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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찐따는 손가락으로 복수한다. 2/3 [이지메 요소 있음]

후구후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8 19:42:11
조회 777 추천 35 댓글 4
														

 3.


 ‘Grace(안은혜)의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대한 고발’이라는 이름의 문서가 완성된 것은 발표회 이후 일주일째가 되던 날이었다.

 초고는 다소 얌전한 내용이었다.

 문서 처음에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당한 집단 내 괴롭힘에 대해 정리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고등학교에 들어와 거기에 은혜가 합류했음을.

 눈에 띄지 않는 부위에 대한 집요한 폭행에 대한 것들 일부를 사진으로 첨부했고, 그 외 사진들의 목록을 함께 병기했다. SMS·톡을 통해 노골적인 사진을 요구받은 것들도 그 전후 사정을 함께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미아는 잠시 멈칫해야만 했다. 자신이 얼마나 믿기 어려운 증인인지를 절감했다. 확실한 자료만 정리해 보니, 은혜가 자신에게 직접적인 폭행을 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있는 것은 인상뿐이다. 은혜가 수인을 통해 자신을 폭행하도록 유도했다는 인상.

 그러나 그건 사실이었을까? 미아는 그게 겁먹은 자신의 필터를 거친 착각이었을지, 아니면 시간이 흘러 자신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흐릿해져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은혜가 그룹의 리더였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 그룹 전원이 미아를 괴롭혔고, 특히 수인은 집요했다는 것도 명백하다. 그러나 은혜가 그룹에 들어오면서 그런 폭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수인만이 은혜가 보지 않는 곳에서 미아를 폭행했다.

 그때는 그걸 자기 손은 더럽히지 않는 교활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은혜가 그런 간교한 지혜를 발휘할 아이였는지조차 의구심이 남는다.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한없이 말이 짧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던 미친엘사. 그런 것과는 어딘지 거리가 먼 것 같았다.


 여기서 미아는 선택을 강요당했다.

 폭행과 추행의 증거는 명백하게 남아 있다. 은혜가 리더였고, 그 폭행을 지시했다고 고발문에 명시하는 건 간단하다. 이 경우 부정하는 건 극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뭐야, 그래서 결국 얘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거야 아니야?’라는 의문이 드는 걸 피할 수 없다. 합리적 의심이 마구 생겨나 버린다.

 그래도 미아는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은혜가 직접적으로 폭행에 가담한 적은 없으며, 수인을 통해 은혜가 시켰다고 들은 것이 전부임을 썼다. 이 시점에서 고발문은 이미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스스로 한숨을 내쉬었다.


 폭행이 아닌 추행에 대해서는 은혜가 참가한 것도 분명히 있었다. 특히 이상한 코스프레를 시킨다거나, 야한 옷을 입히는 것에는 놀랄 만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었다. 수인에게 ‘설득’을 요청하고 자리를 비우는 것도 거의 늘 이런 때였다.

 은혜가 바란다는 이유로 반라에 가까운 사진을 찍거나 찍힌 적도 있었지만… 이 경우는 또 수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라서 직접적으로 은혜를 들먹이기는 주저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내용을 검토해 보니 ‘싫다’는 의사 표명을 얼마나 했는지가 마음에 걸렸다.

 좋아서 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협당하는 것보다는, 폭행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그다지 저항하지 않고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맙소사.

 나, 지금 소설 쓰고 있는 거야?


 읽는 사람의 반응을 예상하고 내용을 가다듬는 건 목적 있는 글쓰기를 하는 이상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글이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미아는 초고를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다시 쓴 고발문은 철두철미하게 은혜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쩌면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뒤에 붙인 판단조차 전부 지우고, 철저하게 그 당시 자신이 느낀 것에 기준해서 썼다. 자신이 당한 일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건조하게 썼지만, 그 당시 자신이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는 뒤늦게 가감하지 않았다.

 2고는 비판적으로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엉뚱한 원한을 품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길 만큼 빈틈 많고 감정적인 고발문이었다. 확인해 보니 자신이 얼마나 은혜에게 집착했는지를 알 수 있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결국 실행범은 늘 수인이었는데, 당시의 자신은 은혜를 가장 의식하고 그녀의 시선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된 건 성장한 걸까. 그때와는 다른 자신이 될 수 있었던 걸까.

 답은 아마 평생 알 수 없으리라.


 고발문을 완성하느라 이틀 밤을 꼬박 샜기 때문에 극도의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자기 전에 그걸 어딘가에 올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자고 일어나면 분명히 몸부림을 치며 괴로워한 끝에 지워 버리고 말 테니까.

 공론화의 상징이라는 에버노트를 이용해야 할 것인가. 언론사에 메일로 보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작성한 파일을 유튜브에 링크할 것인가.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백붕 그룹 소속 SS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걸 막으려면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동시에 퍼트려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입막음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아니, 그걸 걱정한다면 고발문 같은 걸 쓸 생각을 말아야지 멍청아.

 졸린 탓에 상상력은 멍청한 방향으로만 계속 뻗어나갔다. 끝끝내 고른 답은 은혜의 기획사였다.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 상태에서 메일을 보냈다.


 “아…. 내용을 하나도 안 썼다….”


 파일만 첨부해서 보낸 바람에 제목은 자동으로 「Grace(안은혜)의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대한 고발.pdf」이 되었지만, 내용은 한 줄도 없었다. 이 고발을 보고 뭘 어떻게 하라든가, 자기가 뭘 어쩌겠다는 내용이 없다.

 보낸 메일을 취소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참 모니터를 보며 끙끙대다가 결국 포기하고 컴퓨터를 껐다. 왜 고르고 골라 은혜의 기획사를 택했는지, 왜 내용을 하나도 안 쓰고 보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왜 은혜의 기획사를 골랐는가.

 그게 가장 빨리 은혜의 손에 들어갈 것 같으니까.


 왜 내용을 하나도 안 쓰고 보냈는가.

 은혜가 이 고발장을 읽어 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이 뒤의 일은, 은혜가 읽씹하면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문과 창문의 문단속은 다시금 철저히 했지만.


 ───────────────


 잠에서 깼더니 또 하루가 사라져 있었다.

 휴대폰을 들어 보니 부재중 전화가 한 통,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뜻밖에도 아버지였다. 이 시대의 가장 대부분이 그렇듯이 아버지도 좀처럼 다 큰 딸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 사람인데 별일이다 싶었다.

 설마 백붕 그룹에 납치되어서 도와 달라고 전화하거나 한 건 아니겠지 생각하며 전화를 걸었다.

 한참 울린 후에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다.


 《응, 아빠, 저예요. 어쩐 일이세요?》

 《넌 어떻게 된 애가 집에 전화 한 번을 안 하냐? 엄마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몰라?》

 《갑자기 왜요….》


 살짝 억울할 뻔했지만, 늘 하던 레퍼토리가 나오는 걸 보면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긴 건 아닌 것 같아서 안심했다.

 그래서 다음 순간 튀어나온 은혜의 이름에 심장이 멎을 뻔했다.


 《근데 미아야, 네 친구 은혜 말인데.》

 《걔 제 친구 아닌데요….》

 《아니 왜? 싸웠어?》

 《혹시 이게 과거에서 걸려온 전화인가 의심하고 싶어지는데요….》


 예전이었다면 착각할 수 있다 쳐도 3년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대가 아직까지 친구라고 믿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런데 다음에 튀어 나온 말은 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큰일 났네…. 돈 문제가 있는데….》

 《돈이요?! 무슨 돈?! 설마 걔한테 돈 빌리려고 그러는 거 아니죠?! 그러면 저 아빠랑 연 끊을 거예요?!》


 유명인이 되면 돈벌레가 꼬인다더니 그 짝인가 싶었는데, 그것과는 좀 다른 내용이었다. 다만 미아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고2 무렵,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해서 빚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시기가 있었다. 다행히도 잘 해결되었다고 들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는데, 사실은 거기에 은혜가 관여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포켓머니로 빚을 갚아 주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도 안 되게 좋은 조건으로 그룹 내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중계해 주었다고 했다. 미아에겐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그동안은 그거 갚고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이젠 좀 여유가 생겨서 말이다…. 사실 TV에 나오니까 생각난 거지만, 조금이라도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싶은데….》

 《…우리가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해 봤자 걔한텐 요만큼도 가치 없으니까 관두세요.》

 《넌 애가 무슨 말을….》

 《끊어요. 돈 여유 있으면 엄마한테나 잘해 주세요.》


 전화를 뚝 끊었다.

 그리고 머리를 싸매고 침대에 엎어졌다.

 뭐냐고, 이게 대체 뭐냐고 생각했다. 고맙다는 마음은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은혜에게 어지간한 금액은, 다시 말해 아버지가 겨우 3년 만에 갚을 수 있을 정도 금액은 큰 감흥도 없었을 게 틀림없으니까.

 문제는 왜 그걸 자신에게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아버지는 왜 하필이면 그걸 오늘 자신에게 이야기했는가 쪽이었다.


 “…널 위해 은혜를 베풀었다고 말할 애가 아니긴 하지….”


 마음에 안 든다고 폭행을 사주할 애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은 알고 있던 사실을 되새겼다.

 고발문을 써 갈기기 전에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다못해 보내기 전에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그런 고발문을 보내진 않았을 텐데.

 아니,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발표회에서 은혜가 한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과거를 지워 버리는 듯한 그 말을 들었을 때 일어난 충동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라앉지 않았을 테니까.

 은혜가 아버지를 도와준 행동은 일종의 매수, 입막음 비용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리라. 지금조차도 그럴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아가 쓴 고발장이 공론화되었을 때 ‘친구를 위해 이런 도움까지 주었는데 폭행이라니 가당치도 않다!’고 말할 근거가 되는 것이다.


 “정말이지 뭐야, 넌….”


 탓하는 대상이 자신인지 은혜인지도 알 수 없는 채로 투덜대고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확인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포털 사이트의 연예면으로 가자, 예상도 못한 타이틀이 떠 있었다.


 「학폭 논란 인정! Grace, 사죄 기자 회견 예고!!!」


 미아는 자신이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졌다.


 기사는 그저 단순하게 Grace가 학폭 논란에 대해 사죄하는 기자 회견을 할 거라는 내용밖에 없었다. 그러나 댓글은 뜨거웠다. 바로 얼마 전에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른 적은 없다’고 공표했던 것이다. 열흘이 지났을까 말까 한 시점인데 거기서 사죄의 기자 회견?

 격론이 오가는 도중 누군가가 붙여 둔 유튜브 링크가 눈에 띄었다. ‘이거 중요한 내용이니까 보고 나서 판단하는 게 어떨까?’라는 설명이 붙어 있어서,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클릭하고 봤다.

 이어진 유튜브는 연예 관련 가십들을 정리하는 걸로 뷰를 확보하는 채널인 것 같았는데, 올라온 영상의 제목은 「수수께끼의 고발자 M.I.A의 정체를 밝힌다!」였다. 미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영상은 처음 미아가 Grace의 정체를 폭로한 댓글 캡처로 시작되었다. 이미 지워졌지만 누군가가 스크린샷을 찍어 두었으리라. 그걸 기반으로 흔적을 추적해 2017년 연화고 졸업생인 미아가 그 댓글을 썼다는 걸 확인했다. 이것까지는 일전에 추적한 게시물을 봤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지만, 미아가 이전에 Grace의 곡에 단 댓글들을 하나하나 살려놓은 것에는 기겁하고 말았다.

 미아는 틈틈이 Grace의 곡을 들으면서 수십 개의 댓글을 남겼었다. 좋다, 또 들으러 왔다, 늘 재생 중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신청하면 오프라인으로도 들을 수 있는 거냐 등의 댓글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어느 날 술에 취해 『Missing In Action』의 가사에 맞추어 답하는 듯한 시를 썼던 댓글이 튀어나왔을 때는 기겁했다. 술김에 쓴 거라 정신이 들고 부끄러워져서 곧장 지우고는 잊고 있었는데.

 유튜버는 “이상의 사실로부터 우리는 미아라는 이름의 폭로자가 Grace의 열렬한 팬이고, 동급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Q.E.D.”라고 증명하더니, 모 방송 프로의 진행자 같은 톤으로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뒤를 이었다.


 “이게 이 폭로자의 일방적인 감정일까요?”


 무슨 헛소리냐고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만 영상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열렬한 팬들이 Grace의 곡과 앨범에서 찾아낸 기묘한 흔적들이 마구 발견되었다.


 하나. Grace의 대표곡이라고 해야 할 『Missing In Action』의 이니셜을 따면 M.I.A.가 된다.

 이건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미아 자신도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뭔가 기분 좋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둘. 그런데 『Missing In Action』의 모든 가사는 M, I, A로 시작되는 세 줄로 만들어져 있다.

 처음에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선공개된 앨범 부클릿의 가사란을 보자 명백해졌다. 각 연은 반드시 3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첫 줄은 M, 둘째 줄은 I, 셋째 줄은 A로 시작했다. 어린애나 할 법한 장난이다.

 셋. 부클릿에 사용된 이미지 상당수에 숨은그림찾기처럼 M, I, A가 숨겨져 있었다. 사전에 공개한 대로 이 앨범의 부클릿 작업은 전부 Grace가 담당했다.

 넷. 앨범에 들어간 곡 중 거의 유일하게 밝은 생일 축하 곡이 있었는데, 짧은 파트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곡명이 『0524』였다. 미아의 생일이다.

 다섯. 중간중간 삽입된 뜻이 불분명한 코러스는 MIA를 다양한 템포로 조절해 겹친 것이다.


 등등, 총 19개나 되는 흔적이 발견되었다. 물론 여섯 번째 이후로는 좀 말도 안 되는 억지였고, 미아는 솔직히 다섯 번째도 뭔가 징그럽고 오싹한 기분이라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네 번째는 다른 의미로, 대체 얘들이 어떻게 내 생일까지 아는 것인가 해서 징그럽고 오싹했지만.


 아무튼 해당 유튜버는 이상의 사실로부터 폭로자 ‘M.I.A.’는 Grace와 절친한 사이이며 이 학폭 논란은 네거티브 마케팅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거티브 마케팅이라는 말만 붙이면 이 세상 모든 게 말이 되는 것 같아?!”


 어처구니가 없어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지만, 적어도 정리된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거나 그럴싸한 것이라 미아는 멍해지고 말았다.

 휴대폰을 내던지고 침대에 누웠다. 뇌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자고 싶었다. 잠으로 도피하고 싶었다.

 어떤 영화였던가, 대해일이 밀려오는 앞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조용히 눈을 감는 두 사람을 본 기억이 있었다. 지금은 그 사람들을 이해할 것만 같았다. 서로에게서 용기를 얻고 수용하려 한 그들과 달리, 미아는 그저 도피를 하고 싶은 것뿐이었지만.


 그러나 미아는 대해일은커녕 끊이지 않는 초인종 소리조차 못 견디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견디지 못하고 현관으로 뛰쳐나가 문 밖을 확인하자, 거기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백붕 그룹의 SS가…! 하고 겁에 질린 것도 잠시, 아는 사람인 걸 깨닫고 긴장이 풀렸다. 은혜의 보디가드 언니가 문 밖에 서 있었다.



 4.


 “오래간만이네, 잘 지낸 거 아니까 인사 생략해도 되지?”

 “어, 언니도 잘 지내셨나 보네요….”


 은혜의 전담 경호원이자 운전을 담당하기도 한 그녀와는 충분히 많은 면식이 있었다. 아이들끼리 노는 곳에는 거리를 두고 끼어들지 않았지만, 그녀가 있었기에 수인의 나쁜 짓에도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렸고, 그래서 그녀에게는 많이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올 걸 권했지만 그녀는 현관에 멈춘 채로 그냥 말을 이었다.


 “네가 보낸 고발장은 아가씨가 잘 읽으셨어. 조금 후에 사죄 기자 회견을 하고 앨범 발매는 취소, 아가씨는 경찰에 자수하실 거야. 회장님은 너에게 사죄금을 지급하고 학교 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을 출연하실 거고.”

 “자수라니 무슨….”

 “협박과 폭행은 아직 시효가 충분하거든.”

 “어째서…. 그런 고발장,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누가 봐도 은혜에게 억울한 원망을 품은 정신 나간 헛소리인데요.”


 경호원 언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네가 당한 괴롭힘이 전부 다 아가씨가 명령한 게 맞다면 어떡할래?”

 “은혜가 그런 애라면 그런 어설픈 고발장을 보고 자수할 리가 없잖아요. 장난치지 마세요.”

 “맞는 말이긴 한데… 너도 3년 동안 정말 많이 변했구나. 그렇지만 말야, 네가 변한 만큼 아가씨도 변했거든. 네가 그렇게 괴로워했다면, 자기를 그 원흉이라고 생각했다면, 기꺼이 대가를 치르겠다고 생각할 만큼.”


 미아는 오늘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를 두통을 느꼈다.


 “그 기특하다 못해 정신 나간 애가 대체 누군데요. 아, 맞아. 지금까지 한 번도 은혜 이름 말한 적 없죠. 아가씨라고만 부르고. 서술 트릭인가요?”


 혼란스러운 나머지 아무 말이나 막 했는데, 그게 웃겼는지 경호원 언니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이렇게 엉뚱한 애인 줄은 몰랐는데…. 아니, 얌전하게 굴기만 해서 몰랐을 뿐이지 원래 그랬던 걸까.”

 “…뭐…, 원래부터 상상력만은 풍부했어요….”


 무서운 일을 많이 당해서 상상력만 부풀었는지, 상상력이 지나쳐서 위협을 과도하게 느꼈던 건지 이젠 알 수 없지만.


 “아가씨도 그렇거든. 아까 아가씨가 변했다고 했지만, 아예 없던 모습이 생겨난 게 아냐. 그 기특하다 못해 정신 나간 애는, 원래 아가씨에게서 별로 먼 모습이 아니었다는 거야. 이게 증거.”


 경호원 언니는 한쪽 손으로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열고 두터운 무지 노트 두 권을 꺼냈다.


 “장담하는데, 이걸 보면 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걸 알 수 있어. 대신 아가씨에게 조금 환멸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뭔데요?”

 “아가씨의 재활 노트.”


 재활 노트…?

 미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노트를 받아들었다.


 “아가씨는 어려서부터 유전성 희귀 심장병이 있었거든. 중학교 시절부터 호전되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지만 매사에 의욕이 없었어. 중병과의 싸움은 마음을 강하게 다잡아야만 하는 거라서, 담당 의사가 일상에서 즐거운 일을 발견할 때마다 꼭 기록으로 남기라고 권했어.”


 첫 페이지를 넘기자 「죽고 싶어」라고 쓰여 있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자 「죽고 싶어」가 두 번 적혀 있었다.

 다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죽고 싶어」가 세 번 적혀 있었다.


 네 번째 페이지에는 좀 긴 문장이 적혀 있었다.


 「즐거운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죽고 싶다고 쓰기로 정했었다. 그런 날이 이어진다면 이어진 날짜만큼 곱해서 쓰기로. 그렇다면 앞으로 4년 후가 되면 365x3+366(윤년)=1461, 하루에 1461번 죽고 싶다는 말을 써야 한다. 한 페이지에 20번 정도를 쓸 수 있으니까 하루에 700 페이지를 채워야 한다. 한 번 쓸 때 3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4383초가 걸린다. 1시간 10분을 좀 넘는 시간이다. 죽고 싶다는 말을 쓰기 위해 하루의 1/24 이상을 소모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남은 인생이 짧아진다.

 이 계산이 즐거웠다.」


 다섯 번째 페이지에는 다시 「죽고 싶어」라고 쓰여 있었다.

 여섯 번째 페이지에는 다시 긴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내가 살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 즐거운 일이 생길 때까지, 가능한 한 죽고 싶다는 글을 몰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생각은 딱히 즐겁지 않았다.

 죽고 싶어」


 일곱 번째 페이지부터는 새까맸다. 한 페이지가 대체 몇 번이나 썼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빽빽한 「죽고 싶어」라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유일하게 새까맣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지나치게 반복해서 쓰느라 견디지 못한 종이가 찢어진 흔적이었다.


 아연해져서 경호원 언니를 바라보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땐 아가씨도 중학교 2학년이었거든. 이해해 줘.”

 “….”


 검은 페이지들을 한참 넘기고 간신히 하얀 페이지를 찾아냈다.

 2015년 3월 2일, 고등학교 입학식이 있던 날이었다.


 「같은 반 여자애가 너무 귀여워어어어어어어!」


 “…어?”


 내용도 그렇고, 글씨체부터가 뭔가 이전과 전혀 다른 것 같았다. 아니, 자세히 보면 같은 글씨가 맞긴 맞았다. 가늘고 정확한 한 획 한 획이 무슨 이유인지 부들부들 떨려서 착각을 일으켰을 뿐이었다.

 미아는 서둘러 페이지를 넘겼다.


 「3월 3일, 그 애 이름은 미아라고 한다.

 우연히 눈이 마주쳤는데 깜짝 놀라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딱 이름대로라서 너무 귀여웠다. 울림도 이쁘다.」


 “저기요, 이거 노트가 중간에 바뀐 것 같은데요.”

 “환멸하게 되는 건 이해해.”

 “환멸이 아니라………………….”


 「미아를 만난 지 사흘째.

 미아는 바쁘다. 언제나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다른 애들을 챙겨 준다. 힘들 텐데도 늘 웃고 있다. 하지만 나랑 시선이 맞으면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푹 숙인다.

 이 무표정한 얼굴이 나쁘다. 약간 죽고 싶어」


 「병원에 가야 해서 학교에 못 갔다. 죽고 싶어」

 「오늘도 학교에 못 갔다. 죽고 싶어」

 「사흘째 학교에 못 갔다. 죽고 싶지만 내일은 학교에 가도 된다. 미아를 봐도 된다. 그게 즐거웠다.」

 「모처럼 미아를 만났는데 내일은 학교가 쉰다. 죽고 싶지만 미아를 봤으니까 즐거운 걸로 한다.」


 「오늘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기록해 둔다.

 미아의 목소리를 좀 더 잘 듣고 싶어서 근처에 서 있었더니 미아가 눈치채고 인사해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아시나요? 그것은 “안녕?”이라는 말이랍니다.

 대답을 못한 건 살짝 죽고 싶다.」


 “누구냐니까요, 이거?!!!”

 “사람은 누구나 보이는 것과 다른 면이 있는 거야. 너도 그렇잖아?”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전언 철회. 오늘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병원에서 돌아가는 길에 미아와 만났다. 세상에 파란 머리였다. 환상적이야! 환상적으로 귀여워! 수인이와 만나서 논다고 하길래, 평생의 용기를 짜내서 끼워 달라고 부탁했다. 거절하면 어쩌나 숨도 쉬지 못하고 기다렸다.

 놀고 있는 내내 미아만 보고 있었다. 교복이 아닌 미아도 귀엽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어떻게 하면 다시 미아를 만날 수 있을까 아침부터 고민했는데 수인이가 연락을 했다. 혹시 모른다는 구실로 미아의 연락처를 물었더니 톡으로 초대해 주었다. 톡으로도 말을 잘 못하겠어서 약간 죽고 싶어졌지만, 노래방에서 미아의 노래를 들었으니까 100일치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노래할 때의 미아는 평소보다 목소리에 힘이 깃들어 있어서 멋지다. 언젠가 미아처럼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 이거 더 못 보겠는데요…. 이거 백붕 그룹의 새로운 고문이죠.”

 “아가씨는 네 고발문 몇 번이고 정독했는데.”


 미아는 어쩔 수 없이 노트를 계속 읽었다.

 노트는 서로 막 알게 된 후를 넘어 자연스럽게 함께 행동하게 된 후의 내용을 적고 있었다.


 「수인과 미아의 사이가 수상하다.

 둘은 한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 미아는 누구에게나 상냥하지만 수인에겐 특히 그렇다. 게다가, 아무리 친구끼리라고 해도, 허벅지 안쪽에 손을 밀어 넣는다든가 하진 않지…?」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병원에서 나흘을 보내고 다시 퇴원. 미아가 괜찮으냐고, 어디 아프지 않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아가 걱정하면서 돌봐줄 것만 같은,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미아가 걱정하는 표정을 짓기라도 하면 틀림없이 심장이 멎을 거다. 그만두기로 했다.






 꿈에 미아가 나왔다. 나 같은 건 죽어야 한다. 다시 이런 꿈을 꿀 거라면 평생 잠들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이걸 쓰는 동안에도 흐릿해져 버리는 꿈속의 미아가 너무 안타까워서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종일 잠을 잤다. 선잠을 자는 쪽이 꿈을 기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수인과 미아가 나오는 꿈을 꿨다. 죽고 싶어」


 「평생의 용기를 쥐어 짜내 수인에게 혹시 미아와 사귀는 건지 물었다. 한동안 말을 돌렸지만 끈덕지게 노려보자 결국 인정했다. 잘 어울린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더니 키득거리며 웃었다. 속마음이 들킨 게 아니면 좋을 텐데.」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미아가 여자와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건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서 간신히 죽고 싶지 않아졌다. 수인과의 사이가 나빠지길 바라는 건 아니다. 아니길 빈다.」


 「어쩌다 수인의 사진함을 봤는데, 미아의 야한 사진들이 찍혀 있었다. 약간 곤란해하더니 그런 취미가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미아도 싫어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미아에게 그런 취미가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어서 확인을 요구했다.

 미아의 사진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색한 듯 부끄러운 듯 웃는 모습이 상상도 못할 만큼 요염하게 느껴져서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고 싶어졌다.」


 「미아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전화기도 꺼져서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무리한 요구를 해서인가 싶었지만 집에 가 보니 정말로 아팠던 모양이었다. 휴대폰도 망가졌고.

 혹시나 해서 그 야한 셀카에 대해 물어봤지만, 싫은 건 아니라고 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옷을 벗는 그 모습이 지나치게 요염해서,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저녁에, 수인이 오늘 찍은 미아의 사진을 보냈다. …저장하고 말았다.」


 「수인처럼 밝고, 활달한 아이가 되면 미아가 날 좋아하는 일도 생길까.」


 “이 썅년….”


 미아는 자기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정직히 말해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수인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그 마음이 미움이든 아니든 어쨌든 저울의 무게를 다 차지한 건 은혜였지 수인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이렇게 확인해 보면 수인의 교활함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눈에 들어온다. 셀카와 관련된 사건이 딱 그랬다.

 미아와 은혜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농락했다. 은혜의 말은 그 마음과 같지 않다. 미아의 말도 그 마음과 다르다. 자신은 거의 끼어들지 않으면서, 둘의 착각을 이용해 전혀 다른 인상을 심었다.

 미아는 은혜가 수인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믿었고, 은혜는 미아가 수인의 부탁이라면 내키지 않아도 따를 정도로 수인을 좋아한다고 믿게 되었다.

 아니, 멋대로 상상하고 맘대로 좌절한 자신의 잘못도 있겠지. 하지만….


 미아는 애써 생각을 지웠다. 지금은 확인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다.

 은혜의 재활 노트는 이후 대부분 밝은 내용이었다. 이따금 미아와 수인을 질투하는 자신이 한심해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빈도는 극히 적었다.

 3학년 1학기 초, 은혜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재활 노트가 도움이 되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어서 죽고 싶어」라고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3학년 1학기 말, 수인이 해외 유학을 준비한다는 이야기에 「결별을 기대하는 자신이 너무 더러워서 죽고 싶어」라고 적혀 있었다.

 3학년 2학기, 「같은 대학에 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자기가 너무 한심해서 죽고 싶어」라는 내용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수능 날.

 예감한 대로 페이지는 텅 비어 있었다. 말랐는데도 울퉁불퉁 왜곡이 생긴 노트 뒷부분이 흘러내린 눈물의 양을 짐작하게 했다.


 “은혜는, 그날 어땠어요…?”

 “네가 나가고 얼마 지나서 아가씨도 따라 나오셨지. 발작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붙잡아서 병원으로 모셨어. 아니라는 게 확인된 다음에는 일주일 정도를 계속 너희 집 앞에서 보내셨고.”


 미아는 한순간 과거로 되돌아갔다.

 현실을, 부정했다.


 “거짓말이죠, 이거 다. 이 노트 내용 다 거짓말이죠. 언젠가 저처럼 고발장을 쓰거나 하는 애가 나오면 아니라고 하려고 만든 그런 거죠? 말도 안 돼. 은혜는 이렇게 유치한 소리 안 해요. 어린애도 아니고…. 이런 걸 일일이 써서 남겨 둔다는 게 말도 안 돼.”

 “아가씨 꿈이었거든. 자기는 표정도 잘 못 바꾸고 말도 잘 못하니까, 언젠가 너랑 사귀게 되면 이 노트를 보여 줄 거라고. 그러면 널 정말로 좋아한다는 걸 믿어주지 않겠느냐고. 자, 감동이든 환멸이든 그 정도까지 하고….”


 경호원 언니는 시계를 확인했다.


 “3시 50분. 기자 회견은 4시니까 10분 남았네. 아가씨가 딱히 자기가 짓지도 않은 죄를 가지고 대국민 사죄를 하는 걸 막을 기회가 있는데, 어떡할래?”

 “…차 시동 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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