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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란모카] 그야, 모카는 내 신부인걸 下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5 23:46:08
조회 400 추천 18 댓글 4
														

전편


*


상점가를 거의 다 빠져나올 때 쯤, 비가 조금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모카와 찰싹 달라붙은 상태였지만 이대로라면 우산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쫄딱 젖을 것 같아서 잠시 어디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미어캣처럼 목을 쏘옥 내밀고 좌우를 둘러다보는 모카가 너무나 귀여워서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면서 똑같이 살피다 보니 저 멀리, 일찍 문을 닫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모카."


"오오~"


아무래도 저기 처마 밑이라면 잠시동안 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손가락으로 가르키자 모카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내 팔을 붙잡은 채로 곧장 그 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비오는 날 달려서 그런지 조금 젖은건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손실로 끝낸 채 무사히 처마 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산을 접고 툭툭 터는 모카를 보면서 내가 조심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쉽사리 그칠 것 같지는 않은 날씨였다.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 비오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까랑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였다. 비가 와서일까? 아무도 지나지 않는 조용한 거리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소리,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모카의 숨결을 느끼다보니까 정말로, 세상에 단 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모카."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하다만 이야기가 있었다. 처마 밑에 고여서 바닥으로 조르륵 흘러내리는 비를 눈으로 좆으면서 내가 살며시 웃었다.


"어린 시절 내 말버릇, 기억해?"


"란의 말버릇~? 으음? 으음...아니, 확실히 있었구려~"


아무리 모카라고 해도 갑자기 질문하면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더니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떠올린듯 뺨을 발그래 물들였다. 하긴, 내가 모카의 입장이라고 해도 똑같았을 것이다. 확실히 당사자의 입장에서 직접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말버릇이기는 했으니까.


어쩔 수 없네, 그러면 내가 말해줘야지. 아무렇지 않게 모카의 옆으로 다가간 내가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꼬옥 붙잡은 뒤 속삭이듯이, 하지만 모카의 귀에 똑똑히 들릴 정도의 소리로 말했다.


"모카도 기억하겠지만 내 어린 시절 말버릇은... '모카 짱은 내 신부' 였어."


내 말을 들은 모카가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귀까지 빨개진걸로 보니까 제대로 부끄러워하는걸 알 수 있어서, 키득 웃으면서 내가 그녀의 새빨개진 귓부분을 살살 만져주었다.


이제 막 지어낸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모두 사실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모카가 좋았다. 아니,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래서 신부 = 좋아하는 사람이랑 영원히 같이 있을 수 있다 는 것을 어머니한테 듣자마자 모카는 내 신부라면서 주변에 떠들고 다니고는 했다. 심지어 중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가!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알고 이야기하냐면서 말리던 우리 부모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와 모카의 관계를 완벽하고 깔끔하게 납득한 듯 했다. 그 다음부터 그분들은 그것을 날 교육시키는 용도로 쓰시기 시작했으니까. 내가 편식을 한다 치면 이렇게하면 모카를 신부로 맞이하지 못한다고 한다던가...


그리고 그 날 놀이터의 싸움도 내 말버릇이 원인이였다.


"새 비옷을 모카한테 칭찬받아서 기분이 엄청 좋았어, 놀이터에서 다들 놀 때 까지만 해도 최고였는데."


"그 때 그 아이가 뭐라고 한거구나~?"


눈치 빠른 모카의 말에 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뭣때문에 싸운거야~? 알려줘어~ 옆에서 재촉하듯 모카의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내가 꽉지를 끼지 않은 반대편 손을 들어서 그대로 모카의 머리를 매만져주었다. 비에 젖어서 물방울 한 방울이 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게 느껴졌다.


"여자끼리는 신부가 될 수 없다고 그랬어."


그 한 마디가 치명타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분노한 내가 난생 처음으로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으니까.


모카는 내 신부라고.


그것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거라고, 반드시 내 신부로 맞이할거라고.


아직도 그 날의 일은 똑똑히 기억이 났다. 저 멀리 떨어져서 화내는 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친구들, 자기가 뭔가 못할말을 했다고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내 큰소리를 들어서 그런건지 어쩔줄 모르고 울려고 하는 여자아이...모든것이 그 날의 일처럼 생생했다. 마치 어제 일 같았다.


그렇게 된거야, 이야기를 끝마치면서 내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단순한 어린아이들의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명한 화도가의 자식이라 그런걸까, 그 날의 싸움은 빠르게도 어른들의 귀로 들어갔지만 이내 흐지부지 되었다. 내 친구들이 나는 절대로 화를 낼 아이가 아니라면서 끝까지 두둔해준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상대방 아이가 자기가 먼저 말실수를 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시인을 했기 때문이였다.

"그랬구나아..."


이야기를 다 들은 모카가 살며시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어쩐지 조금 걱정스러워서 모카? 하고 조심스럽게 부르면서 손을 뻗어서 머리를 쓸어넘기자, 얼굴 전체가 붉은 색으로 뒤덮인 그녀가 자그만한 입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저기, 라안...그럼 지금은?"


"응?"


"언제부터인가 그런 말, 전혀 안하게 됬잖아...그러니까 지금은 어때? 아직도 날..."


모카의 말에 살며시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오해를 하고 있어도 그녀가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나 모카는 내 신부! 를 외치고 다니다가 중학교 들어와서부터 뚝 끊겼으니까, 모카의 입장에서 보면은 오해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닌걸, 절대로 아닌걸. 응, 절대로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걸. 세 번이나 속으로 반복한 내가 아예 양 손으로 모카의 손을 포옥 감싸쥐었다. 애초에 내가 그 말을 외치고 다니지 않게 된 것은 소중한 것은 입 밖으로 내지 말고 꼭꼭 숨기라는 부모님의 조언때문, 절대로 모카가 싫어졌다던가 신부로 삼지 않을거라는 의미가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식을 올릴 생각이였으니까...


좋아,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똑똑히 말해줘야겠네. 마음을 먹은 내가 그녀의 예쁜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똑똑히 말했다.


"모카는 내 신부야....그건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절대로 변할 일 없어."


그러니까, 뒷 말을 이으려던 차에 모카가 그대로 내 품 안에 와락 껴안겼다. 귀까지 새빨개진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얼굴을 파묻은 채 있어서...


상의가 조금 축축해진 이유가 비 때문만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


참고로 원래 후일담으로 집에 도착한 다음 란이 씻고가라는 핑계로 모카를 집 안에 들여서 서로 삐리릭 하고 빠라락 하는 순애 장면을 구상은 했었음


구상만 했었다고


그냥 둘이 꽁냥거리는거 보고싶어서 써본 글인데 내용이 제대로 써졌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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