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수고하셨습니다."

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6 16:39:24
조회 1979 추천 62 댓글 15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d81fa11d02831edca684dcd73c50d611ea9794c01f84f9a2078f253250505d1e3e24b79ec6fb476a9d3c2b13f0a09dace0cf10e631924ce901abfca


"민서씨 손 윗사람한테는 수고하셨습니다, 가 아니라 고생하셨습니다 라고 하는 거예요."



"아, 네…. 고생하셨습니다."



"민서씨 말투가 그게 뭐예요? 그런 식으로 인사할 거면 그냥 하지 마세요. 하여간 요새 신입사원들은 기본이 안 됐다니까?"



...



"진짜 독하다 독해. 정 과장 젊은데도 하는 짓은 완전 꼰대라니까, 민서씨 괜찮아요?"



양손에 커피를 들고 있던 이 대리님이 왼손에 든 커피를 건네주며 말했다. 비싸 보이는 별다방 커피였다.



이 대리님은 좋은 사람이다. 사수로써 회사 일도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처음으로 상경한 나를 일 외적으로도 많이 도와주셨다. 언젠가의 카페에서 이 대리님은 내가 여동생 같다고 말했다. 나도 그런 대리님이 새로 생긴 언니 같아서 우린 자주 어울리곤 했다.



"그보다 민서씨 오늘 끝나고 데이트 어때요? 전에 자취방에 둘 찻잔 찾는다고 했잖아요. 제가 좋은 가게…."



"아 저 과장님이 시키신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어요. 커피도 괜찮아요, 아까 마셨거든요."



데이트란 말에 조금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대리님의 말을 끊었다. 말한 나도 놀랄정도로 날선 대답이었다. 당황한듯한 이 대리님의 표정이 나를 짓누른다. 지금도 과장님에게 혼난 나를 생각하셔서 했던 말일 텐데, 나쁜 건 말실수를 한 나였을 것인데 마치 이 대리님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말을 해버렸다.



하지만 역시 그 속 편한 성격이 가끔은 참을 수 없다. 말까지 더듬으며 나에게 뭐라 말하는 이 대리님에게 사과하려는 나를 마음속의 무엇인가가 짓눌렀다.




과장님을 자꾸만 나쁘게 말하는 건 그래, 참을 수 있다. 근데 자꾸 생각 없이 데이트 따위를 말한다.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내가 하루 몇십 번을 곱씹기만 하는 그 말을 이 대리는 별생각 없이 말한다.


진짜 사랑하지 않기에, 동성끼리라고 속 편하게 할 수 있는 그 말이 나는 너무 싫었다. 정작 내가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 겉으론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다시는 데이트 따위를 말하지 않겠지. 그런 가식을 언니와 같은 이 대리님에게서 까지 느끼긴 싫다.



"커피 감사합니다. 마음만 받을게요."



이 대리님을 향한 미안함과 원망의 감정 속에서 나는 도망치는 걸 선택했다.



이 대리님은 속 편한 사람이니까, 하루만 지나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술이라도 한잔 사면서 사과하자. 고향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아프다고 들어서 잠시 신경이 날카로웠었다고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변명이지만 이 대리님은 분명 용서해줄 거다. 이 대리님은 언제나 그런 언니같은 사람이니까.



그냥 지금은 과장님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 과장님이 마음에 드는 완벽한 직원이 돼서, 사랑받지는 못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 연인은 아니더라도 과장님의 곁에서 쭉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나라도 과장님이 웃으면서 친한 동생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민서씨, 손 윗사람한테는 수고하셨습니다, 가 아니라 고생하셨습니다 라고 하는 거예요.'



오늘 과장님에게 들은 말을 머릿속에서 되뇌어본다. 과장님이 나에게 해준 귀중한 조언이다. 돌아가서 제대로 적어둬야지.




...




무엇을 잘못한 걸까. 민서씨가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았었나. 아니다, 엊그제도 같이 웃으면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그냥 내가 싫어진 걸까.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움을 살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 고향에서 키운다는 강아지라도 아픈 걸까? 민서씨는 아직 아이 같으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아 고마워요, 이 대리 덕분에 오늘도 일찍 퇴근하겠네요. 우리 과에 이 대리가 오면 좋을 텐데"



사실은 알고 있을 터였다. 자료를 건네받자 피로가 몰려오는 듯 기지개를 피는 눈앞의 정 과장을 바라보았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벌써 과장을 단 회사가 가장 기대하는 엘리트. 누구나 인정할만한 미녀면서 그 미모를 뒤받쳐주는 능력도 가진.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한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벌써 저만치 앞서가 있는 정 과장, 한 때는 나와 가장 친한 동기였던 정지수.



모든 건 이년 때문이다.



민서씨가 정 과장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을 터였다. 그야 매일 그런 시선으로 쳐다본다면 같은 과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는 사람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인정하기는 싫었다. 지수가 또다시 나를 이기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지수는 항상 그랬다. 본인은 의식하지 않아도 언제나 나의 앞에 서있다. 같은 프로젝트를 해도 모든 공은 어느세 지수에게 돌아간다. 밤을 세서 간신히 같은 조건을 맞춰와도 언제나 선택되는건 지수의 안이다. 그렇게 나는 언제나 지수에게 지기만 했다. 너는 얼마나 더 나의 것을 뺏어갈 생각이야?



"응? 이 대리 무슨 일 있어요? 안색이 안 좋네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던가, 정 과장이 걱정하는듯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아, 괜찮습니다.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요."



마음을 안정시킨다. 가슴 속을 가득 채운 원망을 내버린다. 지금은 착실한 이 대리의 표정을 연기하자.



민서씨가 정 과장을 좋아하는 건 알았다. 그런데 정 과장이 민서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민서씨의 말 하나하나 꼬투리 잡으며 정정해주는 깐깐함은, 시골에서 막 상경한 소녀가 높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지 않게 하려는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는 아닐까. 정 과장일 때의 지수는 모두가 기대하는 엘리트답기 완벽해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민서씨의 사랑이 쌍방향이 아님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 확신이 없으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거만 같았다.



"저 과장님, 오늘 일 끝나고 한잔하실래요?"




한심할 정도로 얼빠진 생각이었다. 술은 사원 시절에 많이 먹어보지 않았던가. 완벽한 지수는 술까지 잘 마신다. 그런 지수를 이겨보기 위해서 아무리 노력해봐도 나에게 남는 건 필름이 끊겼다는 현실, 몰려오는 구토감과 자취방 한구석에 놓인 죽과 지수의 이쁜 글씨가 담긴 메모뿐이었다.




"그건 이 대리로써인가요 동기로써인가요?"



나의 표정을 읽은 걸까? 정 과장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온다. 그 표정은 영락없는 동기로써의 정지수였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네요, 제가 진급하고 나서는 한 번도 먹은 적 없었죠? 전에는 자주 먹었는데."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기억나지도 않는 옛날이야기를 해온다.


너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여유로움이 나는 옛날부터 싫었어.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씹어 삼키고, 잠시 숨을 고른다. 표정 관리에는 자신이 있는 나였다. 이거마저 너에게 질 수는 없다.



다시 한번 표정을 고른다. 오기가 생겼다. 오늘이야 말로 나는 너의 그 여유로움을 무너트릴 거다.



"그냥 사람 이수정으로서, 라고 한다면 어쩔 거야?"



마음속에 피는 검은 기분을 너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나는 완벽한 연기를 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너는 그냥 그 장난스러운 표정을 걷고 웃거나 정색하면 된다. 나는 거기서 희망을 볼 것이다.



그런 작은 승리도 나에게는 충분하다.



그걸로 충분할 터인데 ,




그 표정은 뭐야? 전혀 너답지 않아.





...






"정 과장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 민서씨도 고생했어요. 오늘은 일찍 퇴근하세요."



이상하다. 무엇인가 절대로 이상하다.



온종일 싱글벙글하신다 싶더니 아차 싶던 말실수도 웃으며 넘긴다. 과장님은 아주 가끔 기분이 좋을 때가 있으시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일에 관해서는 한없이 진지한 분이다. 겨우 어제 주의 받았던 말실수를 쉽게 용서하실 분이 아니셨다.



오늘은 평소의 기분 좋은 날이 아니다. 이래선 마치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계신 거 같다. 이건 완벽한 정 과장이 아니다. 내가 존경하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과장님이 아니다.



"과장님 괜찮아요? 오늘 좀 이상하시네요."



용기를 냈다. 영 익숙해지지 않아서 요즘 계속해서 주의받는 표현을 꺼냈다. 또 틀렸다며 과장님에게 잔소리를 들어도 좋았다. 이제는 질렸다며 다시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해도 좋다. 지금은 그저 과장님이 과장님으로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하고 싶었다.




'제발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세요.' 마음속으로 외친다. '손윗사람에게 괜찮아요 가 아니라 괜찮으십니까, 라고 하는 거예요.'라고 말해주세요. 그냥 내가 조금 이상했던 거라고, 과장님은 언제 나의 과장님으로 있다고 확인시켜주세요.



"앗, 저 그렇게 이상해 보이나요? 부끄러워라…."



하지만 눈앞의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이런 건 내가 아는 과장님이 아니다.



더는 그런 정 과장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말 없이 묵례를 하고는 의자에 놓인 가방만을 챙겨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옆에 있던 최 대리님이 뭐라고 소리쳤지만, 지금은 그저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장소를 떠나고 싶었다.



"우와 깜짝이야…. 민서씨? 뭐가 그리 바빠요."



엘리베이터가 있는 로비로 향하는 길목에서 누군가와 부딪혔다 싶더니 이 대리님이었다. 이 대리님은 어제의 일은 벌써 잊으신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왔다. 변하지 않은 이 대리님을 보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변한 건 과장님뿐인듯 했다.



"아, 이거 귀엽죠? 어제 말했던 그 가게에서 찾은 건데 귀여워서 사버렸어요."



평소의 이 대리님이다. 이 대리님은 평소와 같은 속 편한 웃음을 지으며 왼손에 들린 머그잔을 자랑했다. 작은 곰이 그려진 귀여운 머그잔이었다.



"오늘이라도 같이 갈래요? 아…. 어제는 데이트라고 생각 없이 말한 건 미안해요. 저 어제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 봤어요."



"에…."



이 대리님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기에 조금은 얼빠진 소리를 내버렸다. 마냥 속 편한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이럴 때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따듯한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이래선 영락없는 진짜 언니 같다.



"앗, 혹시 틀렸나요? 그러면, 그, 에, 일단은 미안해요…."



내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이 대리님이 허둥지둥하며 사과해온다. 역시 이 대리님은 이 대리님이었다. 회사에선 믿음직한 선배지만 가끔 귀엽게 허둥거리는, 처음 상경해서 모든 게 낯설던 나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어준 언니.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해서 어제 그렇게 심한 말을 한 나를 아무렇지 않게 용서해주는 그런 언니.



"아 웃었다, 맞춘 거죠? 그럼 다시 한번 물을게요, 오늘 저랑 찻잔 보러 가실래요? 저 좋은 가게를 알고 있거든요."



허둥거리는 그녀가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었나 보다. 나를 보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실이 주는 행복감을 느낀 지 얼마나 됐을까.



바뀐 과장님을 보고 느낀 당황스러움이 아직 마음속에 있었지만, 이 대리님을 보니 조금이나마 안심됐다.


심한 말을 한 나에게 언제나처럼 다시 다가와 준 대리님처럼, 과장님도 내일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과장님으로 돌아오실거다. 이유 따위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야 그렇게 열심히 지켜봐 온 과장님이 아닌가.



오늘은 과장님에게 있어서 특별한 날인 것이다. 내가 어제 나도 모르게 심한 말을 한 것처럼, 과장님도 가끔씩은 자신도 모르게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과장님이 더 좋아졌다. 과장님도 나처럼 즐거워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인간이라는 실감이 들었다. 초인처럼 완벽한 과장님도 좋지만 사람 정지수도 나는 똑같이 사랑할 자신이 있었다. 이 마음의 확신은 나조차도 이유를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역시 나는 과장님이 좋다.



언제는 보답을 바랐던가. 지금은 기다리자. 그럼 다시 완벽한 과장님으로 돌아올 거다.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곁에만 있으면 좋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네 좋아요, 아 저 벌써 퇴근이에요, 부럽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오늘은 대리님과 어울리자. 어제 생각했던 거처럼 술이라도 사면서 제대로 사과해야겠지. 대리님은 술이 약했다. 술이 조금 취하면 한번 언니라고 불러봐야겠다. 대리님, 아니 언니는 분명 좋아하겠지.




...





"그럼 1층 카페에서 기다릴게요, 천천히 마무리하고 오세요."



민서씨는 즐거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민서씨는 역시 알기 쉽다. 그 상쾌한 표정을 보니 역시 데이트 어쩌고 했던 게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민서씨는 정 과장을 좋아하니까,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대하기 어렵지, 다가가는 건 쉽지만 선을 넘으면 화를 내는걸. 아마 네가 말한 그 친구는 너무 다가가기만 한 거 아닐까?'



사실 어제 술집에서 들었던 지수의 말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정확한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지수가 또다시 나를 이겼다. 그러나 행복해하는 민서씨의 얼굴을 떠올리자 우습게도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일은 사실 다 끝냈었다. 다만 이대로 민서 씨를 따라갔다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거 같아서 일이 조금 남았다는 거짓말을 했다. 아직은 이르다, 정 과장에 대한 민서씨의 마음을 포기시킬 때까지는 민서씨에게 확실한 언니로 남아있어야 한다. 민서씨가 지금 마음을 놓는 건 언니인 나이지 직장 동료 이수정이 아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자리에서 좋은 술집이나 찾아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로 돌아가는 길, 막 퇴근하려는 정 과장이랑 마주쳤다. 눈이 마주쳤지만 정 과장은 아무 반응도 없이 나를 빤히쳐다 보며 침묵을 지켰다. 그 침묵이 거북해서, 먼저 말을 꺼냈다.



"정 과장님 퇴근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이 대리 윗사람한텐 수고하셨습니다, 가 아니라 고생하셨습니다, 라고 하는 거예요."



엄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던 정 과장은 갑자기 나의 팔을 잡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 아름다운 미소. 그 미소에 어제 글썽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던 너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아, 역시 수정이한텐 못하겠어. 자자 수정이도 빨리 준비해, 오늘도 술 한잔하는 거 맞지? 오늘은 내가 살게."




즐거워 보이는 그녀의 웃음에 마음이 흔들릴뻔 했다. 아직 긴장을 풀긴 이르다. 다시 한번 착실한 나로 돌아가자.




"아…. 정말 미안해, 미리 연락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급한 일이 생겨서 야근해야 할 거 같아. 그 왜 일본 수출 건으로 갑자기 바빠져서 말이야."



"아 그래? 회사 일은 어쩔 수 없지…. 그럼 야근 수고해, 곧 이 과장님이라고 불러야 겠네."



회사 일에 관해서는 완벽한 정 과장이다. 그녀는 조금 짓궂은 표정으로 말하며, 나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빼서 나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럼 이 대리, 내일 봐요. 아 내일은 무조건 한잔할 거니까. 또 야근이면 너희 과장한테 찾아갈 거야."



찌릿하고 나를 노려보더니 다시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나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그녀가 사라지자,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부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달래가며 벽에 기대었다.



나는 완벽을 연기했다. 아무리 너라도,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은 알지 못할 것이다.


문득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는 너를 보며 급해서였을까 아니면 술의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아침에 보았을 너의 그 표정이 신경 쓰여서였을까. 나는 나도 모르게 너에게 고백했다. 오래전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이제는 포기했을 감정을 꺼냈다. 그리고 너는 처음으로 나한테 졌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시간을 조금만 주라고 말했던 너의 그 표정을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와서 황급히 입을 가렸다. 이건 민서씨를 보면 나도 모르게 지어 지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아니다. 이건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거짓말쟁이의 거짓된 웃음이다.



완벽을 연기하려는 너였지만 나는 봤다.


내가 거절했을 때, 네 얼굴에 떠오른 자그마한 실망의 표정을. 대답을 준비했는데 전하지 못한 그 아쉬움의 표정을.



'역시 내가 표정 관리는 너보다 더 잘하잖아.'




이 가슴의 두근거림은 분명 승리의 희열일 것이다.





"어제 먹었던 칵테일 맛있었지."



결정했다. 오늘은 민서씨를 대리고 어제의 칵테일 바를 가자. 민서씨는 술이 강했다. 술을 조금 마시곤 마치 술김에 한 것처럼 한번 언니라고 부르라 해볼까? 이건 승리자의 특권이다.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아 기대된다. 데이트.






-----------------------------------------------------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보고 회로가 돌아갔지만




나온건 전혀 다른 결과물이였다고 한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62

고정닉 24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스타보다 주목 받는 것 같은 반려동물은? 운영자 25/10/20 - -
- AD 은퇴한 걸그룹 출신 엑셀방송 출연 후 수익 공개 운영자 25/10/24 - -
- AD 월동준비! 방한용품 SALE 운영자 25/10/23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51202 100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0938 120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0]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196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6770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3332 39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576 68
1331450 공지 공지 [3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9131 53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6533 10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4942 6
1817606 📝번역 스포) 에마히로 데이트 외계인성애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7 2 0
1817605 일반 붕어빵먹고싶다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5 12 0
1817604 일반 마녀재판 유출 스포) 정보 공식 공개되면 짤 더 생기려나 토마토햄버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3 20 0
1817603 일반 와타타베 인어가 더 쎄보이는 이유 ㅇㅇ(61.74) 14:10 26 0
1817602 일반 우이카 얘 찐사랑 맞지? [3] ㅇㅇ(106.146) 14:10 35 0
1817601 🖼️짤 톱맨) 의외로 정사인거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9 49 0
1817600 일반 테렌 아리오토 잠깐 유기한 느낌이 들긴하네 [3] 만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9 45 0
1817599 일반 심심해서 물어보는 여론조사 [3] 히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8 42 0
1817598 일반 말애니 왜 휴방임... 약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6 20 0
1817597 일반 백합그림 그려드림 [3] 사이다중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56 0
1817596 일반 ㄱㅇㅂ)지듣노 [3] 치요치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2 36 0
1817595 💾정보 전생왕녀 12권 표지 [1] ㅇㅇ(122.42) 14:00 66 0
1817594 일반 이거 왤케 좋은데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5 99 4
1817593 📝번역 배계꽃 2권 막간그림, 덤만화 [2] 호떡쿼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4 94 10
1817592 일반 대세는 백합이 드라마 이름이군아 [3] 승리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1 80 0
1817591 일반 마녀재판 다하고 심심하지?? [4] 소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0 55 0
1817590 일반 어째서 사츠레나를 봐도 가슴이 뛰지않지 [6]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9 72 0
1817589 일반 “갸루:ㅋㅋ음침이 서랍에서 고백 편지 나왔…” 특징이 뭐임? [3] ㅇㅇ(175.122) 13:47 44 0
1817588 일반 흐헤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7 37 0
1817586 일반 누가 내 트위터를 테러하길래 보니까 애망추근근하근근이었잖아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6 86 1
1817585 🖼️짤 메이드복 레나코 [2] lam8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5 45 0
1817584 일반 림월드) 용용이들과 변방계 10- 3대아이돌중하나입수와미친연속습격사태 [1] 북극곰대멸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3 27 3
1817583 🖼️짤 카케쿠루이) 메아리는 총공이니 말일세 [1]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3 52 3
1817582 일반 ㄱㅇㅂ) 날씨가 추워지자 배고픔보다 장보러가기 귀찮음이 이기고있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1 35 0
1817581 일반 다음주 왜 영하냐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1 21 0
1817580 일반 "갸루ASMR듣는 음침이" 특징이 뭐임? ㅇㅇ(182.218) 13:38 18 0
1817579 일반 ㄱㅇㅂ) 요즘 포켓몬은 엄청 mz 하구나 [1] 룩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8 67 0
1817578 일반 흥미로운 라인업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7 55 0
1817577 일반 와타타베 역시 재밌네 [3] 고뇌하는스미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29 73 0
1817576 일반 리버걱스) 백부이 어제 노티카 개인스 다 봤어 [8] sabr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24 63 0
1817575 일반 ㄱㅇㅂ)아크릴은 왜 3만원씩 하는거죠 [11] 소리야겟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9 142 0
1817574 일반 ....와타타베 8 9권 다 보고 왓는데 [8] FelisKa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9 108 0
1817573 일반 이거 총수 라인업임?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8 96 1
1817572 일반 Q.다음 중 여고에서 모텔이 아닌 곳을 고르시오 [3]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5 107 0
1817571 일반 이계 섬멸의 솔져 메이드 간단한 후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1 83 4
1817570 일반 와타타베 스포) 아 이거 좀 짜치는데 FelisKa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0 103 0
1817569 일반 “갸루:음침이 가방에서 이상한 거 나왔어ㅋㅋ” 특징이 뭐임? [7] ㅇㅇ(175.122) 13:09 72 0
1817568 일반 일클메 2, 3권 다 읽었어 Allegro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7 46 0
1817567 일반 사회초년생이 가장 좋아하는 총수타입이 뭐야? [4] 헛소리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7 48 0
1817566 일반 구매대행 너무 비싸 [2] 오토메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6 55 0
1817565 일반 와타타베 스포) 야이씨...이거 패배 플래그 아니냐...? [4] FelisKa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6 9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