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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유키사요] 유키나는 사요에게 거절당하고 싶어.txt모바일에서 작성

220.125(39.121) 2020.05.18 19: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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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보다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아직 고지식하고 까칠한 면모도 많이 남아있는 사요.


"사요~ 우리 이제 여름방학이잖아, 다음 주에 5명이서 다 같이 해수욕장에 가지 않을래?"

"이마이 씨. 지금 대회가 며칠 남았는지 아시나요? 우리한테 놀 시간은 없어요. 남은 여름방학 기간은 연습으로 스케줄을 채워놨잖아. 한 번 스케쥴을 깨면 두 번 세 번 깨는 건 쉬운 일이야."


"사요 씨, 연습 끝나고 저녁에 같이 NFO해요!"

"혹시 버스를 탈 생각이신가요? 죄송하지만 다이아 미만이랑은 같이 게임 안해요."

"히카와 씨...발"


그런 사요가 항상 예스걸이 되는 유일한 상대가 있었으니, 바로 유키나였어


"사요, 한 번 쯤은 놀러가도 괜찮지 않겠어? 가끔은 머리를 식히는 것도 매너리즘 타파에 도움이 될거야."

"과연...! 노는 것도 더 높은 스테이지를 향하기 위한 연습의 일환이었던거군요."

"사요, 지금 아코한테 버스를 태워주면 다음은 린코한테 버스를 태워달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

"유키나 씨...빨"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우다가와 씨, 특별히 한 번만 도와드리겠습니다."


유키나는 자기 말이라면 항상 들어주는 사요를 보고 처음에는 쉽게 다룰 수 있다며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정이 사요와 점점 쌓이면서 오히려 불안해졌어.

사요는 왜 내 말만 저렇게 잘 들어주는 거지?


'왜 나만 다르게 대하는 걸까.'

'나한테 거리감을 느끼고 있어서 거절을 못하는 거? 아니면 신종 괴롭힘?'


유키나는 사요를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사요는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의 말에 'NO'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을 친구라고 불러도 좋은지에 대해 고민에 빠진 거야. 유키나는 사요가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해줬으면 했어.

이런 흐름으로부터 유키나는 사요에게 'NO'라는 답변을 듣고자 결심하게 돼.

하지만,


"사요, 다음 주 연습도 쉬자."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아코랑 게임하는 건 그만 둬."

"알겠습니다."

"커피를 타와주겠어?"

"여기 있습니다."


유키나가 아무리 무리한 부탁을 해도 사요는 도통 거절하는 법이 없었어.

어째서? 사요가 시종도 아니고, 커피를 타와달라는 말 정도엔 화내도 좋지 않아?

역시 사요는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유키나는 크게 실망한 유키나는,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기 전, 최후에, 마지막으로, 사요가 반드시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요구를 하는데,


"사요, 나랑 사귀어줄래?"


사요가 무슨 레즈비언도 아니고. 이거라면 반드시 질색을 하며 거절하겠거니 생각하며 내뱉은 어디까지나 농담에 지나지 않는 요구.

그러나 사요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도 예스였어.

그리고 그날이 유키사요 커플의 1일째였어.



2.

어떡하지어떡하지어떡하지?!?!?!?!?!?!

설마 사귀자는 말에 yes라고 대답할 걸 몰랐던 유키나는 패닉 상태에 빠져서

자기가 한 말이 농담이었다고 정정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멍한 상태로 집까지 도착했어.


"아니... 늦지 않았어. 모두에게 비난받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이라도, 아까 말한 건 진심이 아니었다고 말해야 해...!"


집에 와 뒤늦게 정신을 차려서 이제라도 문자를 보내서 고백을 물리려고 하는 유키나였지만, 안타깝게도 사요의 문자가 몇 초 더 빨랐어.


'히카와 사요입니다. 내일, 혹시 시간이 있다면 저랑 데이트를 하시지 않겠나요? 코스는 대충 생각해두었지만, 혹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더보기)


신나서(유키나 눈엔 그렇게 보였음) 데이트를 하자고 하는 사람한테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유키나는 그정도로 차가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고, 마음이 약해졌고, 생각해보니 이런 중요한 말을 문자나 전화로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본인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문자를 받고 살짝 기뻐져서,

고백을 물리는 건 다음 날로 직접 얼굴을 보고 하기로 결심한 거야.



3.

다음 날, 둘이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은 아침 9시.

...였지만 인생 첫 데이트를 앞두고 지나치게 긴장해버린 유키나는 약속보다 2시간이나 일찍 나오고 말았어.

아침 일찍이라 인적이 드문 번화가 중심 시계탑 아래에 서서 자신의 옷차림이나 화장상태를 체크하는 유키나.

옷, 촌스럽지 않게 예쁘게 입었을까? 화장은 뜨지 않았을까? 잠을 못자서 다크서클이 끼진 않았을까? 리사의 피드백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어제 리사는 왠지 아파보였고.

지금까지 관심사라곤 음악 뿐이었던 유키나에게 그저 낯설기만 한 불안.


'아니... 어째서 긴장하고 있는 거야? 만나자마자 바른대로 사정을 말하고, 헤어져야 하는데...'

"미나토 씨."


이런 저런 불안과 걱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워하는 유키나 앞에 마찬가지로 약속시간보다 약 1시간 50분 일찍 나온 사요가 나타났어.

평소 사요의 사복은 자주 봤지만 왠지 사요가 평소보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유키나.

이상하게 가슴이 쿵쿵거려. 같은 여자인데 어째서? 이런 건 이상해.

발끝부터 시작해서 머리까지 시선을 위로 올리니 그곳엔 얼굴이 붉어진 사요가.

사요도 자기랑 같은걸 느끼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유키나는 자신의 얼굴도 붉어진 것만 같아.


한참 사요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뒤늦게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은 고백을 백지로 돌리는 것임을 깨달은 유키나.

"예정보다 이른 시간이지만... 데이트, 시작할까요?"

였지만, 먼저 손을 내밀며 데이트를 권유하는 사요 앞에서 유키나는 또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아.

"응...."

'그 말'은 데이트 도중에 적절한 타이밍을 봐서 해도 늦지 않겠지.

유키나가 그 손을 머뭇머뭇 부끄러운 듯 잡으며, 두 사람의 데이트가 예정보다 일찍 시작됐어.




3.

사요와의 데이트는 지치는 것이었어.

아니 정확히는 즐거웠는데, 갈수록 체력이 빠져서 즐거워 할 겨를이 없었다고나 할까.

어제 문자로 사요는 데이트 코스를 대충 생각해놨다고 말했었지ㅡ 하지만 당일 체감을 해보니 '대충'이 아니었어. 엄청나게 꼼꼼하다 못해 정교하고 정교하다 못해 빡빡던 거야.

두 사람은 그날 보통의 연인이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즐겼어.

미술관부터 시작해서(왜 미술관인 거야?) 강가에서 오리보트 타기, 관광지 7군데 탐방, 노래방, 수족관, 영화, 카페... 당연히 하루만에 소화할 수 있는 스케쥴이 아니였지.

체력이 약한 유키나는 사요와 데이트를 한지 4시간만에 엄청 지쳐서, 그 뒤로는 영문도 모른채 그저 끌려다니기만 했던 것 같아.

정말 쉴 틈도 없이 데이트가 진행됐어. 유키나는 중간에 쉬고 싶다고 싶었지만 단 5분만 쉬어도 수족관 입장시간이 끝나버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그럴 수가 없었어.

데이트가 처음이었던 데이트 초보 유키나도 이게 제대로 된 데이트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을 정도야.


아무튼 그렇게 지치다 보니, 고백을 물린다는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고

모든 일정을 소화한 다음에 이제와서 그걸 떠올린 댕청한 유키나.

또한 한편, 유키나의 지친 모습을 보고 오늘 데이트는 실패였다고 깨달은 사요.

""저...""

각자의 말이 겹쳤어.

"제가 먼저 말할게요."

그리고 유키나는 이번에도 우물쭈물 사요에게 말할 타이밍을 빼앗겨버리고 말아.



4.

사요는 유키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어. 맥락은 없지만 유키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지. 오늘 데이트에 관한 이야기였어.

무도관 결승에서 탈락했을 때 이상으로 침울해보이는 사요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유키나는 사요를 위로하게 되는데, 문제는...

"데이트를 온전히 너에게만 맡긴 나의 잘못도 있어. 원래 이건 함께 생각했어야 했던 문제야."

"급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 안에 모든 걸 할 필요는 없어... 우리의 시간은, 기니까."

아차! 이제 곧 헤어져야 하는데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잖아!

0.5 아야만큼 댕청한 유키나는 그걸 입밖에 내린 다음에야 알아차리고 말아.

위로를 받고 엄청 감동받은 듯, 대형견처럼 눈을 촐망촐망 빛내는 사요를 보고 죄책감에 휩싸이는 유키나.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요의 자신에 대한 마음은 진지해보였기에, 유키나도 각오를 다져야만 했어.

아무리 비난받을지라도. 자신이 인간쓰레기 취급받는 일이 있더라도.


"사요, 너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

"뭔가요."

"헤어지자."

"네?"

"정확히는, 내가 어제 했던 고백을 없었던 걸로 해줬으면 해.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


그 말에 사요는 조울증 환자처럼 단숨에 텐션이 곤두박질쳐서 일순간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갑자기 뇌리에 뭔가 번뜩인 듯한 반응을 보이더니 의외로 냉정함을 빨리 되찾고서 유키나에게 물었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5.


"사요가 내 말을 거절해주지 않아서."

"...?"

"사요는 내 앞에선 예스걸이지?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부정하거나 거절하는 법이 없어."

"...확실히, 그랬던 것 같네요."

"처음엔 네가 나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라 생각했어. 우습지만, 존경받고 있다고도 생각했어... 너에게 존경받을만큼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데 말이야."

"..."

"너는 왜 내 말을 거절하지 않는 걸까, 고민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넌 나한테 그저 관심이 없는게 아닐까 하고."


무조건 yes로 대답한다면 상대방과 충돌할 일이 없다.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친한 사람의 무거운 부탁보다 친하지 않은 사람의 가벼운 부탁을 더 잘 받아들인다. 거기엔 아무런 충돌도 없지만 동시에 무관심도 있다. 유키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너를 친구라고 생각한 건 나 뿐인가 하고..."


감정이 복받쳤는지 어울리지 않게 유키나의 입에서 낯간지스러운 말이 술술 나왔어. 유키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어. 섭섭함 때문인지 수치심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유키나는 몰랐어.


"너한테 거절당하고 싶었어. 그래서 네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농담을 했던건데..."

"그만."


유키나의 고백에 사요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어.

사실 사요도 유키나의 고백이 뜬금없어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야.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요."


사요는 자신의 실수와 유키나의 말을 정정하고자 말했어.


"저는 분명 미나토 씨를 존경하고 있어요."

"나는..."

"미나토 씨는 자신의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대 위에서 당신의 뒷모습이 얼마나 믿음직한지 모를 거예요.

"..."

"그리고, 당신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던 건 존경 이상으로, 미나토 씨를 좋아했기 때문이예요."


사요는 유키나가 뭐라 자신에게 말을 걸면 머리에 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돼서. 머리가 핑핑 돌고 너무 기뻐서. 좋아하는 사람의 말은 뭐든 들어주고 싶어서, 차마 거절할 생각을 못했던 거야.

하지만,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하죠. 제가 아무리 미나토 씨를 좋아한다고 해도 무조건 yes로만 답할 생각은 없습니다. 미나토 씨가 만약 정말 싫은 말이나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 저는 단호히 'NO'라고 대답할 거예요."


거기에 유키나가 궁금한 듯이 묻기를,


"예를 들어서...?"


사요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어.


"헤어지자던가... 그런 말은 거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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