도 그렇게 해 볼까?"

 정말로 재밌어하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너를 놀리러 왔을 뿐인 사람도 있었겠지. 그런 인파가 한차례 몰렸다가 빠지고 잠잠해졌을 때, 비로소 나와 너의 첫 대화.

 "왜 그렇게 한 거야, 소개?"

 그리고, 첫 마주침. 그때 처음으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어. 어떻게 봐도 흡혈귀는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잖아. 왜 굳이 그런 말을 해서 괜한 관심을 받는지, 나는 걱정했었어.
 그때 네게는, 걱정 따위는 하나도 없어 보였어.

 "흡혈귀니까."

 그 미소도, 하지만, 흡혈귀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당연하잖아. 어떻게 흡혈귀가 실존한다고 생각하겠어. 영화 속에나 있는 거지.
 그래서, 나도 그렇고, 너를 계속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어. 입학 전부터 친했던 아이들끼리 모여 잡담하고, 새로 친해지려 돌아다니고, 그러는 와중에 너의 충격적인 흡혈귀 선언은 잊혀 갔지.
 나도 다음 날만 됐으면 아마 잊었을 텐데.
 시작은 3교시였나, 개학식 방송 때였지.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건드려 불렀고, 나는 생각 없이 돌아봤어.
 그리고 아마 후회했을 거야.
 너의 이가, 내 목덜미에 들어왔으니까.
 숨통을 죄는, 너의,
 정말로?
 어떻게 몸부림치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어. 너무 당황스럽잖아. 깨물리는 것도 아니고, 이가 살을 파고들어 버리니까.
 아프지는 않았는데, 아프지만 않았을 뿐이었어.
 또 느껴지기는 해서, 그 느낌이 정말 소름 돋는다?
 진짜 흡혈귀라고? 정말로? 그런 생각만 들고, 나머지는 완전히 새하얘져 버렸어. 그리고 당분간은 그대로.
 고개를 돌릴 수 있게 되었을 때, 돌아본 너는, 그 미소는, 그리고 입가에 묻은 피.
 정말로 흡혈귀야.
 그리고 동시에 아득해졌어. 누구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맨 뒷자리라고는 해도, 한 명만 돌아보면 바로 걸리는 건데.
 숨결이 멀어지고, 멍하니 찔린 곳을 만졌어. 이미 자국은 사라졌는데, 몸속으로 사라진 듯이 점점 몸 안쪽으로 와서는, 심장으로 다가와, 점점 뛰고, 급박하게, 뒤늦게, 숨이 내쉬어지지 않아. 머리조차 제 역할을 못 해, 네가 깨워서야 겨우 소생할 수 있었어.

 "끝나고 남아 줘."

 개학식 화면에 집중할 수 있을 리 만무하고, 뭔가 듣기는 했는지 개학식이 끝났어. 다들 집에 돌아가고 너와 나만이 교실에 남았지.

 "……흡혈귀?"
 "그렇다니까."

 나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내버려 두고 목덜미에 확인사살. 하지만 몇 번을 듣는대도 솔직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 너무 비현실적이니까, 그게 현실인데도.

 "한소희였지, 이름이? 2년간 나를 도와줘."

 학교에 다니다 보니 정체를 완전히 숨기기도 어렵고, 피가 고파 오기도 해서 아예 한 명에게 정체를 드러내고 도움을 받는 게 오히려 더 나았다고 하면서, 너는 그 한 명으로 나를 지목했지.
 그리고 협박. 이미 내 정체를 알려 준 이상 거절은 받지 않겠다, 그래도 만약 거절한다면, 그러며 너는 웃더라.
 진심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정말로 너는 할 것 같이, 너무나 섬뜩하게, 찔렸던 자리가 쭈뼛했어.
 왜 나일까. 왜 하필 나일까. 그 이유를 그때는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했었어. 너는 단순히 앞 사람이라서 나를 선택했을 뿐인데.

 "……알았어."

 너를, 흡혈귀를 도와,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무서운 건 무지라, 그러나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물리기만 하는 걸까. 일어난 네가, 흡혈귀 같아서, 다리는 도망칠 생각만 하고, 머리는 아무 생각도 못 하니, 몸통은 어디를 보고 있는지, 다가온 자리가 뒤인지 앞인지도 몰라. 옆이었을까.
 너는 내 손에 깍지를 껴 들고 나를 바라봤어. 유심히. 괜스레 거세진 심장 소리가 네게도 들렸나 몰라.
 다른 한 손은, 내 가슴에 얹고, 서서히 눈을 감은 너의 손에 힘이 풀려 가, 이제 놓아도 되는 걸까.
 팔이 점점 아팠지만, 나는 놓지 않았어.
 눈두덩과 입꼬리가 올라가, 어디로 파고드는지. 대체 어디까지.

 "방금 건, 아무 의미 없어. 귀엽네."

 그런 의식 같은 건 없다며, 지어 보인 그 미소가, 아직도 잊히지 않아.
 흡혈귀는, 반은 천사, 반은 악마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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