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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이 츠루마키로 바뀌어있던 것에 대해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18 00:47:54
조회 827 추천 37 댓글 3
														

이변을 눈치챈 것은 지극히 단순한 계기에서였다.


첫째로는 반 친구들의 태도였다. 코코로랑 사귄 다음을 기점으로 날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맨 처음에는 코코로랑 사귄다고 하니까 나랑 친한 척 해서 뭔가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하는걸까? 해서 굉장히 경계했지만 그건 아니였다. 심지어는 원래 나랑 친하게 지냈던 아이 마저도 미사키, 하고 불러서 굉장히 의아했던 기억이 있었다.


한 번은 나랑 비슷한 처지의 애인을 두어서 서로 뜻이 잘 통하는, 통칭 영혼의 파트너 이치가야 씨한테 슬쩍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잘 모른다는 표정을 짓더니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평소처럼 곤란한 듯이 웃더니만


"아...그 뭐냐, 츠루마키가 이제 둘이잖냐."


같은 영문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뭔가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직후 그녀의 연인인 토야마 씨가 이치가야 씨를 부르는 바람에 더 말을 못나누고 그 자리에서 헤어졌었다. 


자리에 돌아온 직후에도 책상에 앉아서 계속 끙끙거리며 생각했다. 하루아침에 왜 아이들의 태도가 180도 뒤바뀌어서 날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는걸까...곰곰히 생각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이제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고민해봤자 바뀌는건 없고, 이 기회에 좀더 친하게 지내면 좋은거지 뭐...


하지만 이상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에 대한것은 그렇게 정리되는 것 같았지만 그 다음에는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 조례의 출석 때, 평소처럼 한 명씩 성으로 학생들을 부르시더니만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서 말하시는것을 멈추셨다. 그러시더니만 날 뻔히 쳐다보고는 인자하신 미소를 짓더니만


"미사키."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시는게 아닌가.


학생들에 이어서 이번에는 선생님마저도 이름으로 부르니까 굉장히 당황했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뭔가 놀림이라도 받는걸까? 아니면 나만 이름으로 부르는 유행이 학교 내에 퍼진걸까...여러 안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기는 했지만 당사자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냥 날 이름으로 부르는게 당연하다는 것인 마냥 복도에서도, 수업시간에서도 언제나 날 미사키 하고 이름으로 부르고는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미치는것은 내 쪽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코코로랑, 밴드의 친구들을 제외한다면 전부 성으로는 불렀건만, 하루 아침에 친한 사이부터 시작해서 서먹서먹한 사이까지 모두 날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를만한 이유가 대체 뭘까. 유일하게 사정을 알고있을법한 이치가야 씨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으니 스스로 생각해야 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두 달쯤 지나니까 아무렇지 않게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받아들이고 웃고있는 내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코코로랑 늘 같이 지내면서 말도안되는 기행을 매일 보고는 했으니까 이 정도는 평범한 일상으로써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코코로의 영향이 대단하긴 하구나, 쿡쿡 웃으면서 기지개를 펼쳤다. 전교생이 날 이름으로 부른다는 이상사태는 머리 한 구석으로 들어간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변은 여기서 끝난것이 아니였다. 학교에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간신히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다음은 동네였다. 상점가의 어르신들도 날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였다. 


간신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처음보는 어르신들마저도 날 미사키라고 부르는 것에 전에 간신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익숙해지긴 커녕 새로운 상황을 마딱뜨리니까 머리가 다시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래도 간신히 코코로와의 데이트에서는 걱정끼치고 싶지 않아 멀쩡한 척을 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앞에서도 머리를 부여잡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는 했다.


"어머, 미사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니?"


"으응, 아냐. 아무 일 없어..."


데이트 도중, 그 일을 생각만 하니까 머리가 아파져와서 코코로의 무릎을 밴 채로 누워있자니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다정하게 물어보길래 손을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렇구나, 내 말에 그녀가 평소처럼 예쁜 미소를 짓더니 양 손으로 내 뺨을 매만져서 억지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행위만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힘이 나는 것 같아서 히죽 웃은 내가 손으로 v자 사인을 만들어주었다.


참고로 오늘의 데이트 장소는 미국, 바람이 쐬고싶다고 하니까 헬기에 태워지더니 그대로 그랜드 케니언으로 끌려왔다.


여전히 말도 안되는 데이트 스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이변으로부터 세 달이나 지난 직후에야 간신히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깨달은 계기 역시 지극히 단순한 것이였다. 그 날은 선생님이 조금 늦으신다고, 아침조례 준비만 조금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다. 하필이면 그 날 주번은 나, 운도 안좋다고 생각하면서 교무실에서 출석부를 받아서 그대로 교실로 운반하던 차였다.


볼려고해서 본 것도 아니였다.


뭔가 의구심이 들어서 본 것도 아니였다.


단순한 우연 그 자체였다. 실수로 출석부를 바닥에 떨어뜨려서 주우려고 했을 뿐이였다. 나도 이런 실수를 다하네, 혀를 살짝 내밀면서 양 손으로 고이 출석부를 든 그 순간, 그것은 명확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잘못본걸까? 눈을 몇 번 비비고 다시 한 번더 출석부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잘못 본 것이 아니였다. 몇 번을 봐도 명확했다. 


오쿠사와 미사키라고 적혀있어야 할 자리에는, 츠루마키 미사키라고 적혀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왜? 무엇때문에 내 성이 츠루마키로 적혀있는걸까. 머리를 필사적으로 회전시키려던 차에 그제서야 선생님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한 말들이, 이치가야 씨가 넌지시 내뱉었던 그 말들이 모두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퍼즐이 하나씩 맞춰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들은 날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렀을까? 


이치가야 씨의 말 그대로였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코코로를 츠루마키 씨라고 부르는데, 내 성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츠루마키로 바뀌었으니까. 츠루마키가 둘이라면 햇갈릴테니까 절충안으로 나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한 것이였다.


그것이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전교생을 뛰어넘어서 상점가 내, 온 동네 안 까지 알려져 있었고.


그렇다면 어째서 내 성이 자연스럽게 츠루마키로 바뀌어있는걸까? 


생각할 수 있는건 하나뿐이였다. 사귀고 난 다음부터 아이들의 태도가 바뀌었으니까 아마 사귄 직후부터 바로 내 성이 츠루마키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단 하나, 사귀는 것을 기점으로 코코로가 곧장 날 호적에 올려서 성이 츠루마키로 바꾸었고, 곧장 그것을 다른 사람들한테 알렸다는 뜻...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갔지."


고개를 저으면서 방금 떠오른 생각을 부정했다. 응,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막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호적까지 올렸다는건 너무 과도한 망상이 아니였을까? 그래, 그럴거야. 그냥 평범하게 코코로가 나랑 사귀고 난 다음에 


미사키는 내 아내!


그런 식으로 떠들고 다니다가 자연스럽게 츠루마키로 바꿔서 부르는 거겠지. 그런게 틀림없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었다.


아무것도 못봤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출석부를 반으로 접은 내가 다시 교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


그 날, 방과 후에 혹시 몰라서 확인 차 등본을 때러 간 미사키가 받은것은 츠루마키 미사키라 적혀있는 종이 한 장 이였답니다


사귀자마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이 츠루마키로 바뀐 미사키 이야기


대충 그런게 보고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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