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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승지영원 - 밤산책앱에서 작성

공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4 15:40:55
조회 615 추천 30 댓글 9
														


영원과 저녁을 먹은 승지는 밤바람이 기분이 좋아서 그녀와 함께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밖으로 나온 공원은 겨울이 되기 직전이라 그런지 조금 추울법도 했지만 마주 잡은 손이 따뜻했기에 둘은 그저 시원하기만 했다.

영원은 평소 얼굴의 흉터가 신경쓰여 사람들이 제 곁을 스쳐갈 때면 고개를 숙이거나 마스크 같은 걸 이용해 그것을 감추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 왼쪽에 서서 걷는 승지가 있어, 사람이 스쳐갈 때면 고개를 숙이기보단 승지쪽을 바라보았다. 흉터를 숨기기 위했던 행동이 이제는 승지를 한번이라도 더 보려는 행동이 되었다. 간혹 승지와 눈이 마주칠때면 둘은 약속이라도 한듯 베시시 눈웃음을 지었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입을 맞추기도 했다. 사실 승지는 사람이 있든 없든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영원이 사람이 있을 때는 싫어하는 것을 알기에 없을 때를 노려 했다. 승지는 영원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늘은 공원에 사람이 별로 없네."

영원이 승지와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사람이 있을 때 하기 싫다는 말은 사람이 없을 땐 하고 싶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승지가 영원을 바라봤다. 영원의 갈색빛 눈동자는 가로등보다도, 달빛보다도 빛이 났다. 그녀의 눈동자는 키스해달라는 소망을 옅게 비추었다.

"그러게."

승지는 나지막히 웃으며 영원의 남은 손도 잡아,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섰다. 그리고 영원의 동그란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술을 향해 움직였다. 그때 둘에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승지?!"

낯선사람의 등장에 영원은 입술을 말아물며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누군가 자신들의 모습을 봤을거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 영원의 행동이였다. 그에 승지는 아쉬운듯 혀로 제 입술만 핥았다. 그리고 영원과의 시간을 방해한 상대를 향해 미간을 찌뿌리며 바라봤다.

승지를 부른 사람은 글래머한 몸매를 가진 여성이였다. 노출도가 꽤 심한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공원이라는 장소에 안맞게 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으며, 머리도 화려하게 펌을 넣어 밑으로 길게 늘어트렸다. 그러나 승지는 상대가 누군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사람 잘못봤는데요."

승지는 기억도 안나는 사람을 잡아가며 굳이 기억할 필요성을 못느껴 거짓말을 하며 상대를 눈으로 쫓아냈다. 영원도 분명 승지의 이름을 부른 상대에게 잘못봤을리 없을텐데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승지의 거짓말을 정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 여성은 승지의 눈빛에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비꼬는 말투로 다가왔다.

"허, 잘못봤다고? 거짓말을 하려면 더 그럴싸하게 하든가. 내가 니 그 낯짝을 잊을거같아?"

여성이 다가오자 영원은 승지의 등뒤로 숨기 시작했다. 그녀가 흉터를 숨기기 위해 숨는 것을 알아차린 승지는 상대를 향해 더 으르렁 거렸다.

"사람 잘못봤다고."

어금니를 물며 말하는 승지의 협박에 여성이 움찔거렸으나, 여성은 곧 승지의 등뒤에 있는 영원을 힐끗보고 조소 섞인 말을 뱉었다.

"이번엔 그 아인가봐? 예쁘게 생겼네, 권승지 너도 참 변함없다. 전부터 좀 예쁘장하면 어떤 년이나 다 따먹.."
"야."

승지의 낮은 목소리가 여성의 말을 잘랐다. 승지는 등뒤의 영원을 더 제 뒤로 숨기며 말했다.

"우리 강아지 닳으니까 그만보고, 그 더러운 낯짝이나 치우지?"

여성은 사실 이전 승지와 잠깐 사겼던 전여친이였다. 그러나 본인과 사귈때는 애칭으로 불러달라는 요구에 한번도 응한 적 없던 승지가 눈앞의 다른 애를 두고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에 울컥했고, 저를 보고 더러운 낯짝이라 표현한 것에 치욕을 느꼈다. 그 탓에 여성은 뚫린 입으로 승지의 등뒤에 숨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영원을 두고 말했다.

"야, 거기 권승지 뒤에 있는 너. 보아하니 아직 어린거 같아서 충고해주는데, 권승지 이 년 존나 쌍년이거든? 같이 있으면 너만 힘들걸? 게다가 이 년 침대에서 지밖에 몰라서 졸라 거친데다가 한번 따먹고 버린 년들 수두룩하다고? 너도 곧 그중에 하나가 될텐데,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도망가는게 어때?!"
"이게..!"

승지는 결국 화가 날대로 나, 상대의 얼굴에 제 주먹을 꽂아 넣으려 한걸음 움직였다. 그때 승지의 움직임을 막은건 겁을 먹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빼꼼 얼굴을 내민 영원의 당돌한 말이였다.

"승지는 저 힘들게 안해요."
""..?!""

영원의 발언에 두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안에 감춰진 감정은 조금 다른 감정이였다. 승지는 영원의 당돌한 모습이 귀엽다 생각했고, 상대는 영원이 어이가 없었다. 영원은 우물쭈물 거리더니 말을 더 얹었다.

"그리고 승지는 침대에서 상냥해요.. 그리고.. 승지는 저 절대 안떠나요.. 왜냐면 저 사랑하니까!"

영원의 당돌한 말투와는 달리 그녀의 동그란 귀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무진 붉어져있었다. 어느새 불끈 쥐었던 승지의 주먹에 힘이 풀려있었다. 승지는 영원을 보며 입이 귀에 걸릴만큼 미소지었다. 그리고 다시 상대를 본 얼굴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그 점이 여성을 더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야, 다 들었으면 꺼져."

상대는 더이상 있어봤자 아무런 성과도 못 얻는단걸 깨달았는지 '웃겨!'라는 말을 뱉으며 왔던길을 되돌아갔다. 승지는 여전히 저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런건 아무 상관없었다.

"영원아, 미안. 많이 놀랬지? 언니가 더 빨리 쫓아냈어야 했는데.."

승지의 손이 잘 깨지는 유리를 다루듯 영원의 머리를 조심스레 쓸었다. 영원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앞머리를 정돈하자 나온 반듯한 이마가 귀여웠다. 승지는 영원의 이마에 작게 입술을 붙였다 뗐다. 잠깐의 정적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 승지는 영원이 아까의 일에 대해 물어볼까봐 조용히 있었으나 영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 모습이 영원도 방금 전의 상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래서 승지는 영원에게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근데 자기 아까 왜 그런 말을 한거야?"
"그건.. 그 사람이 언니한테 막말하니까..'

영원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리고 조금 부푼 뺨이 방금 전 그 말들에 영원도 화가 났음을 승지는 알 수 있었다.

"언니 편 들어준거야? 귀여워라."

승지는 영원을 꽉하고 안아주었다. 영원을 그 상태로 고개만 빼꼼 내밀며 그녀의 귓가에 말했다.

"전부 사실이기도 하고.."
"음.. 그런데 조금 걱정이네"
"뭐가?"
"우리 애긴 거칠게 해주는게 좋댔는데.."

승지는 꼭 안던 제 팔을 풀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난스레 아래로 휜 눈썹이 영원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앗, 그건 그러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아니라?"
"언니가.. 해줄땐 거칠긴 한데.."
"하지만 아깐 상냥하다며."

승지는 영원에게 아까 말의 의미를 묻기위해 그녀를 더욱 재촉했다. 영원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승지의 팔안에 가두어진 몸이 아까의 해명을 하지 않으면 풀어주지 않을 듯 허리를 꽉 붙잡았다. 결국 영원은 순한 눈망울을 올려 승지의 눈을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승지는 영원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의 드문드문 이어지는 말을 끊지 않으며 귀를 쫑긋 세웠다.

"언제나 하고나면 안아주는게 상냥하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해주는게 상냥하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귓가에 속삭여 주는 말이 상냥해서..."

영원의 순한 눈이 유하게 휘더니 눈웃음을 살풋 지어냈다. 그대로 "그래서 좋아"라고 말을 하자 승지는 밝게 패인 보조개가 음푹 파일만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그녀가 좋다고 해준 것을 작게 속삭여주었다.

"영원아,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승지의 품속에 있던 영원은 그녀의 상냥함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는 승지에게 말했다.

"언니, 오늘은 공원에 사람이 별로 없네."

다가오는 겨울 탓에 밖은 조금 추웠고, 늦은 시간까지 더해 더이상 공원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공원은 둘만이 유일하게 남은 작은 세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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