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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사약대회] 보이지 않는 것, 변하지 않는 것

n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30 20:06:19
조회 288 추천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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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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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자와 하나코


***비주얼 노벨 <장애소녀>, 특히 릴리와 하나코 루트의 스포일러 포함***

***조연 남캐 등장***

***<장애소녀>하세요 두번하세요 전부 사약이지만 백합 커플도 셋이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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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지? 미안하지만 벌써 일이 생겨서 말이야.”

 귀국한 지 얼마나 됐다고, 라며 투덜대는 아키라의 말을 듣고 릴리는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릴리는 말없이 웃고는 떠나가는 차 소리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면서 릴리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이미 3학년인 릴리에게 야마쿠 고등학교는 눈감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곳이었다.

 사실 릴리에게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는 차이가 없었다. 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릴리는 금세 기숙사에 도착해 능숙한 손놀림으로 짐을 풀어 제자리에 갖다 놓기 시작했다.

 짐을 절반 정도 정리했을 쯤, 문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 뒤에 릴리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묻어나왔다. 들어오라고 하자 아니나 다를까, 하나코가 문을 열었다.

 “아, 안녕 릴리. 스코틀랜드에선 잘 지냈어?”

 “그래. 오랜만에 가족들을 볼 수 있어서 기뻤어. 이모도 건강하셨고.”

 이모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줄 알았다. 하지만 증세는 금새 호전되었고, 원래 병문안이었을 여행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휴가가 되었다.

 “내, 내일 히사오랑 환영 파티를 열기로 했으니까, 오늘은 푹 쉬어. 피, 피곤할 것 같아서.”

 “그래 알았어. 내일 파티 기대할게.”

 “으, 응. 그럼 가볼게.”

 하나코는 급하게 대화를 끝내고 돌아갔다. 하지만 하나코가 말이 서투르고 낯가림이 심하다는 것을 아는 릴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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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배!”

 좁은 기숙사 방은 세 명이 들어간 것만으로 가득 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도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릴리는 잔에 담긴 포도 주스를 살짝 마셨다.

 “이게 주스가 아니라 진짜 와인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마. 그나마 비슷한 게 이거였다고.”

 릴리의 작은 농담에 히사오는 난색을 표했다. 그 옆에서는 하나코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모든 것이 떠나기 전과 마찬가지였다. 야마쿠 고등학교 안에서의 작은 가족과 같았다. 평생을 이렇게 지내면 좋겠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내 스코틀랜드에서의 생활은 대충 이야기했으니까, 그래. 너희 둘은 여기서 어떻게 지냈어?”

 “그냥, 평소처럼 지냈지. 알잖아. 학교 가서 공부하고, 돌아와서는 책 읽고.”

 히사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때 하나코가 입을 열었다.

 “나, 나 말이야.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해.”

 “정말? 어느 부인지는 정했어?”

 “이, 일단은 신문부로 생각 중이야.”

 “그래? 하나코는 책을 많이 읽었으니까, 분명 잘 할 꺼야. 응원할게.”

 “나도 잘 됐으면 좋겠네.”

 “고, 고마워. 열심히 해볼게.”

 릴리는 볼 수 없었지만, 하나코는 분명 웃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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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코는 의외로 신문부에 잘 적응했다. 소심하고 릴리나 히사오 외의 사람은 곧잘 피하던 하나코였지만 일단 용기를 내자 사람들은 그녀를 친절하게 맞이했다. 하나코가 야마쿠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점차 세상을 향해 내디디면 좋겠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하나코는 이번에 특집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문부의 각 부원이 교내의 동아리를 취재하고 소개하는 기획에 따라 하나코도 동아리를 정해야 했다. 하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하나코가 갑자기 동아리를 취재하는데 부담을 가지고 있어 고민하고 있었다.

 “어머, 그럼 히사오의 동아리를 취재하면 안 되겠니? 부원이 너 한 명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과학부 말이야? 사람이 나랑 무토 선생님밖에 없긴 한데, 얼마 전에 새로 생긴 부라 취재를 해도 소재는 별로 없을 수 있어. 그래도 하나코가 괜찮다면 선생님께 말씀드려 볼게.”

 “그, 셋이서 같이면 괜찮을 것 같아.”

 “다른 건 몰라도 무토 선생님은 좋아하겠네.”

 겉으로는 무신경해 보여도 누구보다 열성적인 선생님을 떠올리며 릴리는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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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그러니까 신문부 취재라 했나? 나는 과학부의 고문을 맡은 무토 아키오다. 과학 시간에 내 수업을 들으니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을 테고. 보다시피 과학부에는 부원이 한 명밖에 없어서 주로 나와 히사오가 어떤 주제를 토론하는 방식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무토 선생님은 어색한 자기소개를 끝으로 더 할 말을 찾는 듯했다. 하나코는 오른손으로는 메모하면서도 긴장했는지 왼손은 릴리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아, 그래. 모처럼 사람이 모였으니 너희들끼리 토론을 해보는 건 어떻겠니? 이야기가 너무 다른 곳으로 새면 내가 바로잡아 줄 테니 걱정하지 말렴. 어 그럼, 주제는 뭘로 하지?”

 토론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하나코는 릴리의 손을 움켜쥐었다. 텅 빈 교실 건너편에서는 무토 선생님과 히사오가 토론 주제를 토론하고 있었고, 릴리는 천천히 하나코의 손을 쓸어주었다.

 “괜찮아. 나랑 히사오랑 자주 이야기하잖아. 별다를 것 없어.”

 크흠, 하고 옆에서 히사오가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릴리와 하나코의 맞은편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릴리의 왼쪽에서는 무토 선생님이 작게 하품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흠, 그럼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의장 겸 토론자를 맡은 나카이 히사오입니다. 이번 토론 주제는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입니다. 그럼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과학토론은 히사오의 국어책 읽기로 시작되었다. 평소와 다른 히사오의 목소리에 릴리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한 손으로 가렸다. 하나코도 긴장이 좀 풀렸는지 릴리의 손을 놓았다.

 SF소설을 좋아하는 히사오는 의외로 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측에 섰고, 그 반대편에 하나코가 있었다. 릴리는 특별히 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하나코가 말이 막힐 때 거들거나 주장을 정리해주었다. 가끔씩 끼어드는 무토 선생님의 한마디까지 더해져 토론은 화기애애하면서도 뜨겁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러 번 더 토론 경험이 있고 과학 상식이 풍부한 히사오가 시간 관계상 판정승을 가져갔다. 히사오와 헤어지고 여자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하나코는 계속 토론 얘기를 했다. 하나코가 이렇게 열의를 불태운 적은 히사오와 체스를 둘 때뿐이었던 것 같다.

 “자자, 하나코, 이제 진정해. 기사를 쓰는 데 집중해야지.”

 “하지만 히사오가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단 말이야.”

 정확히는 프로그램에 감정이 없어도 기능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했지만 릴리는 잠자코 있었다.

 “다른 사람과 공감하지 못하면 어떻게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위한 일을 하겠어? 그런데도 히사오는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잖아.”

 하나코의 푸념을 반쯤 흘려들으면서 릴리는 하나코가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하나코가 이렇게 주관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한 하나코를 보면서 대견하면서도 가슴에 응어리가 느껴졌다. 릴리는 점자책을 읽을 때처럼 조심스레 그 응어리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만져보고 있었다.

 “릴리, 릴리. 괜찮아? 방 앞에 도착했어.”

 하나코가 걱정스레 묻자 릴리는 조금 피곤하다고 말했다. 기사 준비 열심히 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릴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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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에도 그 응어리는 남아 릴리의 마음을 괴롭혔다. 며칠 간의 장고 끝에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지만 확신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순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릴리, 괜찮아?”

 아무래도 점심시간에 차를 타다가 손을 데었고, 컵을 떨어뜨려 깨뜨린 것 같다. 릴리는 숙여 컵 조각들을 주우려고 했지만 히사오한테 보건실로 내쫓겼다. 다행히 심하게 데이지는 않아서 오후 수업에는 돌아와서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릴리는 자기자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수업이 다 끝나고 짐을 정리하는데 히사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릴리, 손은 괜찮아?”

 “그래. 며칠 동안 연고를 발라야 하긴 하지만 물집은 안 생겼으니까 괜찮을 거래.”

 “다행이네.”

 릴리는 히사오가 간 줄 알았지만 히사오는 말을 이었다.

 “그러면 같이 찻집 상하이에 갈래? 내가 살게.”

 평소와 같은 권유였지만 릴리는 순간 흠칫했다. 그래도 이내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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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에는 평소와 같이 손님이 없었다. 아이스티 두 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자마자 히사오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말이야, 요즘 고민거리라도 있어? 계속 멍하게 있고 오늘은 차를 타다 데이기까지 했잖아. 뭔가 마음에 걸리는게 있으면 말해주면 좋겠어.”

 릴리는 고민했다. 여기서 별일이 아니라고 하면 히사오는 분명 더 캐묻지 않고 넘어갈 것이다. 그러면 계속 이대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릴리와 하나코, 히사오 셋이서 차 마시고, 이야기하고, 책을 읽는 일상이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순진한 생각을 짓밟는 불안이 올라왔다. 히사오는 과학부 활동과 다른 친구들이 있고, 하나코는 방금 점심시간에도 신문부에 가느라 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히사오와 하나코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게 싫었다.

 결국 릴리는 모든 것을 히사오에게 털어놓았다. 최근 자신을 괴롭히고 발목 잡는게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하지만 왜 그것을 할 수 없는지. 히사오는 끝까지 말없이 들어주었다. 끝냈을 때 릴리는 왠지 시원하면서도 찝찝한 감정이 들었다. 히사오는 이내 입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도 야마쿠 고등학교에 전학오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잖아. 하지만 그걸 다 헤쳐낸 건 다 너와 하나코 덕분이야. 그에 대해선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분명 하나코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무슨 행동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너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 거야.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하나코한테도 솔직하게 말하면 이해해 줄 거야.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이해해줘서.”

 “당연한 걸 두고 그래. 친구잖아.”

--------------------

 하지만 하나코에게 털어 놓는 데는 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하나코의 신문부 일정이 얼추 끝나니 중간고사 기간이라 제대로 만나 이야기를 할 틈이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중간고사까지 지나갔다. 릴리는 별로 파티를 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히사오는 계속 중간고사를 끝낸 기념으로 모이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세 명이 다시 릴리의 방에 모이게 되었다.

 “건배!”

 릴리는 음료수를 살짝 홀짝였다. 중간고사 이야기랑 잡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히사오가 잠시 나가서 전화를 받더니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먼저 돌아갔다. 너무 대놓고 자신과 하나코를 둘이서 남겨두려는 것 같아서 릴리는 기가 찼지만, 하나코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히사오 갑자기 무슨 일인 걸까? 큰 문제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마 별일 아닐 거야. 내일 물어보자.”

 히사오가 등 떠밀긴 했지만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에 릴리는 용기를 냈다.

 “사실 내가 하나코랑 단둘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거든. 히사오는 그래서 먼저 돌아간 거야.” “그래? 뭔데?”

 하나코의 순진한 목소리가 릴리의 귀를 간질였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수십 번은 반복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려니 생각이 뒤죽박죽 섞여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했다. 우선 무슨 말이든 꺼냈다.

 “나 사실 하나코를 부러워하고 있었어. 이번에 신문부에 들어간 것 같은 것들 말이야.”

 “무슨 뜻이야? 동아리라면 릴리도 들어갈 수 있잖아.”

 “아니 단순히 동아리뿐만 아니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이미 머릿속은 엉망이었지만 말을 꺼낸 이상 계속할 수밖에 없다.

 “하나코는 최근 들어 변했다는 게 보여. 더 자신감이 붙었고, 자신의 의견도 말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런데 나는 계속 제자리인 것 같아서 그게 부러웠어.”

 “릴리?”

 “전에는 네가 나에게만 의존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또 너가 의존하도록 내버려 둔 것도 나야. 네가 바뀐 건 히사오가 온 다음부터니까. 어쩌면 내가 너를 더 믿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아.”

 처음이 힘들었지 시작하자 말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릴리가 품고 있던 응어리의 일부분이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계속 이었다.

 “네가 신문부에 들어가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 바빠지고, 잘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깨달았어. 너를 붙잡고 있었던 건 나야.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기뻐서 영원하기를 바랐고, 또 영원할 줄 알았어.”

 눈물이 릴리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고백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래서 네가 변하는 게 싫었어. 네가 변할 때 곁에 있어 준 게 내가 아니라 싫었어. 차라리 네가 그대로였다면 나도 그대로 있으면 됐을 텐데.”

 릴리는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저주했다. 지금 하나코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너무나도 두려웠다. 하나코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더라도 자신은 모를 것이라는 게 싫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가지면 안 되잖아. 친구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하지 못하는 친구라니, 그런 걸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걸까. 너는 내 소유물이 아닌데, 너를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다가 또다시 너의 발목을 붙잡는 게 아닐까 무서워.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내가 사라지는 게 너에겐 더 나을 거야.”

 이런 삐뚤어진 마음에도 이름이 있을까. 누구라도 좋으니 이 마음을 정리해주면 좋겠다. 자신 안의 응어리를 어찌할 줄 몰라 그냥 자신의 친구들에게 내던지고 말았다. 이제는 또다시 처분만을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판결은 내려오지 않았다. 조금 진정하고 귀를 기울이니 하나코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하나코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손을 뻗고 붙잡고 싶었지만, 허공만 가를 것 같았다. 잠시 코 푸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나코가 입을 열었다.

 “리, 릴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 몰랐어. 나는 내가 항상 릴리랑 히사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았는데.”

 “짐이라니 절대,”

 “그래서 나도 내가 싫었어. 항상 도망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만 끼치는 자신이 싫었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힘을 끌어모아 용기를 냈어. 그랬더니 더 많은 사람이 힘이 되어주었고 그것에는 고맙게 생각해.”

 하나코는 이제 완전히 진정했는지 또렷하게 말하고 있었다. 하나코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하나코가 릴리에게 안겨왔다. 하나코의 얼굴은 아직도 눈물범벅이었다.

 “하지만 릴리와 히사오가 있지 않았다면 그전에 진작 포기했을 거야. 그것만으로 나는 평생의 빚을 진 거야. 그걸 갚기 전까지는 떨어지지 않을게.”

 “정말, 그럴 수 있어? 아니, 그래도 돼?”

 대답 대신 하나코는 릴리에게 얼굴을 기대었다. 릴리의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사실 릴리가 말하지 않은 게 한 가지 더 있었다. 히사오에게는 말하지 않았고 하나코에게도 말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가슴에서 새어 나오는 마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나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부탁해도 돼?”

 “무엇이든지 괜찮아.”

 “눈 좀 감아줄래?”

 하나코가 눈을 감았는지, 눈을 감을 시간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릴리는 이미 하나코에게 입을 맞추었다. 영원 같은 순간이 지나가고 입술이 떨어졌을 때 하나코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릴리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이게 내 마음이야, 하나코.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도 하나코다워서, 릴리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자, 잘 부탁드려요.”

-------------------

 그날 하나코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좁은 1인용 침대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흥분이 가시자 릴리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았다. 침대 위를 더듬거리자 아니나 다를까 하나코의 작은 손이 잡혔고, 릴리는 손깍지를 껴보았다. 그것만으로 릴리는 마음속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릴리를 깨우지 않게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메시지 하나가 와있었다. 이어폰을 연결하니 어색한 기계 목소리가 메시지를 읽어주었다.

 “안녕 릴리. 하나코랑은 잘 화해했어? 어제 갑자기 먼저 가서 미안해.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어. 학교에서 보자. -히사오”

 화해를 넘어서 엄청난 무언가를 해버린 것 같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히사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벌써 머리가 아팠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코와 함께일 수 있다면 그런 건 사소한 문제라고 릴리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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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갑자기 대회 소재가 떠올라서 급하게 써봄

캐릭들 이름도 까먹을 정도로 오래전에 플레이했었는데

오랜만에 추억도 떠올리고 좋았음

근데 여기 애들이 장애소녀를 알 리가 없잖아 ㅅㅂ

아무리 사약대회라도 노말물 들고와서 조금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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