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조 납감조 특집
[카스아리] 오전 열 한시, 여기는 유성당 지하!
[란모카] 오전 한 시, 란의 방
[아야치사] 오후 다섯 시, 치사토 짱의 집!
[유키리사] 오후 여덟 시, 신혼 침대 위
*
창밖은 어느덧 벚꽃이 활짝 핀, 완연한 봄이였다.
벌써 다시 봄이 왔구나, 그것이 의미하는 사실은 두 가지였다.하나는 이 저택에 감금되고 나서 일 년이 지났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익숙해진다는건 무섭구나, 창 밖을 보면서 무심코 쓴웃음을 흘렸다. 처음 여기에 왔을때에...그러니까 코코로한테 보호라는 명목으로 반쯤 강제로 끌려왔을 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던데다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들었기에 반쯤 정신이 나가있던 상태였다. 그랬기에 조금 거칠게 저항했건만, 상냥한 코코로는 모든게 자기 잘못이라면서 날 상냥하게 위로해주었다. 내가 웃지 않으면 세상도 웃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에 있어서 코코로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떻게 보면 그녀도 피해자에 가까운 입장이였건만 그것을 전부 자기의 탓으로 돌리고서는 나한테 사죄하는 코코로의 모습을 보니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너가 왜 사과하는건데..."
울음이 나올 것 같은것을 간신히 참고있었건만, 코코로의 사과를 들으니 어딘지 모르게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참을 수 없을만큼 울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여하튼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코코로의 저택에 체류하기를 일 년 째, 제 집처럼 생각하라는 코코로의 말은 사실로 이루어져서, 이제와서는 완전히 제 집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게 옛 추억에 빠져있기를 잠깐, 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두어번 들렸다. 안봐도 뻔했다, 코코로였다. 창 밖에 기대있는 몸을 살며시 때고 들어오라고 하자 문이 열리더니 평소 그녀답지 않은, 얌전한 검은 드레스 차림의 코코로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물론, 나 역시 그녀를 따라서 똑같은 검은색 일색의 복장이었기에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미사키."
그녀답지 않은 잔뜩 깔린 우중충한 목소리였다. 벌써 일 년이나 지났건만, 그녀는 나 이상으로 그 사건이 자신때문에 일어났다고 깊게 믿고있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살며시 웃으면서 창가에서 몸을 돌려서 그녀한테 다가간 내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코코로가 말없이 내 손을 꼭 붙잡아주었다.
오늘은, 내가 코코로네 집에 주워진지 일 년째 되는 날이였다.
그리고, 정확히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일 년이 되는 날이였다.
*
시체를 도저히 수습할 수가 없어서 무덤은 코코로네 저택 뒤뜰에 약식으로나마 만든 상태였다. 물론 뒤뜰이라고는 해도 이 부지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츠루마키 일가의 뒤뜰인만큼 어지간한 정원보다는 넓었지만.
검은 옷 사람들이 수고해주신걸까, 중간에 일어난 여동생도 같이 포함해서 셋이서 나란히 무덤으로 향하니 여러가지 화려한 꽃이며, 음식들이 무덤 앞에 가득 차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았었구나, 하고 여동생이 순진하게 웃는것을 보면서 나중에 감사인사를 드리자고 속으로 살며시 미소지었다.
"준비하자."
매마른 코코로의 말로 잠시 들고온 물건을 옆에 내려놓은 뒤 셋이서 분담해서 이것저것 준비하기 시작했다. 무덤을 닦고, 물을 뿌린 다음 무릎을 꿇고 평소처럼 정기 보고를 시작했다.
"그 날로부터 일 년이 지났어 엄마."
바로 옆에서 코코로한테 술을 받아서 그대로 한 잔, 따라서 무덤 위에 올려놓았다. 매일 일을 끝내고 어머니가 한 잔씩 홀짝이던 술이였다. 그런만큼 아마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던 술이 아닐까? 하는 어렴풋한 추측에서 매 달 들고오는 술이였다. 물론 이제는 돌아가셨으니 진실을 알 방법은 전혀 없지만.
"우리 자매는 아직도 건강하게 살고있어."
이번에는 여동생한테 담배를 받아서 한개피, 그대로 불을 피워서 살며시 올려놓았다. 물론 화재의 위험도 있었기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서. 이것 역시 아버지가 매일같이 피시던 담배였던 만큼 가장 뇌리에 박혀있던 물건중 하나였다. 역시, 이제는 돌아가셨으니 이게 정말로 제일 좋아하시던 브랜드였는지 알 방법은 전혀 없었지만.
보고는 그걸로 끝, 사실 더 길게 하고싶기는 했지만 이 이상 하면 여동생이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려버렸기에 여기까지가 적당한 마지노선이라는 것은 지난 일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랬기에 이걸로 끝,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가볍게 묵념을 했다. 고요한 분위기 안,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그 공간에서, 내 머리는 필사적으로 과거의 일을 되짚어나가고 있었다.
그 일은, 작년에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
총에 맞을 뻔 했고, 납치를 당했다.
평범한 여고생이 이런 일에 휘말릴 확률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사귀고 있는 사람은 평범한 여고생이 아니라 대부호의 딸이였다. 사실 코코로의 천진난만한 태도로 인해 종종 대부호의 딸임을 까먹고는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나니까 대부호의 딸임을 다시금 자각할 수 있었다.
일의 전말은 단순했다. 코코로랑 사귀고 나서 얼마 안있고 나서의 하교 길, 코코로는 일이 잇다면서 먼저 돌아가고 나 혼자서 돌아가던 도중 갑작스럽게 뒷골목에서 총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처음에는 남 일 처럼 어딘가에서 서바이벌 게임이라도 하나? 생각했다. 그야 이런 털어도 금화하나 안나올 평화로운 시골동네에서 총소리라니, 번지수를 잘못찾은게 아닌이상 어떤 멍청한 강도가...그런 가벼운 생각이였던 것이다. 그 가벼운 생각은 직후, 내가 서있던 바로 옆 자리에 총알이 박히자마자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었지만.
속으로 비명을 삼켰다. 잠깐만, 총? 이거 진짜? 아니, 그보다 날 노리고 있어? 여러가지 생각이 맴돌았지만 일단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로?
그런 세세한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은 두 다리를 옮기려던 차에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옷 사람들이 내 몸을 붙잡고는 그대로 달려서 차 안에 날 집어던졌다. 상황파악이 채 끝나기도 전이였다.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한참이나 말없이 운전을 하던 검은 옷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내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방금 전 총소리는 뭐냐고 하니까 그녀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이야기에 따르면-어디까지나 짐작이지만, 총을 쏜 자들은 츠루마키 그룹과 적대관계인 그룹이라고 했다. 코코로를 납치해서 그녀를 이용해서 협박을 하려고 하는 기업이라고. 하지만 오늘 날 까지는 하는 족족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다. 검은 옷 사람들의 막중한 가드가 있었기 떄문이다.
"그러던 차에 미사키 님의 소식이 뒷세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드가 충분한 코코로한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은, 입단속을 시켰음에도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도출해낸 결론은 모두 코코로가 안되면, 그녀의 여자친구를 납치해서 협박하자! 라는, 한결같은 주장으로 통일되었다고.
"물론 저희도 경계를 개을리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동안은 잠잠해서 방심했습니다. 그 틈에 이런 일이..."
"부모님."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버린 내가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목적이 나라면, 코코로를 협박하기 위해 여자친구를 태연하게 납치하려는 놈들이였다. 날 납치했을 때를 실패해서 두 번쨰 플랜으로 우리 부모님을 납치해서 날 조종하려 들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은 나조차도 순식간에 생각해낸 결론이였다. 나보다 머리가 몇 배는 좋은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었다. 실제로도 내 말을 듣자마자 최악의 사태를 상정한듯 식은땀을 흘린 그녀가 곧장 가겠다면서 아까보다도 빠른 속도로 차를 밟기 시작했지만.
사태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만큼 늦은 상태였다.
도착한 내가 본 것은 불타오르는 집, 모인 채로 웅성거리는 사람들-
상황을 눈치 챈 그녀가 나한테 괜찮냐면서 소파 너머로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괜찮을리가 없었다. 불타오르는 집을 보면서 양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내가 그대로, 그대로...
*
몇 시간이나 울고나서 진정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그 직후 코코로의 저택으로 향헀다. 그곳에서 코코로한테 받은 제안은 안전을 보장해줄테니까 사태가 정리될 때 까지는 저택 밖으로는 나가지 말 것, 부모님이 그런 꼴을 당한것을 봤는데 원수를 갚아야 하지 않겠냐면서 이를 악물고 이야기하려고 했다. 했지만.
"장인어른과 장모님마저 당했는데 미사키마저 잃으면...난...난..."
그런 말을 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고 내 품에 껴안기는 코코로한테 나가겠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였다. 결국 조금 진정하라며 역으로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꼴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여동생은 학교에 있던 시간이라 무사헀다고 한다. 사건 직후 보호를 위해 검은 옷 사람들이 데려왔다고. 그녀 역시 안전을 위해서 사태가 정리될 때 까지는 저택 밖으로 한발자국도 못하게 하는, 초 강경책이 실시되었다. 그게 벌써 작년의 일이였다.
삼 개월 정도는 사람같지 않게 지냈건만, 코코로가 끝없이 옆에서 격려해주고 보듬어준 덕분에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간신히 원래의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성격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옛날보다도 조금 더 우울해지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로 마음먹은지 오래였기에...
"미사키."
묵념이 끝난듯 코코로가 가볍게 내 옆구리를 두드렸다. 아, 응. 끄덕이면서 고개를 든 내가 마지막으로 무덤에 한 번더 물을 끼얹으면서 조심스럽게 보고를 올렸다.
"맞다, 경사스러운 소식이 하나 있어. 올 봄...응, 이제 봄이긴 하지. 앞으로 한 달 정도 뒤면 나 코코로랑 결혼할 것 같아."
사태가 정리가 되었지만 언제 어디서 나쁜 놈들이 노릴지 모르니까, 이참에 결혼해서 아예 저택 밖으로 나가지 말고 내조에만 힘을 쓰는건 어떻겠냐는 코코로의 제안이였다. 사랑스러운 코코로의 제안이기도 했기에 고민할 것도 없이 곧장 받아들였고, 옆에서 듣던 여동생도 기뻐하면서 날뛰었었다. 뭐, 그렇게해서 올 사 월, 그녀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일 년 만에 경사스러운 소식을 들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네."
후후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더 묵례를 하고 뒤로 돌아섰다. 이걸로 이번달 보고는 끝, 이제 들어가서 점심먹을 준비 해야지. 옆에서 칭얼거리는 여동생을 들어올려서 품에 꼭 껴안은 다음 코코로와 손을 꼭 붙잡고 곧장 저택 안으로 향했다.
한 달 뒤에 다시 봐요, 속으로 조심스럽게 인사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 ? : 이야기의 진실
부모님이 돌아가셔?
누군가가 미사키를 노려?
그런거 전~부! 거짓말일게 분명하잖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미사키가 상처받을만한 일, 나는 하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걸까, 여기까지 들었으면 이미 도출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단다! 답은 뭘까? 바로 내가 미사키를 납치하기 위한 뒷공작이였단다!
물론 미사키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사실이기는 하지, 하지만 내 미사키를 노리는걸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있는게 그냥 지켜만 보고있을리가 없잖니! 그런 사람들은 진작에 처리했단다! 내 신부한테 향하는 경비도 나한테 하는것 이상으로 신중하게 하고있기도 하고!
그 총은 뭘까, 검은 옷 사람한테 부탁해서 그녀가 저택으로 오기 위한 밑밥을 깔기 위해 쏜거란다! 물론 절대로 미사키를 맞히지 않게 몇 번이나 연습을 시킨 엘리트 중에 엘리트를 시켰지! 그렇게해서 그녀를 무사히 저택 안으로 끌어들여서, 목숨의 위협을 받고있으니 나오지 못하게 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어!
부모님은? 미사키랑 똑같은 방법을 썼지! 딸아이들이 죽었다고, 전부 우리탓이니까 책망은 나중에 받을테니 일단은 지구 반대편으로 피신하라고 했다는 사실을 아마 미사키는 모르지 않을까? 그렇게해서 텅 빈 집을 깔끔하게 화재로 태워버리니까 미사키, 아무것도 모르고 어찌나 당황하던지. 우후후...
물론 미사키의 어린 시절 사진 하며, 그 집에 있던 미사키의 물건은 모두 빼돌렸지만!
저택에 보호라는 명목으로 감금한 다음부터는 일이 훨~씬 쉬웠지! 진실을 모르는 만큼 그녀는 잘 대해주는 나한테 안그래도 다 줬던 마음을, 더욱 더 주게 되었단다! 사이가 더 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어! 그리고 혹시나 진실을 눈치채고 도망치려고 해도 여동생이 있으니까 쉽사리 도망칠 수는 없을테고!
그렇게 일 년-마침내 그 사건으로 받은 트라우마가 어느정도 치유된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니까 그녀도 승낙하더라. 이걸로 미사키를 완벽하게 저택 안에서 영원토록, 내 옆에 두고 감금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서...
"왜그래, 코코로?"
성묘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어느정도 기분이 풀렸다고 생각한걸까? 미사키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단다. 그 기분좋은 손길에 내가 눈을 감고 갸르릉 거리면서 팔에 뺨을 비비자 옆에서 처제가 놀리듯이
"언니랑 새언니가 또 꽁냥거려!"
그러면서 웃더라고.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 내가 후후 웃으면서 품에 꼬옥 껴안기고는, 미사키를 올려다보며 말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무~척이나 행복해서!"
"...응, 나도 행복해. 코코로."
미사키의 말에 더욱 더 활짝 미소를 지은 내가 결국 못참고 여동생이 보는 앞에서 미사키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단다! 새빨개진채로 여동생의 눈을 필사적으로 가리려고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눈을 감는 미사키는 정말이지, 무척이나 귀여워서-
응!
미사키는 내꺼야!
*
코코로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쓸 때 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진짜로 브레이크 풀고 막나가봤음
물리적 감금 + 심리적 감금 + 결혼 + 기타등등...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요소 다때려박아봤는데 좀 약한 것 같다
원래 미사키 부모님이 진짜로 돌아가신걸로도 하려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싶어서 그냥 떨어뜨려놓는걸로 했음
보컬조 다 썼는데 이제 뭐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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