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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타에사야 / 사아야 생일특집] 솔직한 한 마디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19 00:00:02
조회 354 추천 18 댓글 7
														

어린 시절부터 무엇인가를 솔직하게 말하는 일은 없었다.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뻔히 알고있었다. 장녀라는 위치, 아래에는 동생이 둘, 가난한 환경에 아프신 어머니...이런 환경에서는 철이 일찍 들 수 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새인가 난 내가 원하는 것이나 감정을 죽인 채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는 했다.


원하는것이 있냐는 어머니의 물음에는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했다.


어디 놀러가자면서 가고 싶은 곳이 있냐는 권유에는 늘 동생들이 가고 싶은 장소라며 양보하고는 했다.


먹고 싶은 것이나 가지고 싶은 것들도 동생들한테 최우선으로 양보하고는 했다. 물론 그게 싫다거나 고통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장녀로써 당연한 일이였으니까, 내가 조금만 더 참으면 가족들의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으니까...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전혀 싫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들의 미소를 볼 때 마다 행복하고는 했던 것이다.


"사아야는 조금쯤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도 괜찮을텐데."


언젠가, 어머니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있으셨다.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시는것도 잊지 않으셨다. 미안해하실 필요 없는데, 혀를 빼꼼 내밀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으니까 철이 너무 일찍 들었다면서, 미안하다고 울면서 날 품에 껴안으신 기억이 있었다.


그런식으로, 어린 시절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꾹 참고 살아오고는 했다.


그렇지만 그런 나여도 단 하루, 생일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 날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여서,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가족들한테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것, 하지 못했던 것...여러가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생일은 나에게 있어서 단 하루만 허락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날이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어린 시절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였다. 나이를 어느정도 먹고, 고등학교까지 올라간 지금에서도 가족들은 내 생일만큼은 어떻게든 챙겨주려고 했다. 평소에 내가 고생하니까, 그런 이유를 들어서 내 생일 단 하루 만큼은 성대하게 차려주고는 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들로만 상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생일 케이크에 동생들이 초를 올려놓고, 열심히 축하 노래를 부르고는 했다. 그러고서는 가족들 모두가, 내가 평소에 가지고 싶다고 지나가는 식으로 이야기 한 선물을 잘 기억했다가 포장해서는 내게 주고는 했다. 순서 등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제외하면 매 년 빠지지 않고 반복되는 내 생일파티는 늘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는 했다.


그리고 올해도 물론 그렇게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늘 그래왔으니까, 바뀌지 않고 평소처럼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했는데...


"왜그래 사아야?"


옆을 슬쩍 쳐다보았다. 여자친구인 오타에가 후후 웃으면서 내 쪽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었다.


그랬다, 올해 생일파티가 지금까지의 생일파티와 완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친구의 존재였다. 지금까지는 가족들, 잘 나아가서 친구들이랑만 생일을 보내왔다면 올해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방과 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내 여자친구 오타에랑 단 둘이서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굉장히 설레서...


"아참, 내일은 사아야 생일이였지."


내가 헤헤 웃으면서 빤히 쳐다보고 있자니 그녀가 무슨 일인지 깨달은듯 웃으며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행복해져서 내가 미소를 띈 채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평소랑 다르게 어떤 특별한 하루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


생일날 아침은 평소랑 다를 것 없이 똑같이 흘러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부모님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한 상 가득 차려주고, 동생들이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해주었다.


아침을 다 먹고 난 다음에는 그대로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교로, 가는 동안 만난 친구들 역시 알아봐준건지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생일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해준데다가, 카스미에 이르러서는 방과 후 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 아예 등교길에 만나자마자 날 와락 껴안더니만


"사아야! 생일축하해! 이거 선물!"


"얌마, 그건 방과후에 다같이 주기로 했잖냐...사아야, 생일축하해."


그렇게 이야기하며 선물까지 그 자리에서 건내주려고 했다. 뭐, 다행히도 주기 직전 카스미의 여자친구인 아리사가 빠르게 상황파악을 하고는 그녀를 뜯어말리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쿡쿡 웃음을 터트리자 어느새인가 옆에 온 리미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후후 웃으면서 한 마디, 축하의 말을 남겼다.


"후후, 사아야 짱. 생일축하해."


"아하하, 고마워."


웃으면서 축하인사를 받았음에도 내 시야는 꾸준히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카스미에 리미, 아리사까지 나왔으니까 요 근처에 있을 것이다...그런 생각으로 시선을 쫓으려던 차에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와락 껴안았다. 놀라서 뒤를 보니, 어느새인가 뒤에 온 오타에가 날 꼭 껴안은 채였다.


"사아야, 생일축하해."


"오타에...응, 고마워."


아침부터 꾸준히 들어온 말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해주니까 그 위력은 차원이 달랐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내가 얌전하게 품에 안긴 채 있자니 뒤에서 날 껴안은 채로 오타에가 뺨을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뭔가 눈치챈듯 날 품에서 그대로 떨어뜨리고는 어느새인가 내 앞으로 와서 눈을 그대로 마주쳤다.


"저기, 사아야."


응?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거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오타에의 표정에 당황해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자 그녀가 한발자국 더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입술이 닿을법한 거리여서 나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고, 오타에는 신경쓰지 않고 무어라 입을 열려는 순간에, 예비종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아무래도 등교길에 너무 장난친 것 같았다-아무래도 나만 그런 생각을 한게 아닌듯 오타에가 진심으로 아쉽다는듯 혀를 차더니 어서 가자면서 내 손목을 꼭 붙잡았다. 나머지 이야기는 방과후에 계속 하자는 말을 덧붙이는것도 잊지 않아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어쩐지 모르게 심장이 굉장히 두근거렸다.


*


방과 후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무슨 내용을 배웠는지도 머리에 남지 않았다. 아침에 했던 오타에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설랬던지라 아직까지도 뇌리에 깊게 남아있던 까닭이 컸다. 오타에의 얼굴은 지금까지도 수없이 봐왔지만 오늘처럼 그렇게 예쁜 얼굴은 처음이여서...


"에헤헤..."


헤헤 웃으면서 책상에 그대로 얼굴을 파묻었다. 슬슬 오타에가 데리러 온다고 약속한 시간이였으니까, 그 때 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이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주려고 아침부터 그렇게 애를 태웠던 걸까,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서...


"사아야."


엎드린 채 얼마나 있었을까, 아침처럼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자니 어느새인가 내 앞 책상에 앉은 오타에가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도대체 언제온걸까...깜짝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린 뒤 손을 뻗어서 그녀의 머리를 매만졌다.


"아하하, 오타에도 참. 언제온거야?"


"십 분 정도 전?"


내 질문에 그녀가 태연하게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그랬구나, 십 분...아니, 잠시만. 십 분 정도 전이면 아까 전 내가 기분나쁘게 웃었다는 소리도 다 들었다는 뜻이 아닐까? 일순간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하하, 굳이 기다리지 말고 왔으면 이야기해주지."


"그치만, 사아야의 엎드린 옆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는걸."


자각하고 이야기하는걸까, 자각하지 않은 채 이야기하는걸까. 어느쪽이든 오늘도 사람을 설레게 해는 오타에의 멘트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방심하고 있을때 훅 들어온 그 말에 책상을 동동 치면서 혼자서 기뻐하고 있었고, 그런 나를 오타에는 아무 말 없이 웃음만 지은 채 보고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이윽고 조금 진정된 내가 양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정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방과 후 단 둘이 남은 교실, 창가에 비춘 석양을 배경으로 붉게 물든 오타에의 모습은 어느때보다도 예뻐서...아니, 진정하자 사아야. 이야기 진행이 전혀 안되잖아...


"단 둘이서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야, 오타에?"


"생일선물."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채로 후후 웃으면서 오타에한테 이제 이야기해도 된다고, 아침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물으니 그녀가 웃으면서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주었다. 그 말에 조금 진이 빠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잔뜩 기대했는데 뭔가 특별한게 아니라 단순히 생일선물을 건내주고 싶어했던 거라니! 


그래도 뭐어, 사랑하는 사람한테 받는 선물인데 괜찮으려나...뭘 받아도 좋은걸. 순식간에 생각을 고친 내가 살며시 웃으면서 어떤 선물일지 정말로 기대된다고, 어떤 선물이냐고 물으니까 그녀가 내 왼손을 꼭 붙잡았다.


"사아야."


"응?"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 그 너머에 보이는 석양에 붉게 물든 오타에의 얼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고있자니, 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햇님처럼 활짝 미소지었다.


그러고서는 곧장 입을 열었다.

 

"결혼하자."


*


솔직히 이야기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에는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해하고 나니 급속도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잠시만, 나 지금 프로포즈 받은거야? 너무나 뜻밖의 상황에, 너무나 뜻밖의 고백에 말문이 막힌건 당연지사, 내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벌린 채 오타에를 보고있자니 그녀가 품에서 종이를 꺼내들었다.


"평소처럼 설명이 부족했네...응, 잠시만 기다려봐 사아야. 처음부터 설명해줄께."


그러고보면 그녀는 말을 꺼내기 직전 머리속에서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결과만 말하고는 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번만큼은 아무래도 중요한 것인 만큼 저 쪽지는 그런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적어온 모양인듯 했다. 흠, 흠 소리를 내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그녀가 다 이해했다는 마냥 종이를 반으로 접고는, 다시 예쁜 미소를 지었다.


"응, 결혼하자 사아야."


그러고서는 아까와 똑같은 소리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내뱉는게 아닌가.


전혀 달라진게 없잖아...살짝 머리를 붙잡았지만 그걸로 상당히 긴장이 풀린 내가 처음부터 천천히, 천천히 설명해달라고 하니까 그녀가 더 설명할게 없다는 듯 손바닥을 활짝 폈다.


"봐봐, 오늘은 사아야의 생일이잖아."


"응."


"사아야의 어머님한테 들었어. 오늘만큼은 사아야, 원하는걸 마음껏 말해도 괜찮은 날이라고."


도대체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사실 이상할 일은 아니였다. 전에 여자친구라고 소개시켜준 다음부터 엄마랑 오타에랑 둘이 죽이 잘 맞고는 했으니까 개별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어도 전혀 이상할게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사아야가 원하는걸 들어주고 싶었어. 그래서 이번엔 동생들이랑 접촉했는데..."


오타에의 침착한 설명에 그제서야 앞 뒤가 들어맞는 소리가 났다. 그 다음은 왠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는 늘 동생들한테 오타에가 좋다고, 그녀랑 결혼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하고는 했으니까. 아마 동생들이 그 이야기를 들어놓았다가 오타에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털어놓은게 아닐까? 그렇다면 앞 뒤가 들어맞았다. 매 년, 내가 가볍게 흘린 이야기도 기억해서는 선물로 챙겨주고는 하는 동생들이였다.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봐야했다.


"그래서 생각했어. 사아야가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건 나구나, 나랑 결혼하는거구나 하고. 그래서..."


"그래서 결혼하자고 한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는 오타에의 말에 내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결국 오타에는 순전히 날 생각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너무나도 기쁘고, 그러면서도 오타에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얼마나 그렇게 웃었을까, 그렇게 웃었음에도 마음 속은 행복한 기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날 위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조사해서 솔직하게 고백해준건데 행복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또, 겉으로는 태연해보여도 오타에 역시 저 말을 꺼낼 때 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짐작하면...


"좋아, 오타에."


결국 마음을 다잡은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꼭 껴안아주자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타에의 향기가 나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서-


오늘은 분명 내 생일이였다. 


그것도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보내는 생일,


그렇기에 오늘은 평소랑 다르게 어떤 특별한 하루가 될지 어제부터 쭈욱 기대했건만, 돌아온 것은 예상보다도 더 특별한 것이였다. 미소를 전혀 감추지 못한 내가 오타에의 품 안에서 뺨을 비비고는 그대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응, 결혼하자."


행복하게 해줘야해,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알기쉽게 활짝 웃은 오타에가 그대로 아무 말 하지 않고 날 조금 더 품 안에 강하게 껴안아주었다.


*


와 사아야 생일!


오타에랑 백년해로 하렴


올해 회로는 대충


사아야가 장녀라서 평소에는 원하는거 꾹꾹 눌러담고 삼 -> 가족들은 늘 미안해해서 생일때만큼은 그녀가 원하는걸 다 챙겨줌 -> 오타에가 그 사실을 가족들한테 엿듣고는 사아야한테 가장 필요한거 = 나라는 결론을 내고는 곧장 사아야한테 고백함


의 순으로 이어지는 의식의 흐름 기법


원래는 사아야가 생일이니까 하루만 욕심쟁이가 된다고 오타에한테 직접 결혼하자고 하는거 써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회로를 돌려도 오타에가 했으면 햇지 프로포즈 받는 회로가 안돌아서 결국 180도 틀었음


제목은 솔직히 생각없이 지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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