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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치사카오] 내가!! 아기고양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8 00:07:05
조회 1170 추천 46 댓글 6
														

저한테는 사실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저희 집에 숨겨진 비밀이라고 하는게 조금 더 이치게 들어맞겠군요.


제가 아직 일곱 살 적이였을까요, 어머니께서 절 무릎에 앉힌 채로 조심스럽게 시라사기 가문의 혈통에 관련된 비밀을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기는 해도 거짓말이라면 시작 전에 전부 지어낸 이야기라고 이야기해주시고는 했기에, 지어낸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라고 못을 박고 들어가는 어머니한테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진지한 어머니의 표정을 처음 보기도 했고요.


화가 난 것 같기도, 어쩌면 즐거운 것 같기도 하는 표정으로 어머니는 시라사기 가문에 얽힌 저주받은 혈통에 대해서 어린 저도 알 수 있게 조곤조곤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때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옮기면 이렇습니다.


말에는 예로부터 강력한 힘이 깃들어있다고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저주스러운 말이 돌고돌아서 상대방한테 저주를 내리는 것 처럼, 오늘은 뭐든지 될 것 같다고 입 밖으로 내뱉는 것 한마디로도 그 날 하루종일 정말로 뭘 해도 될 것 처럼 느껴지는 것 처럼, 이런 모든 효과가 말에서 비롯된 신비로운 힘이라고 합니다. 


"우리 시라사기 가문은 예부터 그런 힘을 조금 많이 물려받았...어야 했단다."


그리고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말에 그런 힘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우연의 일치로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일부 가문-그러니까 이 사실을 알고있는 가문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사실을 수용하고 말의 힘을 자기들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시라사기 가문 역시 그 혈통 중 일부였다고.


하지만 저희 가문은 어머니가 스스로 저주받은 혈통이라고 한 만큼 그 방향성이 완전히 어긋났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기네요.


어쨋든 제법 오래된 선조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 때,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고백의 언약을 준비하다가 그 마법이 반대로, 심지어 엄청나게 강력하게 걸려버리는 바람에 피가 제법 옅어진 우리들 까지도 그 저주가 이어져내리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저주란 무엇이냐 한다면.


"시라사기 가문의 여자가 마음 속 깊숙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잖니?"


"네."


"그 좋아하는 사람이 내뱉은 말은, 모두 사실이 된단다."


원래라면 자기가 내뱉은 말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이루어져야 하는 언약의 주문이라고 했지만 반대로 걸린 결과가 이 꼴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믿지만 이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일곱 살, 물론 너무나 허무맹랑한 소리에 제가 고개를 좌우로 젓자 어머니께서 증거를 보여주신다면서 품에 안은 절 잠시 바닥에 내려놓으시더니 안쪽에서 앨범을 들고 오셨습니다.


그리운 표정으로 앨범을 넘기시던 도중 마침내 찾으신걸까요,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멈추시더니 그것을 그대로 저한테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을 본 저는 숨을 살며시 들이켰습니다.


사진 안의 어머니는 온데간데 없고, 어머니의 머리색과 같은 금색 털의 강아지 만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교문에 서있던게 아니겠습니까?


*


갑작스럽게 알지도 못할 옛날 이야기로 막을 열었지만 이 이야기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옛날 이야기의 꿈을 꾸어서 조금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자 몸에서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손 발이 너무나 짧고, 몸도 자그만하고...한 마디로 밸런스가 하나도 맞지 않았지요. 이상함을 느끼고 침대 위에서 끙끙거리기를 한참, 이상하게도 몸을 좌로 몇 번 굴러도, 우로 몇 번 굴러도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큰 침대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오늘 꾸었던 꿈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설마, 하고 혹시나 해서 몸을 계속 좌로 데굴데굴 구르자 마침내 침대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콰당하는 소리는 커녕 폭신, 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나서 불길한 예감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인가 네 발로 달리고 있다는 것 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짧은 다리를 움직이기를 한참, 방 안에 있는 전신거울 앞에 가서 멈춰서니 역시나, 슬픈 예상은 전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거울너머에는 예쁜 노란색 털을 가진 고양이가 네 발로 얌전히 서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앞 발을 들어서 그대로 이마를 짚었습니다. 원인은 물론 알고있었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몇 번이나 노력을 했건만, 설마 그 모든 것이 한 번의 실수로 박살이 날줄은 정말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조차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저한테는 세타 카오루라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소꿉친구가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첫사랑이였고, 그 사랑은 물론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셰익스피어다 뭐다 하는, 허세 가득한 이상한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조금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마음은 전혀 변함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방금 꾸었던,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저한테 들려주신 말씀 때문이었지요.


카오루한테는 입버릇이 있었습니다. 동급생이나 후배...너 나 할것 없이 자기를 따르는 모든 여자 아이들한테 아기고양이라고 부른다는 점이였습니다....슬슬 이 쯤이면 눈치채셨겠지요?


어머니가 옛날에 하신 말에 따르면, 좋아하는 사람이 저한테 한 말은 모두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카오루는 주변 사람들한테 아기 고양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했습니다.


이 말인 즉슨 카오루가 저한테 아기 고양이라고 하면 제가 고양이가 되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전 그녀한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절 아기 고양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했습니다. 그녀 역시 절 사랑하는 만큼 군말없이 알겠다고 대답해주었고, 약속을 어길 사람은 아니었기에 안심하고 있었습니다만.


정말로 한 번의 실수였습니다.


어제 하교길, 카오루를 놀래켜주기 위해 조심스럽게 등 뒤에서 살며시 치니까 카오루가 저인줄 눈치채지 못하고 등 뒤를 돌아보면서


"어떤 사랑스러운 아기 고양이가 날 부르는거니?"

 

그렇게 말한것에 적잖이 당황했었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카오루도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해서 당황하는것이 눈에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번 가지고는 안그러겠지 싶어서 저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카오루를 토닥여줬고, 카오루는 누가봐도 침울한 표정으로


"치-짱, 미안해..."


그렇게 사과했지만-


"냐아..."


가볍게 한숨을 내쉬자 입에서 고양이 소리만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그 한 번이 제대로 치명타로 작용해버리다니! 설마 이렇게 보란듯이 고양이가 되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일은 어쩌지, 카오 짱한테는 뭐라고 할까...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울 너머의 고양이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던 차에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마이 프린세스 치사토! 아직도 자고있는건가? 얼굴이 보고싶어서 주말임에도 아침 일찍 찾아왔다네...?"


평소처럼 자신만만하게 들어오더니만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거울에서 냥냥거리고 있는 제 쪽으로 시선이 내려졌습니다. 한편 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물론 원인을 굳이 따지자면 장난을 친 저한테 있지만 말한 당사자는 카오루였습니다. 지금 제가 이 모양이 된 당사자가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저답지 않게, 저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치밀어서...


"냥!"


짧게 소리를 내지르면서 곧장 카오루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사랑의 힘인걸까요? 아니면 저번에 말한것도 있어서 뭔가 짐작이 가는게 있었던걸까요, 대번에 저인걸 눈치챈 카오루가 놀라면서 절 품에 받더니 이게 무슨일이냐고 절 제일 먼저 걱정해주었지만 전 아랑곳하지 않고 말랑말랑한 고양이 발바닥으로 카오루의 등짝을 후드려 까기 시작했습니다.


"냥!! 냐냥!! 냐냐냥!! 냐냐냐냥!!"


"잠깐 치-짱! 그건 불가항력..."


내가!! 아기고양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신기하게도 고양이 말로 외쳤음에도 제 말을 이해한 카오루가 억울하다면서 외쳤지만 그건 조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햇습니다.


...그보다 원래 몸으로는 어떻게 돌아가죠?


*


카오루가 아기고양이라고 부르다가 치사토가 진짜로 아기고양이로 변해버리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돌려본 회로


근데 진짜로 아기고양이로 변하면 재밌을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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