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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백합 소설 초커(Choker) 6화

버터롤빵(59.3) 2020.05.21 13:44:15
조회 602 추천 19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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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링크



안녕 작가지망생 백붕이 버터롤빵이야.


초커 6화가 나오게 되었어.


항상 꾸준한 사랑 보내주고 내 글을 읽어주서 고마워.


오탈자 지적이나 궁금한 점, 피드백 등은 댓글로 달아주면 작중 스포일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성실히 답변해줄게.


각설하고 이번화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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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요란한 사람이 무서운 게 아니다. 뒤에서 목을 쓰다듬는 사람이 진짜 무섭다. ]





짹짹거리는 새소리에 깨어 앤은 오른팔을 움직였다.


뻣뻣한 팔은 나무토막처럼 잘 움직여지질 않았다.


슬며시 눈을 뜨니 평소보다 훨씬 더 개운하고 정신이 또렸했다.


그리고 반쯤 열린 창문으로 따뜻한 햇살이 새어들어왔다.


쌀쌀하기만 아침 하늘에는 보기드문 일이었다.


그녀가 오른팔이 움직여지지 않는 이유는 지금 앤의 오른팔을 엘이 곱게 베고 잠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엘은 아름다운 곱슬머리에 쌓여 잠을 자고 있었다.


팔을 뻗어서 건드려 보아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원체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흐리멍덩한 눈을 비비고 보니 엘의 목 아래에는 서로의 체액이 닿았던 흔적이 보였다.


일부는 엉기듯이 늘러붙은 자국이 나 있었다.


평소라면 엘이 앤보다 먼저 일어나서 앤을 챙겨 주었겠지만 어제 저녁, 두 사람은 모든 힘을 다 짜내어 버리듯이 서로를 탐했다.


침대 위도 아닌 식탁 위에서, 엘은 앤을 놓아주지 않을 기세로 손을 대었다.


엘은 앤이 자신의 가슴을 좋아하는 걸 아는지 계속해서 가슴을 매만지라며 내어주었고 앤은 본능에 이끌려 엘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그 부드러운 감촉은 정신이 들어서도 아직도 확실했다.


비록 오른손은 엘에게 붙잡혀 있을지라도 조금만 손을 움직이면 엘이 움직일 것 같았다.


앤은 조금만 더 그녀를 내버려두기로 했다.


앤은 아이비의 가슴을 만졌을 때의 말랑말랑한 감각도 알고 있지만 약간 작다 싶은 엘의 가슴도 무시할 수 없는 육감적인 느낌이 있었다.


한 손에 꽉 차게 들어오는 그녀의 가슴이 전해주는 온기는 계속해서 입술을 이끌게 만들었다.


아이비의 가슴에도 사정없이 자국을 남긴 앤은 엘의 가슴에도 아주 깊은 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그녀의 음부, 앤의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젖어버렸던 음부는 체액이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나왔다.


엘의 애달픈 부탁으로 머리를 밑으로 내리자 앤의 혀가 닿는 것만으로도 엘은 앤의 머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비의 입장이 거꾸로 되어 강력한 압박이 앤의 목을 조였고 앤은 그러면 그럴수록 사랑스러운 엘의 안을 탐했다.


아이비처럼 잘하지는 못했지만 머리에 열이 들어와 제대로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아직도 책상에는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널브러진 바구니에다가 넓게 깔려 있는 샤워가운, 엘이 걸치고 있었던 수건까지.


그 위에서만 몇 분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앤은 화끈거리는 볼에 왼손을 대었다.


그녀의 삶 평생 처음으로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 다른 사람의 손을 허락하고 그로부터 몇시간도 되지 않아 또 한 사람에게 안을 더 허락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몰아내어 한 번에 처리했더니 아직도 그 여운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솔직하게 엘과 아이비를 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결정한 고백은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 용기는 엘의 신뢰를 깨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이비와 대화하는 것뿐이었다.


대화만 잘 이루어진다면야 앞으로 고민할 일은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앤이 때를 잘 잡아야 했다.


앤은 서둘러 출근을 준비하기 위해 앨에게 파묻힌 자신의 팔을 억지로 꺼냈다.



" 으음... "



엘의 몸이 크게 기울었다.


예상은 했지만 출근은 해야 하니 앤은 어쩔 수 없었다.


저릿저릿한 팔을 빼고 보니 엘은 앤의 휴대폰을 같이 깔아뭉개고 있었다.


앤이 휴대폰을 하는 도중 잠들었던지, 아니면 손 끝에 있는 팔까지 엘의 몸이 움직였던지 둘 중 하나였다.


앤은 머리를 젖히고 휴대폰의 잠금해제 버튼을 눌렀다.


단말마와 같은 비명이 들렸다.


어찌나 그 소리가 큰지 단순한 여자의 비명을 넘어 초음파 공격에 가까운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엘의 잠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나체로 잠에 든 엘은 아무리 날씨가 따뜻해도 다소 추웠는지 이불을 몸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리고 몸을 웅크리면서 다시 잠에 들려고 했다.


그렇지만 엘은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거의 뛰어넘어가다시피한 앤이 서둘러서 몸에 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니 잠이 덜 깼나 싶어 착각할 정도였다.



" 왜 그래요? "



" 미안해요 엘, 나 지각했어요!!! "



앤은 그 한마디를 하고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블라우스를 대충 걸치고 바지도 잡히는 대로 아무렇게나 치켜올렸다.


거의 3분만에 착의를 마친 앤은 화장도 세안도 신경쓰지 못하고 거의 맨 몸으로 출근준비를 해야 했다.


그나마 휴대폰만은 그녀에게 있어서 마지막 최후의 보루 수단이었다.


엘은 이불더미 밑에서 허벅지 밑에 가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시간은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음 완전히 지각이구나,


엘은 일반적인 근무표준시간을 고려해도 확실히 앤이 지각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친듯이 날뛰는 앤이 이해가 갔다.


그러나 노곤한 몸이 앤에게 말을 걸기가 힘들게 만들었다.


엘은 말을 걸어야만 했다.


그녀는 앤이 미처 보지 못했던 중대한 실수를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 앤 옷...... "



" 나중에 연락할게요! "



현관문이 쾅 닫히고 계단을 미친듯이 뛰어다는 소리가 났다. 창문 너머로 슬쩍 내려다보니 내리막길을 거의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앤이 보였다.


매번 성실한 앤이고 알람을 여러 개 듣는 경우가 없던 엘이지만 앤은 엘을 꼭 껴안고 잤고 엘은 온 몸의 수분을 다 꺼내듯이 정사를 했으니 두 사람은 둘 다 알람을 못 듣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 그거 내 옷인데요 앤...... "



엘은 바닥에 떨어진 여러 옷가지를 보았다.


반은 엘의 옷이었고 반은 앤의 옷이었다.


하지만 앤이 지금 입고 간 블라우스는 엘의 블라우스였고 바지도 엘이 출근할 때 입는 정장용 바지였다.


한마디로 앤은 지금 온 몸에 엘의 물건을 걸치고 간 셈이었다.


엘은 앤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려고 했지만 엘이 말을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앤은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정작 본인은 늦었다는 사실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그냥 나간 모양이었다.


이대로 마트에 출근한다면 앤이 웃음거리가 되는 건 아주 당연한 처사였다.


엘은 그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 정말 손 많이 가는 여자친구네요. "



엘은 이불을 빠져나와 머리카락을 위로 쓸었다가 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주워서 차곡차곡 정리했고 자신의 옷과 앤의 옷을 분리했다.


비록 나체이지만 엘은 성실하게 옷을 정리해서 종이가방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나서 몸을 일으켜 머리를 정리했다



" 아침 키스 정도는 받고 싶었는데. "



앤은 자신의 입술을 왼손으로 두드리면서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에 관심을 보여서는 아무 이유 없는 일이었다.


엘은 서둘러 세안을 마치고 어서 앤을 쫒아가야만 했다.



한편 전속력으로 질주한 앤은 평소에는 20분 걸리던 길을 거의 10분 안으로 주파라는 기염을 토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마트 입구에 도착할 때에는 거의 반쯤 정신을 놓고 있었다.


흐르는 침을 닦고 머리를 두드린 다음 마트를 살피며 들어오니 이미 많은 손님들이 마트를 이용하고 있었다.


계산대에서 들려오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포스기의 기계음이 가득했다.


앤은 눈치를 보면서 서둘러 탈의실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앤은 안으로 들어가려면 무조건 두 명의 요원을 상대해야 했다.



" 이봐 지금이 몇 시야? "



자뭇 엄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앤은 위축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리비가 손목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면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이리로 오라는 손짓을 하는 아일라가 보였다.


앤은 서둘러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잔뜩 어깨를 숙였다.



" 이거 이거, 우리의 시간제 근무사원께서 많이 피곤하셨나 봐? "



아일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죄...죄송합니다아. "



잠이 덜 깬 나머지 앤 코 안에서 비음이 흐트러져 나왔다.


앤은 아직도 자신이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최대한 일어나서 엘을 감상한다고 밍기적거리는 일이 없었다면 30분은 일찍 올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잔뜩 성이 나 보이는 리비는 몹시 불만인 얼굴로 팔짱을 끼고 위로 올라가려는 앤의 앞길을 막았다.



" 아무래도 안 되겠군. 보고 들어가야겠는데? "



리비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앤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긁고 말았다.


과연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벌써부터 밀려왔다.



" 뭐 우리에게 와인을 대접해 준다면 넘어갈 수도 있지. "



아일라가 앤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내렸다.


그런데 아일리가 시선을 내리자 마자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던 아일라의 표정이 반색하여 앤의 차림새를 머리부터 발 아래까지 살펴보았다.


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아일라를 보았지만 아일라가 이상해지는 걸 본 리비 역시 같은 높이로 무릎을 굽히자 그녀 역시도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 아하하하......그래서 지각했구나? "



무언가 깨달은 리비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 거 좀, 좋은 건 알겠는데 조금 더 조심하지 그랬어......얼렁 들어가 봐. 옷갈아입는거 잊지 말고, 앞으로는 프런트에 전화해서 깨워 달라고 해. "



" 네?......네. "



앤은 자초지종도 모르고 이해의 눈길을 보내주는 두 사람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갈길이 급하기에 두 사람에게 대강 고개를 숙이고 탈의실로 들어가 블라우스를 벗었다.


물론 그 이유는 탈의실 거울이 알고 있었다.


블라우스를 벗으니 그녀의 쇄골과 목덜미에 누가 봐도 심하다 싶은 자국이 있었고 붉은 줄이나 손톱으로 베인 것 같은 자국도 있었다.


앤은 그제야 블라우스가 엘의 것임을 알아챘다.


급한 마음에 아무거나 집었는데 그게 그만 엘의 블라우스인 것이었다.


어쩐지 너무 크고 속옷이 보일 만큼 허술해 보이는 옷이었다.


잘 보면 블라우스의 끄트머리 부분, 맨 살이 보이는 부분에 고스란히 정사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엘이나 아이비의 것은 아니겠지만 달리 말하면 일부는 아이비의 것이었고 일부는 엘이 입힌 것이었다.


게다가 아직 발뒷꿈치도 제대로 낫지 않았는데 격하게 뛴 땃에 다시 시큰시큰해지고 있었다.


지금 앤은 자신의 모습을 타인의 시선으로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 전날에 진한 정사를 하고 다급히 회사에 출근했는데 애인 옷을 잘못 입고 온 사람 ' 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상한 오해가 일파만파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시라도 빨리 앤은 자신의 몸을 감출 필요가 있었다.



" 이걸 어떻게 감추지? "



앤은 유니폼을 한 치수 작은 걸 찾아서 최대한 몸에 딱 맞도록 입었다. 평소라면 불편해서 이런 정도로 몸을 조이지는 않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 다음 앤이 선택한 일은 최대한 바지를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알고 보니 바지도 엘의 바지였다.


앤은 두통이 밀려왔다.


몸에 안 맞는 바지를 최대한 위로 올리고 로커 안에 넣어둔 물건으로 가볍게 단장을 하자 얼굴에 낀 유분을 제외하고서는 그나마 봐줄 만한 수준이 되었다.


앤은 얼굴을 비비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로 다짐했다.



" 세수라도 하자. "



앤은 화장실에 들어가 최대한 깔끔히 세안을 하고 페이퍼 타올로 얼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쥐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녀가 시간제 근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늘이 거의 처음이었다.


매장 내에서는 앤이 1시간 30분 이상 보이지 않던 것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시간제 근무 직원들 대부분은 정해진 업무가 없어서 대기하고 있었고 그나마 몇 명만 단순한 물건을 옮기는 일에 동원되었다.


앤은 자신있게 손을 들어 물건을 옮기는 일에 자원했고 다른 사람들 역시 특별히 반대 의사가 없어 앤과 몇 명만 물건을 옮기게 되었다.


그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일을 하면서 잠을 깼다.


현재 앤이 지각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은 리비와 아일라 뿐이지만 두 사람의 성격상 다른 사람에게 말할 사람은 아니니 한 시름은 놓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적은 그녀 자신이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 쾌락에 젖었는지 그녀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 버리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동시에 밀려와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 아니었기에 앤은 시선처리를 최대한 매대에만 집중하고 기계처럼 물건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던 중 휴식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어 쉬게 되었고 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흔들었다.


아직도 멍한 기운이 잘 빠지지 않았다.



" 앤 우리 커피나 한잔 할까? "



머리맡에서 쉬고 있는 앤에게 비올라가 말을 걸었다.


비올라가 커피를 마시자고 하는 대에는 다 조용히 할 말이 있다는 사인이었다.


앤은 고개를 끄덕이고 비올라의 뒤를 따라갔다.


비올라는 아무도 없는 휴게실로 앤을 데리고 들어가 자판기 커피의 버튼을 누르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 혹시 이번에 정규직 전환 이야기 들었어? "



" 정규직 사원 선발 말씀이신가요? "



아이비가 사전에 이야기한 내용이었다.


다만 아이비가 이야기해준 것은 분명히 비밀일 것이기 때문에 앤은 최대한 기본적인 것만 알고 있다는 투로 대답했다.



" 그래. 임원 회의가 최근에 한 번 있었어. 시간제 근무를 하는 직원들 중에 우수한 인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자는 내용이었는데 너도 그 중 한 명이야. 어차피 나중에 공지하겠지만 미리 알아두라는 차원에서 이야기 했어.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 이야기하고 그러지는 마. "



" 감사합니다. "



앤은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비올라는 그러지 마라는 양 커피를 건네주며 씨익 웃었다.



" 감사를 왜 나한테 해? 나는 그냥 그 자리에 남아있었을 뿐이야, 내가 그동안 널 보니 넌 충분히 열심히 일해 줬고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 돼서 그래. 정규직원이 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골라야 하니까 대강적으로 파트를 골라 둬. 지금처럼 여러가지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집중되고 숙련도도 올라갈거야. 


업무 강도는 강해지겠지만 급여도 같이 올라가겠지. 뭐 크게 말하면 내가 있는 매장 관리나 첸 씨가 있는 인력관리팀, 검사팀이나 리 씨가 있는 식품쪽 담당도 있고....여러가지가 많아. 지금까지는 그것들을 모두 따로 했겠지만 이제는 하나만 선택해야지. 시간은 좀 있으니까 정규직 선발 공고 뜨고 천천히 생각해도 돼. 필요하다면 담당자 급 사람들의 면담도 준비되어있어. "



앤은 이 이야기도 아이비가 자신에게 말해준 내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파트 설명도 거의 유사했다.


사실 마음은 거의 결정한 차이지만 너무 확고한 이미지를 주는 건 어색할 것 같아 앤은 천천히 알겠다고 했다.



" 혹시 하고 싶었던 분야가 있었어? "



비올라가 인지하게 물어왔다.


앤은 지금이라면 조금 말해도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금 꺼내 보았다.



" 만약 가능하다면 매장관리 쪽으로 가고 싶어요, 제가 여러 가지 일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오래 일한 건 매장관리 일이니까요. 게다가 매장관리 일에 능숙해지면 ...... "



아이비 언니를 더 가까이에서 도울 수 있으니까요.


라는 말은 앤의 입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게 앤이 매장관리를 희망하는 진짜 이유였다.



" 제가 편할 것 같아서요. "



비올라에게는 그 정도로 말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


마침 비올라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앤의 그런 선택을 무척이나 높게 평가했다.



" 현명한 선택이야. 보안이나 검품, 행사나 판매보다는 어렵지만 매장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고 정규직이 될 가능성도 아주 높지. 난 네 뜻을 존중해 앤. 만약 네가 정말 매장관리로 온다면 난 이제부터 진짜 네 상사가 되는 거야. 앞으로는 더더욱 빡세게 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 "



" 지금까지 제가 누구 밑에서 있었는데요? "



앤이 작게 웃었다.


비올라가 아무리 거칠고 강하다 한들 앤은 이미 그녀의 밑에서 숙달되어 있었다.


게다가 경험도 많은 비올라는 소위 말하는 경력있는 신입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었다.



" 그것도 그렇지. "



비올라는 무릎을 탁 치며 일어났다.



" 자 그럼 가서 마저 일 하자고, 이제부터는 내가 시간이 나면 매장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 줄게. 대놓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냥 참고 정도라고 생각해. "



앤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휴게실을 나와서 다시 매대 쪽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휴게실을 들어갈 때에는 몰랐으나 휴게실을 나오자 동료 직원들 몇 명이 모여서 수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뿐만아니라 손님들 몇 명도 그 직원들 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앤과 비올라가 뭔 일인가 싶어서 그들이 있는 쪽으로 걷자 손님들은 곧 사라졌지만 동료 직원들의 수는 일파만파 늘어나서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의 열 몇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매대에 몸을 걸쳐놓고 마트의 입구 방향을 눈따갑게 주시하고 있었다.



" 뭐야 무슨 일이야? "



갑작스러운 인파의 증가에 이상함을 느낀 비올라가 물었다


비올라의 말을 듣고 동료 직원 중 한명이 목소리를 낮추고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 지금 점장님이 1층 카운터에 나가 계시대요. "



" 근데 그게 그렇게 소란스러울 일이야? "



비올라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움직이는 거 하나가 차가운 서리바람이나 다름없는 아이비의 행보이지만 그녀로 인해 마트의 어느 한 부서가 털리는 일쯤은 이제 예사로운 일도 아니었다.


앤 역시도 카운터에 있었을 때 자주 그런 일을 겪었고 아예 매장에 아이비가 뜨면 행동하라는 지침 알림문이 따로 있었을 정도였다.



" 그게 아니라 카운터에서 어떤 금발 미인 손님분이 점장님을 직접 찾았대요. "



곁에 있던 동료가 추가적으로 상황설명을 해주었다.


이로써 뭔가 이상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얻었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동료들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기들끼리 수근대면서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 컴플레인 걸러 왔나? 이젠 아예 기업형 컴플레인을 걸려고 하나보네. "



" 애인이라도 왔나? "



" 입조심해 입 좀..... 그런 소리 잘못 들어가면 부서 전체가 깨진다. "



앤은 이야기를 듣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찾아온 손님이 금발의 미녀라는 것, 그리고 아이비를 만나기 원했다는 것과 오늘 그녀가 엘의 옷을 멋대로 바꿔 있었다는 세 가지의 사실이 톱니바퀴처럼 돌아 딱 하나로 맞물렸다.


앤은 불안감이 들어 매대를 내다보았으나 매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과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대놓고는 아니지만 그들은 일종의 원을 이루어서 서로를 지켜보듯이 벽을 세우고 있었다.



" 저 잠시 카운터 좀 가 볼게요. "



앤은 더 이상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매장의 입구 쪽으로 나갔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절반은 매장 직원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해서 살펴보고 있던 손님들이었다.


손님들 대부분은 슬쩍 보고 자신들의 물건을 계산하고 갔지만 어째서인지 상당히 오랜 시간 웅성거림이 들렸다.


앤은 키 큰 손님들을 비집고 간신히 앞쪽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앤의 눈에 예상하던 두 명의 여자가 나타났다.


도난사고와 불법침입자를 막는 게이트 앞에서 한껏 멋을 부린 엘이 서 있었고 그 맞은편에 검은 정장을 입고 시니컬하게 서 있는 아이비가 보였다.


엘도, 아이비도 어제 보았던 사람과는 모두 다른 사람들 같았다.


아이비는 포용력있는 미소와 고혹적인 사랑을 보내 주던 언니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엘은 정열적으로 자신의 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던 애증의 모습을 모두 지우고 매력있고 당당한 성인 여성이 되어 있었다.


엘은 한쪽 손에 종이봉투 하나를 들고 있었고 아이비를 향해 고개숙여 인사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 처음뵙겠습니다. 엘 퀸이라고 합니다. "



엘은 ' 처음뵙겠습니다 ' 라고 말했다. 엘이 손을 내밀었지만 거리도 거리이고 아이비는 구태여 그녀의 손을 잡지는 않았다.


엘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거두고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 점장을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신가요? "



아이비는 차갑고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녀가 그렇게 강조하던 서비스 정신은 어디론가 가 버렸지만 상당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앤이 다시 생각해보면 원래 아이비는 저런 사람이었다.


다만 그녀 앞에서는 저런 모습이 아닐 뿐이었다.


엘은 금발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걸더니 아이비의 가슴쯤에 시선을 걸어두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 개인적으로 얼굴을 꼭 뵙고 싶어서요 점장님, 전해드릴 물건도 있고요. "



엘은 게이트를 넘어서 아이비에게 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아이비는 슬쩍 고개를 숙여서 종이봉투 속 물건을 확인했다.


안에는 여성용 의류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귀걸이나 머리핀 등의 장신구가 같이 들어가 있었다.



" 오늘 제 여자친구가 너무 급하게 출근하느라 옷도 제대로 못 챙겨 입고 제 옷을 입고 출근했거든요. 꼭 옷 좀 제대로 전해주십사 해서요. "



엘은 싱긋 웃으며 부탁했다.



아이비는 물건이 단순히 옷 뿐이라는 걸 알자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불만을 토로했다.



"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고객님, 당 점은 매장이용 업무 외 고객의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주는 곳이 아니며 점장인 제 업무는 더더욱 아닙..... "



아이비는 슬쩍 종이봉투 안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봉투 안에는 회색 후드티와 청바지가 있었다.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 옷이었는데 어제 앤이 입었던 옷이었다.


그리고 장신구 역시 앤의 초커와 귀걸이, 그리고 머리핀이 있었다. 심지어 탁한 남색이 아닌 화사한 색이었다.


밑을 들춰 보니 그녀가 입었던 속옷까지 있었다.


아이비가 직접 벗겨내었던 것들이 지금은 종이봉투에 담겨서 다시 그녀의 손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잠시 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앤이 계속 이야기 했던 다정한 사람을 떠올렸다.


아이비의 얼굴에 차가운 냉소가 지어지고 곧 코웃음이 나왔다.



" 실례지만 고객님, 여자친구분의 성함을 물어보아도 될까요? "



엘은 차가운 코웃음이 자신의 눈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작게 보이는 일말의 사인에 그녀가 내용물을 알아차렸음을 알 수 있었다.



" 성함이요? 앤 하우스라고 해요. 저는 그 앤의 여자친구죠. "



1층에 있는 모든 직원들의 입이 술렁거렸다.


앤의 이름이 엘의 입에서 직접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이름을 듣고 아이비는 화를 내기는커녕 흥미롭다는 모습으로 엘을 주시했다.


오히려 아이비는 이것 봐라? 라는 표정으로 호기롭게 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앤은 두 사람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몰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 이 물건은 고객님의 여자친구께 잘 전달해드리죠. "



아이비는 종이봉투를 한 손으로 들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그런 다음 아이비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무언가를 찾았다.


그리고 앤을 스쳐 지나갈 때 그녀의 시선은 멈추었다.



" 앤, 이리 와. "



앤은 그 무언가가 자신임을 알았다.


갑자기 호명된 앤을 보는 사람들의 눈이 심상치 않았고 이제는 지나가는 손님들까지 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재가 어떤 사람이길래? 라는 눈빛들이었다.


앤은 어물쩡거리는 걸음으로 아이비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멈추었다.


엘은 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앤은 어색하게나마 대꾸해주었다.


다만 아이비의 시선은 몹시 좋지 않았다.


앤의 모습이 몹시 추레했기 때문이었다.


유니폼을 입었다지만 단장하지 않은 몸새에 안 맞는 바지, 그리고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블라우스 등 누가봐도 복장 상태가 불량했다.


그리고 엘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얼굴이었기에 아이비의 표정은 가면 갈수록 당돌해져가는 이 상황에 흥미를 보였다.


엘의 표정은 승기가 가득했다.


아이비는 그녀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이 자리에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비는 자신의 곁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앤을 보고 승부수를 던졌다.


마침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 더 가까이 와줄래? "



" 네..... "



앤은 홀리듯이 아이비의 속삭임을 들었다.


아이비는 앤의 허리에 팔을 휘감고 품 안에 앤을 안았다.


그리고 엘에게 보여주기를 하듯이 앤을 껴안고 그녀의 손에 봉투를 직접 쥐어주었다.



" 말씀하신대로 본인에게 아주 잘 전달되었습니다. 여자친구 님. "



다소 매섭다 싶은 영업용 멘트였다.



" 아 소개가 늦었나요? 죄송합니다. 저는 마트 유리의 점장이자 여기 있는 이 앤 하우스의 ' 연인 ' 아이비 프로스트입니다. "



폭탄이 하나만 터진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도화선이 여러 개였다.


그렇게 모든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이비는 고스란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선언을 해 버렸다.


마트 직원들은 물론이요 손님들까지 난리법석이 되었다.


몇 명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휘파람을 불었으며 일부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공개 연인선언에 이어 공개구혼까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앤으로써는 그 사람들 모두를 막을 수 없었다.


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는 일뿐이었다.


아이비는 자신감 넘치는 연상의 원숙함으로 엘을 주시했다.


그리고 고풍스러운 한 마디로 엘의 주의를 끌었다.



" 더 용무가 있으신가요 여자친구 님? "



아이비는 상당한 전략가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엘 역시 나이는 어리지만 지략을 갖추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는데도 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응수해주었다.



"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하고 싶어서요 연인 님, 우리는 종종 만날 것 같군요, 이따 봐요 내 사랑. "



엘은 아이비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앤에게는 손을 흔들어 주면서 마트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엘이 자리를 떠나자 사람들은 더더욱 열광하고 시끄러웠다.


어느순간 직원과 손님이 하나 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는 그렇게 다투더니 지금은 전혀 그러지 않은 느낌이었다.


역시 남의 일, 그것도 연애 일이 제일 재밌는 듯 싶었다.



" 어제 퇴근하고 나서 문자 안 넣어준 게 이것때문이구나? "



아이비가 귓가에 속삭였다.


앤은 문자를 보내는 걸 깜빡한 게 생각났다.


머리에 피가 몰려서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 책임은 침대에서 제대로 물을 테니까 각오해. 알았어? "



" ㄴ....네. "



앤은 달콤하게 휘감기는 아이비의 속삭임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벌써부터 벌겋게 달아오는 느낌이었다.


아이비는 곧 손님들께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능수능란하게 사라졌지만


앤은 곧이어 달려드는 동료들의 질문공세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그날 하루 일을 거의 공쳐야 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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