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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포칼립스 백합앱에서 작성

글쓰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07 11: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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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찌어찌 잘 넘긴 것 같다. 적당히 총질하고, 적당히 파밍도 하고, 적당히 쇠도 두드리고...


"어후, 미치겠다."


난 한숨을 툭 내뱉었다. 의자에 턱 앉은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도구와 기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딱히 많은 것도 아니지만 도검과 총 몇 자루가 나란히 철상에 놓여 있다.

지금 있는 곳은 대장간이 딸린 철물점. 그것도 주인 없고 재료는 많은, 나에게는 천상과도 같은 장소다.
지금으로부터 약 4달 전 쯤. 세상이 멸망하면서 비밀적인 무기연구소에서 일을 하던 나로써는 잘 된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끔, 오늘과 같이 한창 몬스터랑 쌈질을 하고 전리품을 챙긴 날에는 특히 더 외로움이 내 가슴을 들쑤신다.
아마도 이건 생명,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자연적인 존재들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외로움이란 명목 하에 나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


탕---


"응?"


그 때,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총소리가 살금살금 기어들어와 내 고막을 진동시켰다. 사람!!!

나는 이미 피곤으로 인해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자체적으로 연구하던 총인 -good love-를 한 손에 든 것도 물론이다.

멀리서 조금씩 흐릿하게나마 사람의 형상이 눈에 들어와 뇌에 정보를 전달했다. 그녀는 방금 잡은 변종 다크독을 해체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이런 망한 세상에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금발의 긴 머리카락. 물론 씻지는 못했는지 좀 더러워지기는 했지만, 그 빛을 잃지않고 여전히 빛나보였다.

두번째로는 피에 물들어 검붉은 바탕의 갈색 반점을 덕지덕지 단 청자킷이었다. 그 모습은 그녀가 이 멸망한 세상에서 평탄히 살아올 수 없었다는 진실을 간접적으로 내게 알려주었다.

텅ㅡ

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뒤쪽에서 철봉이 책상에서 굴러떨어져 철이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그녀와 나의 고막을 강타했다.


'앗!'

"거기 누구야!!!"


그녀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지니고 있는 총을 전방으로 조준하면서 뭐라고 말하는 듯 하였는데, 멀어저 잘 들리지는 않았다. 아마도 욕지거리를 몇 마디 내뱉었을것이다.

방금까지 몬스터와 상대하면서 지친 몸을 대충 갸누는 그녀의 눈은 누군가 나오는 즉시 쏴 죽여버리겠다는 의지로 활활 불타오르고있었기에 나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양손을 위로 들어올려 싸울 의지가 없음을 알렸다.

그제서야 그녀도 나를 보았는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내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이기에 총을 내려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총구가 아래를 향한 걸 보아하니 싸울 의사는 없는 것 같았다.


"이름."

"박연서. 그쪽은?"

"강도주."

"여기는 왜 왔지?"

"세상이 이 꼴 나기 전에 내가 일했던 곳이니까."

"..."


그녀와 나는 꽤나 위험한 분위기에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대화로 알 수 있는 사실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이 강도주라는 것과 원래 이 철물점이 그녀가 일하던 곳이란거다.

나는 마지만 대답에 침묵을 유지했다. 그런데 내가 뻘쭘하고 있던 모습이 웃겼는지, 그녀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아 괜찮아. 오히려 내가 없는 몇달동안 관리도 하고 지켜주기도 했다는 거잖아? 오히려 고마운데?"

"아..."


그러고보니 그녀는 나에게 화를 낼 이유가 거의 없었다. 내가 먼저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 나는 그녀가 없을때 침입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 누가 그런 걸 따지겠는가.

그녀가 증명항 방법이 없긴 하지만 굳이 그 말을 부정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 필요까진 없다. 말투나 표정도 딱히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나랑 싸울 생각 있어? 연서 너도 지금 피곤해 죽을상인데. 그럴 생각 없으면 계속 있어도 상관없어, 남자면 고민 좀 했겠지만."

"...고마워."


덜컥.

도주는 나에게 계속 있어도 된다고 말하면서 철물점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문을 연 후 그녀의 반응이 꽤나 볼만했다.


"뭐야 이거... 언제부터 철물점이 무기 창고로 개조된거지? 내가 잘못 찾아왔나. 아닌데?"

"큽."

"저기 연서야, 이거 다 어디서 난 것들이야? 뭐 경찰서라도 뒤진건가?"


그녀는 내가 만든 2번째 총인 -근친-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그러는 그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실소를 흘렸다. 경찰서는 이미 경찰들이 점거했을텐데. 말이 안 되는 것이 맞다. 경찰들이 미친 것도 아니고 총을 내 줄리가 없잖은가.


"아 그거 내가 다 만든거야. 옆에 다른 총들이랑 칼들도."

"...이걸 전부 다? 너 뭐하는 애야?"


그녀는 아까보다 훨씬 얼빠진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무슨 괴물울 보는 시선으로 나를 흁어보면서 주춤주춤 물러난 것은 덤이다.


"그냥 별 거 없어. 구조랑 부품, 원리만 알면 대부분 총은 다 만들 수 있으니까. 옛날부터 해오던 일이기도 하고."

"옛날부터 해오던 일? 도대체 어디를 가면 옛날부터 이딴 흉기를 만드는데?"


후웅. 그녀는 롱 소드인 -난입불가-를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섬뜩하게 주위를 감쌌다.
애초에 내가 검을 배운 것도 아니고 체력훈련용으로 무겁게 균형만 맞추어 만들었기에 나는 몇번 휘두르면 금방 지쳐버리는 무게의 철 덩어리이지만, 도주는 무슨 나무방망이 마냥 가볍게 검을 들었다.


"와 힘은 장사네. 나도 어딜 가서 남자한테 힘 꿇린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말이야."


나는 저 검의 무게를 생각했다. 한 14kg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드득. 도주가 난입불가를 가지고 죽은 다크독의 시체에다 칼질을 하고 있었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생생히 귀를 파고든다. 되도 않게 강철로 만들어서 단단하긴 뒤지게 단단한 검이 저것이다.


"이거 좋은데? 무게도 딱이고, 나한테 잘 어울려. 나 가져도 되냐?"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의사를 물었다. 이미 놓지 않겠다는 듯 양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게 보였다. 거절하면 이제는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저 다크독의 시체가 내 미래가 될 것 같았기에 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검 이름은 뭐야? 아니면 그런 건 없어? 소설보면 막 무기같은거에 이름 붙이고는 하잖아."

"손에 든 거는 -난입불가-, 이거는 -good love-, 저기 쌍검은
-근상친간-, 옆에 소총은 -가총학수-. 나머지는 뭐 별 거 없다. 선화, 영원... 평소 읽었던 소설 주인공 이름을 붙인거라."

"근상친간? 뭔가 있어보이는데, 무슨 뜻이야? 사자성어인가?"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아아, 말하기 싫으면 괜찮아.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쨋든 이 검이 난입불가라 이거지? 좋아 난입불가. 넌 지금부터 내 것이다!"


그녀는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뭔가 말못할 비밀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급히 주제를 돌렸다. 긍정적이면서 주위를 웃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는 여자였다. 그게 진짜 성격일지, 아니면 위장된 겉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하암. 늦었으니까 자자. 같이."

"난 씻고 잘래. 비누로 씻어본게 도대체 얼마만이야."

"아무데나 들어가서 씻으면 되는 거 아니야?"

"난 그런 거 싫어해. 그래서 청자킷 도 새 옷 훔친거잖아. 남이 쓴 거는 뭔가 쓰기 싫더라고."

"내가 쓴 거는?"

"원래 내 거라 상관없어."

"뭐, 네 맘이지 그건. 난 내일 씻을래."


그렇게 말하며 나는 철물점 내부의 공간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그러나 오랜만에 본 사람, 그것도 여자이기에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수가 없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샤워실에서 따뜻한 공기와 비누 향기가 흘러나와 내 코를 간질였다. 잠꼬대처럼 뒤를 돌아 실눈을 뜨니 도주는 알몸인 상태 그대로였다.

여러 군데 짓눌리고, 베이며, 찔리고 물린 상처가 온 몸 곳곳에, 마치 내 몸과 같은 그 모습에 나는 다시금 이 세상의 참혹함과 살아남기 위해 죽여야 했던 여러 생명들을 곰곰히 생각했다.

함께 일하던 연구원, 부모님은 옛날에 돌아가셨으니 예외로 치고. 내 몸을 노리고 달려들던 괴물들과 그보다 못한 인간새끼들. 그들 전부를 죽여야만 했던 상황들이 갑자기 전부 밉게 느껴졌다.

왜 세상은 이렇게 변했는지, 나는 왜 이렇게 변했는지. 내가 만들던 총병기들을 내가 직접 생명을 취하기 위해 사용한 나는 살인자인가?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수십가지 망상들이 떠올라 정신을 갉아먹는다. 눈에서 눈물이 튀어나와 날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그 때. 도주가 나에게 다가왔다. 자면서 우는 내가 불쌍했던걸까. 그녀는 아직 따뜻한 열기가 남아있는 손을 내게 가져가 대었다.


"슬퍼하지 마라. 지금까지 살아온 걸로 이렇게 슬퍼하면 나중에는 또 어떻게 버틸려고. 우리들은 그래도 살아가야 되지 않겠냐.
나는 세상이 이꼴나고 항상 이렇게 속으로 외친다. 그래야 버틸 수 있거든. 우리가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절대로 이상한 게 아니다. 우리는 사람으로써 이 변한 세상을 해쳐나가기 위해 바뀌는 거다. 그 사실을 항상 기억해둬라."


스윽. 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혼잣말로 이야기한 게 부끄러웠는지 금방 이불을 깔고 내 옆에 누웠다.


"참. 나도 주접이다. 혼잣말로 이게 뭐하는 짓이냐."

"...고마워. 도주야."

"..너 듣고있었냐?"

"..."

"젠장."


ㅡㅡㅡㅡㅡㅡㅡㅡ

폰이라 오타 많은 건 이해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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