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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나시키] 하야미 카나데, 24세 - 00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62) 2020.05.09 05:54:59
조회 813 추천 1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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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작중 나오는 머리 긴 카나데 이미지)



“......씨?”

“하....미...”

“하야미...”

“하야미씨?”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멍하던 정신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옴으로써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제야 머리는 다시금 그 역할을 되찾고 급히 이 상황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나는 대체 어디에 있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하야미씨!”

기어코 언성이 올라온 그 한마디의 목소리가 마침내 정신을 수면 밖으로 꺼내 올린다.

하야미. 하야미 카나데는 그제야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충 30은 안 될 것 같은 젊은 인상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는 여자.

왠지 직장에서 상급자한테 갈굼을 많이 당할 것 같은 인상의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떠올리는데 잠시의 시간이 필요했던 카나데는 마침내 그녀가 자신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어느 잡지사의 기자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터뷰.

그것이 키워드가 되어 모든 상황을 떠올리는 데 성공한 그녀는 잠시 멍한 사이에 풀어졌던 표정을 단장해 그녀답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잘 가공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 미안해요. 오랜만에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옛 생각이 나서요.”

“그 옛날에는 인터뷰도 많이 하셨잖아요.”

“그것도 오래전 일이죠. 그래서 저를 찾아온 거잖아요? ‘추억의 아이돌 특집’이라고 하셨던 거 같은데….”

“솔직히 저도 하야미 씨와 이런 기획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도 학교 다닐 때 LiPPS를 참 좋아했었거든요. 다들 반짝반짝 빛나는 분들이었지만, 그중에서 하야미씨를 가장 좋아했고요. 그래서 지금도 굿즈 몇 개는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녀의 취재를 나온 만큼 챙겨왔는지, 기자는 자신의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낸다. 푸른 계열의 아이돌 굿즈. 카나데의 눈에도 익은 것이었다.

“그걸 보니까 조금 그립네요.”

“아직도 하야미씨를 못 잊는 사람 중에서 구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답니다.”

“그런가요?”

“다들 하야미씨를 좋아했으니까요. 지금도 좋아하고요.”

그 말에 카나데의 황금빛 눈은 또다시 저 멀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래서는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는 만큼 기자가 급히 막아섰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런 기획으로 만나 뵙게 된 거에요. 오늘의 가장 중요한 질문 드릴게요.”

“뭐죠?”

“하야미씨. 대체 5년 전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신 이유가 뭐죠?”

오늘 인터뷰 중에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하는 기자. 거기에 카나데는 검지 하나를 턱밑에 덴 채로 눈만을 살짝 움직여 천장을 쳐다봤다. 그곳의 무늬를 세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 말이 없는 그녀를 기자는 인내심 있게 기다리며 몇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기 시작했다.

“물론, 은퇴하는 아이돌이야 많지만. 그때 하야미씨는 LiPPS활동으로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계셨잖아요? 그런데 돌연 은퇴를 선언하셔서 놀란 사람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여러 아이돌은 지금도 인기 아이돌이거나 다른 방향으로 연예계 활동을 계속하고 계시잖아요.”

5년 전.

기자의 말처럼, 그 시절의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스케쥴은 끊길 줄을 몰랐고, 일본 어디에서도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엇인가 힘든 일이라도 있었나요?”

“글쎄요. 아이돌로 활동했던 시절은 꽤 즐거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다른 문제가 있었나요? 부모님의 반대라든지….”

“아니에요. 그분들은 충분히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답니다.”

“그렇다면 뭐죠?”

“글쎄요. 왜 그랬을까요.”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기자는 철벽을 치는 카나데가 조금 얄밉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는 아이돌이던 시절에도 저런 살짝 짓궂은 이미지였다.

왠지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든 기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고 학생으로 들어가셔서는 누구나 다 알 법한 도쿄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셔서 대학원까지 가버렸으니 할 말이 없네요. 심리학과였나요?”

“그렇죠. 오늘도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양해를 받고 나왔거든요.”

기자는 그렇게 말하는 카나데를 바라봤다. 보통 대학원생은 생활에 찌들어 자기관리가 안 된다고 하는데, 그녀는 그게 거짓말이라고 비웃듯 완벽했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짧았던 머리가 날갯죽지 아래까지 내려올 만큼 길어진 것을 제외하면, 현역 아이돌 시절과도 별로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 모습.

그런 주제에 공부까지 잘해서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명문대에 진학한 모습은 꼭 그녀의 아이돌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야미씨는 아이돌 시절에도 뭐든지 잘하시더니, 정말 못 하시는 게 없네요.”

“아니에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말을 반박하는 카나데의 모습에 기자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저는 별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죠.”

“그, 그런가요?”

대체 그 어디가 평범하냐는 반문을 하고 싶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들로 얻은 교훈으로 그 말을 참아낸 기자는 어색하게나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예.”

“저희 잡지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아이돌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거기서 1등을 하신 게 하야미 씨였고, 근소하게 2등을 하신 분이 있으셨거든요.”

“그런가요?”

“예, 하야미씨도 잘 아는 분이에요.”

자신도 잘 아는 사람. 그것을 들은 순간, 카나데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그 미묘한 변화는 어지간히 감이 좋은 사람을 제외하면 알아보기 힘든 것이었고, 그 축에 끼지 못한 기자는 신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갈 뿐이다.

“이치노세 시키. 기억하시죠?”

“...물론이죠.”

“같이 LiPPS로 활동하다가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중단하셨죠. 그분도 이번에 인터뷰하려고 했거든요. 옛 LiPPS의 멤버인 두 분이 한자리에 모이면 그건 분명히 큰 화제가 될 거에요. 실제로 아직도 유닛이 재결합해서 복귀해주길 바라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런가요.”

“그런데 그분은 아쉽게 연락도 안 되고 어디에 계신지도 알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질문인데, 혹시 하야미씨는 이치노세씨와 연락이 되나요? 인제 와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할 생각은 아니지만, 소식이라도 알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카나데는 왠지 목이 말라져서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커피잔을 들어 올려 그것을 단숨에 목으로 넘겼다. 인터뷰 시간 동안 식어버린 커피가 분명히 목마름을 잡아줘야 할 텐데,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글쎄요.”

“하야미 씨도 모르시는 건가요?”

“예. 오히려 연락된다면 저도 오랜만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네요.”

“아쉽네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계시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누군가는 아이돌 활동에 질려서 도망갔다고 했고, 어딘가의 재벌과 눈이 맞아서 결혼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심지어는 무엇인가 이유로 자살했는데 그것이 은폐됐다는 소문까지.

그 자신이 왜 그렇게 많은 소문을 알고 있을까.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카나데는 자신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던 기자에게 가라앉은 시선을 보였다.

“...조금 전에 물어보셨던 거에 지금 다시 답할 수 있을까요.”

“예? 아, 물론이죠! 어떤 문항인가요?”

“제가 아이돌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

카나데의 말에 기자의 눈이 빛났다. 아까도 말했듯 오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거기에 대해 특별한 코멘트를 얻는다면 이번 특집의 흥행은 떼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기세가 넘치다 못해 터져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에게 카나데는 건조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특별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었거든요.”

“예?”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대학을 가기로 했어요.”

* * *

백조는 물 위에 화려하게 떠 있기 위해 수면 밑에서 끊임없이 힘겨울 물장구질을 친다고 하던가. 침대의 위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던 카나데는 자신의 모습이 꼭 그 백조와 비슷한 것 같아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든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는 엉망이 된 자신의 자취방이 보였다.

벌써 며칠째 프로젝트다 뭐다 바쁘게 보냈더니 손도 데지 못한 것이 이제는 쌓이고 쌓여 손을 델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된 모습은 절로 한숨을 부른다.

지금이라도 치운다면 치울 수는 있겠지만, 몇 주 전의 인터뷰로부터 시작한 연쇄작용이 부른 과도한 업무량은 그녀에게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후.”

갑자기 이런 대학원 생활에 회의감이든 카나데는 목이 말라오는 것을 느끼고 주섬주섬 이불을 걷고 일어나 쓰레기의 땅을 넘어 냉장고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문을 열어 안에 가득 쌓여있던 캔 커피 중 하나의 뚜껑을 열고 쭉 들이킴으로써 목마름을 해결한 그녀가 이어서 할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벨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오늘도 무엇인가 시킬 것이 생긴 교수거나 선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액정을 확인한 그녀였지만, 액정에 떠 있는 이름을 본 순간 급격히 표정이 굳었다.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예전에 LiPPS의 동료였으며, 지금은 프랑스에서 패션에 대해 유학을 하는 친구. 하지만 기인이라고 불릴 만큼 활발한 성격 덕에 상대하기 힘들었고, 마음의 준비도 필요한 사람이었다.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카나데는 그것이 영상통화라는 사실을 깨닫고 후다닥 화장대로 걸음을 옮겼다. 인터뷰에 나설 때와 같은 완전무장은 아니더라도 지금 막 잠에서 깨어난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특히 상대가 ‘그’ 프레데리카라면 더욱 그랬다.

전화가 온 상황에 시간은 많지 않았고. 예전보다 한참 길어진 머리는 엉켜서 도움을 주지 않았지만, 인간은 극한에 몰리면 원래 힘 보며 몇 배 이상을 낼 수 있다는 말처럼 그녀는 어떻게든 전화가 끊어지기 전에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

- 하이하이! 후레쨩이에요! 프랑스는 지금 밤인데, 일본은 아침이지?

액정 안으로 지금도 쓸데없을 정도로 반짝이는 머리와 크고 동그란 초록 눈이 들어온다. 여전히 세상 걱정 따위는 없어 보이는 얼굴이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표정을 유지하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카나데는 어떻게든 시치미를 뚝 떼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짜증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 보니까 좀 전까지 자고 있었구나? 전화가 오니까 후다닥 정돈하느라 늦게 받은 거고? 그렇지? 그렇지?!

여전히 쓸데없을 정도로 눈치는 빠른 사람이었다.

“...그런 건 상관없잖아.”

- 하하! 삐졌구나!

“시비 걸려고 전화한 거야? 그럼….”

- 잠깐 스탑!

기분이 상해 전화를 끊으려던 카나데에게 급히 화면 너머에서 팔을 저은 프레데리카. 거기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 무슨 일이야?”

- 아, 카나데쨩. 이번에 웬일로 잡지랑 인터뷰했더라고? 슈코짱이 전해줘서 이렇게 구해서 읽어봤다는 말씀!

그리고 프레데리카는 액정 너머에서 잡지 한 권을 흔든다. 카나데 역시 잡지사에서 발간과 동시에 받아본 적 있는 그것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카나데의 표정이 굳었다. 옛 동료이자 친구가 쓸데없는 짓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 이걸 보면서 느꼈거든. 카나데쨩 아직도 시키를 못 잊고 있구나?

평소 표정관리에 굉장히 능한 카나데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런 능력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액정 너머로까지 전해지는 것 같은 한기를 풍기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도 프레데리카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쾌활하게 자신의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 특별한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고? 여전히 귀여운 면모가 있네.

“...끊어.”

- 잠깐만 들어봐 카나데쨩

“싫어.”

- 후레쨩은 시키쨩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거든?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아올라 금방이라도 전화를 끊어버릴 마음이 가득했던 카나데는 그 한마디에 당황한 얼굴로 액정 너머의 초록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눈의 주인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고양이 같은 입을 움직인다.

- 카나데쨩이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시키쨩이 있는 곳을 알려줄게.

- 어때?







궁금한거 있으면 덧글로 문의하면 답해줄 수 있는건 답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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