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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사약대회] 의붓자매를 죽인 이야기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6 20:50:49
조회 509 추천 16 댓글 8
														

어머니가 재혼하셨다. 온 동리 사람들로부터 저 고약한 심성이 남편을 앞세운 것이라며 욕을 얻어먹더니 또 앞세울 남자를 끌여들이셨다. 퇴직한 관리이니 모아둔 재산이 넉넉하다는 말, 그러나 딸이 하나 있는 게 흠이라는 말을 나는 한 귀로 듣고 흘려보냈다.

분명 흘려보낸 말에 그 딸이 절세미녀라는 말은 없었다.

"인사 하거라, 여기 네 어머니가 될 배씨 부인이다. 부인, 이 아이가 내 딸이오."

다소곳하게 숙이는 고개에 댕기가 가슴께에서 흔들렸다. 선홍빛 댕기는 그 주인마냥 빛깔이 고왔다. 흑단같은 머리칼이며 백옥같은 피부에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얘, 인사 안올리고 뭣하니."

어머니가 옆구리를 찌르는통에 허겁지겁 허리를 숙였다. 고개를 들었을때 눈 앞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숨을 들이쉬는것조차 잊고 입을 뻐끔거리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귓가에 와닿는 소리에 수족에 힘이 풀려나갔다. 잊을 수 없는 첫만남이었다.


* * *


"...너는 자갈밭을 매려무나."

밭을 매어두라는 일감을 받고 호미를 챙겨 나가는 길에 언니가 보여 걸음을 멈췄다. 대청에 앉은 어머니는 언니에게 서슬퍼런 눈빛을 쏟아냈다. 눈빛이 느껴지기라도 하는지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요즘들어 아버지께 부쩍  야단을 맞기도 했으니 주눅이 드는 게 당연했다. 부녀 사이를 이간질하는 어미, 거기에 홀랑 넘어가는 아비. 어지간히 콩가루 집안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걸음을 떼었다.

밭을 매는 일은 일찍이 끝났다. 일손이 빠르기도 했고 할 일이 적었기도 했다. 길가의 자갈을 툭툭 차며 집으로 향하는데 언니가 보였다. 일은 반도 못한 채였다. 밭 가운데 주저앉아 훌쩍이는 이를 지나칠 수는 없었다.

"언니, 거기서 뭐 하고 계세요."

퍼뜩 놀라며 든 고개가 눈물에 젖어있었다. 흙바닥에 널브러진 호미는 부러진 채였다. 분명 벼리지못해 내버려둔 물건이었다.

"밭을 매러 오면서 이런걸 들고오시나요."

"아... 어머니가 저걸로 주셔서..."

눈가를 훔쳐내며 웅얼이는 소리가 물기에 젖어있었다. 들어올린 손이 생채기로 가득했다. 나는 괜히 짜증이 나 밭에 가득한 자갈을 툭 쳐냈다.

"우물가에 가셔서 손부터 씻어내세요, 덧납니다."

말을 마치고 팔을 걷어붙이는 내 모습을 언니는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멀뚱히 바라보는 이가 답답해 쏘아붙였다.

"빨리 좀 가세요."

멀어지는 이의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손을 놀렸다. 일이 아까보다야 많았지만 괜찮았다. 나는 일손이 빠르니까.


* * *


어머니의 괴롭힘은 나날이 심해졌다. 잔치 전날, 일감을 쏟아붇고는 그걸 마치기 전까지는 잔치에 갈 생각조차 말라니. 심지어 그 잔치는 언니의 친어머니 댁에서 벌어지는 잔치였다. 깨진 독에 물을 받으라, 쌀을 석 섬 찧어놓으라, 베를 짜라, 혼자서는 못할 일을 언니께 떠넘기시니 나까지 바빠졌다. 진흙을 꾸어다 독을 막고, 방앗간집 영감과 대거리를 하고, 또 같이 베를 짰다.

태산같던 일감을 하나하나 해치울적마다 언니는 웃으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독을 막는 두꺼비, 벼를 찧는 참새, 또 베 짜는 선녀. 선녀라는 말에 나는 일손을 멈추고 마주앉은 이를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웃는 낯이 해사하니 고왔다. 그 모습이 더 선녀같았다.

둘이 밤을 새워 일한 덕에 언니도 잔치에 갈 수 있었다. 어머니는 일이 끝난 걸 모르셨다. 나는 어머니가 아시면 성화시니 조금 늦게 나오시라 일러두며 걸음을 떼었다. 대문간에서 미소지으며 흔들어주는 손을 계속 돌아보았다. 자꾸 눈이 가는 걸 어머니의 타박에 그만두었다. 웃는 낯을 보는 것이 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볼 것을.


* * *


언니는 잔치에 오지 않았다. 언니가 좋아하시는 능금이며 여러 주전부리를 챙겨놓는데 관인이 찾아왔다. 잔치판에 끼어든 이는 신발을 쳐들고는 소리쳤다.

"이 신의 주인이 누구요?"

나는 그 꽃신을 알았다.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신이라며 수줍게 내보이던 이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얼어붙은 나를 등떠밀며 어머니가 소리쳤다.

"이 아이요!"

나는 어이없어하며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탐욕스런 얼굴에 무언가 기대하는 기색이 만연했다. 음식보따리를 움켜쥐며  내가 아니라고 입을 떼려는데 잔치 손님중 한명이 말문을 열었다.

"거 최씨네 큰딸이 어미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오."

내가 하고싶은 말이었다. 말을 꺼낸, 언니의 친척임이 분명한 이도 나처럼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이었다. 고개를 조아린 내가 몸을 물리려는 새 누군가 마당 가운데로 나타났다.

언니였다.


* * *


새로 도임한 감사의 행차에 지레 겁을 먹고 신을 떨구었다고 했다. 감사는 스쳐지나간 언니의 자태를 잊지 못해 신을 챙겼고, 사람을 시켜 언니를 찾았다. 잔치집을 떠나 곧장 교자에 실려가더니 언니는 밤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집에 온 언니는 부모님과 나를 한 방에 두고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내뱉었다.

혼약을 맺겠다고. 반백이 넘고, 부인이 별세하여 외롭다 신음하는 홀아비의 재취가 되려한다고.

어머니는 배아파하셨고 아버지는 축하해주셨다. 온 동리 사람들이 못된 계모 밑에서 시름시름 앓던 아이가 끝내 볕을 보았다고 제 일처럼 기뻐했다. 나는 기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어머니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오래도 생각했다. 언니가 감사댁에 들어가 초야를 치뤘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생각은 갈무리되었다.


* * *


"어서 오렴, 정말 오랜만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반겨주는 이의 낯이 여느때처럼 밝았다.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널따란 기와집을 앞장서 가로지르는 언니였다. 뒤따르고있자니 틀어올려 비녀를 꽂은 머리가 보였다. 보따리를 쥔 손아귀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언니는 여느때처럼 웃고 떠들었다. 나는 가만히 두고보다가 토해내듯 말을 뱉었다.

"언니, 우리 멱을 감으러 가요."

언니는, 바보같은 언니는 나를 따라 나섰다. 나는 입을 꾹 닫고는 휘청이며 걸음을 떼었다. 물가에 다다라서야 겨우 입을 뗄 수 있었다.

"같이 도망가요, 언니."

듣는 이의 낯빛이 변해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보따리를 풀었다. 집 안의 갖은 패물이 쏟아졌다.

"도망가요. 저런 늙은이랑 살지 말아요. 나랑... 나랑 달아나요."

수십번은 연습한 말이, 꿈속에서도 내뱉은 말이 속절없이 떨렸다. 언니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건지 미동조차 없었다.

"행복할 수 있어요. 우리 둘이서... 단 둘이서..."

끝맺지 못한 말을 냉정한 목소리가 베어냈다.

"둘이서 뭐."

헐떡이던 숨이 턱 막혀왔다. 입만 뻐끔이고 있자 언니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 둘이서는 아무것도 못해."

무어라 반박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뭐라도 말을 꺼내려고 머리를 굴리는데 언니의 말은 끝나지를 않았다.

"어머니로 부터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무얼 할 수 있겠니."

힐난하는 눈빛은 분명 나를 향한 것이었다.

"나이든 남자면 뭐 어떻니. 또 재취면 어떻고. 날 그 집안에서 빼내준 사람인데."

그래도 나는 일손이 빨라요, 같은 말은 부질없는 말이었다. 챙겨온 패물도 대감댁의 재산에 비하면 보잘것 없었다. 겨우 찾아낸 방도는 너무 늦었고 너무 초라했다.

"너가 못해준 걸 해준 사람인데."


* * *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만이 홀로였다. 깨질 듯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니 언니는 온데간데 없었다. 얼굴이 온통 눈물로 젖어 입가에 짭짤한 맛이 났다. 또 비릿한 맛이 나 옷소매로 쓸어보니 베인 상처에서 피가 묻어났다. 멍하니 주위를 살피는데 신발 한 짝이 눈에 들었다.

내가 잘 아는 신발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신발을 움켜쥐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연못에 창백하게 떠오른 이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였다.

아, 언니, 거기서 뭐 하고 계세요.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않는 말 대신 비통한 울음만이 터져나왔다.





눈치챈 사람은 챘겠지만 콩쥐팥쥐임.
왜 다들 의붓자매 안먹냐? 존맛인데.
여러분 다들 자매백합 하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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